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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링크용으로 사용한 블로그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ㅅ-);; 이번에 음악링크는 저작권 문제가 있는지라 걸리면 큰일나는데~~~~ㅇㅁㅇ)~~~~~~

그보다 한달넘게 지났는데 읽으신분들이 있을려나..OTL(자기도 스토리 잊어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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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과....함께 싸우자고?"
"네."

지상용함선 격납고 안에서 단 두사람의 남녀가 엘리베이터에 선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둘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고 조용한 것이 얼핏보기에는 연인들끼리의 대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둘의 표정을 봐선 그것을 결코 느낄수가 없다.

짧은 흑발에 마치 석상이라도 되는듯 표정하나 안 바꾼채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여성, 그리고 이마에 땀이 흐르는것도 눈치못챈채 그녀를 바라보는 긴 흑발에 수염이 듬성듬성나있는 그 남자 시마는 허탈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입을였다.

"나보고 저걸 타고 같이 싸우자고?"
"네. 물론 이때까지 이브씨와 단 둘이서만 싸워왔기에 꽤나 간섭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허나, 저희부대는 그런것을 고려해 만들어진 부대이며 또한 시마씨도 둘이서만 놈들과 싸우는건 한계라는걸 이번 전투로도 충분히 알게되지 않으셨습니까."

여성이 제안을 하고 있다. 허나 이건 뭔가가 다르다. 뭔가 그녀는 굉장히 큰 착각을 하고있다.

"놈들을 죽이기 위해선 역시 수적열세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곳에선 시마씨께서 모르시던 놈들의 정보를 더 알 수 있을것이며, 저희또한 시마씨가 그동안 모은 자료를 얻을 수 있겠죠. 더불어 저희는 군사기관소속, 제대로 신식무기또한 보급받을 수 있습니다."

아니다. 이 여자 정말로, 아주 확실하게 오해하고있다. 인내심이 슬슬 한계에 다다는게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는 정말로, 이 죽음의 집단에 들어가야할지도 모른다!

"전쟁쪽에 투입되는 경우도 물론 배재할 수 없으나 그 같은 경우는 정말로 극심한 경우가 아니면 싸우지 않겠다가 저희 부대 원칙중 하나이니 웬만한 문제는 해결가능할겁니다. 시마씨 같은 분이야, 그럴때면 먼저 떠나버리시겠지만요."
"잠깐, 잠깐! 잠깐만 기다려!!"

급히 크나큰 모션을 취하며 그 기관총같이 주절거리던 입을 막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상대방은 여전히 굳은 표정을 지은채 말그대로 잠깐 기다리기만 하고있는걸 보고 있으니 피가 거꾸로 쏠리는듯했다.

"다, 당신 지금 큰 착각을 하고 있어."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곤 소리쳤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나보고 싸우라고? 내가 왜! 갑자기 이쪽으로 끌고와선 함께 싸우자니 어쩌자니 이쪽은 생각도 없는데 왜 멋대로 정하려고 하는거야?! 내가 그놈들과 왜 싸워. 너희들이 싸우던걸 내가 왜 같이 싸워야하냐고!"
"....어째서 화를 내시는거죠?"

여성의 표정에 약간 변화가 생겼다. 뭐 그래봤자 눈이 살짝 커진정도지만 문제는 이 반응은, 미안하다거나 화가났다거나 그런게 아닌 영문을 모르겠다는 식. 전혀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흰자위만이 커지고 검은 눈동자는 그대로 둔채 고개만 옆으로 삐걱거리는 그녀의 무표정은 이제 슬슬 공포스러울정도였다.

"이해할 수 없군요. 어째서 거절하는거죠? 거절할 이유, 당신에게 있을리가 없을텐데. 이브씨에게도, 당신에게도 아무리봐도 거절할 이유는 없을텐데. 어째서. 어째서 거절하는거죠?"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해대는거야?! 이해 못하겠는건 이쪽이라고! 이브가 누군진 몰라도 난 당연히.."
"찬성인거지!"

