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4)[5]
2006.11.22 00:16
그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비록 지금 빌린 아이의 몸이 심하게 망가져 거동하는 것에 큰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런 그녀의 불편함과는 상관없이 눈앞의 먹잇감은 병원 밖을 나가지 않고 있었다.
녀석은 도로를 눈앞에 두고 바보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대로 녀석이 전력으로 도망쳐버린다면 이렇게 기어 다니지 밖에 못하는 자신의 몸으로는 녀석을 잡을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녀석이 나갈 일을 대비해 그녀의 동료가 병원 밖에서 매복하고 있으니 대로로 도망친다 해도 놓칠 가능성은 0에 가까웠지만, 가능하면 자신의 손으로 잡아 없애는 것이 어제의 참패에 대한 면목도 서고 좋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녀석은 다 도망가서 나가지 않고 눈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끝난 모양이구나?”
눈치를 채고 학교를 조퇴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좋은 판단이었지만,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의 한계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믿을 구석이 없는 보통 사람은 자신의 상식 밖이나, 한계 이상의 일에 부딪히고 나면 쉽게 무너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년을 죽이 기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냥 죽여야 한다면 지금까지 시간을 질질 끌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 ‘해야 할 일’을 위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당신.”
소년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내기를 하자.”
“뭐....?”
소년의 눈은 묘한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자신이 죽는 것이 분명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물론 뒤로 돌아 문밖으로 나가도 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 역시 죽음뿐이다.- 겁을 먹지도 않고 당황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죽은 사람이 기어서 자신을 쫓아오는 생전 처음 겪는 것이 분명한 비현실적인 상대를 눈앞에 두고 협상을 하려하고 있었다.
‘도대체 뭘 믿고....?’
그러나 소년은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20분.... 아니 10분 동안만 술래잡기를 더 하자.... 그 안에 내가 잡히면........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해도 좋아. 하지만 만약 그 시간 안에 잡지 못하면.”
‘목숨을 구걸할 생각인가....?’
보통의 내기라면 자신에게 가장 해가 될 것과 가장 이득이 될 것을 담보로 삼는다.
그렇지 않으면 내기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소년의 제안은 또다시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고 말았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하게 해줘.”
재미있는 녀석이다............... 그녀의 기분에 따라 그녀가 빌린 몸 역시 입 꼬리가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뭐 좋아.”
그녀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수궁했다.
그러나, 속으로 자신의 계획대로 되었다며 좋아할 녀석에겐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이런 병원에서 10분은 너무 적었다.
분명 질질 기어 다니는 자신으로부터 10분이면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겠지만, 오히려 10분이면 그녀가 사냥하는 기분을 충분히 내고도 소년을 잡기에 넉넉했다.
그녀는 넉살좋게 웃으며 소년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그리고 소년은 그것만을 기다렸다는 듯, 혹은 그녀의 마음이 변하기전에 도망치려는 것처럼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소년은 병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중간에 자신의 말을 들은 듯, 잠시 멈칫거리기는 했지만,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라 여기지 않았는지 다시 달리기 시작해 곧 병원 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저 안에서 시간을 벌 생각인가....?’
5층짜리 건물에 숨어버린다면 아무래도 찾는데 애를 먹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10분을 넘길 수 없다.
“병원을 고지로 삼은걸 후회하게 될 거야......”
소년은 분명 인적이 많은 병원이라면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 여긴 것이겠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병원엔 사람만큼이나 시체가 많다는 것을..............
이미 많은 수의 그림자가 소년이 사라진 신병동의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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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연재입니다...만 겨울방학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0-
꽉막힌 제방이 툭 터질만큼 시간의 여유가 생길 그런 날만을~~~~
비록 지금 빌린 아이의 몸이 심하게 망가져 거동하는 것에 큰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런 그녀의 불편함과는 상관없이 눈앞의 먹잇감은 병원 밖을 나가지 않고 있었다.
녀석은 도로를 눈앞에 두고 바보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대로 녀석이 전력으로 도망쳐버린다면 이렇게 기어 다니지 밖에 못하는 자신의 몸으로는 녀석을 잡을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녀석이 나갈 일을 대비해 그녀의 동료가 병원 밖에서 매복하고 있으니 대로로 도망친다 해도 놓칠 가능성은 0에 가까웠지만, 가능하면 자신의 손으로 잡아 없애는 것이 어제의 참패에 대한 면목도 서고 좋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녀석은 다 도망가서 나가지 않고 눈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끝난 모양이구나?”
눈치를 채고 학교를 조퇴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좋은 판단이었지만,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의 한계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믿을 구석이 없는 보통 사람은 자신의 상식 밖이나, 한계 이상의 일에 부딪히고 나면 쉽게 무너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년을 죽이 기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냥 죽여야 한다면 지금까지 시간을 질질 끌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 ‘해야 할 일’을 위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당신.”
소년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내기를 하자.”
“뭐....?”
소년의 눈은 묘한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자신이 죽는 것이 분명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물론 뒤로 돌아 문밖으로 나가도 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 역시 죽음뿐이다.- 겁을 먹지도 않고 당황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죽은 사람이 기어서 자신을 쫓아오는 생전 처음 겪는 것이 분명한 비현실적인 상대를 눈앞에 두고 협상을 하려하고 있었다.
‘도대체 뭘 믿고....?’
그러나 소년은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20분.... 아니 10분 동안만 술래잡기를 더 하자.... 그 안에 내가 잡히면........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해도 좋아. 하지만 만약 그 시간 안에 잡지 못하면.”
‘목숨을 구걸할 생각인가....?’
보통의 내기라면 자신에게 가장 해가 될 것과 가장 이득이 될 것을 담보로 삼는다.
그렇지 않으면 내기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데..... 소년의 제안은 또다시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고 말았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하게 해줘.”
재미있는 녀석이다............... 그녀의 기분에 따라 그녀가 빌린 몸 역시 입 꼬리가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뭐 좋아.”
그녀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수궁했다.
그러나, 속으로 자신의 계획대로 되었다며 좋아할 녀석에겐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이런 병원에서 10분은 너무 적었다.
분명 질질 기어 다니는 자신으로부터 10분이면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으리라 자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겠지만, 오히려 10분이면 그녀가 사냥하는 기분을 충분히 내고도 소년을 잡기에 넉넉했다.
그녀는 넉살좋게 웃으며 소년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그리고 소년은 그것만을 기다렸다는 듯, 혹은 그녀의 마음이 변하기전에 도망치려는 것처럼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소년은 병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중간에 자신의 말을 들은 듯, 잠시 멈칫거리기는 했지만,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라 여기지 않았는지 다시 달리기 시작해 곧 병원 안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저 안에서 시간을 벌 생각인가....?’
5층짜리 건물에 숨어버린다면 아무래도 찾는데 애를 먹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10분을 넘길 수 없다.
“병원을 고지로 삼은걸 후회하게 될 거야......”
소년은 분명 인적이 많은 병원이라면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 여긴 것이겠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병원엔 사람만큼이나 시체가 많다는 것을..............
이미 많은 수의 그림자가 소년이 사라진 신병동의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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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연재입니다...만 겨울방학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0-
꽉막힌 제방이 툭 터질만큼 시간의 여유가 생길 그런 날만을~~~~
미묘하게 자신감에 찬 주제에, 간과하고 있군요. [...]
멍청하면 용감하다─ 라는 거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