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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룬 [Ultimate Loon]
The First Chapter ~Cross~


동방불패. 태초의 무인으로서, 무의 궁극을 깨달은 덕분에 시간과 공간이라는, 필멸자로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속박을 끊고, 까마득히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

그의 본명은 따로 존재하나, 본인은 동방불패로 불리길 좋아한다. 물론, 그의 본명을 기억하는 존재는 드물고, 몇몇의 그 드문 존재 역시 동방불패의 의사를 따라 동방불패라 부르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수많은 라이벌과 적수를 상대하고 쓰러뜨려 왔지만, 그 덕분에 많은 적을 만들어버렸고, 또 차원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자신의 힘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 동방불패는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더 젊고 활기찬 누군가를 통해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긴 시간동안, 동방불패는 여러 명의 제자를 거두었고, 저마다 정의와 힘을 갖춘 강인한 전사로 키워냈다. 하지만 그들은 동방불패의 위치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시간의 발톱 혹은 적의 검에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동방불패는 자신이 가진 깨달음을 완전히 전수할 비범한, 그리고 가능하면 수명이 긴 존재를 찾아다녔고 그 후보로 발견된 것이 샤이를 비롯한 4명 이였다.

그중 샤이는 달의 여신을 모신 신전에 맡겨진, 현명하고 침착한 성격의 소년으로서 달의 여신의 먼 후손이었다. 마침, 동방불패는 달의 여신과 친분이 있었고, 달의 여신 역시 자신의 후손이 동방불패에게 수련을 받는다면 좋을 것이라 판단하여 샤이를 맡겼다.

그렇게 맡겨진 4명모두는 기대를 뛰어넘는 소질을 보이며, 하나하나 동방불패의 지식을 습득해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가르침을 꾀부리지 않고 정진정명하는 태도로 받아들이는 제자의 모습에 동방불패도 점차 애정을 느꼈는지, 그렇게 그들은 사제지간이라기보다는 부자지간에 가까운 모습으로 수련에 임했다.

그렇게 샤이를 비롯한 4명이 동방불패와 수련을 시작한지 50여년, 각기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먼 존재인 4명이였기에 그들의 수명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었고, 그에 따라 여타 제자들과는 달리 비교적 긴 시간을 수련에 힘쏟을수 있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올린 끝에, 4명 모두가 ‘무인’ 이라고 함에 부족함이 없어질 정도로 성장하자, 동방불패는 개개인 1명에 걸맞은 무구를 찾아주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러 떠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그들 4명은 수련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 휴식을 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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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 [ 샤이 리플렉션 드 라이네스 ] 58세, 반신인, 풍뢰風雷 근접 계열
무신 ‘동방불패’ 의 제자이자, 현존하는 8명의 반신인중 1인, 달의 여신과 그를 모시는 사제 사이에서태어난 어찌 보면 불륜에 의해 태어났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은 아직 비밀에 쌓여있기에 정확한 진실은 알수 없다. 8살부터 동방불패와 같이 기거하면서 약 50여년을 수련해왔기에 그 실력은, 지금 당장 세계에 나가도 강자로 인정받을 만큼의 실력을 쌓고 있다.
동방불패 외에도 의형제가 있으며 동방불패의 선대 제자들과도 친분을 가지고 있다. 작중 등장하는 아스타로테 와의 관계는 아직 미지수.


꼬마 [ 아스타로테 ] 15세, 인간, 땡깡 계열
정체를 알수 없는 살인마에 의해 부모님을 모두 잃고서, 살아갈 곳이 없어지자 마땅한 계획도 없이, 무작정 무신이라고 불리는 동방불패에게 양친의 복수를 의뢰하기 위해 무신의 숲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향한 아스타로테는, 가까스로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었다. 막연한 기대를 품고 동방불패에게 복수를 의뢰한 아스타로테였지만, 의외로 선뜻 승낙해준 동방불패에게 막연한 감사함을 품고 있다.
물론 실제 복수를 행하러 나간 것도, 이뤄주게 될 사람도 샤이겠지만, 그 사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아스타로테였다.


