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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3)[2]

2006.06.28 20:48

울프맨 조회 수:141

담임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뭔가 대단히 인정하기 싫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가를 반복하며 뜸을 들이고 있었다.

“안 좋은.. 소식이 있다.”

아침의 조용했던 교실.

그것은 다름 아닌 단 한사람 덕분이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너나 할 것 없이 맨 뒤의 빈자리로 향했다.

언제나 지겹도록 떠들어 대던 녀석....

녀석이 없었기에 오늘은 유달리 조용한 것이었는데..............

“너희들의 친구인.....”

다시 힘겹게 운을 떼는 담임의 말에 아이들은 직감했다.

지각 따위가 아니었다..........

“우진이가 어젯밤.... 사고를 당했다.”




반 분위기는 조용했다.

물론 방금까지의 침묵과는 질이 다른 것이었다.

갑작스런 급우의 사고...

시끄럽고 유난히 귀찮기만 한 녀석이었지만,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는 얘기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오랜만의 침묵을 달갑게 여겼던 아이들, 그리고 내기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반성하는 눈치였는지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물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간간히 소곤거리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담임은 우진이 옥상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 말을 곧이듣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소곤거리는 대화내용은 대부분 이랬다.

- 귀신이야.....-

전혀 얼토당토않은 근거 없는 주장이었지만, 그것은 묘한 설득력이 있어서 아이들은 빠르고 깊게 그 말을 믿기 시작했다.

귀신을 보았다고 주장하며 증거를 남겨오겠다고 장담한 우진.

그리고 녀석은 하루 만에 옥상에서 추락했다.

아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얼마 전에 일어났던 교통사고로 돌려졌다.

그리고 소곤거리는 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영준을 향한 의혹의 시선도 하나. 둘. 늘어만 갔다.




오늘은 소연에게 있어서 정말 최악의 하루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었다.

우선, 아침부터 잃어버린 물건을 찾느라 30분이나 허비하는 바람에 돌아온 결과는 결국 지각....

운동장을 오리걸음으로 3바퀴나 돌아야했다.

그래도 그런 오리걸음의 고통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정신적 충격이었으니......

학교에 혹시 있었으면 했던 그 물건이 끝끝내 없었다는 가혹한 결과 때문이었다.

소연이 그토록 애를 태우는 분실물은 바로 다른 이들이 경멸해 하지 않는 ‘염장 1호!!’(그녀의 단짝인 희수와 유란이 붙인 별칭이다.) 남자친구 진이가 준 손수건이었던 것이다.

‘진짜..... 일났네’

물론, 당사자인 진이라는 그 남자친구는 그런 물건의 중요함 같은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무려 유치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 건네준 물건이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지 오래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후로 손수건은 ‘진이에게 받은 선물 1호’가 되어 한 번도 써보지도 않고 마치 부적이라도 되는 양, 소중히 항상 간직하고만 다녔던 물건이었다.

‘분명히... 어제까진 있었던 것 같은데....’

소연은 아픈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확실히, 어제 저녁 영준을 육교에서 만났을 때까진 분명히 갖고 있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를 생각해내려 하면 왠지 모르게 심한 두통이 머리를 눌러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뭔가 기억이 남아있는 것은 분명한데, 마치 10년도 더된 일 인양, 먼 곳에서 잡힐 듯 말 듯 심란했고 그나마도 두통 때문에 기억하기가 곤란한 것이었다.

‘남은건.... 영준이 뿐인데....’

어제 같이 있었던 것은 분명히 영준.

영준에게 물어본다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안타깝게도 참을성 없는 영준이 등굣길에 30분을 못 견디고 먼저 가버린 터라 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자습시간이 끝나고 말을 걸려고 했던 기회마저, 담임이 발표한 ‘우진사고 사건’ 때문에 분위기가 험악해져 도저히 선물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 따위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특히.... 영준은 우진이 얘길 듣더니 얼굴이 더욱 심각해져, 공책에 ‘고양이’ 나 ‘호기심’ 따위를 써놓고 그것만 죽어라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최후의 방법뿐인가…….’

소연은 별수 없이 크게 한숨만 내쉬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강구하고 있는 그 방법은 조금은 위험요소를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 오래 걸렸잖아……. 바로 오라니까…….”

수진의 뾰로통한 듯한 목소리가 주방에서부터 들려왔다.

“......정찰을 겸했습니다.”

기륭은 입고 있던 운동복 상의를 벗으며 말했다.

상의를 벗자 옷 안에 감춰두었던 기륭의 긴 댕기머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평상시에 운동복 같은걸 즐겨 입는 편이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머리를 감추려면 후드가 달린 운동복을 입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아침부터 먹으면서 얘기하자.”

