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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realize 17화 - 속박 -

2006.06.22 21:32

연향 조회 수:162

realize  17화  - 속박 -


천계의 외곽, 셀레스 게이트 앞에선, 천계에서도 흔히 볼수 없는 2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는건가, 쌍각”

두텁기 짝이없는 검을 등에 걸쳐매고는, 어딘가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고 있던, 경갑의 사내는 나지막히 물어갔다. 그 사내의 물음에 쌍각이라 불린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는 뒤돌아서서 쾌할한 어조로 답했다.

“하하, 당연한것을, 내 조카가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가보지 않을수 없지”

유쾌하기 짝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대답하고 있는 쌍각과는 달리 경갑의 사내는 여전히 냉정하기 짝이 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목적은 그것많이 아닐텐데, 필경 지크프리트 녀석의 행방을 알아보려는거겠지?”
“알고 있다면 예기는 빠르겠군. 그래, 그녀석의 행방도 알아볼겸 내려가는 거다.”

아까까지의 유쾌한 태도와는 달리, 굳어진 얼굴로서 경갑의 사내의 말에 답하고 있는 쌍각의 모습은 방금전의 그 사내와 동일인물인지 조차 의심갈정도로 심각하기 짝이없는 분위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네녀석도 알텐데...그녀석의 종적 자체가 ‘사라졌다’ 내가 이그드라실과 동조도 해봤지만, 아예 그녀석의 좌 자체가 사라져 버렸어...여태까지 이런일은 일어난적이 없을텐데...이번 일에는 분명 뭔가가 있어”

지크프리트의 행방을 도저히 찾을수 없다는 쌍각의 말에 경갑의 사내도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고심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분명 지크프리트 녀석의 존재는 이그드라실 안에서도 찾을수 없었어, 어쩌면...죽은것일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뭔가 수상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야, 일반적으로 ‘세명’에 오른자가 죽게 된다면 좌 자체는 공석으로 처리될텐데...이번에는 완전히 ‘좌’ 자체가 없어져버렸어 원.래.부.터.없.던.것.처.럼”
“아아, 그러니까 말이야, 대체 그녀석은 어디에 있는건지...후, 찾기만 해봐라! 절대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테니까 말이야”

찾는다면 말이지...라는 말을, 내뱉기 직전에서야 경갑의 사내는 가까스로 저지할수 있었다. 굳이 자신이 언급하지 않아도 쌍각 자신도 이미 지크프리트를 찾는 다는것은 힘들다는것쯤이야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상황을 긁을 필요는 없다고 보이기에, 그는 지크프리트에 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은채 화제를 돌렸다.

“흠...그건 그렇고, 일단 샤이 녀석부터 만날건가?”“아? 글쎄...그거야 상황 봐서 해결해야겠지, 일단 인계에 내려가게 되면 ‘일좌 이패’ 들에게 인사를 드려야 할테니...뭐, 그래도 보아하니 샤이를 가장 먼저 만나야 할거 같긴 하군”

경갑의 사내의 갑작스런 화제 전환에 잠시 당황했던 쌍각이였지만, 이윽고 유쾌한 어조로 답해줬다.

“뭐 그럴테지, 나도 가보고는 싶지만...이쪽도 처리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여서 말이지”
“아, 종전의 로키의 사후처리를 말하는건가?”

일단 한가지 화제가 어느정도 정리된후, 쌍각은 경갑의 사내의 사정에도 흥미가 동하는지 그의 일에 대해 물어왔다. 그런 쌍각의 질문에 경갑의 사내는 이 사실을 말해줘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를 잠시 고심해 본뒤, 이윽고 말해줘도 별반 이상이 없겠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열었다.

“아니, 그건 내가 관여할바가 아니고...다름 아니라, 이번에 리리스가 천계의 괴한에게 강제로 겁탈당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뭐...뭐라고?”

어느정도 진정된 기분으로 대화를 진행하고 있던 쌍각으로서는 경갑의 사내가 말한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다는듯이 고개를 두어번 흔들고는 말을 이었다.

