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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4)[9]

2007.01.25 23:46

울프맨 조회 수:172

-시체. 요 며칠 새 병원마다 시체가 없어지고 있어.-

들었을 당시엔 영준의 상황과 크게 관계없어보였던 단순한 괴담 한마디.
그러나 무심코 넘겨 흘렸던 그 괴담은 지금 영준의 목을 죄는 비수가 되어 다가오고야 말았다.
밖의 시체들의 수는 이 대학병원의 영안실에서 나왔다고 하기엔 터무니없이 많은 수였다.
분명히 상대는 이 날을 위해 근방의 병원들을 뒤져가며 시체들을 모았으리라....

‘자신감의 근원은 바로 이것 때문이었나.......’

상대가 불리해 보이는 조건에서도 순순히 10분의 내기에 응한 것 역시 바로 이런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리문에 비치는 상대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수십 이상, 저만한 물량이면 아무리 깊숙이 숨어봐야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 우진을 조종하던 상대는 분명 영준의 제안에 코웃음을 쳤을 것이었다.
영준은 다인의 말을 좀 더 유심히 들어둘걸 하고 후회했지만, 어차피 지금의 사태는 영준의 능력으로 미리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도망. 오직 살아남는 것 뿐.
그리고 영준의 목숨을 노리는 상대방도 영준이 자신의 군대를 바라보며 한가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지 않은 듯 했다.

[딸랑]

다시금 병원의 적막을 깨는 소름끼칠 정도로 섬뜩한 차가운 방울소리.
귀를 막아도 들리는 정체불명의 이 소리에 정신이 팔려 하마터면 변을 당할 뻔했던 영준은 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당하지 않아!’

아까는 멋도 모르고 빈틈을 보였지만, 한번 당한 수법에 다시 당할 만큼 어리석진 않았다.
게다가 습격해야할 녀석들도 아까처럼 바로 앞이 아닌,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있는데다가 유리문마저 앞을 가로막고 있지 않은가.
도저히 기습이 성공할래야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똑같은 수법을 사용하는 상대의 의도가 의심스러웠지만, 그런 영준의 의문은 곧 풀리고 말았다.
갑자기 방울 소리가 그침과 동시에 아까처럼 곧바로 진짜 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단, 이번의 소리는 아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요란했다.

[와장창!]

바로 유리문이 산산조각이 나며 깨어지는 소리였다.
분주히 움직이는 그림자들... 그것만으로도 영준은 입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녀석들은 팔이 유리에 베이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사지를 휘두르며 입구의 유리조각들을 걷어내어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니!!”

순식간에 로비를 가득 채우며 복도를 향해 전진해오는 그림자들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영준은 재빨리 문을 잠그고 올라가려했지만, 그 순간 영준은 자신이 저지른 가장 기본적인 실수를 깨닫고 말았다.
문이 잠기질 않는다.
아니, 문을 잠글 수 없었다.
계단을 지닌 구조물들의 특징을 영준은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영준의 생각은 애초에 문을 잠그고 2층으로 올라간다였지만, 계단을 지닌 건물의 성격상 당연히 계단에서 잠글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런 바보병신!”

마치 남이 들으라는 듯 자신에 대한 질책을 퍼붓고 영준은 재빨리 2층을 향해 달렸다.
시체들의 진로는 분명히 영준이 있는 계단을 향하고 있었고, 압도적인 상대의 수를 향해 영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층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 시간을 번 다음, 다른 계단으로 3층으로 올라가 다시 계단을 잠그고 오르는 식의 방법을 사용해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법뿐이었다.
다행히 위안거리가 있다면 상대는 많이 느리다는 것.
사람들이 사라지기전엔 그다지 어둡지 않은 시간이 어서였는지, 계단은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둠 속에서 2층의 문손잡이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시체들은 일부는 문을 열기위해 노력할 것이고 일부는 느릿느릿 계단을 올라갈 것이 분명하리라.... 혹은 2층 문을 전부 잠그고 숨어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으니 많은 숫자를 할애해 2층을 수색하게 하고 3층..... 나머지 층도 그런 식으로 하면 수적 불리함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혹여 다른 계단을 통해 미리 2층에 시체들이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그럴 땐 3층으로 도망치면 되는 것.
그런 생각과 함께 영준은 2층 손잡이를 돌렸다.

[덜컥]

손잡이는 돌아가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돌려보아도 확실히 손잡이는 무언가가 걸려있는 것처럼 조금밖에 움직여주지 않는 것이었다.
2층 문은 잠겨있었다.

‘설마!’

영준으로선 상상도 못했던 일.
아파트 복도면 몰라도 병원의 1,2층 계단은 상당히 이용 빈도수가 많아서 잠겨있을 수가 없는 곳이었다.
만약 잠겨있다면 이미 상대가 2층에 도착해 문을 잠갔거나, 아니면 실종되지 않고 남아있는 이가 있어 겁에 질려 문을 잠근 경우.....
그러나 영준은 그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거친 소리와 함께 밑의 문이 열린 것이었다.

‘온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불규칙적인 발소리와 함께 여럿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이렇게 된 상황이라면 2층은 포기하고 위를 기대해야할 수밖에 없는 법.
영준은 있는 힘을 다해 다시 계단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준은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녹색 안내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어둠 속에서 시각은 무의미.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청각뿐이었는데, 자신의 헐떡이는 숨소리와 계단을 올라오는 녀석들의 느릿느릿한 발소리 사이로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저벅, 저벅, 턱, 저벅’ 하는 식으로 다소 박자가 맞지 않는 군중들의 발소리라고 치면, 그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는.............

[다다다다다다다다닥]

영준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소리만으로도 상상이 가능한 소리.
시체들 중 누군가가 미친 듯이 계단을 질주하며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순식간에 사이를 좁혀왔다.
게다가 이미 2층 문이 잠겨서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을 미리 알고라도 있는 듯 2층 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영준을 쫓아 3층으로 향한 것이었다.
녀석은 확실히 다른 것들과는 달랐다.
응급실에서 만난 녀석처럼 비틀거리지도 않았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좀비처럼 느릿느릿 움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네발로 계단을 타오르고 필요할 땐 벽에 달라붙는 등,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며 충혈 된 붉은 눈으로 집요하게 영준을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쫓겨 3층에 도착한 영준이 문을 돌렸을 때.
그야말로 술래잡기의 마지막을 고하는 소리가 계단을 울렸다.

[덜컥.]

3층의 문도 잠겨 있었다.
그런 영준을 바라보며 어둠 속을 밝히는 붉은 눈의 주인은 입술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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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 비해서 연재가 너무 쳐져 있어서 진도를 맞추기위해 전부 올렸습니다!-0-;;
방학동안인데 평소보다 더 안쓰네요................
오늘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그분 타령하는게 아니라 내가 게을러서 안쓴거라고..
쓰니까 써지잖아--;;;;
처음에 5편으로 예상한 병동이 결국 10편으로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그것으로 1장도 막장이 되겠죠....(더 갈지도... 재미도 없는데 연장방영이라니;;)
봐주신 분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다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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