무신 [ 동방불패 ] ?세, ?, 영혼永魂 소멸 계열
통칭 ‘일좌 이패’중 일패.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세월을 살아온 전설의 무인으로서 그 강함은 글자로 표현하거나, 언급 혹은 객관적 데이터를 분석할 수 없다. :세명: 이라고 불리는 개념 속에서도 최상위 계층에 존재하며, 신계,마계,정령계,환수계 등 모든 차원에서 조차 그의 이름은 강력한 위압을 줄 정도로, 현 차원에 존재하는 자중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일좌 세유’ 와 ‘이패 독고구패’ 의 2명으로 그 외에 존재에 있어선 감히 동방불패와 대적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궁극의 무인. 샤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64명에 이르는 제자들을 거둬들였으며, 그중 아직까지 살아있는 자들은 단 41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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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을 띄는 머리색을 가진 모험가 한명이, 방금 전까지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바라보며 도로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도로 옆에 펼쳐진 야생화와, 그 주변에 이리저리 자라고 있는 풀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섞인 바람이 불어왔다.
그것은,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축적된 모험가의 피로를 풀어주며 기분 좋은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그 모험가 청년은, 우두커니 선 채로 열심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쉬이익
텅 빈 도로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청년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흔든다. 바람에 흔들리는 은색 머리는, 청년의 인상을 더욱더 견고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전형적인 모험가의 복장인 후드와, 여행자용 배낭을 등에 메고 있고, 양허리에 걸려 있는 2자루의 대검은, 그가 결코 녹록한 모험가가 아니라는 것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주는 듯 했다.
그렇게 도로 한가운데에 막연히 서있기를 5분여, 그 사내는 슬슬 서있기가 질리는지 도로 옆으로 걸어가서는 이윽고 드러누워 버렸다.
이 사내의 이름은 샤이, 샤이 리플렉션. 무인이라면 누구나 스승으로 모시고 싶어 하는 최고의 무인 동방불패의 유일무이한 제자이자,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가진 청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그는 단지 할 일없이 무료하게 바람을 쐬고 있는 한명의 청년일 뿐이었다.

“지겹군, 벌써 1시간인가…….”

사실, 헌팅이 주된 목적은 아니지만 최초로 얻은 자유인데 마땅히 할 일도 없고, 그의 스승인 동방불패도 잠시 외출을 나간 터라 혼자서 수련을 하기도 적적한지 아무 여성이나 꼬셔서는 잡담이라도 나눌 생각으로 도로 한복판에서 약 10분째 대기 중인 샤이는 슬슬 무료함을 느끼는지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한없이 푸르른 하늘을 쳐다봤다.
…….
그런 샤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단지 푸르고 맑았다. 섬세한 직공인 이 정성들여 수놓은 듯 이미 그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그림’ 임이 분명한 하늘은 샤이의 아리송한 기분과는 달리 화사했으며,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맑군, 그것도 무척”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주구장창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샤이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자신이 한심스러운지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스스
샤이가 자리에서 일어남에 따라 아무리 도로 옆이라고는 해도 확실히 숲은 숲인지 샤이의 후드에는 군데군데 흙이 묻어 있었다.

“…….”

후드 자체가 이물질이 침입하기 어렵게 되어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흙이 묻은 건 아니었지만, 자신의 옷에 흙이 묻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나쁜지 샤이는 조금 감정이 담긴 손길로 흙을 털어나갔다.
-탁, 탁
…….기실, 흙이 묻었다는 사실보다도 그것을 털어여한다는 사실이 귀찮았을 뿐인 샤이였지만, 그것은 내면적인 이유였고 표면적으로 보기에 이 샤이 리플렉션이라고 하는 남자는 매우 청결한 듯 보였다.
이 사내를 좀 더 알아간다면 그게 그렇지만도 않다 는걸 알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와 가까운 사이인 몇몇 지인들만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제 3자가 보기에는 이 남자는 어쨌든 청결하게 보였다.