수진의 목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온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보통은 침실에서 들려오는 것이 정석.

그러나 오늘은 이례적으로 주방에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앞치마까지 둘러맨 채로.....

“웬일로 일찍 일어나셨군요.”

기륭이 짐짓 철면피를 두른 채 말했다.

깨워놓은 당사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

그리고 그런 공격적인 도발을 그냥 지나칠 수진이 아니었다.

‘톡톡톡톡’하고 바른 소릴 내던 부엌칼이 ‘쿵!’하고 거칠게 도마위에 찍힌 것도 그 때문일까…….

‘요게 어제일로 반항하네........’

억지로 두 아이의 감시를 맡긴 것 때문인지, 기륭은 드러내진 않았지만 아침부터 시비를 걸고 있었다.

사실, 아까 전화로 깨운 것도 사안이 긴급했다는 이유도 있지만, 기륭의 보폭이라면 전화를 할 필요도 없이 돌아와서 보고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아니.... 평소의 기륭 같았다면, 보고를 생략하고 자기 주관대로 조사한 후 돌아와서 결과만 얘기 했을 터, 이는 고의적으로 수진의 단잠을 깨운 기륭의 불만 표시였다.

‘자기 좋을때만 감정있다..... 이거지....’

수진은 욱하는 감정을 접어두고 요리를 마무리 지었다.

화가 나긴해도 기륭이 전해온 소식은 굉장히 중대한 것이었으니까.

“그래, 녀석들이 ‘쓰레기’를 투기했다고?”

기륭도 본격적인 주제가 나오자 태도를 바꾸었다.

다시 본래의 표정 없는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식탁위에는 간단한 찌개, 나물류, 김치 등 일반 가정과 비슷한 식단이 있었고, 마주 앉아 대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식사의 광경이었지만, 대화의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 오십구나 버렸다고.... 그것도 그 아이 집 근처에?”

수진의 표정은 심각했다.

오죽했으면 씹던 것조차 멈추고 멍하니 기륭을 바라보고 있을까…….

하지만, 이미 한달가까이 같이 지내온 기륭은 그것이 무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의 수진의 버릇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는지, 수진이 다시 음식을 씹으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 경고로군. 그리고 선전인가....”

“예.”

“.....우릴 미행하고 있었어. 그 그래서 언제든지 그 아이들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거야. 그리고 ........ 일부로 눈이 띄는데 버려서 경찰과 언론에게 노출시켰어...... 그런데, 그래선 놈들에게 좋을 게 없을 텐데....”

고민을 하는 수진. 그리고 수진이 말을 하는 사이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기륭이 결론을 내렸다.

“평소라면, 선전 같은 일 따위 하지 않겠지만....... 좋은 사례가 있죠.”

처음에 수진은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진의 얼굴이 종이처럼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시내의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이 정겨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끔 쇼윈도 밖의 경관을 가리키기도 하고 웃으면서 서로를 툭툭 치는 것을 보았을 때, 두 사람은 연인, 아니면 친한 동료처럼 보였지만,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 그 누구도 두 사람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다.

당연한 것이, 두 남녀는 영어도 아닌 생소한 외국어로 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키가 190은 될 정도의 장신에 턱수염과 구레나룻을 멋지게 기른 라틴계 외국인처럼 보였고, 여자 쪽은 선글라스를 꼈지만 이목구비를 보아선 틀림없는 한국인이었다.

둘은 한참을 정겹게 얘길 나누더니 이윽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곧 헤어질 듯, 서로 깊이 포옹하며 어깨를 다독이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외국인이 있는 것이 신기한지 흘끔흘끔 쳐다보긴 했지만, 한가한 사람이 아닌 바에야 그저 자기 일을 하기위해 갈 길을 가곤 했다.

그리고 그런 틈을 타서 남자는 여자의 귀에 작게 입술을 달싹였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저 닭살스런 애정행각으로만 보이는 행동이었겠지만, 그것은 사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은 대화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것은 한국어이기도 했다.

종전까지 한국어를 모르는 듯 외국어만 줄곧 구사했던 이 남자는 능숙한 한국어 실력의 소유자였던 것이었다.

또 대화내용 역시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반드시. 성사시켜라.. 위에서 우리의 위기를 알면....”

남자는 다시 오우 하는 느끼한 표정을 짓더니 방향을 바꿔 다른 쪽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남는 것은 죽음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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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만에... 학교에서 탈출했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맛보는 즐거움--(젠장..) 역시 날밤은... 멋진것입니다... OTL....
드디어.. 기말 과제 까지 모두끝낸 지금... 눈앞엔 새로운 적. 연구실 프로젝트란 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미있겠다아아!!!!(절규!) ㅠ 0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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