남자의 대답을 가로챈것은 눈앞의 무뚝뚝한 여성이 아니었다. 전혀 모르는것은 아니지만 그렇다해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공중에서 들려온 방해꾼은 시마와 함께 있었던 그 금발의 소녀였다. 만 16살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엘리베이터의 위에서 봤을때의 I자 철골에다가 웬 줄이 달린 공구를 하나 탁 걸고서는 그대로 그 철골을 마치 땅바닥을 달리듯 뛰어선 1층까지 단숨에 내려왔다.

공구는 탁 철골쪽에 걸려서는 그대로 소녀의 무게로인해 아래로 끼리릭 거리며 내려갔고, 그것을 줄에묶어선 손에 쥔채 그녀는 철골을 뛸때의 반작용으로, 앞으로 날려지는걸 막으며 순식간에 쿵하니 내려왔다.

하얀 반팔티에 긴 청바지, 그리고 다른 모습이있다면 지금은 오른손전체를 하얀 천으로 휘감고있는 소녀. 마치 부러져서 기부스라도한듯 빽빽히 감겨져있는 오른손, 그녀는 거기에 더붙여 매서운 눈빛을 띈채 자신을 이네라고 밝혔던 흑발의 여성에게 말했다.

"분명히 지원해주는거겠지? 너희들과 함께한다면 우리쪽에게 필요한 부품이라던지 돈이라던지, 정보라던지 모든걸 제공해주는거겠지?"
"네. 그말대로입니다."

여전히 굳은채로 대답하는 여성, 소녀는 그런것엔 관심없다는듯 이번엔 고개를 시마쪽을 향해 돌렸다.

"그래서, 네 대답은?"
"당연히 거절이다. 나는 이런 전쟁따위..?!"

순간 만약 그가 반사적으로 머리를 뒤로내빼지 않았으면 분명 소녀가 던진 공구에 의해서 두개골이 박살이 났었을것이다.

"너 이자식.."
"안타깝지만 거절을 한 이상 가만히 둘 수는 없지. 너는 무조건 나와함께 최소 3개월은 놈들을 죽여야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지금 이자리에서 너를 죽여주겠다. 어차피 이런 사실을 안 인간을 그냥 보내줄 수는 없을테니까, 그렇지?"

소녀가 여성쪽을 힐끗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여성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있었지만 소녀는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인듯 시마를 향해 다시 그 살의를 돌렸다.

공구가 날아간 곳을 향해 바라보는 시마, 벽에 꽉하니 박힌 공구는 방금전의 공격이 진심이었다는 증거를 충분히 보여주고있었다. 엘리베이터에 내려선 그는 검은 코트를 펄럭이며 소녀와 마주서서 대치했다.

"확실히 나도 네가 마음에 안들었어. 어린녀석이 마치 신이라는듯 거만해선 말이야."
"후, 후후후훗. 그래, 너도 내가 아직 꼬맹이로밖에 보이지 않나보군."
"닥쳐. 니가 꼬맹이건 아니건, 팔다리를 의수로 박아넣었던 말던 그건 나와 관계없어. 단지 나는 이젠 보기싫을뿐이야."

그의 머릿속에서 과거의 한장면이 스쳐지나갔다. 불과 몇시간전, 자신과 함께 열차에있던 꼬마아이. 자신이 부주의로 죽인 어린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젠 사람이 죽는건 지긋지긋해."
"그렇다면 걱정하지마. 오늘이후로 넌 아무것도 보지않아도 될테니까. 그대로 여기서 죽으면 끝날일이라고!"

말끝에 기합을 붙이며 소녀쪽에서 먼저 뛰어들었다. 공격자세는 작은 키에 바보같은 상단돌려치기. 그것도 주먹으로 말이다. 왼손을 굽혀들어서 막는자세를 취하고 오른팔로는 가볍게 주먹을 쥔채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릴 준비를 취한다. 그렇게 소녀의 공격을 막은후 시마는 곧바로 반격을 가해 끝낼생각이었다. 만약 그의 온몸이 날려버려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왼쪽팔에 가해진 충격은 그대로 멈춰서지않고 시마의 팔을 밀어서 머리까지 전하다못해 그의 몸전체를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큭!"

