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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에어 -끝나지 않은 행복-(4. 날개)

2006.09.02 23:58

Holye 조회 수:188

요리가 끝나고 나니 앞에 화려하게 차려진 반찬들이 눈에 보였다.
더욱이 못보던 닭고기(뭐, 예전부터 고기종류가 거의 안 보였으니...)요리까지 들어있었다.

"자, 미스즈. 먹자."

"응."

식탁을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 식탁에 닭고기요리 1개, 된장찌개 3개, 생선 3개, 그리고 밥 2공기,
그 외에 많은 밑반찬들이 차려져 있었다.

"저기 하루코."

"응? 왜그래 식객."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데?"

"맞아요. 뭔가 빠진 것 같아요. 그런데 뭐지?"

"난 빠진 것 없이 준비했다고."

나와 미스즈는 골돌히 생각했다.
뭐지? 이 이질적인 식탁구성은?
그 순간 내 머리에 뭔가가 관통했다.
밥이 2공기이다. 그럼 한 사람것이 빈다.
그런데 각각 미스즈와 하루코 앞에 밥공기가 있다.
이...이건...
미스즈와 나는 동시에 대답했다.

"왜 내 밥이 없는건데!"

"왜 유키토상 밥이 없어요?"

그러자

"저기 당신 밥이 있잖아."

하루코가 주방 어딘가를 가르킨다.
순간 난 눈에서 빛이 나왔다.

"거기냐!"

나는 하루코가 손가락을 가르키는 곳으로 돌아봤니
그곳에는 내가 썰은 파들이 보였다.

"......그딴걸 먹을 수 있겠냐!!!"

"우와. 유키토상 화났나보다."

"내가 초식동물도 아닌데 저걸 먹어야하는 이유가 뭐야?"

"그거야 당신이 파를 그렇게 만들었잖아?"

그 말을 듣자 머리에서 급속도로 회전이 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죄인이었던 것이다! 밥을 먹을 자격조차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좌절하는 나의 모습을 보자 미스즈가 옆에서 설득했다.

"그래도 그건 너무 심해요."

"그래? 나는 그 정도가 괜찮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으음....그럼 이 밥 유키토상에게 줄꺼에요."

"엥?"

순간 하루코의 눈이 휘둥굴레진다.

"그래도 괜찮겠죠?"

미스즈가 하루코를 뻔히 쳐다본다.
하루코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할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일어섰다.

"하아~ 알았어. 주면 되잖아. 주면."

그리고는 하루코는 밥 한공기를 더 푸고 있었다.
나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미스즈에게 말했다.

"나이스 토킹 어바웃. 미스즈."

"니하핫. 브이."

내가 오늘 두번째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
........
...........

지금 시각 저녁 8시.
카미오가의 마루에서 엄청난 대책회의가 펼쳐지고 있었다.

"식객이 만들어놓은 이 파들은 어떻게 처리하지?"

"글쎄요..."

"...저기 말이야. 파는 그냥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하면 되지 않아?"

그 말을 듣자 하루히는 나를 보며 터무니없다는 듯 이야기한다.

"저게 냉장고에 다 넣어도 말이지...저걸 어느 세월에 다 먹어?"

"...생각해보니 그렇군."

우리들은 파 처리에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맞아!"

순간 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뭔데?"

"내가 저녁에 하루에 한번씩 라면을 먹을테니까 거기에 넣어줘."

"그래도 그게 과연 잘 될까? 식객 혼자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지 않아?"

"맞아. 유키토상"

"그럼 이렇게하자. 나는 라면을 먹을 때 너네는 된장찌개에 넣어서 먹으면 되잖아?"

"어째서 당신때문에 그런 고생을 당해야 하는건데."

"할 수 없잖아? 저렇게 내버려두면 버릴텐데."

"그래요. 엄마. 저렇게 놔두면 아깝잖아요."

그 말에 하루히는 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렇긴하지. 어쩔 수 없구만."

그 하루히의 발언으로 파에 대한 회의는 끝났다.
끝나자마자 우리들은 마루에서 大자로 뻗었다.
의외로 이 파에 대한 고민을 오래했기에 모두들 지쳤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하루코가 나를 툭툭 친다.
나는 귀찮은 듯이 목소리를 조그맣게 냈다.

"무슨 일이야?"

"밖에 좀..."

"밖에는 왜?"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 그래."

"여기서 해도 괜찮잖아? 그리고 지금 나가기에는 좀 추워."

그렇다. 지금 마루에 느껴지는 체온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나가기도 귀찮았다. 어, 그러고보니 오늘이 언제지?

"하루코. 그러고보니 오늘 언제쯤이지?"

