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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Craneske] SIR Fantasy . Queen / 6

2007.01.25 16:26

로스나힐 조회 수:150

6.

Negota는 눈을 떴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이미 해가 중천에 있을 때였지만, 그녀가 잠든 방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Negota는 허겁지겁 Drust를 찾았다. 방을 열고 나가니 탐정이 얼굴위에 책을 덮고 소파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탐정을 깨웠다.

“이봐요. 어서 일어나요! 벌써 점심때라고요!”

Drust는 손을 움직여 책을 잡았다. 그의 손이 식탁위로 책을 옮겼다. 탐정은 일어나 dlqjs 일의 의뢰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가기 전에 준비부터 하라고. 그런 꼴을 하고 심각하게 나를 깨워봤자 효과가 있을 리가 없잖아? 뭐 물론, 지금은 긴급한 시기니까 이렇게 일어나겠지만 말이야.”

탐정은 Negota에게 화장실문을 열어주었다. 고용인의 친절한 태도에 의뢰인은 불쾌한 얼굴을 했다.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세게 닫았다. 커다란 소리가나고 천장에서 나무 조각이 바스러져 내렸다. 탐정은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피해 책장 앞으로 이동했다. 그는 적당히 책을 골라 옆에 놓인 가방에 쑤셔 넣었다. 가방이 두툼해질 때까지 책을 집어넣은 그는 입고 있던 복장 그대로 약간의 손질도 하지 않은 몰골로 소파에 앉았다.

“자 이제 가죠!”

Negota가 화장실문을 열고 소파에 앉은 탐정에게로 다가왔다. 탐정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밖으로 모셔갔다. 둘은 어둡고 컴컴한 골목을 지나 수많은 사람들이 나다니는 거리로 들어섰다. 고층빌딩에 가려져 거의 들어올 수 없었던 빛이 그들의 눈을 강타했다. Negota와 Drust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밝은 빛에 눈을 적응시켰다. 마침내 둘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흐름에 희석되어 목적지인 Rotra Aka의 중앙처리부로 향했다. 사람의 행렬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아마도 3시간 정도.”

걷는 동안 고용주와 탐정이 나눈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였다. 그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3시간동안 걸었다. 그들은 중간 중간 길을 물어오는 행인을 만나고, 이상한 말을 걸어오는 광신자를 만나고, 헛소리를 늘어놓는 미쳐버린 사람을 만났다. 꽤 많은 사람이 말을 걸었다. 모두 지금의 그들에게는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Drust에게 말을 걸어오는 경우는 무시하고, Negota에게 말을 걸어오는 경우는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으로 그들은 떨어져나갔다. 그렇게 인파속에서 이런저런 것들에 부딪히며 그들은 걸었다. 세 시간을 아무런 말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의문을 속으로 삭히며 걸었다. 마침내 그들은 중앙처리부 건물이 보이는 장소까지 도달했다. 180분을 계속해서 걸어온 Negota가 지쳤음을 인지한 탐정은 그녀에게 잠시 쉴 것을 권했다.

“알았어요. 마침 공원이 바로 앞이니까. 잠깐만 쉬었다 갈게요.”

Negota는 순순히 지친 몸을 끌고 앞쪽에 위치한 공원으로 향했다. 중앙처리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깔끔한 그 공원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노인을 포함해서 틈만 나면 찾아와 쉬어가고, 놀다가고, 사랑을 나누다 가는 곳이었다. Negota도 어렸을 때 몇 번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에 남은 모습과 다르지 않은 공원의 모습에 Negota는 즐거운 마음으로 공원 중앙 호수를 향했다.

“어라?”

Negota는 자신도 모르게 의문사를 내뱉었다. 그녀가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간 호숫가는 커다란 천으로 덮여있었다. 바람이 불어 뚜렷한 실루엣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무언가 거대한 물건을 감추기 위함인 듯했다. 당황하는 그녀의 뒤로 탐정이 다가왔다.

“저기는 얼마 전부터 저렇게 됐어.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Negota는 실망한 표정으로 거대한 천막을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세배쯤 높이 솟아있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침울한 표정으로 뒤도는 순간, 휘날리는 천막 안쪽에서 공기를 잡아 찢는 강렬한 소리가 들려왔다. 공원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호숫가였던 곳을 바라보았다. Negota와 Drust도 그 커다란 소리에 놀라며 천막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자 이제부터 SIR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 설명회를 시작합니다. 공원 내의 모든 분들은 호숫가로 모여주세요. 반복합니다. 이제 곧 SIR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 설명회를 시작합니다. 공원 안에 계신 분들은 모두 호숫가로 모여주세요.”