방심하고있을때 머리에 데미지가 전해지니 정신이 띵하면서 순간 눈알주변을 손가락으로 누른듯 세상이 뒤집혀졌다. 허공에 붕 띄워진 상태에서 몸만은 반사적으로 뇌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리저리 돌려서 착지를 시행한다. 고개를 들어보았으나 다시한번 띵한게 도저히 정신을 차리기는 힘든 그틈, 다시 눈을 떳을때는 소녀의 무릎이 그의 코를 직격할때와 같은 시각이었다.

퍽!

피하기가 늦었다는 것을 알고 이판사판 이마를 그대로 무릎에다 들이박아 최대한 뼈가 튀어나지 않은 곳에 맞은 그였지만 역시나 막았을때도 건장한 청년을 날려버렸던 힘은 그에게 있어선 마치 망치로 가격을 한것보다 더 큰 아픔일 것이다.

"크으으으윽!"
"이브씨 이제 그만하시죠."

바닥에 털썩 자빠져선 이마를 손바닥으로 감싸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시마를 향해 다음 공격을 가하려했던 금발의 소녀에게 이네가 멀리서 말했다.

"그가 이 일을 발설한다해도 어차피 사람들이 믿을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거기다 그는 인간입니다. 우리들의 임무를 무시할 생각인겁니까?"
"바로 그 임무를 위해서라고!!"

느닷없이 소녀가 소리쳤다. 그리고 천천히 마치 인형같이 고개를 이네쪽을 향해 돌린다. 그 긴 금발과 어린체구에 어울리지않게, 목은 삐딱히 기울여놓고 눈은 미치광이처럼 뜬채로 말이다. 그리고 소녀는 자신의 오른팔을 감싸고 있던 천을 찢었다.

"이 녀석이 말이지, 멋대로 반정도 계약해버렸어. 자기 맘대로 중간까지 진행시키고선, 나를 이꼴로 만들었단 말이야!!"

천으로 가려져있던 소녀의 오른팔, 그것은 이제 더는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처음 아리엘을 불렀을때 보여주었던 내부의 철제부품들, 그것이 지금은 인간의 살로 가려지지 못한채, 이쪽저쪽이 망가져서는 전기자극을 일으킨채, 그렇게 인간의 살부분이었던것은 반이상 찢어진채 삐거덕삐거덕거리며 이상을 보이고 있었다.

"고쳐지지가 않아. 복구가 되지를 않아. 내 안의 시스템이 이상을 일으키고 있어! 계약도, 진행시키는 법을 잊어먹었었어. 멋대로 수정이 되어있었어. 그렇게 멋대로, 멋대로 이녀석이 내 몸을 망쳐놓았어! 아버님께서 주신 소중한 이 팔을! 녀석이 망쳐놓았어!!"

광기에 휩싸인채 눈주위엔 수많은 주름이 생기면서 그것이 눈아랫부분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렇게 미친듯이 소리쳐울며 소녀는 자신의 오른팔을 축 늘어뜨렸다.

"이 녀석때문에 나는 이걸로 3개월은 싸울 수가 없어. 아니, 계약은 해제시킨다해도 이 팔만큼은 고칠 수가 없어. 감히, 감히 아버님께서 주신 소중한 몸을!! 감히 이 몸을 망가뜨리다니!!!"

지랄발광을 떨면서 소녀는 포효했다. 그 긴 금발은 더이상 청순의 이미지를 보이기보다는 마녀의 저주받은 머리칼인지라. 그렇게 미쳐소리치는 그녀는 살인귀, 그것외에는 표현이 안될것이다. 그렇게 마녀가 홀로 자신만의 세계에빠져 슬픔을 만끽하고 있을때, 시마는 이마에서 흐르는 피로 오른쪽 눈을 감은 그대로 일어섰다.

체내의 호흡이 매우 급박한게 다리에도 힘이 반이상 떨어진듯 몸이 꽤나 무겁게 느껴졌다. 1,2초정도 일단 숨을 고르려할때, 어느샌가 달려든 금발의 악녀가 그를 다시 걷어찼다.

"크윽!"
"용서못해! 용서할 수 없어! 죽일꺼야! 죽여버릴꺼야!! 아버님이 만드신 팔을 망가뜨린 대가로, 너의 몸전체를 망가뜨려 버릴꺼야!!"

