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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雜談. 네게 다가오는 소리; 1℃

2006.07.25 06:48

Lunate_S 조회 수:182

 『나는, 인간이라는 거울의 환상에서 파생된 자. 세계의 일부이나, 인간에 대한 어둠의 심판자. 그대를 파멸시킬 자. 영원한 운명의 죽음을 가져오는 운명이다』

 이상한 웅얼거림이 귓가에서 시작되었을 때, 전 그만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고독한 이계異堺의 울림 같은, 그런 이상한 ‘목소리’였습니다. 그것은 흡사, 메아리치듯 머릿속의 고동쳤고, 한번의 울림이 있을 때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을 주었습니다. 한번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그런 것. 차마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저는 『그것』의 정체를 깨닫고야 말았습니다. 그것의 ‘존재의미’ 또한 알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내게 ‘원하는바’를, 『무언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입력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환상 같은 이야기.
 이것은, 제가 겪은, 이상한,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변해버린 자기 자신의 이야기.
 이것은, 이 세계의 인류라면, 언젠가 한번씩 겪어야만 하는 현실의 거짓을 다룬 이야기.


 “어라, 꼬맹이…? 네가 이쪽엔 웬일이야? 너희 집은 이쪽 방향이 아니잖아?”
 “아─ 현이군. 마침 전해줄 게 있었는데 잘됐네요. 이거 오늘 사회 시간에 나눠준 프린트인데….”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린 거리엔 검은 봉투를 들고 있는 소년이 보였습니다. 이 소년의 이름은 유 현. 어려서부터 소꿉친구이자, 지금은 제 사촌인 아이입니다. 어려서부터 눈매가 날카롭고 매서워 보이는 인상을 가진 아이였습니다―고등학교만 해도, 학기 초에는 무섭다고 반 아이들이 접근도 하지 않았습니다. 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해온 검도의 날카로움 때문이라고 합니다만, 제가 보기에 그것은 변명이고, 내게 고모부가 되시는, 그의 아버지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이도 중학생이 된 뒤로는, 검도부에도 입부하고, 눈에 띄게 밝아져서 이제는 완연하게 인기인이 되었습니다(물론 첫인상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을 거라 생각중입니다). 소극적인 성격에 타인을 무서워하던 제가 친구를 사귈 수 있던 것도, 전부 현이가 여러모로 신경써준 덕분입니다.
 아, 참. 꼬맹이라는 건 제 이름이 아닙니다. 제가 생일이 더 빠른 관계로 누나여야 정상이지만, 키가 매우 작은 저로서는(그와 27cm나 차이가 납니다) 동생으로 취급당하고 있습니다.

 “정신 좀 차려, 꼬맹아. 그만 좀 뒤적이고 프린트를 건네주지 않으련─? 벌써 3분 째 뒤적이고 있잖아. 아무리 마음이 넓은 이 오라버니라도 못 봐주겠구나. 어어─ 정신 차리래도?”
 아─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는 여러분에게 설명을 계속 하고 있었더니, 3분 동안 가방만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가방 안을 잘 들여다보고 손을 집어넣었더니, 프린트가 딸려 나왔습니다.

 “아, 미안해요─. 이거──.”
 그가 내밀고 있던 손에 프린트를 쥐어주었습니다. 아, 그런데 현이가 왜 여기 나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들고 있는 봉투에 뭐가 들었는지 물어볼까 망설이는 동안, 그가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여기까지 온 김에, 저녁 먹고 가.”
 “아, 아니에요…. 고모한테 폐 끼칠 수는 없어요.”
 “뭐─야. 우리 어머니한테는 폐 끼치면 안 되고, 나한테는 된다는 소리야?”
 “아, 아니, 그, 그러니까안─. 아, 저, 그게…… 미안해요….”
 “미안은 또 뭐가 미안하니. 자, 어서 들어와, 어서─.”
 그가 손을 강하게 움켜쥐고 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눈에 익어 익숙한 현관문을 그가 밀치고 먼저 들어가기에, 뒤따라 들어가면서 작게 실례합니다,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집안 가득, 구수한 스튜의 냄새와 산뜻한 허브향이 솔솔 풍기고 있었습니다. 현이를 따라 들어온 저는 현관문을 살며시 닫고, 신고 있던 구두를 벗었습니다.

