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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4)[6]

2006.12.28 23:02

울프맨 조회 수:159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로군.”



영준은 아예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는 휴대폰 액정을 보며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언제나 예비 배터리를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만큼 배터리부족으로 전원이 켜지지 않는 그런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아마도 이 사태랑 관계가 있겠지........”



쓸모없어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는 영준의 눈에 병원 1층 로비의 전경이 들어오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멀쩡하네.”



영준은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찬찬히 발걸음을 옮겼다.

병원은 시체가 걸어 다니고 정문 밖으로 나갈 수없는 초현실적인 일이 난무하는 밖에 비해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로비의 의자들은 사람들이 보기 좋게 열을 맞춰 잘 정돈되어 있었으며, 원무과나 접수처의 불은 저녁을 맞이해 그 백색 형광등을 밝게 켜놓은 상태였다.

칠흑 같은 어둠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밖에서의 상상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 단 하나. 명확하게 드러나는 점만 아니라면, 영준은 잠시 자기가 꿈을 꿨다고 생각할 만큼 병원 내부는 현실적이었다.



[면회시간은 6시까지입니다. 환자의 안정과 건강을 위하여 반드시 준수해 주세요.]



이런 접수처에 놓인 안내팻말하며...........

의자에 펼쳐져 있는 잡지책과 신문들, 엘리베이터를 반쯤 나오다만 휠체어, 누군가를 배웅하러 나온 것인지 링거를 맞는 중에 나온 것 같은 링거걸이... 이러한 모든 것이 병원이 밖의 일들과는 관계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단, 아무리 현실적인 환경도.......... 하나의 요소가 실종되면 비현실로 변하곤 하는데 지금의 병원이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활짝 열린 엘리베이터에 걸쳐있는 휠체어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링거걸이 역시 주인을 잃은 채, 금속막대 혼자 덩그러니 서있을 뿐이었다.

접수처도 마찬가지였다.

멈추어있는 접수처의 바늘시계는 8시가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시간으로 미루어 봐선, 당연히 한 사람쯤은 남아서 야근을 섰어야 하겠지만, 접수처 역시 몇 가지 서류를 테이블위에 흩어 놓은 채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부터였겠지......................’



영준은 우진이 떨어지기 전, 신병동에서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을 때를 다시 떠올렸다.

그 묘지와 같은 소름끼쳤던 적막은 분명, 인적이 사라진 신병동을 본 영준이 본능적으로 느낀 불길함이었던 것이었다.

이미 그때 신병동의 모든 사람들은 죽었거나 사라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후에 혹은, 동시에 영준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던 이상한 힘이 생겨났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라지기전에 생겨났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랬다면 분명 다인은 호들갑을 떨었을 테니까..........

영준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구병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누나나 소연이는 괜찮을 거야.’



처음 녀석이 주시했던 것은 분명 신병동.

그렇기에 그 섬뜩한 기운도 구병동에서는 느껴지지 않았고 사람들이 실종된 것도 신병동에 국한된 것이 분명했다.

설혹 구병동 역시 마찬가지라고해도 영준은 갈 수 없었다.

그렇게 하면, 영준이 일부러 아무런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신병동으로 온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게다가 이제 와서 구병동으로 가서 시간을 번다해도 그곳에 갖춰진 준비는 영준 한 사람을 위한 것일 뿐.

그곳에 있는 소연과 다인까지 챙길 여유가 영준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누나와 소연인 괜찮아. 위험한 것은 바로 나. 지금의 나다.’



영준은 구병동에 관한 일 따위는 접어두기로 마음을 다잡으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문 하나를 걸어 잠갔다.

신 병동의 기물이나 장비를 잘 모르는 영준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대비였다.

비록, 1층 쪽에서 잠그는 것이어서 얼마든지 다시 열고 올라올 수 있겠지만, 바닥을 기어 다니는 녀석으로선 손잡이를 돌리는 것 마저 버거운 일.

