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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카시오페아..(2)

2006.06.23 22:33

오얏나무 조회 수:154

그 눈동자와 어울리는 갈색의 수염을 턱까지 기른 그가 바로 케익샾 '카시오페아'의 사장 레일리 레하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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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를 넘어온 아침 햇살이 주방 안, 3인용 식탁 위에 맛깔스런 조미료처럼 뿌려지고 있었다. 덕분에 차려놓은 신선한 우유와 샐러드, 그리고 토스트가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그러게 노크만하지 왜 방 안까지 들어가서 어슬렁거려."

햄과 계란프라이가 들어간 토스트를 한입 베어물며 레하르씨가 말했다.
그러자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입 안의 음식을 오물거리던 나티에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두드려도 안 일어 나길래 그랬죠. 요즘 한창 지각 중이니까, 그러다 또......"

"또? 또, 뭐?"

레하르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티에를 쳐다보았다.

"아니, 아무것도아니에요."

나티에는 그런 레일리의 시선을 피해 버리려 방금 마셨던 우유를 또 집어 들었다. 벌컥하고 우유잔을 입으로 갖다대자 그의 목젖이 움직이며 몸 안으로 흰색의 액체를 받아들였다.
끌끌하며 레하르씨는 혀를 찼다. 그리곤 고개를 두어번 젓더니 토스트를 머으면서 입을 열었다.

"... 그래도 벌써 세번째 학교 잖아. 슬슬 알아서 적응하겠지."

달칵
나티에가 우유잔을 식탁에 내려 놓았따. 입가에 하얗게 우유가 묻어 있었다.

"어쩌면 이번에도 적응 못하고 네번째 학교를 알아봐야 될지도 모를 일이죠."

"나티에.."

"잘먹었습니다."

드륵, 의자를 밀어내고 나티에는 일어섰다.
잠옷 소매로 입가를 닦고선 싱크대 주변으로 다가가 습관처럼 원통형 도시락통을 찾아 들었다. 노이의 도시락이었다.

"벌써 보름이 넘었어요. 그 녀석, 도시락도 안챙기고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학교 가는거..... 그것도 지각이 뻔한 시간에."

"............."

레하르씨는 대답이 없었다. 나티에는 그런 그를 식탁에 혼자 남겨두고 거실로 통하는 문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렇게 그대로 주방을 빠져나가려다 멈칫 문 앞에서 잠시 멈춰선 나티에는 레하르씨를 돌아보지도 않은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도시락.... 갖다주고 올게요."

타박타박
나티에가 주방을 나갔고 3인용 식탁엔 레일리 레하르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후... 하고 길게 숨을 내뱉으며 토스트를 접시 위에 내려 놓은 레하르씨는 무엇을 바라보는지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후를 준비하는 듯 어느새 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레하르씨는 그 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미간에 저절로 주름이 만들어졌다.
잔뜩 찡그린 그 얼굴로 그는 말했다.

"알고 있어. 알고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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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것은 다들 외부에 적대적인 세력이라도 두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키보다 두배는 높은 담장의 앞에서 검보라색 머리칼의 소년은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뭐하러 이런 높은 벽을.....'

마치 성벽과도 같은 그 벽을 올려다보고 있었기에 소년의 고개는 자연스레 한껏 젖혀져 있었다.
소년이 이어 담자락을 따라 고개를 빙 돌리자 코끝에 걸려있던 커다란 돋보기 안경이 조금 흔들거렸다.

"좋아."

담자락을 대충 훑어본 소년은 안경을 고쳐쓰고 몇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한 호흡 고르더니 소년은 벽을 향해 정면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부딪힌다는것을 알면서도 더욱 속도를 올리는 소년. 소년의 시야가 벽으로 꽉 메워지고 자신의 키보다 두배는 더큰 그 벽이 드디어 코 앞에 다가왔을때,

"!!"

소년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무릎을 차올렸다.

자박.
소년의 스니커즈가 벽에 다라붙었고,

자박, 탁!
소년은 그 자세 그대로 벽을 밟고 크게 한 발짝 더 내딛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소년은 벽과 자신의 하중이 충돌하는 힘을 이용해 담장의 끄트머리를 향해서 뛰어올랐다.

화악!
올려보았던 담장 끝을 내려보기를 잠시, 소년은

사뿐,
하고 방금전 서 있었던 벽의 건너편에 내려 앉아 있었다.
이미 한 시간도 더 전, 거의 모든 전교생이 등교해버려 한적한 학교 담장 근처, 기이하다라면 기이하다 랄 수 있는 방법으로 소년, 노이는 나름의 등교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툭,툭,
검은색 세미정장 풍의 교복에 행여 먼지나 묻었을까 손으로 옷위를 털어내고서 소년은 일어났다. 운동장 건너편으로 성냥갑같은 교사가 보였다. 그 교사의 3층, 소년이 속한 학급의 교실이 있을 터 였다.

후우...
교실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자니 소년의 입에서 걱정섞인 한숨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가고싶지 않아. 저기에 내가 있을 곳은 없는걸..'

그 순간, 소년의 머릿속에 문득 레하르씨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래도...
서있는 담장 옆 화단에서 교실로 향하기 위해 한발을 옮기자 달각거리며 흔들리는 돋보기 안경이 코끝에 다시 걸렸다. 너털너털 발걸음을 옮기며 소년은 한번더 걱정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3교시가 다 끝나가는 그 무렵, 노이는 축늘어뜨린 어깨로 남들보다 한참 늦은 등교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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