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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HIM(힘) -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

2006.10.04 18:55

絶影 조회 수:166

어차피 행운이던 불행이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





해가 졌다. 밝고 활기찬 빛의 축복은 사라지고 안식과 고요의 어둠이 그 자리를 서서히 차지해갔다. 시간은 9시. 10월이 돼서 그런지 서늘한 바람이 사람들 사이로 살짝 스쳐대고 있었다.


"으으으...... 춥다."


안경을 낀 평범한 '소년'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수많은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표본 상을 뽑는 다면 당당히 노미네이트될 기억하기 힘든 평범한 소년이다. 여하튼 '소년'이 추워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의 교복은 날씨에 맞지 않게 하복이었다. 필시 학교에서 동·하복 혼용기간을 넘기고도 바보같이 버릇대로 입고 나온 것이리라. 그래서 교문에서 몇 대 맞고 교실에서 담임선생님께도 몇 대 맞았으리라. 이 학생에게는 감히 선생님에게 반항하고 싶어서 하복을 입었거나 애들에게 튀어보일려고 입은 것은 절대로 아닐 테니 말이다. '소년'의 이름은 김현수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다는 김씨에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름을 가진 소년이었다.


현수는 시계를 보더니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다. 자신만이 아는 지름길이기 때문이었다. 슥슥 능숙하게 요리조리 골목들을 빠져나간다. 가끔 있는 불량배들만 조심하면 집에 가는데 10분이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현수의 표정은 매우 무료해 보였다. 언제나 똑같은 일상. 평범함의 연속. 성적도 평범. 그저 반에서 10등에 왔다 갔다. 그렇다고 특기도 없다. 컴퓨터? 조금 하지만 요즘 그 정도는 컴퓨터를 하는 축에도 못 낀다는 것은 잘 숙지하고 있다. 이대로 학교를 다니다 적당히 수능을 보고 적당한 대학에 들어가 좀 놀다 군대로 가고 2년을 구르고 다시 나와서 취업준비를 해 어딘가 적당하고 평범한 직장을 얻을 것이다.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평범한 여자와 결혼을 하겠고 자식 낳으면 교육비 때문에, 거기다 내 집 마련문제로 골 싸매고, 뼈빠지게 일하고, 결국 조그마한 집을 담보 대출로 산뒤 그 금액을 갚으면서 평생동안 살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이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없는 자신. 더욱더 무력함을 느낄 뿐이다. 삶의 변화. 혼자서 이룰 수 없다. 그렇다면 촉매, 무언가 스펙터클하고 판타스틱한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있을 리 없겠지만 말이다.


탁탁


막 모퉁이를 돌 때였다. 어두운 골목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크!"


현수는 급히 모퉁이에 숨고 누군 지를 살폈다. 불량배면 얼른 도망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에? 헉! 피, 피다.......!"


골목에서 튀어나오나 남자는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파란색의 타이즈 같은 옷 위에 무언가 갈색의 갑옷 같은 보호구를 걸친 매우 이상한 차림이었으나 피투성이가 된 채 어깨를 부여잡고 절뚝거리며 달려오는 모습에 현수는 그의 옷차림 따위를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남자는 그때 무언가를 눈치 챈 듯 현수를 흘깃 보더니 흠칫 놀라며 자신이 달려왔던 곳을 노려보았다.


"큭! 제기랄! 벌써 따라잡히다니......... 이제 마지막인가? 빌어먹을! 다리만 안 당했어도......!"


남자는 분한 듯 이를 갈더니 결심한 듯 무언가 자세를 잡기 시작하였다. 현수는 이 상황에서 어서 도망쳐야한다고 이성이 미친 듯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지만 이성 따위는 우습다는 듯이 호기심이란 존재가 그의 다리와 몸을 점령하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혼자 가지는 않겠다!"


씹어내듯 말을 뱉어낸 남자의 주위로 갑자기 푸른색의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현수는 숨을 삼키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현수의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저것은 뭘까? 이거 무슨 TV쇼 아니야? 영화 촬영중인가? 특수효과? 나 혹시 낚인 거 아냐? 몰래카메라라 든지, 아니 아니, 애초에 특수효과는 찍은 후에 컴퓨터로 처리하는 게 아니었나? 혼란스러워진 머리와는 별개로 눈은 사내에게 고정된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새 가슴 앞에 모인 남자의 손바닥 사이에서 무언가 반투명의 구체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휘오오....


