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3)[3]

2006.07.09 00:06

울프맨 조회 수:147

그것은 경고였다.
외래속담이나 격언에 생소한 사람이라면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영준은 이미 그 속담을 잘 알고 있었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

영준이 도달한 곳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단지 특이한 점이라 한다면, 썼을 당시에는 굉장히 강렬했으리라 생각되는 조금 바랜 글씨의 붉은 색이랄까.....
하지만 단지 그것뿐. 어떤 마술도 주술의 증거도 글씨엔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했을 때, 영준은 전신의 힘을 잃고 찬 바닥에 얼굴을 맞대야만 했다.
영준은 당혹스럽긴 했지만, 공황에 빠지진 않았다.
오히려 그 상태에 그친 것에 안도하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현재 상대방의 수법은 단지 신체를 결박하고 구속하는 수준.
거기다 벽에 씌어진 글귀의 내용으로 볼 때, 상대방은 악의를 지녔다기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신사적인 편이었다.

‘고로, 이쪽은 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론에 이르자, 영준은 자신의 안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소연.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따라오지 않는 소연의 안부가 걱정되긴 했지만, 그 역시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고 또 오래가지도 않았다.
영준이 생각하는 한, 위험요소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게, 계산착오였단 말이지...........’

영준은 어제 일어난 일들을 곰씹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어제의 경험이 그 건물에서 끝이었다면, 주변에서 벌어졌던 사건의 연속은 그저 ‘굉장히 신기하고 흥미로운 일’ 정도로 여겼겠지만, 수진과 기륭의 생각과는 반대로 영준은 잠들지 않고 멀쩡히 깨어있어서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전부 들어버린 상태였다.
게다가 오늘 아침.
집 앞 골목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차와 주변을 진동하던 심각한 악취....
정확히 무엇이 있었는지 영준은 알지 못했지만, 분명 좋지 않은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리고 영준은 직감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노려지고 있다는 것을.
어제 차안에서 엿들은 이야기가 심증이라고 한다면, 오늘 아침의 현상은 물적 증거라 할 수 있는 것.
모든 정황을 생각해 볼 때, 원인과는 관계없이 영준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반 아이들의 자신을 향한 이상한 눈초리 따위는 그에게 있어서 관심의 대상조차 될 수 없는 것이었다.

'남은 문제는...... 그것이 언제인가로군.’

그러나 그 문제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위험과 관련된 일일수록 빠르게 대처하는 법이 좋은 법.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아도 자신은 어디까지나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보통 학생이었다.
그런 상대를 해치우는 일에 계획이나 위험성 따위 고려할 리가 없었다.
언제든 손쉽게 없앨 수 있으니, 절대 미적거릴 필요가 없는 것.

‘늦어도 오늘 밤 까지가 고비겠군...’

생각을 마친 영준은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업이 다 끝날 때 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어...!’

영준은 화장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합법적으로 학교를 나가는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
때마침 화장실은 비어있었다.
지금 영준이 취할 행동을 생각하면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영준은 가만히 화장실 문을 닫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 이런 좋은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법.
모처럼의 기회를 망설임 때문에 놓쳐버린 다면, 다음 쉬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만다.
그리고 그 다음 쉬는 시간에도 이렇게 화장실이 비어있으라는 법도 없었다.
일분. 일초가 아쉬운 영준에게 지금이야말로 최고의 기회였던 것이었다.

‘그럼... 간다....!’

영준은 속으로 각오를 다잡으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 짧은 호흡이 끝남과 동시에 듣기 거북할 정도의 둔탁한 소리가 화장실을 울렸다.

“욱!!!!”

지끈, 하고 날카로운 고통이 그의 안면 깊숙이 파고들었다.
영준은 익숙지 않은 고통의 감각에 중심을 잃으려는 몸을 버티기 위해 벽을 짚으려 했다.
그러나 손에 느껴지는 벽의 느낌은 평소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미끈]

머릿속을 가득 메운 고통 사이로 그 두 마디가 비집고 들어왔을 땐, 영준의 몸은 이미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성공이네....’

벽에 길게 이어진 붉은 궤적.
자신의 손길이 남긴 피의 흔적을 보며 영준은 힘겹게 미소 지었다.
코를 가득 채운 비릿한 이물질.
있을 장소를 잃고 방출하기 시작한 그것들은 영준의 입으로 흘러 매캐한 내음을 느끼게 했다.
영준은 한번에 성공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추스렸다.
화장실 바닥이 지저분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왠지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영준의 예감이 들어맞은 듯, 타이밍 좋게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영준은 눈을 감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적성은 문과였으나... 진로를 이과로 택해버린 엄청난 선택덕분에... 날마다 연구소에서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 아아...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나도 저렇게 게임을 만들어 봐야지~'하고 프로그래머에 막연한 꿈을 가진것 부터가 화근이었던 게야.....ㅠ.ㅠ ..........4일만에 돌아온 집은 너무나 멋진곳이라고 느끼게 되었답니다.. ㅠ.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8 realize 20화 - 목표는 하나 - [3] 연향 2006.07.19 182
667 Antares[0.5막] - Follow me 15 - [5] 히이로 2006.07.19 388
666 雜談. 포커스 [3] Lunate_S 2006.07.19 165
665 [몽환록]1장-사망전이-(1-3)[4] [1] 울프맨 2006.07.18 162
664 [The lonesome guardian] 2화 말려드는 존재-2 [3] 고쿠 더 히트 2006.07.17 146
663 [The lonesome guardian] 2화 말려드는 존재 [5] 고쿠 더 히트 2006.07.11 186
» [몽환록]1장-사망전이-(1-3)[3] [2] 울프맨 2006.07.09 147
661 [단편]바람과 노을의 언덕 [5] -Notorious-G君 2006.07.08 274
660 Antares[0.5막] - Follow me 14 - [7] 히이로 2006.07.07 431
659 realize 19화 - 제호와 태연의 사정 - [3] 연향 2006.07.06 235
658 realize 18화 - 칼라드와 샤이 [2] 연향 2006.07.01 169
657 Antares[0.5막] - Follow me 13 - [5] 히이로 2006.06.30 193
656 Realize 와 사자의 ~ 간의 연관 설정 [3] 연향 2006.06.29 166
655 사자의 심장, 그리고 성스러운 칼 -1화- P.3 [4] 연향 2006.06.29 151
654 [설정]Lina In WonderWorld [5] 울프맨 2006.06.29 149
653 [몽환록]1장-사망전이-(1-3)[2] [2] 울프맨 2006.06.28 141
652 사자의 심장, 그리고 성스러운 칼 -1화- P.2 [3] 연향 2006.06.27 155
651 사자의 심장, 그리고 성스러운 칼 -1화- P.1 [6] 연향 2006.06.27 183
650 <The lonesome guardian> 1화 성사된 계약-2 [3] 고쿠 더 히트 2006.06.26 243
649 [the Cruise]赤月短歌 ; 문 게이트의 유래 [5] Lunate_S 2006.06.25 216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