레프트, 라이트, 레프트, 라이트 그렇게 양 주먹이 번갈아가면서 그의 머리를 이리저리 쳐냈다. 좀전과는 달리 몸이 날아가버릴 정도는 아니지만 펀치 하나하나의 힘이 머리를 울리는게 도저히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시마는 고통을 이기면서 생각해내는게 고작이었다.

'젠장. 힘에서도, 스피드에서도 모든면에서 밀린다. 펀치 하나하나가 마치 해머로 두들기는것 같아. 게다가 일부러 약하게 공격하는데도 도저히 반격할 수도, 빠져나올 수도 없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고통을 참고 생각이란걸 하는 자체가 너무도 대단해보여.'

퍼억! 복부에 대미지를 입은 그의 몸이 다시 붕뜨면서 땅바닥에 몇번씩 튕기며 나가떨어졌다. 몸안의 위가 울렁거리면서 입밖으로 염산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배출되었다.

"커헉! 크윽, 크헉."

머리가 띵하게 다시 울린다. 끝에서부터 새하얗게 생각이 사라지는 것이 마치 꿈을 꾸는것 같았다. 이 온몸에 퍼지는 고통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금발의 악녀 이브는 그렇게 터벅터벅 슬슬 끝을 내기위해 시마를 향해 걸어갔고 멀리서 이네는 그것을 가만히 지켜본채 생각했다.

'확실히 시마씨는 에스카리브를 가지고 있지않아.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조종을 한거지? 이것도 놈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중 하나인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한테까지 영향을 줄 정도라니.'

쓰러져있던 시마를 오른손으로 집어들고는 왼손으로 계속 복부를 강타했다. 이미 저항을 할 수도 없는 상대를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심각한 새디스트가 아닐까는 생각까지 들게되지만 이브의 표정은 여전히 증오와 슬픔이 겹쳐져선 광기를 표하고 있는것을 봤을땐, 이젠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분명히 죽일것이다. 그거 하나는 완벽히 답으로 제시되고 있었으니까.

'지금 죽이면 새계약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적합자를 그렇게 빨리 찾을수도 없어. 괜히 우리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 저질렀다는게 알려지면 임무에 더더욱 지장이 가게된다.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해.'

'모, 몸이 부서질것같아. 장쪽이 손상이 갔는지 구토물대신 피가 나오기까지 시작하고 있어.'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지쳐서인지 공격이 멈추긴 했지만 이때까지 받은 타격은 터무니없이 컷다. 오른팔은 부러져서는 살짝 뒤로 꺾여있고 얼굴은 이곳저곳이 부은게 딴 사람으로 보일 지경, 그리고 그렇게나 쳤는대도 숨은 헐떡이지만 다리나 팔은 일체의 떨림도 없이 시마의 멱살을 쥐고있는 이브.

'젠장. 왜 또 멋대로 헐떡거리는 거야. 빌어먹을.'

스윽,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듯 그녀는 허리쪽에 달아놓았던 칼을 하나 빼들었다.

'이런, 큰일이다. 정말로 죽일 생각이야.'

멀리서 달려오던 이네는 품속에서 나이프를 하나 꺼내들고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것을 이브의 어깨를 향해 겨냥했고 이브의 검이 온힘을 꽉 담은채 시마를 향해 돌려베어질때였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텐가

긴 칼은 조금씩 돌면서 시마의 목을 집어삼키려하고 이네의 오른손에는 나이프가 들러진채 손가락이 조금씩 각도를 바꾸며 어깨를 조준한다.

-언제까지 참고만 있을텐가

시마는 두 눈만을 뜬채 의식이 없었다. 완전히 눈뜬채로 자고있는거나 마찬가지인 상태. 그가 피한다는 것은 있을수가 없을것이다.

-언제까지 삭히고 있을텐가

세 사람의 모습이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그 끝을 시행하는 가운데, 누군가가 웃고 있었다.

-분하지 않은가? 모두가 죽어가는데 살아가는 자들, 모두를 죽이고서 살아가는 놈들. 그런 녀석들이 있는걸 인정할정도로 너는 썩어버린 녀석이었나?

의식속에서 그것은 히죽 웃으며 익살스럽게 지껄이고 있었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것이 정의고 틀린걸 바로잡게 하는것이 정의이며 약자를 돕고 악(惡)자를 처단하는게 정의아닌가.