 “─현아, 마미말대로 장은 잘 봐왔니?”
 현관에서 기억자로 꺾인 복도를 따라 거실에서―사실은 거실에서 더 오른편에 있는 부엌에서 작은 울렁임이 들려왔습니다. 이것은 그의 어머니, 그러니깐, 내겐 고모가 되는 분의 목소리입니다. 그 분을 표현하자면, 정말 아름답고 강한 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네에. 샐러드용 키위 드레싱하고, 어머니가 말한 채소 몇 가지, 그리고 햄버그스테이크─ 전부 맞죠? 아─ 소현이도 왔어…….”
 아아, 아까 제가 생각하고 있던 의문을 해소시켜주는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쿵쾅쿵쾅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로 나있는 입구로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고모가 나타났습니다. 미처 인사를 하기도 전에─
 꼬오옥─.
 하는 친절한 소리와 함께, 고모의 품에 안겨졌습니다.

 “꺄아아─! 우리 소현이,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언니가 매일매일 놀러 와도 된다고 했지? 아니, 아예 여기서 살아도 돼─! 정말 언니는 저런 몹쓸 아들보단 딸이 필요하단 말야!”
 아무리 같은 여자라도, 이렇게 안겨 있으면 창피한 것이 사실이지만, 고모는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분입니다. 좋게 말해서, 마이페이스―이것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지나치게 애정 표현을 하시지만. 키가 작은 관계로, 가슴 부위의 얼굴을 비벼지게 된다면 누구나 괴롭겠지만 말입니다(고모 또한, 여자로 보면 키가 큰 편으로, 저와 19cm 차이가 납니다). 옆에선, 누가 몹쓸 아들입니─다, 어머님, 하는 현이의 투덜거림이 들렸습니다.
 아, 참. 아직 제 소개를 안했습니다. 제 이름은 소현이라고 합니다. 성은 이씨고─ 그전에는 유씨였습니다. 외동딸, 그리고 양녀인 관계로(이것이 제 성이 바뀐 원인입니다), 고모는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게 합니다―언니라고 불릴 정도의 외모를 소유하고 계시기도 합니다. 정말 같은 여자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미모입니다.

 “에… 오랜만이에요, 고… 아니, 언니. 그런데 일단 놓아주시면… 안 될까나요…….”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져버린 얼굴을 낮추며, 나름대로 크게 단어를 내뱉는 순간, 고모가 눈을 가늘게 떴기 때문에 말을 정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모가 아니라, ‘언니’라고, 언니. 알았지─? 우리 소현이가 좀 더 친근하게 ‘언니♡’하고 불러준다면 정말 좋겠는데 말─야.”
 “…하트는 빼라고요, 하트는. 그리고 아줌마가 무슨 언니─입니다. 암요, 그렇고말고요. 당연히 언니지요. 꼬맹이 너 뭐하고 있어! 빨리 언니, 언니 하란 말야! 맨날 볼 때마도, 고모라고 나오는 것도 뭔가 이상하잖아! 언니한테 고모가 뭐야?”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가, 이번에도 스페셜이라고 이름 붙여진 음식들이 나올까 걱정이 조금 들었습니다. 고모가 가끔 가다 만드는 ‘마미의 스페셜 찌개’나 ‘마미의 사랑의 볶음밥’은 이름만 다른 같은 음식들인데, 가리는 것이 없는 저도 한번 손대고 먹지 않는 굉장한 음식입니다. 고모는 정말 사랑을 담아 만든다고 하지만, 현이 괴롭히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어머, 우리 현이, 누나한테 ‘꼬맹이’가 뭐니, 꼬맹이가─. 그러지 말고, 어디 한번 ‘누님’이라고 해봐요. 누. 님. 자아, 얼른.”
 “누─ 누, 누, 누. 님.”
 두 눈을 가늘게 뜨고 현이를 째려보며 호칭을 강요하던 고모와 그것을 어쩔 줄 몰라 하며 따라하는 현이가 재밌어서 쿡─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정말 이 두 사람과 함께 있으면, 웃고 싶지 않아도 웃음이 자꾸 나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정작 본인들은 깨닫지 못하는 것 같지만…….
 