그것은 소리를 내며 점점 커져 갔고 결국 축구공 정도의 크기까지 커졌다.


"흡...!"


그때 남자가 힘을 주는 듯한 기합 성을 내자 갑자기 축구공 만하던 구체가 갑자기 야구공 만한 크기로 압축되었다.


뚜벅뚜벅


그 구체가 압축되자마자 골목 저편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딱딱한 구두소리였다. 잠시 뒤 드디어 약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구두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하얀색 턱시도를 입고 담배를 꼬나 문 금발의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였다. 눈매가 매우 매서웠지만 나머지 외모가 그 단점을 보완하고도 남았다. 황금 같은 금발이 그의 걸음을 따라 살짝 흔들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


금발의 남자는 걸음을 멈추더니 반투명의 구체를 만든 남자를 그 신비로운 초록색 눈으로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이 엄청난 미남에게 현수는 눈을 떼지 못하였다. 이미 이 상황은 영화촬영이라고 생각한 현수였다. 아니면 저렇게 잘생긴 미남이 나올 리가 없는 것이다. 운좋게 영화 촬영 장소에 온 거고 거기다 이미 촬영이 시작되어서 나를 제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저 미남은 아마도 헐리우드의 신인 배우일 것이다. 라고 멋대로 생각하며 숨죽이고 눈앞에 상황에 집중하였다. 어찌되었든 특별한 구경거리였으니까





그러나 현실은 현수의 생각처럼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는 개미 한 마리조차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 거북한 대치상황을 깨뜨린 것은 금발의 남자였다. 아니, 대치상황도 아니었다. 푸른색 옷의 남자만이 살기를 뿜어대고 있는 것뿐이었다.


"후우........"


자신을 향해 쏘아져 오는 살기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금발 미남은 여전히 푸른색 옷의 남자를 주시한 채 조용히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눈부시게 하얀 장갑을 낀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허공 중에 흩어졌다. 남자는 연기를 내뱉은 다음 입끝을 아주 약간 올렸다. 이것은 남자를 만났다는 것의 미소가 아니라 그저 담배 맛이 좋다는 의미의 미소였다.


"뿌득......!"


그의 미소와 함께 이가는 소리가 들리며 그를 향하던 푸른색 옷의 남자의 살기가 더욱 증폭되었다.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던 현수에게까지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미칠 정도였다.


"대답은?"


푸른 옷의 남자의 적대감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금발의 미남은 여전히 무심한 눈길로 그를 주시하며 간단한 물음을 던졌다.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에.....? 한국말?'


외국인인 줄 알았던 그는 뜻 밖에도 한국어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의문어 한 단어만으로 전후 사정을 알리 없었다. 그래도 무슨 대답을 할까 싶어 현수는 금발남자에게 눈을 떼고 그 물음의 대상이었던 푸른색옷의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질끈


그러나 남자의 대답은 말이 아닌 행동이었다. 남자는 입술을 깨물더니 커다랗게 외치며 구체가 쥐여진 오른손을 힘껏 내질렀다.


"이거나 먹어라! 에어 버스터(Air Burster)!"


쉬이이익!


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소리를 내며 반투명의 조그마한 구체는 금발 남자의 얼굴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방어할 틈도 없었다. 푸른옷의 남자가 그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 극한으로 압축시킨 공기를 한순간에 터뜨리는 기술로써 파괴력은 컴포지션 C4에 버금갈 정도이다. 아니, 공격대상에 한해서는 그런 폭탄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기술이었다. 자신도 공격에 휩쓸릴게 뻔하지만 같이 죽기로 한 이상 아쉬울 건 없었다.


"..........!"


그러나 남자의 생각과는 달리 그 구체가 남자의 얼굴에 다다른 순간 구체가 갑자기 아무 소리 없이 소멸해 버렸다.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헉! 마, 말도 안돼!!! 그, 그건.......!"


키이잉!


