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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Antares[0.5막] - Follow me 15 -

2006.07.19 20:13

히이로 조회 수:388

필립의 말을 끝으로 라펜드는 그의 모습을 시야에서 한순간 놓치고 만다. 필립이 서 있던 자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채, 그 옆에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네르바가 쓰러져 있었다. 필립이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 현실로 받아들인 라펜드의 두뇌는, 그야말로 분주히 모든 신경을 집중해 그를 찾고 있었다.




“어디로 사라진거냐!”




“라펜드! 위를 봐라! 피해!”




고함을 지르는 라펜드의 목소리에 이어 헬무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위로 쳐드는 라펜드의 눈에는, 한 기사가 양 손에 검을 움켜쥐고는 자신이 있는 곳으로 급강하 하고 있는 모습이 비춰졌다.




“이런 씨팔!”




라펜드의 입에서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직감적으로 이번 공격은 피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 생각한 그는, 검이 떨어질 방향을 나름대로 예측해 가드를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언제, 어느 때 방향을 바꿔 자신의 빈틈을 노릴 필립의 검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멍청한 놈.”




내려오는 와중에 필립이 나직이 중얼거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를 느끼는 라펜드였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진정시킨 뒤, 필립의 공격 뒤에 이어질 자신의 기회를 노린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라펜드는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슬그머니 검을 한 손으로 고쳐 잡으며 강하하는 필립의 모습을.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오는 라펜드의 기합소리.




“네놈의 공격은 다 읽혔다! 으아아압!”




“놀구있네.”




자신의 어깨를 찔러오는 필립의 마르니에를 쳐내면서 라펜드는 소리를 지른다. 허나, 필립은 그런 그를 거만하게 바라보면서 이어지는 움직이는 멈추지 않았다. 라펜드의 건틀릿을 긁으면서 상당한 속도로 내려오는 필립의 검 마르니에. 맨살이었다면 상당히 깊은 상처가 났을 것이라 생각되는 공격.

라펜드는 자신의 건틀릿에 막혀 원하던 진로를 찾지 못하고 내려오는 필립의 검 끝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땅이 발에 닿는 순간, 눈앞의 재수 없는 기사에게 일격을 가할 심산이었다. 이제는 양 팔 근육에 모든 것을 집중하면서 기회를 노리기 시작하는 라펜드. 하지만 필립역시 호락호락 그의 생각대로 상황이 전개되도록 놔두지 않았다.




“이 거머리 같은 자식! 빌어먹을 놈!”




별다른 공격을 하지 못한 채 땅으로 떨어지던 필립이, 재빨리 마르니에를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듣기에도 거북한 철이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면서, 라펜드의 건틀릿을 역으로 베고 지나가는 마르니에. 비록 그의 생살에 상처를 입히진 못했으나, 그 이후 이어진 공격은 라펜드에게 있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제기랄!”




다시 진로를 바꿔, 그의 얼굴을 향해 달려드는 마르니에를 보며, 라펜드는 반사적으로 건틀릿을 교차시켰다. 그의 방어에, 목표였던 얼굴을 찔러 들어가지 못한 마르니에가 라펜드의 건틀릿을 따라 다시 한 번 아래로 내려간다. 위기를 넘기는 라펜드. 그리고 순간, 그의 눈이 갑자기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날카로워졌다.




“이제 끝이다 기사 놈아!”




필립의 마르니에를, 라펜드는 자신의 두 팔로 겹쳐 그 속에 검 날을 끼워넣고는 거칠게 팔을 꺾었다. 건틀릿으로 검 날을 붙잡아 넘겨버린 것이다. 마침내 필립이 땅에 착지하는 순간, 그의 손에는 마르니에는 물론 아무런 무기도 들려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그의 앞에는 여전히 마르니에를 끼워 넣은 채 팔을 엑스자로 교차시킨 라펜드가 득의양양한 웃음을 짓고 서 있었다.




“흐흐흐흐! 손에 검도 없겠다 넌 이제 내게 죽은 목숨이…커헉!”




“진짜 등신 같은 놈이네. 넌 검을 들고 싸우지도 않으면서 그런 소리가 입 밖에 나오나?”




