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연재 [Craneske] SIR Fantasy . Queen / 5

2007.01.25 16:25

로스나힐 조회 수:146

5.

“이 녀석의 활동 범위는 여기부터 여기까지야.”

Drust는 탁자위에 펼쳐진 지도를 가지고 Negota에게 연쇄살인범 SIR의 활동범위에 관해 설명했다. 펜은 지도 위에 여태까지 피해자들의 시체가 발견된 곳, 총 네 곳에 점을 찍었다.

“내가 생각하는 SIR의 거처는 이 점들 중심에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에서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시체를 전시한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지. 무작위로 장소를 고른다고 보기에는 너무 완벽하게 사각형을 그리고 있단 말이지.”

탐정은 각각 마주보고 있는 점들을 이었다. 지도위의 선이 십자를 그렸다. 그리고 탐정은 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별표를 쳤다. 탐정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Negota는 의아스러운 듯이 질문했다.

“이곳이 의심된다면 어째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거죠?”

Negota의 말을 들은 탐정은 코웃음을 쳤다.

“상당히 침착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니었나보군? 갈 수만 있다면야 왜 안 갔겠어. 여기 표시된 곳이 어딘지 잘 보라고.”

탐정이 표시한 곳은 중앙처리부가 있는 곳. 다시 말해 이 도시 Rotra Aka(로트라 아카)의 중심이었다. 모든 도시의 흐름이 이곳을 향하고 있었고, 모든 정보가 이곳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도시의 심장부였다. 그렇게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조차도 출입을 위해서는 수십 가지의 절차를 밟아야 했고, 당연하게도 일반인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백 가지의 절차를 밟아야 했다. 건물의 사방으로 늘어선 열 개의 검문소는 모두 전투훈련을 마친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고, 건물 내부에도 각 층에 백 명이 넘는 군경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 철벽인 장소였다. 이곳이 연쇄살인범 SIR의 거처라는 것은 그를 잡기 위해 그의 은신처로 쳐들어가는 짓 따위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부와 관계가 있는 걸까요?”

Negota는 탐정의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그를 향했던 시선을 테이블 위로 옮기며 말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들어간다고 해도 매일 이루어지는 순찰에 걸려들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하니까. 정부가 그를 숨겨주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는 거겠지.”

“진실을 알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군요. 나는 반드시 이곳에 들어가고 말겠어요. 당신, 도와줄 거죠?”

탐정은 당황했다. 그곳은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법으로 경계되고 있는 곳이었다. 숨어든 것이 들키는 날이면 그 자리에서 반론의 여지조차 없이 사살되는 그런 곳이었다. Negota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곳으로 가고자 했다. 게다가 그런 무식한 작전에 탐정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탐정은 고민했다.

“이봐요. 왜 말이 없어진 거예요? 같이 갈 거죠? 네?”

Negota가 다급하게 탐정을 다그쳤다. 그녀의 절박함을 희미하게나마 느끼고 있던 탐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부탁을 수락했다.

“뭐 이것도 일이니까. 탐정이라면 맡기로 한 일에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겠지.”

Drust는 Negota에게 지친 몸을 쉬어야 조금 더 수월하게 일이 진행될 것이니 우선 쉬라고 권했다. 모든 계획과 필요한 물건은 자신이 준비할 테니 피로가 풀릴 때까지 쉬라는 권유였다. Negota는 순순히 탐정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탐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으로 들어갔다. 별로 특이할 것 없는 허름한 침실이었다. 목재의 낡은 침대가 있었고, 그 밖에 다른 장식물은 없었다. 구석에는 먼지가 쌓인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지만, 침대 자체는 깨끗했다. Negota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로 다가가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이거야 원, 종잡을 수 없는 아가씨구만. 아까는 그렇게 살벌하더니 지금은 독신남과 단둘이 있는 집에서 무방비상태로 잠이라니, 뭐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럼 나도 일을 하러 가볼까.”

Drust Noe는 침실에서 곤히 잠든 Negota를 그냥 내버려둔 채 옆방으로 들어갔다. 사방을 암막이 둘러싸고 있는 방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희미하게나마 방 안의 윤곽을 비추던 빛마저 사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거친 쇳소리가 울렸다. 둔탁한 충격음이 들렸다. 한 사람의 발자국소리와 전화통화 소리가 조그맣게 방안을 스쳤다.

“네 녀석 하는 일이라는 게 마음에는 안 들지만, 번번이 도와주고 있으니 고마워하라고. 도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뭐? 재미있으니까? 역시 네 녀석은 마음에 안 들어. 어쨌든 나는 약속대로 할 테니까 네 녀석도 준비나 잘해놓으라고. 그리고 돈, 꼭 잊지 마라. 돈이 아니면 나도 이런 일은…….”

희미하게 들리던 소리도 멎고 방 안을, 탐정의 집을 정적이 삼켰다.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