“그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냐? 애초에 리리스를 겁탈할만한 실력자가 천계에 그리 많지도 않거니와, 그중에서 리리스를 겁탈할정도로 여색을 밝히는 녀석도 없을텐데? 아니, 있다손 쳐도 상대가 리리스라면 그건 겁탈이 아니라 상호 합의 하에 성교 아니야?”

쌍각이 품는 의문도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만했다. 당금 천계에 있어서 리리스를 겁탈할만큼 실력이 뛰어난 존재라고는 빛의 대천사장 루시퍼를 필두로한 ‘5명의 대천사장’ 그리고, 천계 최강의 무력의 소유자인 ‘메타트론’, 굳이 더 뽑자면 4성수와, 기린 그리고 약 7명 정도로 추정되는 ‘세명의 좌’ 에 오른자들 외에는 단독으로 리리스를 제압할만한 자는 존재치 않았다. 물론 단독이 아니라 여러명이 몰려가서 리리스를 위협했을 가능성도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왠만한 상대들이 아니고서야 리리스가 몸을 빼는것 정도는 불가능하지 않다. 1:1이라면 리리스 개인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도망치지 않겠지만 다대 일의 상황이라면 리리스가 몸을 빼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건 어찌어찌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리리스를 격퇴했다고는 해도 리리스가 괜히 ‘서큐버스의 여왕’ 이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몸에서 지옥의 악취가 나지않는 바에야, 성교 요청을 리리스가 거절할리 없었다.

“글세, 네녀석이 생각하는 바도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다만...이번일은 조금 특성이 달라”
“음...? 무슨 말이냐?”

자신의 생각이 이해가 간다면서 이번 일은 그 특성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경갑의 사내의 말에 쌍각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지 경갑의 사내에게 일의 해명을 촉구했다.
쌍각의 그런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경갑의 사내는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흠...일단, 설명전에 가장 먼저 밝혀둬야겠지... 리리스를 겁탈한건 다름아니라 루시퍼다. 그녀석이라면 혼자라도 충분히 리리스를 제압하고 취할수야 있겠지, 그건 둘째치고 어째서 상호 합의 간의 성교가 아니였냐고 하냐면...”
“하나면?”

중요한 순간에서 말을 끊어버리는 경갑의 사내의 화술에 쌍각은 어지간히 궁금한지 경갑의 사내를 향해 대답을 독촉하기 시작했다.

“이봐! 말을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할거아니야? 빨리 대답해봐! 뭐가 어떻게 됀건데 그래?”
쌍각의 재촉에 경갑의 사내도 더 이상 시간을 끄는건 곤란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묘하게 얼굴을 찌푸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 말을 꺼냈으면 끝을 내야겠지...네녀석도 알거다. 천사는 기본적으로 무성이라는걸, 그렇기에 남성이던 여성이던간에 자유자재로 변할수 있지”
“음, 그거야 당연한 사실이지, 그건 왜 언급하는데?”
쌍각의 그 질문에 안그래도 찌푸려졌던 얼굴이 더욱더 찌푸려져서는 경갑의 사내는 흡사 똥이라도 밟은듯한 표정으로 떨어지지 않는 말문을 열었다.

“...루시퍼 녀석이 미쳤는지, 여성으로 변성해서 리리스와 성교를 맺었다.”
“...”

경갑의 사내의 말에 쌍각은 할말을 잃었는지 아무말없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했다. 그런 쌍각의 태도에 경갑의 사내도 머리가 아프다는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을 이었다.

“뭐...그래도 루시퍼녀석이 사과라도 했다면 모르겠지만 성교뒤에 ‘불타는 밤 감사’ 라는 저질문구를 남기고 도망쳤다고 하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개인간의 다툼으로 끝날지...아니면 천계와 마게간의 전체 신경전으로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파가 적지는 않을거 같은 분위기야”
“하...그녀석 거참 대단한 일을 저질렀구만 그래, 루시퍼 녀석 애초에 자아가 여성 쪽이였나?”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려는 쌍각이였지만, 경갑의 사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그의 희망을 산산히 부서놨다.