“…….오라지게 할 일 없군, 그냥 들어가서 잠이나 자야하나…….”

애써 흙을 터는 귀찬 음을 무릅쓰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방금 전과 별로 다를 바 없이 시간만 축내고 있던 샤이는 어느 순간, 미세하지만 숲의 초입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알아채고는 재빨리 입고 있던 옷을 단정히 하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 흐흠, 어흠!”

…….뭔가 구시대의 멘트와 함께 성대 테스트를 한 샤이의 목소리는 그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굵은 목소리였지만, 청음 이였기에 듣기 좋은 음성이었다.
여하튼, 음성 테스트 결과 자신의 목소리지만 본인이 듣기에도 나쁘진 않은지 잠시 가벼운 미소를 짓고는 샤이는 숙련된 청각에 의지해 방금 전 기척이 감지된 곳으로 달려 나갔다.
-쉬이익!
과연, 그동안 동방불패의 지도하에 행해 왔던 수련이 헛된 건 아니었는지, 샤이의 움직임은 엘프도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력으로 숲을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기척의 진원지에 당도 했는지 급속도로 달려오던 샤이는 가까스로 정지하고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본지 얼마지 나지 않아 샤이의 눈에는 이윽고 발자국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크기라,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면적은 넓지만 깊이는 얕다라, 촐랑거리길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덩치가 큰 사람인가…….제기랄! 어느 쪽도 반갑지 많은 않군.

거기까지 추론해내자 샤이는 불길한 느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서도 이 발크기와 매우 흡사한 사람이 있었다.
물론,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사이가 좋으리란 법은 없는 법. 지금 발견한 발자국과 비슷한 발자국을 가진 사람은, 샤이로서는 가급적 만나기 싫은 사람 중에서도 수위를 다툴만한 존재였다.
일단 보폭으로 이곳을 지나간 사람의 정체에 대해 추론해 내자, 자신이 원하던 여성이 아닐 것 같고, 웬만해서는 만나기가 꺼려지는 사람일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흥미가 가셨는지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다가, 이윽고 어차피 할 일도 없는 차이기에 미지의 방문자를 만나보기로 결심을 내렸다.

“뭐, 심심한 것 보다야 낳겠지”

마음을 정한 이상, 이곳에서 계속 어물쩍 거리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샤이는 근방에서 들리는 발검 을을 향해 걸어 나갔다.

“…….”

그리고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발견한 사람은, 그가 애써 머리를 굴려가며 추리했던 한 20대 정도의 우아하고 고귀한 미녀[애초에 그런 미녀가 이런 숲에 올 리가 없다는 건 이미 샤이의 머릿속에 없었다], 이거나 정말이지 만나기 싫은 ‘그 녀석’ 도 아닌, 한 15살정도 되어 보이는 묘령의 꼬마아이였다.

“뭐…….예상치 못한 결과로군, 단지 발이큰 꼬마라니…….거 참”

…….애써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예상이 틀린 사실을 변호해가며 샤이는 꼬마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곳은 어린애가 올만 한곳은 아닐 텐데?”

사람한테 말을 거는 것이 어색한 것인지, 대상이 어린애여서 흥이 나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샤이는 매우 건성으로 말을 걸며 소년의 앞으로 나섰다.
갑작스레 말을 걸어오는 샤이의 모습도 놀랍지만,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숲에서 인기척도 없이 갑작스레 등장한 샤이의 존재에, 꼬마는 흠칫 놀라며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에에?? 이런 곳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남에게 정체를 묻기 전에는 자기소개부터 하는 게 예의 아닐까요?”

분명 자신이 먼저 질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으로 답해오는 꼬마의 답변에 기분이 상한 샤이는 매우 퉁명스럽게 답해줬다.

“수많은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는 공전절후의 섹시보이 샤이 리플렉션이다.”

...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초면인 상대에게 갑작스레 말을 걸어 놓고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섹시보이’ 라고 소개하는 샤이의 태도에 꼬마는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얼마지 나지 않아 매우 흥미롭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정말 재밌는 사람이네요, 그래서 섹시보이께서 여긴 무슨 일이세요?”

