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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시작과 함께 존재하였다

아니 말뜻을 더 정확히 하자면 내가 '시작'이란 것일지도 모르겠다

타협과 평화를 위해서 나는 모든것을 희생하였고

그것의 대가를 견디기 위해 분노와 질투를 잊기로했다

나의 작은 소망이 고통과 함께 이루어져

그것이 결실을 맺으려 할때,

내가 희생하여 보살핀 다른 모든것들의 꿈이

나의 꿈을 부수기 시작했다




[The lonesome guardian] 2화 말려드는 존재





씨익 길게 볼까지 찢어진 웃음을 짓고 눈동자를 가운데에 정지시킨채, 동그랗게 뜨고선 함장은 익살스럽게 중얼거렸다. 하나둘, 아리엘의 주위를 에워싼 기체가 커다란 기관포와 바주카포를 든채 겨누며 움직이기 시작하고 아리엘또한 양손에쥔 검을 치켜든채 전투태세를 취했다.
의자에 앉아선 그는 거만해서인지 아니면 너무도 자신만만해서인지 광기에 실린 눈빛을 띄우며 스크린의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자, 네가 선택된 수호자중 하나라면 보여주시지. 그 풋내기 실력으로 재주껏 보여주시지. '글러트의 유산', 그 위대하단 힘을 말이야."

삐빗

"하, 함장님! 전방에 에너지 반응이!!"
"뭐?!"

쉬이이이 푸카가가가가강!!

한줄기의 빛이 쫘악 지나가면서 아리엘의 근처에 있던 로봇하나를 박살내버렸고 함선또한 스치긴했으나 상당한 데미지를 입게되었다.
브릿지 전체가 흔들리는 통에 가운데에 앉아있던 지휘관도 충격에 몸을 가누지못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크윽! 도대체 뭐냐!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전혀 아무것도 눈치챌 수 없었던 타비스의 제 2 독립부대, 그렇게 갑작스럽게 닥친 이 상황에 진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을때, 뒤쪽에서 무언가가 쉬잉하고 나타났다.
턱, 함선에 가까이 다가와서는 함교쪽에다 양 손에든 기관총을 겨눠드는 그것은 로봇, 약 20m는 되보이는 로봇이 자신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있었다.

푸캉!

그리고 날아드는 또다른 포탄,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맞춘것은 함선이 아니라 함선에 붙어있던 로봇이란 점이었다. 아리엘을 둘러싸고있던 로봇 둘이 어느샌가 다시 돌아온것이다.

"괘, 괜찮으신겁니까!"
"됐다. 그보다 이글1은?"
"겨, 격추당했습니다.."
"빌어먹을! 도대체 갑자기 무슨일이 일어난거냐! 레이더엔 반응이 없었나!"
"지, 지금도 아무런 반응이 잡히질 않습니다!"
"좀전의 에너지 반응은 잡히나, 또 지금은 잡히질 않아? 젠장! 무슨 귀신의 짓인.."
"여, 열반응 포착! 로봇입니다!!"

푸슝!

포탄이 또하나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은 이쪽을 향해 똑바로 날아오고 있었다. 완전히 직격으로 맞히게될 상황, 옆에있던 타비스 로봇이 급히 방패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끝이 났을것이다.

"이, 이게 도대체! 두번씩이나 당할뻔하다니! 도대체 이건..!"
"타비스 부대에게 다시한번 고한다."
"?!"

무전을 통해 연락이 들어왔다. 그리고 좀전에 있었던 두번의 큰 폭발로, 아리엘에서부터 살포되 주변을 안개처럼 덮고있던 금빛들이 사라지자 갑자기 훤하게 트인 하늘이며 지상에는 다른 함선들과 전투기, 그리고 로봇들이 육안으로도 보일만큼 많은 수가 드러난다. 그리고 유난히 눈에 띄는 로봇하나, 혼자서 다른 무리와 떨어져 매우 가까운 거리에 무기하나와 방패하나 든채, 뒤에선 로봇소대를 이끄는 이것은 지휘관이라는 연상을 심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들에게 승산은 없다. 서로 피해를 내고싶지 않다면 서투른 저항은 하지말고 얌전히 투항하라.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

"저놈들은..위시안드. 하지만 어째서 이만한 수가 여기까지나 오는걸 왜..거기다, 마지막 경고라고? 응?"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보여지지 않기 시작했다. 아리엘에게서 살포되는 금빛들, 마치 안개같이 퍼지는 이것이 공기중에 뿌려질때마다 그부근이 흐릿하게 변하는 것이 완전히 육안으로는 적이 없다고 착각하게 만들정도였다.