“전혀, 그녀석의 자아는 완벽히 남성이야. 이건 내가 보장하도록 하지”
“...그럼 왜 여성으로 변신해서 개지랄을 떤거지?”
“글세, 난 변태의 마음을 알지도 않을뿐더러, 알고 싶지도 않아 루시퍼 녀석의 성적 취향에 대해 토론하려면 다른 녀석을 찾아 보는게 좋을것 같은데 말이야”
“...자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흡사 나는 관심있는거 처럼 들리는데?”

뭔가 가시가 돋힌듯한 그의 말에 쌍각은 조금 기분이 나쁜지 언짢은듯한 말투로 그의 말을 받아쳤다. 그런 쌍각의 대꾸에도 불구하고 경갑의 사내는 우습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채로 반박해나갔다.

“관심이 없다고는 못할텐데? 네녀석 정식 부인만 해도 록사네, 스타테이라 2명이고, 그 외의 첩들만해도 수도 없었던걸로 안다만...그리고 남자 애인도 한명있었지 헤파이스티온...이였던가?”

경갑의 사내가 꼬집는 말의 첫부분까지는 그냥 흘려들은 쌍각이였지만, 끝에가서 그가 언급한 ‘헤파이스티온’ 이라는 이름을 듣자 그는 전신을 부르르 떨며 고통에 잠겼다. 과거, 그가 황제로서 세상에서 존재하고 있을때 가장 소중한 친우이자, 반려자였던 그의 이름을 듣는것많으로도 그는 고통의 바다에서 몸부림칠수 밗에 없었다.

“그 예기는...그만 두도록 하지...”
“으음...내가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군, 미안하다.”

그제서야 경갑의 사내는 쌍각이 생전에 헤파이스티온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떠올릴수 있었다. 일찍이 그가 황제의 좌에 올라 대륙을 종전 하던 도중 그에게 있어서 친우이자 연인이였던 헤파이스티온이 죽자




"죽은 그를 위해서보다 살아 있는 나를 위해서 울게나.
나는 내 모든 것을 잃었으니 말일세 (중략) 그대는 우리의 순수한 넓적다리의 봉헌도 좋아하지 않았고 나의 많은 입맞춤도 달갑게 여기지 않았네...넓적다리의 경건한 결합조차도!"




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그를 극진하게 아꼈었다. 그런 쌍각의 기억을 떠올린 경갑의 사내는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사실을 통감하고는, 진실에서 우러러 나오는 마음으로서 그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미안하게 됐다, 진심으로 사과하마”
“...그러면 됐다.”

평소의 쌍각이라면 상대가 사과를 한다면 어떠한 상황이여도 웃으면서 넘어갔겠지만, 지금의 일은 그에게 있어선 다른일과는 비교도 돼지 않을정도로 비중이 막대했다.
그렇게, 경갑의 사내와 쌍각의 사이에는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훗, 뭐...헤어지는 마당에 좋게 좋게 해어져야 되는데...이래선 곤란한걸”
“음, 그런가...네녀석은 떠나는 길이였지”

당사자인 쌍각이 먼저 말을 꺼내자 아무래도 경갑의 사내로서도 말을 이어가기 쉬워졌는지 그로서는 드물게 웃으며 쌍각을 바라봤다.

“훗, 몸 조심하면서 다녀와라, 나도 일이 정리돼는대로 내려가보도록 하지”
“아아...걱정말고, 루시퍼녀석 정신이나 개조시켜줘라”

마지막 순간까지 유쾌하기 짝이없는 쌍각의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며 그와의 이별을 축복했다.

“광명신 ‘루’ 시여 부디 쌍각으로 하여금 가는 길에 안전을 지켜주시기를 그대의 아들이자 빛의 왕자의 이름으로 청하옵니다.”
“하하, 고마울 다름이다. 그럼...난 이만 가야겠다.”

그리고, 그말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아무런 미련없이 뒤돌아서서는 천계의 문인 ‘셀레스 게이트’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런 쌍각의 뒤를 지켜보던 경갑의 사내도 이내 미련없이 걸음을 돌려서는 자신의 처소로 걸음을 옴겼다.

‘무사해라...지크프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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