남자가 경악의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날카롭고 소름끼치는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


현수는 기분 나쁜 소리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폈으나 아무 일도 없었다. 금발 남자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고 있었고 반투명의 구체를 날린 남자는 눈을 부릅뜬 채 무릎꿇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끄르륵!"


푸화확!


그때였다. 갑자기 푸른 옷의 남자가 피끓는 소리를 내더니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슴께에 빨간 실선이 생기는 듯 하더니 곧 엄청난 기세로 피를 분수처럼 내뿜으며 깔끔하게 이등분되었다. 많은 양의 피가 사방으로 분출되었고 바닥에 작은 연못을 만들 정도였다. 인간에게 이렇게 많은 피가 들어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붉디 붉은 진홍색의 피. 너무나도 갑작스런 끔찍한 광경에 현수는 넋을 잃어버렸다. 그러다 남자의 피가 흘러 자신의 발을 적시자 그제야 기겁하며 물러섰다.


"히, 히익! 피, 피! 사, 살인이야!!!!"


이미 머릿속에는 영화고 무엇이고 없었다. 제대로된 사고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현수는 뒷걸음질치다 그만 떨리는 다리가 엉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으, 으아아!!!! 사, 살려주세요!"


너무나 떨려 잘 안 움직이는 팔다리로 최대한 뒤로 기어가려고 애쓰며 현수는 무심한 눈으로 자신을 주시하는 금발 남자에게 애원했다.


스윽


금발 남자가 천천히 새하얀 장갑이 끼워진 오른쪽 손을 들어 올렸다. 현수는 저 남자의 손짓이 아까 전의 상황을 재현 할 것이라는 확신과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그 대상은 자신이었다. 완전한 공포였다. 아까 전까지의 안이하던 생각은 단숨에 날아갔다.


피.


눈앞에서 피보라를 보았다.


한 생명이 간단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 다음 대상은 자신이었다.
눈동자는 쉴새없이 떨렸고 턱도 가만히 있지 못하였다.



죽음



그것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남자의 손이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눈에 새기듯이 보였다. 오른쪽 어깨 쪽에서 천천히 아름다운 호선을 그리며 새하얀 빛은 사신의 낫과 같이 내려왔다.


그때였다.


사락


옷자락이 스치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가 현수의 시야를 가렸다.


키이잉!


그와 동시에 다시 들려오는 죽음의 선고.


그러나 아까 와는 다르게 그 소름끼치는 소리 뒤에 붉은 색의 유혈이 낭자한 결말은 없었다.


"..........?"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며 현수는 급히 자신의 가슴을 확인했다.


멀쩡했다.


"후, 후하......하아......."


자신도 모르게 참았던 격한 숨이 내쉬어졌다. 그리고 갑작스레 들려오는 청아한 목소리.


"이런이런...... 정말 못 말리는 사람이군요. 당신은......"


현수는 목소리가 들린 후에야 자신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존재를 눈치챘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렸다. 현수가 처음으로 본 것은 흑과 백이었다.


"아......."


그러나 곧 그것이 머리카락임을 깨달았다. 뭐든지 빨아들일 것 같은 검은색과 너무나도 순결해 보이는 하얀색 머리카락의 주인공은 한 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아까의 금발 남자를 향해 안타까운 듯이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


금발 남자의 눈썹이 살짝 들려졌다. 의외의 인물의 출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출현한 인물이 놀라운 것인지는 몰라도 놀라고 있음이 확실했다. 그리고 말없이 손을 들어올려 다시 한번 휘둘렀다.


키이잉!


또 다시 울려 퍼지는 죽음의 소리. 그러나 현수는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러나 또다시 아까와 같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스파앙!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림과 거의 동시에 무언가가 부딪혀 사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현수의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


현수의 앞에 있던 흑과 백의 남자는 여전히 한 손을 허리에 짚은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금발 남자는 담배를 질끈 씹으며 현수 앞에 서있는 자를 노려보았다.


"아........ 정말, 당신은 성질이 급하시군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런 식의 인사입니까? 너무 하는군요 아이올로스(Aeolos : 바람을 지배하는 자)......."


"닥쳐라. 코이오스(Coeus : 하늘의 덮개). 내 일을 방해하다니 죽고 싶은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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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뭔지 어설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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