말을 채 끝마치지도 않은 라펜드는 얼굴로 날아든 엄청난 충격에, 튕겨나가듯 바닥에 쳐 박혔다. 그러나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옆구리로 날아드는 묵직한 고통, 그리고 뒤를 이어, 그의 온 몸에 고통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필립의 발길질이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라펜드가 마르니에를 빼앗아들고 승리를 확신하고 있을 때. 그의 모습은, 정확히 말해 서 있는 그의 자세는 보통의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엉거주춤하게 선 상황에서, 팔을 엑스자로 겹친 상태에다 그 속에 마르니에가 끼어있는 상태. 방어는 고사하고 도저히 전투가 불가능한 자세였다. 더구나 상대의 무기를 빼앗았다는 성취감에, 서둘러 검을 떨어트리고 뒷  일을 대비하지 않은 라펜드의 행동도 한 몫 거들었다.




“헉!…헉!……우욱!”




“기분 좋지? 아직 만족하는 표정이 아니네. 좀 더 격렬한 걸 원하는 건가? 그렇다면 소원대로 해줘야지.”




고통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라펜드를 내려다보며 필립은 마르니에를 집어든다. 무언가 대단히 더러운 것이 묻은 것처럼, 몇 번이나 건틀릿에 끼어있던 칼날 부분을 닦는 필립. 그런 다음, 웃음을 머금으며 라펜드에게 묻는다. 그리고…상대의 대답 같은 건 기다리지도 않은 채 그의 왼쪽 허벅지에 검을 찔러 넣었다.




“으아아악!”




“지금부터 묻는 말에 대답한다. 답에 따라 평생 다리하나로만 걸어 다닐지 아닐지가 결정되니 신중하게 생각하라구. 저기 쓰러져 있는 여기사. 네가 그런거지? 네 손으로 저렇게 만든거지?”




“아악! 내, 내 다리! 다리!”




“자르지도 않았는데 왠 꼴깝을 떨어. 대답 안할래?”




비명만 지르는 라펜드를 짜증이 가득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던 필립은 주저 없이, 여전히 라펜드의 살 속에 들어가 있는 검을 비틀어 돌리기 시작한다. 더욱더 처절하게 울려 퍼지는 라펜드의 비명. 언제라도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퀼로트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하지만 필립은 기분 나쁜 웃음을 연신 흘리며 라펜드의 허벅지를 쑤셔댄다.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상퀼로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덤빌 수 있으면 덤벼봐. 그럼 이 녀석은 뒈진다. 그게 상관없다 해도, 나에게 덤빈 녀석들 중 최소 세 놈은 이 자식 꼴을 만들어 줄 테니 알아서 판단해.”




“크윽!”




“으아아아! 내가! 내가 했다! 내가 했다고! 빌어먹을 새끼야!”




필립의 말에 헬무트는 신음을 내뱉는다. 라펜드에게 강제로 명령을 내려, 서둘러 기사들을 처리하게 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실책이었다. 그 결과, 전우인 라펜드가 저렇게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섣부른 행동을 했다간 오히려 라펜드의 목숨이 위험했다.

뛰쳐나가 눈앞의 기사를 도륙해버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헬무트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고통을 참다못한 라펜드가 소리를 질렀다. 자기가 여기사를 저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었다.




“호오, 좀 고분고분해 졌는걸. 근데, 주둥이가 아직 교육을 덜 받았네.”




“우욱! 쿨럭 쿨럭!”




라펜드의 살 속을 휘젓던 검을 멈춘 필립. 그러나 이번엔 그의 부츠가 라펜드의 오른쪽 뺨을 강타했다. 맞으면서 혀를 깨물었는지 연신 신음을 흘리는 라펜드. 그의 입가는 이제 붉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네가 했다고? 그럼 그 손으로 저렇게 만들었겠네? 내 말이 틀린가?”




“…아, 아니…맞다. 큭! 끄아아악!”




라펜드가 수긍하자마자 주저 없이 그의 허벅지에서 마르니에를 뽑는 필립. 검이 뽑히는 순간, 라펜드의 다리에서 솟구쳐 오르는 피는 하나의 작은 분수를 연상시켰다. 더불어 그의 비명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거, 네 놈의 다리는 아무런 잘못도 없잖아. 네 놈의 손과 머리가 한 잘못인데 말이야. 네 손이 네르바를 저렇게 만들었으니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 상퀼로트?”




필립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번엔 마르니에가 그의 오른 팔을 뚫고 지나갔다. 라펜드는 어마어마한 고통에 얼굴이 또다시 처참하게 일그러졌지만, 필립의 군화가 그의 입을 거칠게 짓밟고 있어, 아까처럼 비명을 지르지는 못하고 있었다. 들썩거리는 라펜드의 몸을 거칠게 짓누르며 필립은 말을 이어나간다. 지금까지의 장난스런 어투와는 사뭇 다른 무게감이 그의 말 속에 숨겨져 있었다.