 “정말 잘하는구나! 역시 내 아들다워! ─그럼 오늘은 찌개로 할까…?”
 “시, 시키는 대로 했는데! 너무 하십니다, 어머님! 손에 든 햄버그스테이크가 보이지 않으십니까?! 거기다가 오늘은 꼬맹… 아니 누님도 있잖아요!”
 “이것 봐, 이것 봐. 현이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스스로그렇게생각하고있을거라고아니그렇지않다고해도반성하고있는기미가보이질않고있는우리아들을어떻게해야할까?정말마미는누나한테까부는못된아들을키운적이없는데어쩜이럴수가이럴수는없는건데역시현이는홀로볶음밥을먹으면서자라야하는건가역시그런건가그렇다면할수없지현이는오늘혼자볶음밥이에요. 어때요, 현이군?”
 고모의 입에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이 숨 쉴 틈도 없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알아들은 대목은 마지막의 ‘혼자 볶음밥이에요’라는 것 하나였습니다. 이럴 땐 정말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느낌에, 현이가 안쓰러워서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고모는 천성 장난기가 많아서 아들을 괴롭히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그러니깐, 개구쟁이입니다. 역시 제가 나서야겠습니다.

 “언니… 호칭은 별로 상관없어요…. 현이군도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제 그만 괴롭히는게…….”
 “으…, 소현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할 수 없지, 뭐….”
 고모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태도였습니다. 정말 저런 행동을 보면, 고모가 아직 어린아이가 아닐까, 하는 느낌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어쩌면 천진한 사고를 지금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우리 현이. 빨리 마미한테 재료를 넘기지 않겠니? 스튜는 이미 다 되어있으니, 스튜 먼저 먹고 있을래, 소현아? 이쪽으로 오렴.”
 “아, 그럼 실례 하겠습니다….”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쿠웅.
 ─아.
 ─그때였을까.

 『나는, 인간이라는 거울의 환상에서 파생된 자. 세계의 일부이나, 인간에 대한 어둠의 심판자. 그대를 파멸시킬 자. 영원한 운명의 죽음을 가져오는 운명이다』

 웅웅대는 울림이 울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미쳐버린 세계世界의 울림 같은, 그런 거짓된 ‘목소리’였습니다. 그것은 흡사, 내려치는 번개같이 머릿속에서 번쩍였고, 한번의 울림이 있을 때마다 마음이 꺼질 것 같은 슬픔을 주었습니다.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그런 것. 차마 형용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저는 『그것』의 정체를 깨닫고야 말았습니다. 그것의 ‘존재의미’ 또한 알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내게 ‘원하는바’를, 『무언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입력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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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원래 기획(?!)으로는 잡담은 모두 별개의 이야기로 구성하자! 였지만, 어느 순간 틀어지고, '이야기라는 것은 이어지는 것이 더 재밌잖아?'라는 생각으로 인해 이렇게 계속된 이야기가 생긴 거랄까요─?

 이것은 저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기 밑에 있는, '雜談. 나는 당신을 지켜보는 자입니다.' 의 속편이지요. [...]
 사실 3부작인데, 이것이 맨 마지막의 구상한 것. 처음으로 구상한 것이 마지막 편으로 들어갈 예정. [...] 세 개다 별개의 이야기였는데 말이죠.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솔직히 말하자면, 고쿠씨나 히이로씨가 다음 편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일지도─?)

 ─팬픽은 여전히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아.
 ─일단 급하게 외전부터 쓰고 있는데, 본편 언제 쓸까요. 난 정말 게으르고 나빴어.
 ─이것의 다음 편 역시 언제 나올지 몰라요.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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