"하, 함장님! 레이더에서 다시 반응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또다시 사라지는 레이더 반응, 이제 함장은 모든걸 알았는지 전방에 서서, 위시안드라고 스스로 부른 무리보다 훨씬더 가까이에 있는 검은 로봇, 아리엘을 노려보았다.

"빌어먹을. 저녀석의 금색안개가 시야와 레이더를 방해한건가."
"함장님. 이 상태론 위험합니다! 역시 일단은 후퇴를!!"
"크윽! 완전한 형태의 포획이 무리일것 같아서 어느정도 다른 정보라도 얻어내려했건만, 그것이 실수의 발단이었단 말인가."

주먹을 불끈쥐며 분통함을 표현했지만 어쩔도리가 없는건 자신도 잘 알고 있을것이었다.

"후퇴. 지금부터 전함 레베트는 이 공역을 후퇴해, 한시라도 빨리 본국에 녀석들의 침입을 알리러간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뒤로 몸을 돌리며 도망치는 타비스의 전함과 두개의 로봇, 함장은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며 소리쳤다.

"무전은 가능한가?"
"안됩니다. 역시 전파교란파장을 뿌려논것 같습니다."
"젠장. 젠장, 젠장!"
"하, 함장님!!"
"?!"

갑작스럽게 앞을 가리며 나타나는 또 하나의 로봇, 커다란 로봇용 바주카포를 들고서 이쪽에 겨눠들며 나타난 그것은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증거였다. 함장의 눈이 이때까지 모습중 가장 냉정함을 잃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커다랗게 변했다.

'다, 당했..'

퍼엉. 그리고 눈앞을 가리는 또다른 그림자, 근처에 호위하고 있던 로봇 둘중 하나가 재빨리 앞에 다가가서는 포탄에다가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것은 유언하나 남기지 못하고 완전히 개박살이 나버렸다.

"!"

"쳇."

외부음성으로 그 한글자가 적 로봇에게서 들리면서, 그 로봇이 다시 장전을 한후 함선을 향해 쏘려는 순간, 나머지 한대의 타비스군 로봇이 몸을 날려 녀석을 쳐내며 같이 나가떨어진다.

"이, 이글3!"
"가십시요, 함장님!"
"크윽, 전진! 이대로 계속 전진한다!!"

함장의 명령에 조타수가 키를 돌렸고 이 지상용 함선은 아군을 놔둔채 그대로 매정히 돌아서서 달려갔다.

"호오, 매정한 함장님이시군."

허벅지쪽에 숨겨져있던 일렉트릭나이프를 꺼내며, 타비스군에게 덤벼든 로봇쪽에서 외부음성으로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응?"

마찬가지로 남은 이 타비스 부대의 로봇또한 방금전 달려듬으로써 같이 무기를 잃었기에 허벅지쪽에서 일렉트릭나이프를 꺼내며 말한다. 아니, 말하던중 알아차린다. 무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 이게 왜.."
"호오, 모르는건가? 이 금색안개속에서는 전파의 방해가 최고조란걸 말이다."
"뭣이?!"

이제는 이쪽도 외부음성을 사용해서 대답했다.

"계획된거라는 소리지. 너희들이 그쪽방향으로 도망치도록 말이다. 이 안에서 너희들이 저 검은 로봇을 상대하는 동안 우린 부대를 둘로 나눠서 한쪽은 이렇게 정면으로 공격을, 그리고 나머지 한쪽은 지금 너희 함장님이 가시는 부근에다 숨겨놓았지."
"너, 너희들의 목적은 뭐냐?! 이 시기에 왜 이런 짓을..?!"