시마는 멍한채로 눈앞의 소녀를 쳐다본다. 눈앞의 주먹을 쳐다본다. 눈앞의 죽음을 쳐다본다.

-갈망하지마라. 왜곡하지마라. 너에겐 힘이 있다. 그 모든걸 드러내라. 세상을 위한 너의 마음을 폭로하라.

그리고 그것은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작지도 크지도 않지만 똑똑히 한자한자가 뇌속으로 울려퍼졌다.

-깔봐라. 얕봐라. 자만하라. 오만하라. 그렇게 한없는 자신감을 품고 한없는 적의를 뿜어내라. 나를 제외한 모두를 이용하고, 오로지 나만을 도와라. 자신을 이해할 생각을 하지말고 자신을 복종시켜라.

"!"

순간 무언가를 느꼈는지 나이프를 던지려던 도중 이네는 뒤를 반사적으로 돌아보았다. 무언가, 무언가가 움직였다!

-이상과 함께 희망을 품고 적과 함께 절망을 깨부셔라!

"우우....우아아아아아악!!"

입을 크게 열고선 있는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 외침에 응하듯 무언가가 움직였다. 번쩍거리며 아리엘의 두눈에 라이트가 들어오더니 그것은 방패에 숨겨둔 일렉트릭 소드를 꺼내곤 주위 기물을 무너뜨리면서 힘껏 던졌다.

빙그르르 돌면서 날아간 일렉트릭 소드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지르며 시마와 이브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간다. 시마가 거절했을때와 마찬가지로 흰자위만을 크게뜬채 무표정에서 놀라움을 표하는 이네, 무언가 살기비스므리한 것을 느끼고선 급히 공격을 멈추며 고개를 돌아보는 이브, 입을 크게 벌린채 포효하는 시마. 회전에 회전을 더하며 날아간 일렉트릭 소드는 그대로 땅바닥에 칼끝을 콱 박으며 속력을 줄이면서도 이때까지 밀어붙여졌던 회전력때문에 바깥의 손잡이 부분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칼등과 손잡이가 돌아가면서 앞으로 달려가는 진로상에 놓여져있는 시마와 이브, 칼등은 정확히 그대로 떨어지면서 이브만을 찔러쳤다.

쾅!

비록 철제바닥에 찍혀진지라 속력이 줄어들었고 또한 전기장이 흐르지 않는 소드의 등부분으로 맞았다하나 그 충격은 쇼크사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날아가던 바위에 맞은듯 바닥에 내동댕이 치면서 떨어져버린 이브, 마찬가지로 그녀가 잡고있던 탓에 같이 또 날려버려진 시마, 허나 공중에서 그는 좀전과는 달리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돌면서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안전히 착지했다.

이네는 이번엔 입도 살짝, 빨대하나를 물정도로 벌리며 자신에게 있어선 크나큰 놀라움을 표시했다. 아리엘은 어느샌가 아이(eye)쪽의 라이트를 끄고선 기동을 중지했으나 그것이 움직였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엔 이브쪽에서 고통을 표하며 일어섰을때, 시마또한 그녀의 앞에 두다리를 펴고 턱하니 서있었다.

"뭐, 뭐야. 어째서 아리엘이....네, 네가 그런거야?!"

묵묵히 입을 굳게 닫은채 열지않는 시마. 허나 그의 몸에는 분명히 크나큰 이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부었던 살이 점차 다시 가라앉으면서 상처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뚜둑뚜둑거리면서 다시 오른쪽 팔의 뼈가 이리저리 꺾이더니 이내 원상태로 돌아와버렸다.

"!"

두 사람의 여성이 놀라하지만 시마는 아무런 동요도하지않은채 눈앞에 떨어져있던 이브의 검을 집어들곤 중얼거렸다.

"나는 심한의 황제."

"!!"

양손으로 검을 쥐는 시마. 이번엔 그가 말한 구절에 이브도 이네도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영광은 썩어버린 시간을 위하고, 하나의 수치는 앞으로올 시간을 위한다."





"크윽!"

