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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eath clock [1-1]

2006.08.28 21:28

붉은눈물 조회 수:157

1. 죽음, 그 문턱에서

"이를테면 그런거지."

무언가 한참 토론하고 이야기 하는데 정신이 팔린 아이들 사이에 거만하게 앉아서 이야기 하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

창문에 몸을 반쯤 기대고 앉아있었으며, 그 아이에게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하얀 와이셔츠 한 장에 조금 느슨하게 풀려져 버린 넥타이, 자연스러움과 불량스러움이 한껏 어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니깐, 그런 것이 실제로 있다는 거야? 신기하네."

아이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지만, 그런 것쯤은 익숙하다는 듯이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우습다는 듯이 자리를 벅차고 일어났다.

"그렇게 궁금하면, 찾아보던가. 쿡"

아이는 조용히 움직여 교실 밖으로 나갔고, 남아있던 무리들은 웅성웅성 자기들만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소리들은 서로 섞이지 못하고 불협화음으로 점점 어수선해질 뿐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고등학교 교실.
아이들은 북적거리고 어수선한 분위기까지 다를 것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중요한 사건은 바로 이러한 평범한 곳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특이함을 가득 풍기는 한 소년이 death clock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이 사건의 발단. 한참 뉴스에서 떠들어 대고 있는 주제였기에 아이들은 모두 관심집중이었던 것이었다. 죽음의 날짜를 전달해 준다는 그 소식은 아이들 뿐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이러한 관심사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하는 이 아이에게 시선이 모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죽음의 시간에 관해 함부로 말하고 다니는 녀석이 바로 너냐?"

한껏 친구들 앞에서 잘난척을 한 뒤, 교실을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던 아이의 등 뒤에서 소름 돋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등을 꿰뚫고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 그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몸이 빳빳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 듯 보였다.

"함부로 말한 적 없습니다. 멍청한 녀석들이 그대로 믿었을 뿐이라구요."

아이는 목소리를 쥐어짜내듯 힘들게 말하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목소리마저 자신의 능력으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걸레를 손으로 쥐어짰을 때, 조금씩 조금씩 남아있던 물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목소리였다.

"곤란한 녀석이로군."


날카로운 목소리는 점점 아이의 몸속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다.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아주 길고 가느다란 침이 등 뒤에서 조금씩 조금씩 몸을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아이는 무의식중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누구..세요?"

아이는 허공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의 눈은 어느새 텅 비어버린 유리구슬과 같은 멍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질문이 공기 중에 흩어지려는 찰라, 아이의 시선이 미치는 곳에는 검은 아이가 서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었다라고 말을 하기도 어려운 형상이었다. 공간과 옷이 구분되지 않는 그 경계가 모호한 홀로그램과 같은 모양이었다.

"나는 악마. 악마라고 해두지. 요새 난리가 나고 있는 그 시간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 누군가가 궤변을 늘어놓고 다닌다길래 알아보러 왔더니, 뭐야 이런 애송이였다니 실망인걸."

하얀 얼굴에 검은 옷이었으나, 뿌연 연기처럼 그 존재가 확실하지 않았다. 자신을 악마라고 밝힌 남자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아이의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네 녀석. 이름이 뭐냐?"

악마의 물음에 아이는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지은민."

아이의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주 조그맣게 입술을 움직였을 뿐이었지만, 그 움직임은 작은 파동이 되어 악마의 귀에는 아주 생생하게 들리고 있었다. 이름을 들은 악마는 아주 작게 웃음을 지었다.


"나는 카인이라고 하지. 일단 짧게 줄여서 말이야. 그렇게 부르도록 해. 나는 네 녀석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젠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어. 그런 촌스러운 이름 따위는 버리도록 하라고. 앞으로 네 녀석이 가야할 곳은 이 세상과는 다르니 말이야."

악마는 조용히 웃으며 살아졌고, 순간 아이의 몸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 모양은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부셔지듯 떨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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