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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Craneske] SIR Fantasy . Queen / 4

2007.01.24 08:13

로스나힐 조회 수:269

4.


SIR는 Hermot와 자신이 살고 있는 지하를 구석구석까지 알려주었다. 각각 통로에서 쏟아지는 오물이 어디에서 오는지, 각각 통로로 흘러가는 오물은 어디로 가는지, 이쪽으로 가면 무엇이 있고, 저쪽으로 가면 무엇이 있는지, 처음 소년이 들어왔던 방 이외에 24개의 방이 있다는 것 까지 말해주었다. 그 방은 각각 작품이 위치할 곳이고 각각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는 방이라는 것과 그중 한 방에 Hermot, 소년이 들어갈 것이라는 것마저도 모조리 말했다. 이런 말을 유괴해온 아이에게 하는 그녀도 이상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반짝거리는 소년은 더욱 이상했다. 이상한 공간에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다.

SIR가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좋아하는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의 부끄러움과 환상적인 맛의 식사를 바라보는 미식가의 행복함이 혼재해 있었다. 소년은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자 맛있는 식사였다. 작품의 신선한 재료로서 도살자의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SIR는 흥분해 있었다. 그녀는 소년을 부여잡았다. 소년의 양팔을 붙잡았다. 소년을 붙잡은 그녀의 손아귀 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팔을 바스러뜨릴 기세로 강해졌다. 자신의 팔이 부서질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 소년은 그 순간 쾌감을 느꼈다. 자신의 몸이 다치게 될지도 모르는 그 순간에 소년은 쾌감을 느꼈다. 그가 원하던 변화가 여기에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존재는 원하던 바를 이루어줄 신과 같은 존재다. 자신을 세상에서 이탈시켜줄 유일무이한 구원자다. 소년은 계속해서 SIR가 자신의 몸을 가학해주기 원했다. 세상에 나 말고 이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소년의 믿음은 그 자신의 몸이 흥분하는 것을 촉진 시켰다. 소년의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처음 접해보는 이러한 상태 이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쾌락에 몸을 내주고 있었다.

“아우우욱―”

시르가 괴상한 신음소리를 냈다. 그녀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흥분했지만, 예술가로서의 냉정한 판단은 잃지 않았다. 그녀는 예술가고, 소년은 재료다. 창조자로서 피조물에 흠집을 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소년의 어깨를 잡은 손의 힘을 빼며 계속 중얼거렸다.

“안 돼."

SIR가 손의 힘을 전부 빼고 소년의 어깨를 놔주었다. 소년은 그대로 자신의 양 어깨를 감싸 쥐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어째서 더욱더 핍박받지 못하는가. 어째서 조금 더 고통을 받을 수 없는가. 소년은 멍해진 얼굴로, 발개진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SIR에게 매달렸다.

“더 해줘. 더 해줘. 그만두지 마! 이 자리에서 나를 죽여도 좋으니까. 미칠 것 같아. 멈추지 말고 계속해줘!”

SIR의 옷을 부여잡고 매달리는 소년을 그녀는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제어하는 것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었다.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재료 중 잔혹성이 풀려난 재료는 아직까지 한 개도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년이야말로 어쩌면 평생 다시 만나지 못할 자신과 같은 계열의 인간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죽이는 것은 아깝고, 살려주는 것은 작품을 만들 수 없으니 예술가로서 불합격이다. SIR는 소년을 무시한 채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깨질 것 같은 고통이 그녀의 머리를 엄습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고민하던 SIR는 의외로 간단하게 답을 내렸다.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면 되잖아.”

자기 자신의 미래, 소년과의 관계, 작품으로 화하는 소년의 미래, 소년의 끝이자 시작. 결정을 내린 SIR는 곧바로, 마음먹은 대로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도구가 들어있는 가방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알몸으로 흥분상태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년을 일렬로 늘어선 24개의 방중 5번째 방으로 옮겼다. 방의 바닥에는 대리석이 깔려있었고, 중간 중간 화려한 장식이 되어있는 기둥이 있었다. 사이드에 세워져있는 갑옷, 문의 맞은편 벽에 걸려있는 거대한 사자그림이 수놓인 붉은색 휘장, 그 밑에 위치한 고딕풍 왕좌는 그곳이 중세의 성을 구현해 놓은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거, 성?”