그리고 말하던 도중 타비스군 로봇은 적의 로봇 가슴쪽에 있는 한 마크를 보게되었다.

"그, 그 마크는 위시안드?!"
"이제서야 눈치를 채다니."

채앵! 위시안드라고 불린 로봇이 먼저 오른손에든 일렉트릭나이프를 휘둘렀다. 말을 하던 상황에서도 경계를 늦추고 있지 않았는지 똑같이 나이프를 휘둘러 막아내는 타비스군의 로봇. 그렇게 공격이 저지되고 방금막 휘두른 오른팔이 땅쪽으로 내려가고, 적의 오른팔또한 막아낸 충격으로 접혀진 순간, 위시안드쪽 로봇의 왼쪽 허벅지에서 또하나의 일렉트릭 나이프가 튀어나왔고 로봇은 그것을 찍기자세로 잡아쥐었다.

"큭!"
"느려!"

콰직. 왼손의 나이프가 가슴위쪽에 퍽하니 박히면서 강한 전기장을 로봇에다가 흘러보낸다.

"으아아아아악!"

그리고 위시안드 로봇은 어디론가 달려가선 떨어뜨렸던 무기중 기관총 하나를 왼손에 쥐고는 그쪽을 향해 겨눴다.

두두두두두두 퍼엉!

탄환이 로봇의 몸 여기저기를 죄다 꿰뚫어댔고 그렇게 탄창이 다될쯔음, 타비스군의 로봇이 불과 연기를 내뿜으며 보기좋게 터져버렸다. 18m짜리 철거인의 폭발은 주변일대의 금색 안개를 또다시 걷어버렸고, 또한 도망치고있던 타비스군 함선에게도 자신의 최후를 장황하게 알리는 역할을 하게되었다.

"이, 이글3.."
"하, 함장님! 갑자기 전방에서 다수의 반응이!"

말소리가 끝나기도전에 포탄과 탄환들이 함선을 향해 날아왔다. 함선의 장갑이 여기저기 날아갔고 아까전엔 레이저포로 오른쪽부분이 맞아서 균형을 잡기위해서인지 포탄은 왼쪽부분에 작렬, 함선의 손상은 계속계속 커져만갔고 전방엔 수십기의 로봇이 이쪽을 겨누며 공격하는것이 보이는게 도저히 살아남긴 힘들어보였다.

"제길, 부함장!"

그리고 그렇게 혼잡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함장은 좌석의 안전장치를 풀고는 소리치며 브릿지에서 나갔다.

"함선을 맡기겠다!"
"아, 넵!"

마치 당연한거라는듯 별다른 동요없이 받아들이는 부함장, 그렇게 그는 공격명령과 함께 정지할 명령을 내렸고 그러는 동안 함장은 계속 뛰고 또 뛰며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갔다.
문을 열고서 그가 내딛은 곳은 로봇격납고, 여기저기 화재로인해서 바쁘고 위험한 상황인데도 그는 멈추지 않고 뛰어선 한 로봇 근처에있는 남자를 향해 소리지른다.

"라틴! 내 로봇의 정비는?!!"
"아, 네! 이미 무장도 완료된 상태입니다!"
"좋았어!"

그렇게 짧게 대답한후 그는 계단을 올라가며 조종석쪽을 향해 들어가곤 해치를 닫는다. 시트의 안전장치를 작동시킨후 의자에 달려있는 고글을 낀다. 그리고 웬 버튼 하나를 누르자 기체에 전원이 들어오면서 스크린에도 영상이 비춰졌다.

"함장님. 아시다시피 가벼운 임무에서 시작한지라 무기는 현재 무장상태가 전부, 이이상의 보급은 불가능합니다."
"흥, 언제는 그런거 신경썼나. 응? 못보던게 붙어있는데?"
"아, 전에 말씀하신 신무기를 조금전에 장착해놨습니다."
"후후, 잘했다. 입으로 일일이 말해야하는 수고를 덜었군."
"그럼, 무운을."
"니녀석 운이나 빌어."

기이이이잉 격납고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 언덕을 방패로 삼아 이동중인데도 적들의 총탄이 끊임없이 발포되는게 약간밖에 열리지 않았는데도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였다.