거대한 굉음의 정체는 바로 안내방송이었다. 그것도 연쇄살인범의 작품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안내방송이었다. 그 방송은 공원 전체를 울려 실제로 공원 안의 모든 사람을 불러 모았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시끄럽게 웅성댔다. 이제 천막 안에서는 음악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Gorda가 누굴까. Gorda가 누굴까.
불쌍한 여왕님 Gorda가 누굴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불쌍한 여왕님.
화려하게 죽었지만 아름답지 못했던
즐겁게 죽었지만 진정 아름답지 못했던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가련한 여왕님.
Gorda가 누굴까. Gorda가 누굴까.
가련한 여왕님 Gorda가 누굴까.“

별로 길지 않은 멜로디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들이 할 일을 잊어버리고 멍하게 천막을 바라보며 살인마의 설명회가 시작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가련한 여왕님 Gorda가 누굴까…….”

노랫소리가 끊어지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생겨났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천막 안쪽에서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시작합니다. SIR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 설명회를요.”

순식간에 천막이 밑으로 흘러내렸다. 두 장의 커다란 천을 잡고 있던 이음새가 떨어져 호수의 물을 튀겼다. 가리고 있던 장애물이 사라지자 수많은 파이프로 이어진 장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조형물의 모습은 새장이었다. 철제 파이프가 서로 뒤얽혀 새장모양으로 세워져 있었다. 종모양의 조형물의 지지대는 호수가상자리를 빙 둘러있었다. 그 새장 안쪽에는 아무렇게나 녹여놓은 듯이 보이는 철골이 나무모양으로 세워져 있었다. 그 나무 가지가지마다 스크린이 달려있었고, 나뭇잎사귀 하나하나마다 스피커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 밑에 검은 가죽옷을 입은 여성이 서 있었다. SIR가 환희에 찬 표정으로 철골 밑에 서 있었다. 연쇄 살인범이 기쁜 듯이  마이크를 꼭 쥐고 새장 안에 서있었다.

“아,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모였구나. 내 예술작품을 감상하러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다니 꿈만 같아. 역시 이곳을 공개장소로 하길 잘했어.”

그녀는 호숫가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자신의 얘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번 작품의 주제 여왕입니다. 이 나무와 새장모형은 내가 보여주려는 작품이 아니고, 이번 내 작품은 이 위에 달린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작품 공개 전에 잠시 작품에 관해 설명을 하도록 할까요.”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Negota와 Drust조차도 넋을 잃고 열심히 설명하는 SIR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모티브가 된 여왕은 Gorda입니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여왕은 자기를 난도질해 자살한 것으로 유명하죠. 그것도 아주 즐겁게 자신의 몸을 찢어가며 죽었다고 해서 굉장히 유명합니다. 이번 작품은 그런 여왕을 베이스로 잡았기 때문에 굉장히 붉은빛이 뚜렷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Gorda는 발상을 얻은 것뿐으로 이번 작품에서 나는 Gorda와 다른 점을, 확연히 구분되는 점을 보이기 위해서 엄청난 생각을 해거야. Gorda는 죽었지만, 내 작품 Queen은 살아있다!”

SIR의 말투가 점점 거칠어졌다. 그녀는 거의 숨도 쉬지 않은 채 열변을 토했다.

“내 작품은 살아있단 말이지. 역시 나 같은 천재도 없을 거야. 누가 감히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겠어! 환상적이게, 화려하게, 더욱 더 아름답게! 이정도가 되면 누구라도 내 작품을 보고 감동할거야! 그래! 보여주지! 이게 바로 내 살아있는 작품! Queen이다!”

나뭇가지에 달려있던 스크린이 동시에 불을 밝혔다. 스크린은 각각 다른 시점에서 한 공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리석이 깔려있고, 장식이 매달린 기둥, 갑옷과 붉은색 휘장, 그리고 화려한 왕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SIR의 작품이 있었다. 여왕이 가만히 서 있었다. 조용히 그리고 아름답게 서 있었다. 가장 아래 있는 스크린이 어깨위에 희미한 살빛이 비치는 꽃모양 장식을 중앙에 비추고 있었다. 그 위에 있는 화면이 손목에 달린 붉은빛 프릴을 비추고 있었다. 그 상단의 스크린은 소년의 허리에 걸쳐있는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는 형상의 붉은색 드레스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위에 있는 화면은 온 몸에 붉은빛 자신의 피부를 뒤집어 걸치고, 속살을 드러내고,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을 휘감은 여왕이 유일하게 살빛을 보이는 얼굴을 들고 아무 곳도 응시하지 않는 눈을 지닌 채로 서 있는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화면속의 여왕은 이질감이 느껴지는 색을 띈 채로 몸통위에 얹힌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 있었다.