“오른 팔, 왼 팔, 머리 순으로 몸통에서 이탈시켜주마. 뭐, 팔을 통째로 절단 내려곤 안했지만 네 놈의 건틀릿 덕분에 부득하게 내린 결정이니 이해해라. 아, 죽기 전에 이름정도는 알려주지. 내 이름은 필립. 필립 폰 에르네오다.”




“뭐, 뭐라고?”




필립의 말에 반응한 건 라펜드가 아닌 헬무트였다. 어찌나 놀랐는지 평소보다 크게 치켜뜬 그의 눈. 라펜드는 구해오라는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도 잊은 채, 그는 멍청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헬무트가 이러는 와중에도 필립은 천천히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발 하나로 라펜드의 오른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밟는 필립. 그리고 여전히 그의 팔에 박혀있는 검을 움직여, 라펜드의 팔을 잘라낼 생각인 듯 하였다.




“안돼!”




“비키십시오! 헬무트 사령관님!”




헬무트의 안타까움 외침이 울려퍼진다. 하지만 곧바로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외침. 헬무트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챘을 때는 이미, 오싹한 한기가 그의 몸 주위를 지나쳐가고 있었다. 한기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4개의 푸른 물체는 그대로 필립에게로 쇄도해 들어갔다.

한편, 이상한 기운을 느낀 필립은 라펜드의 팔을 베려는 것을 잠시 멈추고는 붉은 눈동자를 들어 헬무트 쪽을 바라보았다.




푸슉~!




라펜드의 팔에 꽂혀있던 마르니에가 갑자기 가로막고 있던 살과 뼈를 베면서 튀어나왔다. 동시에 그의 오른 팔은 절반가량이 절단된 상태로, 피를 뿌리며 힘겹게 그의 몸에 붙어있었다. 라펜드의 비명을 한 귀로 흘리며, 오로지 접근하는 푸른 물체만을 주시하는 필립의 붉은 눈동자. 재빠르게 스텝을 밟으면서 벗어나보려 시도하는 그였으나, 이미 그것들은 가까이 접근해 있었다.




“으윽!”




엄청난 한기와 더불어 여러 신체 부위에 고통이 엄습해 오기 시작한다. 4개 중, 하나는 회피하고, 다른 하나는 마르니에로 받아낸 필립이었으나, 나머지 2개는 그대로 그의 몸을 강타하고 말았다. 특히, 그중에서도 네르바를 받는 도중 충격을 입은 왼 팔은, 지금의 충격으로 깔끔하게 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지금이닷! 어서 아군을 보호하고 놈을 없애버려!”




헬무트의 고함과 동시에 모든 방향에서 달려드는 상퀼로트. 상대의 공격에 중심을 잃고 쓰러져있던 필립은 이 모습을 목격하곤, 재빨리 네르바가 누워있는 곳으로 몸을 굴린다. 모든 신체, 특히 부러진 왼 팔의 통증이 극심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보는 그였다.

이런 필립을 향해 상퀼로트 2명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한 상태에서의 거침없는 일격이었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그 확신히 제대로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었지만 말이다.




“네르바에게 손대는 놈은 곱게 안 죽인다아!”




필립의 고함소리가 울리는 순간 한명은 이미 한 쪽 눈이 본래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눈을 가리며 쓰러지는 동료를 바라보는 상퀼로트를 향해 필립의 마르니에가 다시 한 번 공중을 선회한다. 살이 베이는 음색과 동시에 뒤로 물러나는 상퀼로트. 상대의 퀼트 복장을, 붉은 액체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와 끈적끈적하게 적시고 있었다.

"제길."

자신에게 덤빈 상퀼로트들이 물어나는 모습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필립. 적에게 부상을 입히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실하게 숨을 끊어야 이후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는 그였기에, 한 팔로 검을 휘두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기사들은 아직도 멀었나…본대가 이미 들어왔는데."

자신과 네르바를 둘러싼 상퀼로트를 바라보며 헤이딕과 부관을 책망해보는 그였지만,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중도에 그만둔다. 대신, 모든 방향에서 자신을 포위한 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적군에게로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필립이었다.
그러나 꽤나 많은 시간이 흘러도 상퀼로트는 필립을 공격하지 않았다. 기괴한 붉은 눈의 기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군의 총사령관이 명령을 변경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마르셀. 라펜드의 팔은 어찌될 것 같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기다리시지요."

"음…으흠! 미, 미안하오."

"아닙니다."