"누구 걱정을 하는거냐."
"그럼 안녕히 다녀오십시요."
"일리야, 함장 이고리, 지금 출격한다!"

피슈웅! 반정도 열린 격납고의 문을 주먹으로 치면서 일반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크기의 로봇이 밖으로 나갔다.




"후우, 이거 상당히 위험했군."

왼팔에 박혀있는 일렉트릭 나이프를 뽑으면서 조금전, 타비스군의 로봇에다가 기관총을 쏴서 폭발시킨 위시안드군의 로봇 파일럿이 중얼거렸다.

'그 상황에서 나이프를 뽑아 공격하다니,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늦었으면 저 불속에 있는건 녀석이 아니라 틀림없는 나였을것이다.'

긴장한 표정에서 땀이 이마에 흐르는것을 파일럿은 느꼈다. 살짝 장갑낀 왼손으로 땀을 닦아내지만, 그 다음에 시야에 들어오는건 어느샌가 떨리고 있는 왼손이었다. 긴장된 상태라 느끼지 못했던걸 한차례 싸움이 끝나서야 하나둘 보여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숨을 들이쉬며 내쉰후 양팔과 다리에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 뜨면서 패달을 밟으며 로봇을 움직였다.

"일단은 임무대로 아리엘을 찾아야..응?"

금색안개의 움직임이 좀전보다 훨씬 더 활발해지고 짙어졌다는 것을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패달을 다시 밟으며 로봇을 180도 돌리자 그곳엔 눈파트를 유난히 빛내며 팔을 축 내린채로 서있는 검은 로봇 아리엘이 시야에 떡하니 들어왔다.
등쪽에 달린 두개의 날개 뼈대같은 막대기는 끊임없이 지금도 금색가루를 사방에 안개처럼 살포시키고 있었고 그외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게 더욱 이 위시안드 파일럿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일단은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하면서 위시안드 파일럿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한다.

"이쪽은 위시안드 제 9대대 소속 로봇이다. 그쪽의 로봇, 글러트의 유산중 하나인 아리엘인가? 이쪽은 메세지를 전하기위해.."
"너도 지켜봤는가?"
"뭐?"

갑자기 두껍고 내리깔려진 목소리가 한마디 들려와졌다.

"너도 이 모든걸 지켜보면서 그저 가만히 있었는가!"
"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어쨋든 이쪽은 메세지를 전하기위해왔다. 일단은 서로 무장을 해제한뒤.."
"묻는 말이나 대답해!"

아리엘의 장갑일부분이 번쩍거리며, 그것은 순식간에 고속으로 이동하며 달려들더니 한손에든 일렉트릭 소드를 크게 휘둘렀다.

"큭!"

순간 조종관을 당기며 패달을 밟아 로봇을 뒤로 움직였기에 망정이지, 아니였다면 지금 깨끗이 잘려버려서 땅바닥에 떨어진 왼손파트 꼴이 났을것이다.
소드를 막 휘둘러서 팔을 내린 상태로 아리엘은 발을 멈추지 않고 달려서 어깨로 눈앞의 로봇을 쳐버렸다. 몸통박치기를 당한 위시안드소속 로봇은 헤드파트가 앞뒤로 마구 흔들거렸고 조종석도 같이 흔들리며 충격에 시달려야했다.

"너도였나! 왜지! 왜 모두들 다 가만히 지켜보기만하는거지! 왜 그렇게 죽이려고만 드는거야!!"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쪽은 아홉번째, 이네의 전언을 전하려고 왔단 말이야!"

'이네?!'

뒷좌석에 있던 소녀는 순간 정신이 번쩍였다.

'아홉번째?!'

소녀는 앞좌석을 손으로 치면서 남자에게 소리를 쳤다.

"어이! 공격을 중지해! 중요한 메세지일지도 모른다고!"
"모두들 자기와는 상관없다고! 그런 이유로 죽이고 있어! 어째서야! 어째서 그렇게 죽여야만하는거지! 어째서!!"
"제길, 아직도 제정신으로 돌아온건게 아닌가."