혀를 깨물을듯 비명을 지르며 한 회색로봇의 파일럿, 가약크가 표정을 일그러뜨린채 간신히 적의 검을 피한다. 그리고 크게 휘두른 자세에서 회전을 멈추지않고 계속 돌아선 오른팔에 달린 초진동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일리야의 파일럿, 이고리.

어깨까지 왼팔파트는 완전히 사라졌고 헤드의 아이카메라중 한쪽은 망가져깨진 상태, 전신의 장갑은 이젠 짐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정도로 박살난게 내부의 기관을 다 드러내고 있다. 허나 일리야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 이 전장에서 아군이라고는 로봇하나도 수용하지 않고있는 전함하나, 증원은 오질않고 적의 수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지라 지금 잡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이 에이스 파일럿을 하나 제거한다면 적은 크게 동요할 수 밖에 없을거다. 적어도 작은 빈틈정도는 보일지라. 작은 혼란정도는 나타낼지라. 그 틈을 이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 없으리라, 그것이 타비스 제 2독립부대 지휘관, 이고리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일리야에 비하면 그래도 이 위시안드의 회색 로봇은 그나마 낫다. 왼쪽 팔이 하나 잘린게 혹시나 무슨 결함으로 폭발을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너무도 깨끗히 잘렸고 실제론 잘려진 곳은 모터가 대개 일정수준 위험하면 스스로 멈추는지라 그런건 쓸데없는 걱정. 이것만 빼면 다른 상태는 거의 양호한 편이고 연료또한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왜 쫓기고 있을까?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머리도 잘리고 오른팔도 잘릴지, 무기가 없는 이상 싸울 수가 없다. 그는 죽은 군인인것이다!

"치잇!"

그나마 적이 애초에 기동성이 느린 기체이기에 그 점을 이용하서 회피하고는 있으나 언제까지 피하기만하는게 가능할리가 없었다. 한 대도 스치지 않고 피하는게 어디 작은 일인가? 거기다 여차할 경우 저 무기에 찍히면 그대로 끝장이다.

두꺼운 왼팔파츠도 잘라버리는, 검을 베는 검을 어떻게 막겠는가. 생각같아서는 이대로 멀리 일단 도망을 치곤 싶지만 좀전에 전함이 대폭퍼부었던 전파교란미사일이 꽤나 영향을 일으켜서 그게 마음대로 되지를 않고 있었다. 팔이 잘려버린 영향으로 융합률도 살짝 떨어졌다. 70%이상이 되면 1,2%의 영향이 꽤나 줄어들긴 하지만 이런 괴물을 상대로 단 0.5%의 융합률 손실도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파캉!

아차한 순간 헤드의 옆부분이 적의 초진동블레이드로 쫙 그어졌다. 인간형, 그것도 퓨전형 로봇은 파일럿의 상태가 융합률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 거기다 지금의 세상은 이상기후가 극심하기때문에 언제 온도가 영하 40도로 떨어질지 모르고 또한 영상 40도가 훌쩍 넘을지도 모르기에 공교롭게도 에어컨이라던지 히터라던지가 달려있다.

물론 이런것까지 달려있다는건 그만큼 파일럿의 수가 생각외로 매우 적다는 뜻과 함께 융합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밝히는 증거가 된다. 높은 상태에서는 얼마나 더 말도 안되는 움직임으로 에이스가 속출할지도 모르고, 낮은 상태에서는 어제 로봇을 조종했던 녀석이 오늘은 팔하나 움직이지도 못할지도 모르는게 융합률. 그렇기에 인간형 로봇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직접 몸처럼 조종하는 것이 퓨전형 로봇. 생각따위로 조종하는 그런 훨씬더 판타스틱한것이 아니다. 생각만으로는 제대로 구조도 형태도 모르면서 오로지 그 흐린 이미지에 맡겨 모든것을 연상해버리는게 사람아니던가. 결과적으로 보다 확실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것, 신경에 간접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융합이다.

팔을 움직이는 것과 같이 그렇게 로봇을 움직인다, 또하나의 몸이 붙여졌다고 하는것과 같이 조종하는 것이 로봇. 융합률이란건 얼마만큼 자신의 몸처럼 그것을 조종해내냐는것. 그런 의미에서 어깨가 빠지면 그 아래 팔 전체를 사용못하는 것과 같이, 파일럿의 상태와 로봇의 상태가 모두 로봇에게 영향을 일으킨다.