기사 2명을 포위해두라는 명령만을 내린 채 헬무트는 초죽음이 되어 돌아온 라펜드에게 모든 관심을 쏟고 있었다. 다른 부분을 제외하고 그에게 가장 시급한 부분은 절단되기 직전의 오른 팔이었다. 간신히 살덩이가 뜯어지지 않고 붙어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그가 필립에게 당한 상처는 심각했다.
더구나, 이미 많은 출혈을 한 상태였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생명은 위태로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출혈이 심한 부분은 상처를 얼려 혈액을 응고시켰습니다. 팔의 경우 쉽게 장담할 순 없지만…일단 팔을 접촉시킨 상태에서 고정시키도록 하지요.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할 듯 합니다만……."

마르셀이 정령을 부려 라펜드의 상처를 응급조치하며 힘겹게 말문을 연다. 냉랭한 물의 정령을 사용하는 그였으나, 얼굴에서는 비오듯이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표정에서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이만이 기사단을 이끌고 마법병단을 급습한 시간부터 지금까지 쭉 정령을 소환해오고 있었으니, 그의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한편, 이런 마르셀의 말을 들은 헬무트는 지체없이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말! 말 2마리를 구해와라! 또한! 자신의 승마기술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자 2명은 앞으로 나오라! 마르셀. 자네는 라펜드를 데리고 전장을 이탈해주게. 최대한 빨리 의사를 찾아 주게나. 알겠나?"

"알겠습니다."

얼마 후, 병사들이 허겁지겁 말 두 마리를 끌고 달려왔다. 라펜드와 마르셀은 각자 한 마리씩 말을 골라 올라탔고, 뒤를 이어 승마 기술이 뛰어난 상퀼로트 2명이 각자 말에 올라타서 떠날 채비를 마친다. 라펜드의 경우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였기에, 병사의 몸에 줄을 매어 그가 낙마하지 않도록 조치도 취한 상태였다.

"어서가라!"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 이랴!"

병사가 말의 배를 걷어차자 큰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나가기 시작하는 말. 마르셀은 앞에서 말을 모는 병사의 등을 꽉 붙잡은 채, 멀어져 가는 헬무트의 형상을 바라보았다. 그의 모습이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불안해 보이는 마르셀이었다.

'괜한 걱정이다. 아군의 승리를 확실해…….'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천천히 주문을 외워 소환한 정령을 다시 되돌아가게 하는 마르셀. 라펜드의 상처에 사용된 마법은 최소 2시간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자신도 피로가 누적된 몸을 쉬게 할 필요가 있었다. 정령을 사라지게 하자마자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는지, 병사의 등을 잡은 채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드는 마르셀이었다. 정령소환 전의 그 순박하고, 맑은 얼굴로 돌아간 상태로 말이다.  
한편, 라펜드와 마르셀이 전장을 이탈하는 동안, 헬무트는 처음 전장에 섰을 때부터 들고 다녔던 무기, 배틀엑스를 움켜쥐고 필립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그의 아들을 만날 줄이야. 아니, 어째서 이런 전쟁터에 그가 있는거지……. 후작의 아들정도면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제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헬무트는 이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어리석음도 한 몫을 거들었다. 카세리네 협곡을 제국이 이렇게 사수하는지 그는 이유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상부에서 상퀼로트와 케클론 중기병단을 적 전력의 몇 배나 주면서까지 이곳을 점령하라고 한 이유는 말 그대로 점령을 하기 위해서 인줄 알았지, 이곳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곳이 '이론상'으로는 황도와 인접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라펜드와 같이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채, 우연찮게 세운 전공으로 고속 승진한 그가 지도 읽는 법이나, 전술, 전략적인 면에서 타 지휘관에 비해 지식이 부족하고, 협곡의 지리적 중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라펜드에 비해선 월등히 우월할지 몰랐으나, 같은 계급의 지휘관들과 비교했을 때, 헬무트의 지식수준은 기초에 불과했다. 지휘관으로써의 필수적인 소양이나 지식, 예절 등을 배우는 것에 급급했던 그로써는 어쩔 수 없는 한계였던 것이다.

"저 붉은 눈을 가진 기사가 필로스 후작의 아들이라는 필립인가?"

"예 그렇습니다."

"너희들은 자리를 지켜라. 녀석의 상대는 내가한다."

"사령관님!"

"자네들도 잘 알고있지 않은가? 저자는 필로스 후작의 아들이네."

헬무트의 말에 수하들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길을 비켜준다. 천천히 필립을 향해 다가가는 헬무트. 필립은 헬무트가 접근할 때부터 뚫어지게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본인은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자와 정면으로 마주서게 된 필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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