고글을 벗고 시트의 안전장치를 풀며 금발의 소녀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곧바로 앞좌석의 남자를 향해 달려가선 그의 앞에 턱하니 서서 왼손으론 고글을 벗기고 오른손으론 힘껏 주먹을 날린다.

"적당히 좀해!!"

퍼억. 매서운 주먹이 얼굴에 날아들자 고개는 안전장치 때문에 흔들거리지 않은채 그대로 충격이 전해진다. 뺨이 뻘겋게 그리고 아주 크게 순식간에 부어올랐고 남자는 멍하니 눈을 몇번 깜빡였다.

"미친짓도 때와 장소를 가리란 말이야!"
"..."

한번 크게 쏘아붙이고 그녀는 계기판에 있는 버튼 하나를 눌러서 외부음성을 오프시킨다. 그리고 다시 아무일도 없었단듯, 자연스럽게 제자리에 돌아가 앉아선 고글과 안전시트를 착용했다. 앞좌석에선 남자는 멍한 얼굴로 부어오른 볼을 손으로 문지르며 스크린에 반투명하게 비춰지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나는..나인것인가?'

헝클어진 까만 머리카락, 30세정도로 보이는 이목구비, 힘없어보이는 눈빛, 주먹에 맞은게 아니라 둔기에 맞았는지 크고 빨갛게, 거기다 피까지 약간 흘러내리고 있는 왼쪽 뺨, 드문드문 면도를 안해서 나있는 턱수염, 그럼에도 그것은 자신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그에게 이런 이상한 점이 있다는것에 관심도 없다는듯, 소녀는 한방먹인후 바로 키보드를 두들기고는 옆에 달려있는 마이크를 빼들고 외부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다섯번째로, 아리엘의 서포터인 이브라고 한다. 그쪽은 이네의 무엇인거지? 전하고자하는 메세지는?"
"휴우, 이제야 말이 통하게 됐나보군."
"전하고자하는 메세지는?"
"아, 메세지. 에, 그러니까 뭐였더라. 나는, 아니 우리는 해방을..?!"

쿠가가강!

갑자기 땅속에서 무언가 뾰족한게 팍하고 튀어나오더니 그 위시안드 소속 로봇의 왼쪽어깨파트를 꿰뚫었다.

"크윽!"
"뭐, 뭐지?!"

놀라기는 하나 공격당하는 것은 여성쪽또한 마찬가지, 이번엔 아리엘의 발아래부분에서 그것들이 튀어나왔고 소녀는 급히 조종관을 당기고 패달을 밟으며 뒤로 피했다.
위시안드소속 로봇도 남은 오른팔에든 일렉트릭 나이프의 전기장을 끈후 오른쪽 어깨부위를 잘라버리곤 아리엘쪽으로 도망쳐왔다. 땅바닥에서 튀어나온 이 녹색의 것들은 식물인양 흐물흐물거리며 선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크기는 20m에 육박하는 로봇의 키를 훨씬 뛰어넘었다.

"이, 이게 뭐야."
"제길, 메르크녀석. 아직도 남아있었나."

소녀의 손이 파워레버를 밀었고 아리엘의 장갑 몇몇부분이 금빛으로 번쩍인순간 그것은 순식간에 앞으로 날아가서는 양 손에든 일렉트릭 소드를 이리저리 휘둘렀다. 촤좌좍거리는 소리와함께 그렇게나 커다랗던 놈들중 반이상이 두동강이 나며 쓰러졌고 아리엘은 몸을 다시 180도 돌려 메르크가 있는 곳을 향해 소드를 휘둘렀다.
떨어진 하나의 거대한 녀석은 그대로 몸에서 수많은 촉수를 내빼며 공격을 가해왔고 아리엘은 장갑여기저기를 계속 번쩍거리면서 그 모든 공격을 피하며 일렉트릭 소드로 계속 메르크들을 가르고 또 갈랐다. 한번 갈라진 자리에는 이 무기의 특징인 전기장이 좌좌좍 흐르며 재생을 방해했고 그로인해 계속계속 자르고 잘리면서 그것은 기능을 유지시키지못한채 하나둘 죽어갔다.

'좋아. 2차까지 진행된 이상 이정도 적쯤이야 간단하다!'