"아마...2003년 9월말쯤일걸?"

"엑!? 벌써 그렇게....으읍..."

내가 놀라서 큰소리를 쳤더니 하루코가 급히 손으로 입을 막는다.

"조용히 좀 말해. 알겠어?"

"으으읍.(해석 : 알겠어.)"

끄덕. 끄덕.

그러자 하루코가 입에서 손을 떼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한거야? 소리친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나?

"왜 입을 막은거야?"

나는 조그마안 목소리로 따졌다.
어디까지나 정당방위(이럴 때에 쓰는게 맞는건지...)이다.

"미스즈가 자고 있잖아."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미스즈를 보았다.
아주 잘 자고 있었다. 잠꼬대까지 섞어가면서

"음냐...와아~공룡님이다...으음..."

...도대체 뭔 꿈이냐?
나로써는 평생가도 상상되지 않을 꿈일 것 같다.

"그러니까 조용히 나가서 얘기하자."

"뭐, 그렇게 하지."

나라도 미스즈가 자는 걸 방해하기는 싫었다.
결국 우리는 마루를 나갔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뭔데?"

우리는 대문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응. 사실은..."

하루코가 심각하고 복잡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한다.
뭘 이야기 할지는 짐작이 간다.

"사실은 말이야. 미스즈. 어떻게 살아난거야?
아니지...죽었다고도 말할 수가 없겠지.
왜냐하면 미스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미스즈의 몸이 갑자기 사라졌지.
갑자기 사라진 미스즈가 나에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온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랬어.
오늘 미스즈를 만나고 당황하지 않았던건 바로 그 때문일지도 몰라.
그리고 요즘은 난 말도 안 될 일들을 많이 당하잖아?
미스즈의 몸이 사라진 것도 그 중의 일부이지.
그래서 나는 납득을 했지. 납득이 저절로 되더라고.
실제로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납득했지.
그건 아마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기적이 일으킨 일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당신과 미스즈가 함께 돌아온거야?
당신이 날짜를 모르는 것을 봐서는 뭔가가 이상해.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혹시 미스즈의 일에 대해 알고 있어? 알고 있으면 다 말해줘.
제발...부탁이야. 부탁이니깐...말해줘."

"......"

하루코가 나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것은 처음이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관련된 일인데...

"그건 말이지..."

나는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내가 까마귀인 소라(空)로 있었을 때.
내가 하늘에서 또 다른 하나의 미스즈를 만난 일을.
그리고 미스즈가 살아나게 된 이유를...
이 말을 다 들은 하루코는 나에게 손을 잡고 주저앉으면서 운다.

"고마워...고마워. 식객. 난 사실은 식객이 도망친 줄 알았거든.
그런데 알고보니깐 항상 미스즈와 같이 있었구나. 그리고 살려줬구나.
고마워..정말로 고마워."

고맙다고 하니 웬지 부끄럽다.
이런 상황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는 않다.

"별 일도 아닌데...신경쓰지마. 그리고 내가 원해서 한 일이야."

"아니야. 정말로 고마워. 정말로..."

"그런데 당신 왜...우는거야?"

"내가 한심해서...솔직히 내가 오늘 식객에게 그렇게 대한 것도
도망친 줄 알아서 괴롭힌거니까. 그런 내가 한심해서 그런거야.
잠깐이면 괜찮으니깐 제발..."

"....."

우리는 한참동안 그 상태로 대문에 있었다.



하루코가 어느정도 진정을 했는지 마루로 들어가자고 했다.
마루로 들어가니 미스즈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으..아퍼...아퍼....엄마..유키토상..."

"미스즈!"

"미스즈!"

나와 하루코는 황급히 미스즈의 곁으로 갔다.
하루코가 굉장히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식객."

"나도 모르겠어. 미스즈 괜찮아?"

"유...키토상.."

"어디가 아픈거야. 어디가!"

"등...뒤가..."

하루코는 흠칫 놀래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나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스즈. 설마 그 때 아팠던 그곳?"

"응..."

"어째서...어째서 지금 아파야하지 않을 곳이 왜 아픈거야.
분명이 저주는 풀렀을텐데...어째서냐고! 어째서냐고!!!"

"이...일단 아프다는 곳을 보자."

하루코는 미스즈의 옷을 조금 풀고 등쪽의 날개뼈까지만 보이게 풀렀다.

"....."

"....."

저.....저건...
날개뼈 쪽에는 하얗게 빛나는 날개가 보였다.
아름답지만 이질적인.....
이건 또 다른 하나 미스즈의 날개!?
이게 왜 미스즈에게 있는거지?
우리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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