소년이 놀라운 듯이 말했다. 그 누구도 하수도 한구석에 이렇게 거대하고, 이렇게 화려하고, 이렇게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장소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할 것이다. 그것은 소년도 마찬가지였다. 소년은 문에서부터 왕좌 앞까지 깔려있는 고급 카펫 위를 걸으며 방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양 옆의 기둥 표면에 들러붙어 지나가는 자들을 노려보는 작은 악마 조각이나, 벽에 달라붙은 채 비어있는 왕좌를 지키고 있는 갑옷들이나, 주인을 잃은 채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의자나,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자신을 위해 준비되었음을 소년은 알아차렸다.

“그래, 성. 이것이 모두 네 것이 될 거야. 넌 이 자리에 여왕으로서 군림하게 될 거야.”

SIR가 왕좌 앞으로 걸어가는 소년을 따라 카펫 위를 걸어갔다. 그녀는 소년에게 다가가 오른손으로 그의 턱을 어루만지며 입술을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Gratorio, tamos Gorda(그라토리오, 타모스 고르다. : 소년이여, 고르다와 같이.)”

그녀의 다른 쪽 손이 소년의 사타구니 부근으로 움직였다. 그리곤 능숙하게, 부드럽게, 순식간에, 방으로 들어오기 전 가방에서 꺼내서 자신의 허리에 꽂아놓은 메스로, 소년의 성기를 도려내었다. 이렇게 그녀가 자신의 작품의 재료가 될 소년들의 성기를 도려내는 것은 일종의 의식으로, 성 그 자체를 잃어버림으로서 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소년에게 남아있는 일말의 성욕까지도 파괴해버림으로서 갈 곳을 잃은 인간 본연의 본능을 잔혹성으로 보내어 재료의 피학성이 극에 달하게 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소년에게도 의식을 행했고, 그 의식은 소년의 정신이 아득한 곳으로 멀어지도록, 소년의 모든 본능이 피학성에만 집중되도록, 소년의 사타구니가 붉게 물들도록 했다. 소년에게서 흐른 피가 대리석 사이사이의 홈을 타고 흘렀다.

“Gorda는 약 300년 전에 이 땅에 살았던 여왕이었어.”

SIR가 소년을 도륙하며 말했다. 그녀가 최초로 작업에 들어간 곳은 팔이 접히는 부분의 피부였다. 팔꿈치에 닿은 메스가 원을 그리며 한바퀴, 그리고는 메스를 허리춤에 찔러 넣은 채, 미처 피가 빛을 보기도 전에 갈라진 부분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피부를 찢어냈다. 손목 부근에 이를 때까지 찢어진 피부는 네 방향으로 갈라져 핏빛의 내벽을 드러내고 있었다.

“Gorda는 지루한 일상에 지치고, 지치고, 지치고, 지치고, 지치고, 지치고, 지치고, 지치고, 지쳐서 결국에는…….”

SIR는 바닥을 향해 늘어져 덜렁거리는 소년의 피부를 접고 접어서 그녀의 윗옷 안주머니에서 꺼낸 바늘과 실로 그의 손목에 고정시켰다.

“아…….”

소년은 자신의 빛을 잃은 눈을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보이도록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그가 지금 느끼는 것은 메저키스트가 느끼는 고통과 쾌감과는 달랐다. 이미 성의 개념이 사라진 소년에게 성욕 같은 것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그가 느끼는 것은 단순한 만족감. 자신이 원하던 것이 채워짐에 만족하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살이 찢기고, 피를 본다는 것 그 자체가 순수하게 소년의 갈망을 채워주고 있었다. 소년은 미쳐가고 있었다.

“자신의 피부를 벗겨내기에 이르렀지. 그녀는 성 안의 모두를 불러다놓고 알몸으로 그들을 맞이한 채 자신의 피부를 벗겨내기 시작했어.”