영준은 비상구의 문들을 하나만 남기고 모두 잠가버리고 싶었지만, 촉박한 시간상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쪽의 두 개정도만 잠그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서 1층에서 올라오는 방향의 문 몇 개를 잠그면 되고, 마찬가지로 3층에서도, 4층에서도, 아래에서 올라오는 쪽의 문만 잠가주면 숨지 않고도 30분을 버티는 것도 걱정이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했지만, 지금은 왠지 멈춰있으니 예외.



“아차~ 무기~”



발걸음도 가볍게 2층으로 올라가려던 영준은 구병동에서의 절망적인 육탄돌격을 떠올리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중간에 따라잡힐 일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지만, 언제나 만약의 대비는 상정하는 것이 좋았다.

게다가 녀석이 10분후에 약속을 얌전히 지켜준다는 것을 누군가 보장해주지도 않는 일.

영준은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입구 쪽에 주인 없이 덩그러니 서있는 링거걸이를 뽑아내었다.

비록 얇고 가는 몸을 지닌 물건이지만, 이래봬도 재질은 단단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녀석이었다.

그리고 가볍고 가늘다는 것도 힘없는 영준이 사용하기엔 안성맞춤인 물건이었다.

무기도 손에 넣었겠다, 웬만한 준비는 다 되었다고 생각한 영준은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입구의 문을 잠가놓았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리였기에 2층으로 올라가 1층에서 올라오는 문들을 잠그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영준은 입구의 로비에서 좌측에 위치한 응급실 쪽으로 향했다.

가까운 비상계단은 반대쪽에 있었지만, 입구에서 가까운 또 다른 입구는 바로 응급실 입구였다.

입구가 잠긴 것을 확인한 상대가 입구를 부수지 않고 돌아온다면, 가까운 응급실을 잠그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응급실 쪽에도 비상계단은 있었으므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영준은 응급실 쪽을 향해 천천히 걸으며 생각했다.



‘녀석은 왜 ........’



로비와는 달리 응급실로 향하는 복도의 불은 켜져 있지 않았다.



‘분명히 정문에서 녀석은 날 죽일 수 있었는데........’



복도는 길었다. 그리고 그 끝에 작게 열린 응급실의 문틈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미미하게 새나오고 있었다.



‘왜 내기를 받아들인 거지.....?’



분명히 영준은 정문에서 절망의 순간을 맞이했다.

동시에 그것은 상대에게 있어 최고의 찬스.

그러나 영준을 놀잇감 취급하는 상대의 태도와, 살의 너머로 엿보이는 여유는 영준에게 모종의 가능성을 보여다 주었다.

그런 녀석들은 시시한 상대보단 발버둥치고 발악하는 상대를 재밌어하는 타입일 가능성이 컸고, 거기다 가장 중요한 ‘기왕 죽느니 시도라도 해보자’라는 체념 아닌 체념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내기로 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는 그것을 허락했다.

단 10분이었지만, 그것은 영준에게 있어 잠깐의 목숨연장이 아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히든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천금과도 같은 시간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달랐다.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영준이었지만, 상대방이 질질 기어 다니는 시체가 아니라 하더라도 5층짜리 건물에서 사람을 10분 안에 찾아내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준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상대가 자만하고 영준을 깔보고 있거나, 혹은 5층의 건물 안에서 영준을 10분 안에 잡아낼 수 있는 수단을 지니고 있는 종류였다.



‘문부터 닫자.........’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급하게 걸었기에 영준은 어느새 응급실 앞에 도달해 있었다.

영준은 문을 닫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살며시 문짝에 손바닥을 대었다.

그리고 영준은 생각하지 않아도 해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상대가 왜 내기를 수락했는가를...............

문은 영준이 아무리 밀어도 닫히지 않았다.

붉은 손. 바닥과 문을 붉게 물들이는 붉은 손이 문틈에 끼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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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올리는군요........; 너무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은 왠지......... 아이디어가 모자라지도 않은데도...... 써지질 않는군요....

펜으로도 키보드로도 쓰고나면 다음문장이 마음에 안들어서 지우고 지우고 또지우고 하다보니...

3주가까이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슬럼프라고 해야하는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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