“여왕이다…….”

“아름다운 여왕이야…….”

그녀의 작품설명회를 듣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소리를 죽였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들은 하나같이 SIR의 작품에 빠져들었다. 그들은 멍한 표정으로 새장 안을 바라보았다. 오로지 Negota와 Drust만이 작품에 빠져들지 않았다. 하지만 Negota는 SIR가 공개한 작품을 확인한 순간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스크린에 비치는 여왕을 바라보며 Negota는 말을 잃었다. 스크린 속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의 내면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멋지지? 응? 아름답지! 환상적이지! 이제 조금 더 놀라운 장면을 보게 될 거야!”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스크린의 여왕이 눈을 움직였다. 아무 곳도 응시하지 않는 눈동자가 움직였다. 여왕이 입을 움직였다. 중얼거렸다. 그 소리가 증폭되어 스피커를 통해 호숫가로 흘러나왔다.

“사…살아있다는 것도, 죽었다는 것도 상관없는 일이에요. 나는 나. 살지도 죽지도 않은 나. 이곳에 있을 뿐. 그저 존재할 뿐. 그저 고통을 쾌락으로 즐기며 존재할 뿐. 나의 몸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잘 몰라요. 하지만 그것은 즐거운 일. 나의 몸이 찢어지는 것은 행복한 일. 나의 몸이 부서지는 것은 너무나도 멋진 일. 그저 나는 내가 망가지는 것을 즐기며, 그 어떤 것과도 다르게, 그 어떤 것들과도 차이가 명확한 존재로서…….”

노랫소리였다. 박자도, 음정도 일정하지 않은 즉흥적인 멜로디였다. 소년의 입이 계속 움직였다. 쉬지 않고 자신을 노래했다. 입이 움직임에 따라 몸도 조금씩 미동하고 있었다. 움찔거리고 있었다. 상처로 입혀진 옷 위를 통증이 스칠 때마다 소년은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난도질된 자신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고, 자신이 남들과 달라졌다는 것에 행복에 겨워있었다.

“살아있어.”

“죽은 것이 아니었나?”

“굉장해.”

“놀라운 일이야.”

군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별로 크지 않았던 소년의 노랫소리가 관객들의 웅성임에 묻혀버렸다. SIR는 그런 관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소리쳤다.

“잘 봤겠지! 내 작품은 살아있다고! 나의 새로운 예술, 그 첫 번째에 초대된 당신들은 축복받은 거야! 자 얼마나 멋진지 똑똑히 봐! 나의 작품은 정말 최고야! 멋지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기품이 넘치고! 너희들이 알고 있는 모든 단어를 사용해도 내 작품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는 없을걸!”

그녀는 흥분했다. 자신의 나무를 가리키며 정신없이 소리쳤다. 아름답다고, 멋지다고, 화려함의 극치라며, 이보다 멋진 작품은 자신 이외에는 만들 수 없다며 소리쳤다. 그녀가 외치는 한마디 한마디가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마음이 박살난 어머니에게 전달되고, 아무런 감흥도 없는 탐정에게 전달되었다. 관중들은 점점 더 작품에 빠져들었고, 어머니는 점점 더 살인범을 증오했고, 탐정은 돈을 챙길 생각만 하고 있었다. 관중들이 더욱 더 작품에 넋을 잃어감에 따라 살인자의 목소리가 더욱 더 흥분되어갔다. 그녀는 이제 숨도 쉬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칭찬하고 있었다. 살인자의 목소리가 커져갈수록 어머니의 가슴이 찢어지고, 마음이 부서지고, 정신이 박살나는 소리가 커져갔다. 어머니는 자신의 속에서 팽창하는 저주의 목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그녀가 정신을 잃자 탐정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자신이 돈을 받기로 한 장소로 의뢰인을 버리고 이동했다. 제정신을 잃고 폭주하는 호숫가가 포효했다.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고조되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과 모든 것이 흐트러지는 사람과 애초에 참여할 마음조차 없는 사람과 그저 끌려가는 사람들을 데리고 정상의 범주를 넘어서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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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축분을 모두 업로드 했습니다

이제 마저 쓰는 일만 남았군요...


슬럼프야 어서 물럿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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