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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을 향해 적대감을 품은채로 무차별적 공격을 가해왔던 사내가, 이제와서 살라딘 측의 사자라고 밝히는것도 우스울 다름이였지만, 굳이 상대가 이런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기에 리처드는 일단 예기를 들어볼 생각인지, 레인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일단 예기를 듣고 결정하도록 하지, 그래서 살라딘이 우리에게 전하라는 말이 뭐지?”

일단 살라딘측의 사자로 왔다는 레인의 말에 전군이 동요하고 있음을 파악한 리처드는 우선 동요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음을 알고 있는지, 재빨리 상황을 정리하는 면모를 보여줬다.
신속하게 아군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상황을 정리하는 리처드의 모습을 보고 있던 레인은 의미를 알수 없는 미소를 띄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 살라딘 전하께서 전하라고한 말을 전해드리도록 하지요. 전하께오선, 굳이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으신지 화친을 요청해 왔습니다.”

예상했던 말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말을 전해오는 레인의 행동에 리처드는 잠시 상황판단을 제대로 할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십자군과 이슬람 군세의 전세를 냉정히 파악하자면 아무리 과대 포장을 한다고 해도, 십자군에게 있어서 결코 유리한 상황이라고는 할수 없는 상황이였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는 살라딘의 기습작전에 의해 약 3만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생겨났으며, 교황의 직속 십자군또한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한채 3달째 한자리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이였다. 유일하게 전공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리처드와 알려지지 않은 한명의 무명의 장수 뿐이였다. 비록 희망이 없는것은 아니라지만, 단 2명이 이끄는 군세가 전세를 역전시킨다는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였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살라딘이 평화제의를 해오자 리처드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지 의심가득한 목소리로 레인에게 되물었다.

“나로선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군, 살라딘이 그런 말을 전하라고 했단 말인가?”
리처드가 레인의 말에 불신하는듯한 기색을 보이자 레인은 이미 리처드의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한가지 말을 덧붙였다.

“물론 제가 말씀드린 일은 추호의 거짓도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한가지 말씀드리지 않은게 있군요.”

이제야 속내를 들어내는 레인의 말에 리처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살라딘이 뭘 노리고 그런말은 한지 전혀 짐작조차 할수 없었지만, 지금 살라딘의 목적이 드러나기 떄문인지 리처드는 좀전보다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살라딘이 나에게 원하는게 대체 뭐지?”

리처드의 질문에, 레인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천천히 답했다.

“S급 유니온, 카이프라니엘...살라딘 저하께옵선 그것을 원하옵니다."
"뭐...뭐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레인의 말에 대답한건, 리처드가 아니라 여태까지 한쪽에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에리스 였다. 그는 레인의 말에 극도로 당황했는지 좀전까지의 무표정과는 달리, 극히 긴장하고 있는듯한 표정으로 레인을 바라봤다.
그런 에리스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낀 리처드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상황이 정리될때까지 사태를 지켜볼 모양인지, 아무말없이 레인과 에리스의 대화를 기다렸다.

“검제 에리스...이거 초면에 나쁜일로 만나뵙게되어 안타깝습니다만...살라딘 저하께오선, 귀하께서 극비리에 숨기고 계신 S급 유니온, 카이프라니엘을 화평의 대가로서 요구하셨습니다.”
“!!!”

레인의 말에 리처드는 경악한 표정으로 에리스를 바라봤다.
허나 에리스는 리처드가 자신을 그렇게 쳐다본다는것 조차 신경쓰지 못할정도로 흥분했는지, 몹시 격양된 목소리로 물어갔다.
“...제가 S급 유니온을 소지하고 있다는 정보를...대체 누구한테 얻은겁니까”
“글쎄요? 그건 안타깝지만 알려드릴수 없겠는걸요.”

몹시 격양된 에리스와는 달리 평상시의 말투와 별반 다를것이 없는 어투로 느긋하게 말하고 있는 레인의 말투는 분명 서로간의 여유의 척도를 판단할수 있는 기준이 되었다.
자신을 강렬한 눈빛으려 쳐다보는 에리스를 별다른 꿀림없이 바라보던 레인은 가볍게 웃은뒤, 리처드에게 다시금 결론을 촉구했다.

“흥분은 몸에 좋지 않습니다. 에리스씨, 일단 그건 그렇고, 그래서...어떻게 하실건지요 리처드 전하, 빠른 답변을 부탁드립니다만...”

대답을 촉구하는 레인의 말에 그제서야 지금의 상황에 정신을 돌린 리처드는 묘한 표정으로 에리스를 노려다 보는 한편, 천천히 레인의 말에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방금전까지만 하더라도, 에리스가 S급 유니온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그렇기에...이번 일에 관해서는 뭐라 마땅히 대답할 수가 없군”

웅성 웅성.
본디 범인보다도 목소리가 우렁차기 짝이없는 리처드의 말에,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긴가민가 하고 있던 중장기병들은 모두 이 뜻밗의 상황에 당황했는지 매우 소란스러워졌다.
그런 병사들의 동요를 리처드는 잠시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봤지만, 이윽고 고개를 돌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에리스를 쳐다봤다.

“...”

그런 리처드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에리스는 눈을 감은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유니온...
인류 최고의 기동 병기, 단 1기가 일반병사 500명을 상회한다고 전해지는 궁극의 기동병기, 그러나 엄청난 제작비용과 희귀하기 짝이없는 재료로 인해 생산은 극히 드물게 이뤄질수 밗에 없었고, 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유니온을 더해봐야 약 4000기 내외일것이라는게 정론이였다.
그리고 그 유니온 중에서도 등급을 나눠서, F~L급까지의 등급이 있다고 전해진다. F급은 말그대로 일반 병력 500명과 호각, 그리고 최고급인 L급의 경우 아직 2기 외에는 실체가 전해지지 않았기에 자세한 성능은 비밀에 싸여있었다. 그리고, 지금 언급한 S급의 유니온 카이프라니엘, 과거 제 1차 십자군 전쟁 당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슬람 군의 약 3만명 가까이를 처단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예루살렘 탈환 직후, 사라져서 현재로선 종적이 모호한 유니온이였지만 그 탑승자가 다름아닌 에리스라는 사실에, 리처드는 경악할수밗에 없었다.

“에리스, 대답해라. 네녀석이 정말로 카이프라니엘을 소유하고 있나?”
“...그렇습니다.”

우드득.
주먹을 쥐는 소리와 함께 리처드는 몹시 화가난 표정으로 에리스를 노려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후후후후...후하하하하! 재밌군, 정말 재밌어! 군주보다도 더욱 강력한 유니온을 소유하고 있는 부하라니!? 그것도 군주는 그런 사실을 알고있지조차 않다니!? 하하하하!”
“저하! 그것엔 그럴만한 이유가...!”

뭔가 더 말을 하려던 에리스였지만, 뭔가 걸리는 사실이 있는지,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묵묵히 검을 이고는, 사실상 리처드와 결별을 통보했다.

“...리처드 전하, 언제고...언제고 다시 돌아와서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옥체 강녕하시오소서”
“후...후하하하하!”

그야말로 갑작스럽기 짝이 없는 에리스의 결별 통보에도 불구하고 리처드는 그저 광소를 내뱉을뿐,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에리스는 그런 리처드를 돌아보지 않은채 전장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한달뒤 리처드의 군세와 살라딘의 군세는 평화 협정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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