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단편 雜談. Hole

2006.08.01 03:27

Lunate_S 조회 수:167



 고갤 좀 들어봐요. 지금 눈앞에 무엇이 보이죠?

 ──노란 벽이 보여요. …그리고 그 안의 검은 것이 있네요…. 으음, 그러니깐, 검은 공에 구멍이 뚫려있어요─. 하얗고 불규칙한 모양새를 가진 구멍이 보여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나요─?

 ──아뇨,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인데요. …저게 뭐죠?

 아뇨, 당신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조금 더 기억을 떠올려 봐요.

 ──으,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전 정말 저것을 처음 보는데요. 내가 저것을 본 적도 없는데,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흐음, 그런 가요…. 그럼 저것 말고 다른 것은 보이지 않나요?

 ──눈 씻고 찾아봐도 저 공 말고 다른 건보이지 않아요. …정말 자꾸 이럴 거예요? 저게 무엇인지 당신이야말로 알고 있는 거 아닌가요?

 확실히 전 저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요─ 저게 무엇인지는 당신이 알게 되어야 「의미」가 생겨나게 됩니다.

 ──「의미」라고요? 저것의 의미가 뭐 길래 자꾸 이러는 거예요. 아무리 봐도 전 정말 처음 본다니까요. …뭔가를 알고 있으면 좀 알려줘요.

 저것은 당신의 마음이지요.

 ──저게…, 내 마음이라고요?

 네, 저것은 당신의 마음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겉으로 들어난 밝음으로 그 어둠을 감추고 있어요. 그렇기에 어둠을 둘러싼 마음의 내벽은 자신의 대한 혐오-그러니깐 더러움으로 차있는 겁니다.
 당신의 마음엔 구멍이 있지요. 그것은 당신이 원하고 있는 욕망,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꿈, 진실을 가리는 희망, 지쳐버렸다는 포기, 자학하며 쑤셔 박았던 모든 칼들의 상처, 마음을 압박하는 붕대이지요.

 ──자, 잠깐…. 그건 말도 안 된다고요. 저게 어떻게 내 마음이란 거예요.

 그 구멍에는 작은 점이 있어요. 나는 당신에게 그것을 물어봤지만, 당신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 점들은 모두 당신입니다. 당신이지만 당신이 아닌 것들에 씨앗입니다. 그것은 차차 자라나서 구멍을 메우겠지요. 상처를 치유해줄 것입니다. 하지만, 점들이 구멍을 메우게 되면, 당신은 당신이 아니게 됩니다. 그것은 이미 당신이 아닌 당신이기 때문이죠. 구멍을 가득 메운 당신이, 당신을 먹어버리기 때문이지요.
 이미 구멍은 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막을 방법은 단 하나, 어둠을 몰아내고 빛으로 채우면 되는 겁니다. 더러움의 벽을 걷고 어두운 마음에 노란 바탕을 쐬면 되지요.
 그럼, 이제부터 그렇게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해볼까요?

 ──그런데…, 당신이야 말로 누구에요?

 나는─ 항상 밝은 마음을 가진 자. 추락하는 새들을 지켜주는 바람입니다.

 ──어디선가, 그런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스스로 밝은 마음을 가졌다고 밝히기엔, 당신은 너무 어두운 것 같은데요.

 혹시, 빛의 양면성에 대해 들어봤나요─? 세상이 밝아질수록, 그것의 밑에 깔려있는 어둠은 더욱 짙고, 가장 밝은 빛의 아래엔 가장 어두운 어둠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은 가장 밝은 빛으로 둘러싸인 어둠입니다. 나는 가장 어두운 어둠을 두르고 있는 빛이지요.

 ──이렇게 더러운 내가…, 당신 같은 마음을 지닐 수 있을까요?

 오직 당신이기에 이룰 수 있는 거지요. 오직 당신이기에 빛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세상에서 빛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당신밖에 없어요. 단순한 빛이라면 누구라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진실한 빛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정말, 정말로 그렇다면─ 나는 빛이 되도록 노력해볼래요, 꼭이요. 약속할게요!

 그런가요? 정말 축하할 일이군요. 앞으로도 그 마음 변치 말아요. 그럼 전 이만 사라져야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먼저 구멍을 채워 당신을 먹어버리는 겁니다.

 ──네? 마지막에 뭐라고 하셨죠?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나와 한 약속을 꼭 기억해주시길…….

──────────────────────────────────────
 지인의 싸이에 갤러리(오이를 깍는 거지요)를 그리다가 문득 써버리고 보니, 글 한편이 완성. 갤러리는 항상 그림보단 글을 더 치중하게 때문에(사실 전 그림은 영 꽝이라서─) 항상 글을 쓰긴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길게 되어서 잡담화. [덜덜]

 항상 성의가 없군요, 정말. [...]

 P.S : 그림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아.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