샤캉 샤캉

지상에서 약 3m정도 뜬 상태로 아리엘은 촉수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쉴새없이 양 손을 휘둘렀다. 한번 잘려 방금전 땅에다 떨어지던중 다시 돌아온 아리엘에게 한번더 네조각으로 잘리는 메르크, 형태를 거인형으로 바꿔 공격하려다가 네조각으로 잘리는 메르크, 수많은 작은 촉수들을 찌르지만 어느샌가 뒤가 잡혀서 산산조각 나져버리는 메르크, 그렇게 손쉽게 아리엘은 고속으로 눈에 잡히지 않을정도의 스피드로 이 녹색 괴물들 사이를 헤집고 드나들었다.
소녀가 그렇게 기세좋게 반격을 가하는 동안, 위시안드소속 로봇또한 쉬지만은 않고 있었다. 애초에 쉬고 싶어도 주변에 저런 괴물들이 득실거리는데 가능할리가 없었다. 한조각 거대한 기둥같은 메르크가 쓰러지고나면 그것을 향해 달려들어선 왼팔만으로 수많은 작은 촉수들의 공격을 베고 베어서 상쇄시키고 잘라내었고 커다란 녀석이 땅속에서 튀어나오면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전기로 계속 마비를 시키며 공격을 가했다.

'한쪽 팔, 그것도 일렉트릭 나이프만으로 저정도로 싸우다니, 보통 실력이 아니잖아.'

그 격란한 전투속에서 소녀는 위시안드 로봇을 눈여겨보며 한순간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그것은 한순간의 또다른 실수로 이어져갔다.

"!"

느닷없이 눈앞에서 메르크가 땅속에서 튀어나왔고 거리가 거리인지라 피하질 못하고 그대로 녀석에게 박아버릴 수 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왜소한 기체가 처음에 앞좌석의 남자로인해서 갑옷마저 분리시킨 상태니 충격이 누가 더 클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고 조종석안에서 남자와 소녀는 충격에 시달리며 비명을 질렀다.

"크윽!"
"으아아악!"

덧붙여서 적의 충격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적은듯 정신을 차리는게 이쪽보다 빠른게 몸의 다른 부위에서 수많은 촉수같은 팔을 꺼내서 아리엘을 꽉 잡곤 놔주질 않았다.

"젠장!"

조종관을 밀고 당기고 버튼을 몇개 눌러보지만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적은 자신의 머리 맨 끝부분을 바늘같이 뾰족하게 만들고선, 아리엘의 머리쪽을 향해 겨눠내렸다.
이대로라면 완전히 조종석도 함께 퍽하고 꼬치가 될 상황, 허나 발버둥쳐봤자 아리엘의 힘으로써는 역부족인듯 보였다.

"아리엘!"

근처에있던 위시안드 소속 로봇이 때마침 낌새를 눈치채고 달려드나 때마침 땅속에서 메르크들이 나타나더니 진로를 방해한다.

"큭!"

도저히 시간에 맞출수가 없었고 아리엘의 조종석에서 두 남녀가 서로 스크린을 동시에 바라보았을때, 메르크의 커다란 송곳은 아리엘의 헤드파트를 향해 찔러졌다.

파각!

아니, 그것이 찔러넣어지기 바로전, 반대로 녀석의 목아지가 가로로 쩍하니 잘려나가졌다. 어안이벙벙하게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면서 바라보는 조종석의 두남녀. 그리고 잠시후, 아리엘을 붙잡고 있던 메르크의 나머지부분은 파바바박하며 공기가 쉴새없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문자그대로 산산조각, 아주 철저히 조각조각 나버렸다.

"이..이건 뭐가 어떻게.."

"우리는 해방을 선포하는 아홉명의 수호자."

"!"

그 목소리는 위에서 들려왔다.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진 그것은 분명한 사람의 목소리, 공중에서부터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더니 소녀와 남자가 타고있는 로봇 앞에 턱하니 착지했다.

"그 이상의 끝은 구원의 손길일지어다."

뿌옇게 일어난 모래연기가 사라지자, 아리엘의 앞에 나타난 것은 20m정도에 온몸이 철로 이루어져있는 회색빛 로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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