아직 어린이다운 순진함이 남아있는건지, 아니면 단지 웃겨서인지는 인수 없지만 꼬마는 샤이의 자기소개가 정말 유쾌한지 힘차게 웃어재꼈다.
아무리 자기가 특이한 소개를 했다고는 하지만, 자기소개를 듣고 신나게 웃어대는 꼬마의 모습에 샤이는 약간 기분이 상한 듯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꼬마의 물음에 답해줬다.

“…….뭐, 특별히 볼일이 있는걸 아니고, 단지 이곳에 사람이 방문했다는 게 신기해서 들려봤을 뿐이다.”
“에에……. 어디 사시기에 제가 이곳에 들어온걸. 알아채셨는데요?”

별다른 의도 없이 순순히 내뱉은 샤이의 말에서 순간적으로 의아한 점을 발견했는지 물어오는 꼬마의 언동에 샤이는 조금 놀랐는지 꼬마를 잠시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이윽고 순순히 답해줬다.

“흐음…….뭐, 말해줘도 상관은 없겠지 난 이곳에서 약 30분정도 떨어진 오두막에서 살고 있다.”
“에에!? 이…….이곳은 무신님께서 사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바로 그 무신 동방불패의 제자가 눈앞에 있다 는걸. 꼬마가 알 가능성은 아주 없었다.

“맞다. 이곳은 무신 동방불패가 살고 있는 숲이지”
“그…….그럼, 어떻게 형은 이곳에서 살고 있는 거죠?”

동방불패의 거주지임에도 불구하고 샤이가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이상했는지, 꼬마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지으며 샤이에게 물어왔다.
기실, 동방불패가 무슨 깡패도 아니고 자기가 사는 주변에 사람이 산다. 고해서 내쫓을 사람도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꼬마가 알고 있는 무신이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혼자 바둑이나 둬가며 사는 신선 같은 존재였다.

“거참, 이상한 질문을 하는군, 무신이 사는 곳에서 사람이 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거냐?”
“으음…….그런걸 아니지만, 보통 신선들은 아무도 없는 숲에서 혼자 살지 않나요?”

…….아무래도, 꼬마가 생각하고 있는 무신 동방불패의 이미지는 아무도 없는 숲에서 혼자 유유자적 하게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수염긴 할아버지의 이미지이었음이 분명하다.

“그건 어디 사는 신선이냐, 안타깝지만 사부님은 털털한 성격이라 말이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에!?”

순간, 샤이가 동방불패를 지칭하는 호칭이 사부였음을 알아챈 꼬마는 자신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존재가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존재인 ‘무신 동방불패’ 의 제자를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했는지 소리쳤다.

“와와와! 진짜에요!? 형이 무신의 제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얼빠진 질문이나 던지고 있던 꼬마가 갑작스레 흥분한 듯 자신을 향해 물어오는 행동에 샤이는 조금 움찔했지만, 이윽고 방금 전에 자신이 동방불패를 지칭한 호칭에 문제가 있었다. 는걸. 깨달았는지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답해줬다.

“뭐, 내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그건 그렇고…….쓸데없이 잡담이 길어졌는데…….아직 어린 나이인 네녀석이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뭐지? 이곳은 위험한 몬스터가 가득한 곳이야, 숙련된 헌터라고 해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곳이란 말이다. 네녀석도 운 좋게 나를 만나지 못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지금까지의 나른하게 대답해주고 있던 태도와는 달리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어째서 이곳에 들어왔는지를 추궁하는 샤이의 얼굴엔 방금까지 보이던 장난스러움이나, 가벼운 표정은 없었다.
물론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은 자신을 비롯한 4명의 경험치로 산화한지 오래였지만, 그 사실까지 말해줄필요는 없었다.

“에…….아하하, 그건 그냥 넘어가주시면 안될까요.”