파일럿이 추워서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겨누고 있다면 당연히 간접적으로 조종하는 로봇을 제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이번엔 반대로, 누구나 다 로봇을 조종하는 것은 자신의 몸과 같이 조종하는 것인데 인간이 아닌 괴상한 형태라면 익숙하지 않는게 당연하다. 때문에 로봇의 인간형상이 파괴될경우, 가령 손가락이 하나 떨어져나간다던지, 이런것이 융합률에 우습게도 영향을 주는것이다.

가령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모기가 와서 팔을 살짝 물고 갔다. 팔에는 분명 모기가 입으로 팍하니 살을 뚫어선 피를 빼내고간 상처가 있다. 허나 그것은 약간 가려운정도,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허나 만약에 실수로 식칼에 손가락이 횅하니 베여서 피가 줄줄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 고통과 놀라움에 일시적인 패닉에 빠지게되고, 이따금씩의 고통이 살짝 몸을 움직이는데 에러를 일으킬거다. 그렇다면 더 크게 나가서 만일 팔이 잘린다면? 당연히 팔이 잘려져있는데도 표정에 변화없이 정상스런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보통 있을리가 없다. 극심한 고통에 비명만 꽥꽥지르고 그러다가 수습이 늦어지면 과다출혈로 죽어버릴것이다. 이처럼 몸의 일부에 피해를 갔을때 우리는 몸을 움직이는데 그것이 다른 부위라 할지라도 영향이 가게되는것이다.

로봇또한 인간형이고 파일럿은 또하나의 몸이라고 생각하기에 가장 잘 융합할 수 있다. 가장 잘 익숙해 질 수 있다. 자신은 가만히 앉아서 대개 많은 움직임은 로봇이 하니까 손가락으로 버튼을 튕길일도 전투중에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가만히 앉아선 몸을 잘 움직이지를 않으니 더욱더 로봇에 집중을 할 수가 있다. 이것이 퓨전형 로봇의 조종법이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이고리의 일리야가 위협을 가하고 있는것이다.

모기가 물은 정도는 영향이 안간다. 팔이 잘린것으로 융합률이 약 4,5%정도 떨어졌다. 그렇다면 머리가 잘리게되면 어떻게 될까? 그대로 최소 40%이상은 하락하게 될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머리가 사라진다는건 죽음. 더구나 인간에게 맞춘다고 카메라까지 친절히 달아놔선 나 여기있소하니까 덤으로 시야까지 없앨 수 있다.
바로 지금 그 짓을 이고리가 가약크에게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말이다.

"하아아아아앗!!"

조종석에서 홀로 외치는 울음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일리야의 오른팔, 아니 초진동 블레이드. 한번 가슴팍을 휙 가르고나니까 미가스의 장갑이 종이조각처럼 길게 베어졌다. 그리고 그 작은 충격이 꼬리를 물어선 미가스의 스텝을 어긋나게 만들었다.

"크윽?!"

울퉁불퉁한 지형에 뒤로도망치던터라, 왼쪽발이 턱하니 걸려선 몸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턱하니 해를 등지고선 마치 사신과도 같이 서서 초진동블레이드를 치켜두는 일리야, 역시 놈은 찬스란걸 놓치지 않는 녀석이었다. 가약크의 사신이었다.

"죽어라!!"
"우욱?!"

투다다다다 파방!

허나 날아든것은 어이없게도 금속탄환? 그러고보면 서로가 막상막하로 싸우던터라 잊고있던게 하나있었다. 이것은 전쟁, 이고리가 위험할때 몸바치는 믿음직한 자신의 부대가 있다면 당연히 적에게도 최소한 도움정도는 주는 동료가 있을것이다.

전파교란미사일의 영향과 모래바람으로인해서 가만히 있었던거지, 동료가 죽는걸 왜 보고있었으랴. 일리야의 등뒤부분이 또다시 작은 충격을 받아서 몸전체를 주춤거리게 만들자, 당연히 가약크또한 찬스를 놓치지않고 부스터를 켜선 재빨리 그자리에서 도망쳐나왔다.

"이런 빌어먹을!!"