소년의 귀에 들릴 리가 없었지만, SIR는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를 또렷하게 발음했다.

“피부가 벗겨질 때마다 피가 튀어 바닥에, 벽에, 기둥에, 왕좌를 붉게 물들였어.”

그녀는 소년의 팔에 붙어있는 나머지 피부를 여러 갈래로 찢어내 하나하나 꼬아서 돌려 어깨에 고정시켰다. 소년의 어깨에 꽃이 한 송이 피어났다. 잠시 후 소년의 양팔에 붙어있던 피부가 전부 제거되었다. 남은 것은 새빨간 즙이 흘러나오는 속살과 장신구뿐이었다.

“Gorda는 즐거워 미칠 듯 했지. 주변사람들의 놀란 시선도,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새빨간 피도, 새빨간 자신의 몸도, 모든 것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어.”

SIR는 메스를 소년의 가슴 한복판으로 가져갔다. 소년의 가슴을 살짝 파고든 메스는 소년의 하복부까지 움직였다. 흐트러짐 없이 일자로 새겨진 상처에서 새빨간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소년의 몸을 한차례 종단한 메스를 SIR는 잠시 입에 물었다. 양손을 소년의 가슴팍 갈라진 틈새로 쑤셔 넣고는 가죽을 잡아 뜯었다. 위에서 밑으로 그녀의 손이 바닥에 닿았다. 소년의 상반신이 온통 빨갛게 변했다. 소년은 허리에 자신의 가죽으로 만든 치마를 걸치고 있었다. 등에서 덜어져나간 살점이 치마 끝자락의 장식이 되었다. 온통 새빨간 소년의 몸이 마치 바닥에 깔린 붉은 융단에서 솟아난 것처럼 보였다. SIR는 미소를 지으며 물고 있던 메스를 다시 손에 쥐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미쳐버린 성에서 Gorda는 새빨간 자신의 몸을 모두에게 보이며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자위하기 시작했어. 그녀의 거칠어진 손가락이 그녀의 사타구니 안쪽을 넘나들며 그곳에 피를 쑤셔 넣었어. 사람들은 모두 새파랗게 질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Gorda는 새파란 사람들 속에서 홀로 새빨갛게 움직이고 있었지.”

SIR는 치마를 들치고 소년의 다리에 메스를 가져다 댔다. 소년의 허벅지에 메스가 얕게 침투했다. 메스는 그대로 한 바퀴를 돌았다. SIR는 다시 메스를 입에 물고 소년의 다리 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허벅지에 붙었던 가죽이 발목 부근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잠시 간격을 두고 한차례 더 이번에는 무릎 부근의 가죽이 발목까지 내려왔다. SIR는 그대로 소년의 발에 가죽을 씌우고 접어 신발을 만들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만들어 소년에게 신겼다. SIR는 자리에서 일어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년을 끌어안았다. 소년의 피가 SIR의 전신을 적셨다.

“Gorda는 굉장했지만, 부족했어. 성욕을 느꼈지. 진정한 쾌락에 그런 것은 필요 없어. 그녀는 이곳까지 도달하지 못했던 거야. 그런 미완성의 여왕은 홀로 절정에 달하는 순간 죽어버렸지만, 넌 죽게 하지 않을 거야. 나의 첫 여왕이여. Gratorio, tamos te Gorda(그라토리오, 타모스 테 고르다. : 소년이여, 고르다와 달리.)”

SIR가 무릎을 굽히고 소년의 가슴에 입을 맞췄다. 가죽이 뜯겨나가 소년의 가슴에서 비어져 나온 피에 그녀의 타액이 섞여간다. 그 때마다 소년은 상처에 배어드는 고통으로 움찔거렸다. 예술가의 혓바닥이 작품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때마다 작품이 쾌락에 요동친다. 둘은 오랜 시간동안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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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후아아...

어서 써야되는데...


p.s 파우스트 문학상 발표가 내일입니다. 저도 이 소설로 공모를 했는데

과연 결과가 어떨지... 후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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