자신을 걱정해주는 샤이의 말이였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샤이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한 듯 꼬마는 어설픈 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전환하려고 했다.
라지만, 샤이가 그리 어수룩한 사내는 아니었기에 안타깝게도 구렁이 담넘어가듯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꼬마의 의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물론 안 되지”
“…….아차, 차차! 이거, 가장 중요한걸. 잊고 있었네요~! 우리 서로 자기소개하기로 해요! 제 이름은 아스타르테 에요! 헤헤, 형의 이름은 뭐죠?”

일단 화제 전환이 실패했다고는 해도, 최대한 언급을 뒤로 미룰 생각인지 꼬마는 자기소개라는 화제를 꺼냈고, 샤이도 일단은 대화를 지속하려면 서로 간에 이름정도는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는지 내키지 않는 표정이지만 확실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으음…….내 이름은 샤이, 샤이 리플렉션이다. 네녀석도 알겠지만 무신 동방불패의 제자지, 현재 나이는 58살 이다. 성별은 남자고, 현재는 여성 헌팅을 위해 대기 중이다.”

…….뭐랄까, 묻지도 않은 일까지 척척 대답해주는 샤이의 모습은 좋게 말하면 친절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적대감이 전무하다고 해야 됐다.

“헌팅중이라, 재밌는 형이긴 한데…….지금의 형의 모습은 도저히 58세 로는 보이지 않는걸요?”
“음, 뭐 특별할건 없다. 원래대로라면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겠지만, 안타깝게도 난 순수 인간이 아니라, 신과 인간의 혼혈아다. 반신반인…….역사적으로 유명한 영웅들이 지녀야했던 숙명이지”

반신반인半神半人 이라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데 있어서 샤이는 아무런 주저가 없었다. 뭐 굳이 이 사실이 숨겨야 할 것도 아니고, 꺼려지는 사실도 아니라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신과 다른 종을 용납하지 못하는 종이기에, 적대감을 불러올 수 있었지만 그런 세세한 감정들은 샤이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하는 아주 소소疎疎한 일상에 불과했다.

“…….반신반인이라, 쿠훌린이나, 헤라클래스, 길가메시 같은 분들처럼 말인가요?”
“아니, 그분들이랑은 다르다. 그분들은 고신들과의 혼혈아인 진신인이라면, 난 단지 일반 신과 사람의 혼혈아인 반신인 이다. 진신인과 반신인의 차이는 크지”

뭔가 전문용어가 술술 나오자, 아스타로테는 도통 뭔소리를 지껄이는지 이해가 안 가는지 의문스런 표정으로 되물었다.

“…….으으…….진신인은 뭐고, 반신인은 뭐죠?”
“하긴, 모르는 게 정상이려나.…….뭐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진신인의 경우 노력여하에 따라 신의 좌에 오를 수도 있는 반쯤은 하급신 같은 존재라면, 반신인 같은 경우 그 능력이 출중하건, 어떻건 간에 신이 될 수는 없는 단지 반신의 존재지”

샤이 딴에는 비교적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준거지만, 아직 아스타로테의 표정은 ‘영 아니올시다.’ 이었다, 뭐 그거야 평소에 살던 세계가 다르므로 그런것이였지만…….

“아아~ 그렇군요.”
“전혀 그렇지 않은것 같은데, 뭐 그래서 이곳에 온 이유가 뭐라고?”

안타깝게도, 아스타르테의 노력은 샤이의 집요한 공격에 의해 무로 돌아갔다.

“에…….끈질기네요. 형, 에에…….좀 황당할 수도 있지만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요.”

내심 어떤 이유를 말하건 간에, “이런 개념 없는 색휘!” 하면서 엉덩이나 몇 대 톡톡 치면서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을 하며 샤이는 아스타로테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 샤이의 여유 있는 표정을 바라보던 아스타로테는 뚱한 얼굴로 답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네요, 뭐…….이곳에 온 이유는 여기가 제 새로운 보금자리로 정해졌다! 라는거에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개념상실 답변에, 방심하고 있던 샤이는, 기절할 듯 놀라며 물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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