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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도미노 같은것.

2006.09.06 21:58

비밀입니다 조회 수:177

0번.

어느 멋진날의 이야기.

계단을 올라간다.
회색의 딱딱하고 기분나쁜 소리가 나는 발목보다 조금 높은 높이의 계단.
한계단 한계단 정확하게 확실하게 하지만 조용하게 올라간다.
낮은곳에서 높은곳으로 한발짝씩 이동할때마다 뭔가 모를 허전함이 몰려온다.

아니.허전함이라기 보다는 허무한 감점이라는 말이 맞을것 같다.그래.허무.
내 인생은 어떤거였을까.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내 몸은 이제까지 해왔던것을
착실히 반복해가고 있다.이제 4층을 통과.발소리는 여전히 시끄럽게 울린다.
평소엔 전혀 시끄럽게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였는데.어떻게 된거지.

아니.그런 사소한 것쯤이야 어찌되어도 좋은것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몇시간.아니 몇십분.하다못해 몇분.몇초 후면 사라질 그런종류의 단순한 질문거리.
생각.사고를 계속해보자.내 인생은 뭐였지?모르겠다.내 인생은 뭐였을까?
뭐가 남아있지?친하디 친한 동성 친구?멋진 남자친구?감동적이었던 드라마를 구워놓은 cd?
음악 cd?재밌게 했었던 게임?심심해서 써봤던 소설?하다못해 즐거웠던 추억거리?
아무것도 없다.당연히.한적이 없는데 기억이 있는게 이상할 정도다.

난 그저 남들처럼 엄마가 시켜서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시험을치고
집에와서 숙제를 하고 혹시 몰라서 신문을 읽고.그런것밖에 없다.
질문을 바꿔보자.나한테 남은게 무엇이 있지?하다못해 하나라도 남아있을지 몰라.
이리저리 필사적으로 기억의 조각들을 확인해본다.하지만 없다.하나도.

아.그러는 사이 내 몸은 10층을 지났다.남은건 옥상.확실히 난 뭐든지 단순히
기계적으로 처리 할수있는건 잘하는 모양이다.그저 단순히 머리가 시키면 몸이
곧바로 따라올수 있는 그런것.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것.응.퍼펙트.100점짜리다.
너무나도 정상적이다.너무나도 정상적이다.미쳐버린걸까.

눈앞에 보이는건 딱딱해 보이는 회색빛의 문이다.
문을 열기위해 손잡이 부분을 쥔다.남은건 잡고 돌리는것 정도다.
천천히 손을 뻗어 차가운 쇠 부분에 힘을 가하는것이다.
살짝.아주 천천히.아침에 즐거운 학교를 가는듯한 마음으로.

문은 끼이익 하는 상투적인 소리마저 내지않고 생각한것 이상으로 매끄럽게 열렸다.
앞으로 한걸음.시선은 하늘로.시선은 구름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
너무나도 높게만 보이고 한없이 넓게 보이는 머리위의 바다.왠지 파도는 없지만.

그런 사소한것들을 생각하면서 왠지 예전에 알고지냈던 유일한 친구라고
부를수 있는 인물의 기억이 났다.지금은 없는 친구.

'이 세상은 말야.도미노 같은 거라구.우리는 도미노에 쓰이는 하나의 부품같은 존재야.
현란하고 화려한 도미노는 정말 멋지지.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야.

허지만 그것들을 모두 세울려면 물론 그 부품은 너무나도 많이 필요해.
그리고 그 부품들은 너무나도 많지.흔하다는 말이야.
너도 도미노 세워봤겠지?한두번쯤은 해보잖아 그런거.
넘어 뜨리는게 얼마나 재밌는데?여하튼 그거 세울때 말이야.다 써본적 있어?

자그마치 수백개가 넘어가는것 말이야.내 경험으론 말이야.그걸 다 이용해서 뭔가를 만든다는건
이건 내 경험상 절대로 불가능해.뭔가가 이상하게 꼬여있거든?이건 꽤 많이 세워봐야 아는거야.
왜 그런진 몰라.어디서부턴가 일이 틀어져버려서 결국 한두개 쯤은 아무대나 버리거나 방치하는거야.
요는 그런거라구.한두개쯤 없어도 잘만 놀수있어.즉.필요없는거지.

세상사도 똑같다구.별거없어.원하던 원하지 않던 방치되거나 버려지는거야.
그렇게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있는거지.'

생각해보면 어째서 이런게 남아있는거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할 정도의 문구.
난 어째서 이런걸 하나하나 기억할수있는거지?모르겠다.

어느틈엔가 가슴팍 정도의 높이를 지닌 옥상의 담과 나의 몸이 부딪힌다.
그것은 하나의 높은 경계점.난 그것을 넘기가기위해 왔다.그것을 넘으면?뭘까?어떻게 되는걸까.
나에겐 날개가 없다.아니.있다고 해도 이미 충돌해서 꺾여지고 상처받아 부러진 날개일것이다.
이런 상태론 날개가 있다고 한들 제대로 날수 있을리가 없다.떨어질뿐이다.

어째서.도대체 뭣땜에 이런짓을 하는걸까.밑에서는 같은 학교 혹은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서둘러 통학하고 있다.혹은 몇몇 얼굴을 기억하는 주민들.
그들의 혹은 타인의 자동차들 역시 바쁘게 움직인다.

가만히 응시한다.숨을 죽이고.최대한 조용히.관찰하듯이.저들이 날 눈치채지 못하게.
그렇게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그렇게 수십분동안 가만히 지켜본다.

나는 뭘 하고 있는걸까.그저 지켜볼 뿐이다.내심 저들이 다 사라져주길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들은 사라지지 않는다.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더욱 분주하게 움직일뿐이다.
모두 알고있는 사실이다.정말.죽어버리고 싶다.뭘 기대하고 있는걸까 나란 인간은.
정말이지.자기혐오다.내가 맘에 안든다.커터칼이라도 있으면 손목으라도 그어버렸을정도로.

잠시후.뒤쪽의 내가 올라왔던 그 장소에서 다시금 발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울 정도로 큰 발소리의 울림.그리고 곧바로 나타난 안경을 쓴 남자아이.
손에는 책을 들고있다.

아마도 나랑 똑같은 나이일것이다.초등학교때 같은 반이 된적이 한번인가 있었고
그 이후 학교는 다르지만 3년간 같은 통학버스를 탔으니까 틀림없다.

얼마동안 서로 쳐다봤던 것일까.모르겠다.10분 정도 아무말 없이 그저 서로
쳐다본것 같지만.확실하지않다.느낌일뿐이다.그러던 중 남자아이는 갑자기
시선을 돌리고 옥상의 담-나의 옆-에 기대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그리고 나는
가만히 무릎을 모으고담에 기대어 앉아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조금은 황당한,확실한 구원이었다.

....쓸때없이 높은곳-산 꼭대기-에 크게만 지어놓은 저택의 마당에서 아랫쪽의
건물을내다보고 있자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다.

그러고보니 그때 이후로 그녀석은 내 남자친구가 되었던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 오랜만에 목소리나 들어볼까. "

그럼 다음 할일은 핸드폰을 꺼내어 1번을 꾹 누른다음 여유있게 기다리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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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가끔씩 나타나서 요상한 글만 하나씩 올리고 사라지니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진짜로 옥상에 뛰어내릴려고 올라가면 멋진 만남이 기다리고 있긴있을까요.
경험자분 있으시면 제보주세요.저도 해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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