가지고 있는 신무장은 문자그대로 검. 팔을 쥐어뜯어서 던지지 않는한 결코 날아가진 않을것이니, 그는 이빨을 꽉 깨물며 일단은 자신도 총알을 피하는게 급선무였다.

"괜찮은가, 가약크중위!"
"네. 덕분에.."
"일단은 무기를 보급받도록. 전함이 있기에 만만치는 않겠지만 적의 로봇은 단 한기, 무기또한 접근전 용이니 이대로 버티면 금방 끝낼 수 있을걸세. 거기다.."

또다른 위시안드의 파일럿은 콕피트안에서 씨익 웃었다.

"우리 임무는 전투가 아니니까."

이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 전파교란의 효과도 완전히 끝났다. 적은 타비스군이 오로지 전함과 접근전 무기밖에 없는 기체 하나란걸 알고는 완전히 중거리전으로 접어들었다.

전함이야 무기는 꽤나 많겠지만 움직임이 둔하니 이 울퉁불퉁에 뒤죽박죽인 지형을 이용하면되고, 저쪽 파일럿은 바보가 아니니 총탄속을 혼자 미친듯 뛰어들진않지않겠는가.

"젠장, 보급도 받으러 갈수가 없잖아."

거기다 하나 더해서 일리야와 함대 사이를 꼭 떼어놓으려 하고 있었다. 함대에 대항하면서 이런 것도 잊지않고 견제사격을 펼치다니, 역시 적들은 단순한 피래미가 아니니라. 하지만 지금은 놀랄때가 아니다. 이대로는 죽을게 뻔하다는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 이고리가 근심에 빠져있을때 갑자기 그의 기기가 약간 이상을 일으켰다.

"으음?"

갑자기 화면이 살짝 흐릿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안개라도 있는가 생각해보지만 이런 황무지에 안개는 무슨 안개. 그러다 그는 금빛에 반짝거리는 이 안개비슷한 것을 보고는 손바닥을 탁 쳤다.

"그렇구나, 이건!"
"함장님! 지금 막 후방에 무언가가 포착됐습니다."
"뭐? 뭐가 포착된건가?"
"갑자기 기기가 이상해진게 아무래도 고장난것 같지만 함선급으로, 이쪽을 향해 오는걸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무전을 때리던 대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희 타비스쪽에서 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쪽에서? 그렇다면.."
"네. 필시 원군이라 생각됩니다. 함선급만한게 셋정도이며 또한 방향도 방향이니까요."

이고리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무언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현지역을 표시한 맵이 작은 모니터에 떳고, 거기에는 그가 방금 계산해낸것이 노란색으로 분포되어선 쫙 펼쳐져나왔다.

"크크큭. 이거 좋군. 하늘이 우릴보고 놈들을 쳐죽이라고 하는건가?"
"네?"
"대위. 잘들어라. 지금부터 내가 보내준 포인트를 향해 움직인후 절대 그자리를 이탈하지마라. 왜 그런지는 지금 보내주는 데이터로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겠다."

다시 손가락으로 버튼들을 두드리며 그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이 지형, 거기다 바람방향. 크크큭. 그 놈의 검은기체가 나에게 행운을 안겨다주었군. 확실히, 이 금빛안개는 강한 전파교란의 속성을 띄고있었었지? 크크크큭.'

그렇다. 아리엘의 금빛안개. 그것이 이 일대에 영향력을 뻗어서 비록 타비스쪽도 접근하는 원군의 자세한 전력이라던지 그런건 알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면 적쪽은 어떨까? 현재 그가 계산해본대로볼때 이 안개는 완벽히 위시안드쪽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도 영향을 받지만 적의 영향은 더욱 클것이고 우리는 그래도 이쪽으로 전함급이 온다는걸 포착정도는 할 수 있지만 적들은 누가 오는지도 예측하지 못하는 이 포지션. 원군의 자세한 전력은 모르나 전함급이 셋이면 이미 충분하리란걸 그는 알고있었다. 여차하면 그저 틈만만들고 자신이 보급을 받은후 다 쓸면되니까. 그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남은건 시간. 그래, 시간문제다. 앞으로 약 8분정도후면 우리의 승리가 확정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포지션과 앞으로 다가오고있는 원군을 레이더로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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