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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雜談. 정직하다는 것

2006.06.19 04:55

Lunate_S 조회 수:167

 ‘정직하다는 것─ 그게 뭘까요?’
 칠흑 같은 머리를 가진 소년이 푸른 하늘로 고개를 돌렸을 때, 가냘프게 들리는 소리는 어느새 그의 마음 한 구석에 들어와 가득 차있었다. 응답을 기대하는 울림에 소년은 응했다.

 ‘음… 바르고 옳다는 것 아닐까요? 자신의 마음이─.’
 소년은 질문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던지며 돌아섰다. 한 소녀가 소년의 시야에 비춰졌다. 아이가 새로 산 도화지 같이, 먼지 낀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다 못해 새하얀 소녀의 원피스엔, 밝은 햇살마저 흡수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녀의 은빛 머리칼이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렸다.
 날개. 새하얀 날개. 놀랍게도 소녀의 등엔 한 쌍의 날개가 존재하고 있었다. 새의 그것 같은, 아름다운 하얀 날개가, 작게 펄럭이며 그녀의 주위에 작은 바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곧, 날개는 주인을 천상으로 떠올렸다.

 ‘곧은 마음이라……. 그럼 세상엔 정직한 사람이 있을까요?’ 소녀는 아까부터 묻는 투였다.
 ‘아직… 인간에게 부족한건 많지만 어딘가에는 정직한 사람이 있을 거라─ 나는 생각해요.’
 소년은 그렇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소년, 소녀가 서로 존대를 하는 게 묘하긴 했지만, 그들은 자연스러운 듯 서로를 대했다.
 그런가요, 라고 대답하며 소녀는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세계엔, 이 세계엔 없는 것 같아요. 애초에 바르다는 것, 그리고 옳다는 것의 기준은 없으니깐. 인간이란 자기편한대로 만들어내고, 뭉개버리고, 필요가 없어지면 간단히 처분하죠. 세상이라는 것 또한, 마치 자신에게 맞는 인간을 골라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세계가… 세계가 하나뿐이라면, 분명 인간은 불행할거에요. 분명히. …신이란 존재는 이렇게 세계를 창조한 것일까요? 당신은 천사 같으니까… 아니, 천사인가요─? 천사니깐 뭔가 알고 있지 않나요?’
 갑작스런 소년의 열변과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소녀는 당황한 듯 했지만,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저는 천사라고 칭해지는 종이 아니에요, 천사같이 깨끗한 존재도 아니고, 소녀는 스스로에게 못을 박으며 대답했다.

 ‘이로써 일곱 번째 듣는 말이군요.’
 ‘네?’
 ‘사실 전 누군가를 찾으러 이곳에 왔어요. 그러기에 앞서 그 사람의 다른 형태들에게도 찾아가서 같은 질문을 했어요.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같은 대답을 했고….’
 소녀는 밝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미소가 밝은 만큼, 주변의 공기도 밝아지는 것 같았지만 소년은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혹시… 찾으러 왔다는 사람은 전가요? 그렇다면 저를 찾아온 이유는요? 제 다른 형태라는 것은 뭐죠? 같은 대답을 들었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인가요?’ 속사포 같은 그의 질문에, 그제야 소녀는 아, 맞다, 하는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아까 세계가 하나뿐이라면, 인간은 불행할거라고 했던가요?’
 했었죠, 소년이 조용히 대답하는 사이 소녀는 말을 이었다.

 ‘당신이 정말로 그렇게 여긴다면, 다행이에요. 세계라는 것은 하나가 아니에요. 아니, 도리어 너무 많아서 관리가 곤란할 정도―관리자가 몇 명인지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로요. 많은 세상엔 많은 자신들이 존재해요. 당신과 가까운 인물조차도, 어딘가에서는 그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 존재할 수도 있어요. 무수히 많아요. 모두 다른 성격으로, 모두 다른 성품으로.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춰진 근원, 간단하게 말하자면, 틀만 같은 거예요. 심지어 영혼마저 달라요. 모두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타인이니깐.’ 소녀는 숨이 차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하지만…, 당신들은 달라요. 틀만 같은 다른 인간이 아니라, 영혼이 하나로 이루어진 존재에요. 더군다나 수많은 세상 속에서 일곱 개로 이루어진 유일한 ‘틀’ 일거에요.
 소녀는 긴 설명을 마치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소년은 갑작스러운 지식의 폭풍에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한 인간의 공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소녀는 목적을 부여했다.

 ‘이제, 당신은 어떡하실 건가요? 아니, 어떻게 하길 원하시나요?’
 소녀는 진심으로 물었다. 앞서서 기록되어진, 여섯 번의 대답에 환청같이 울려 퍼진 그의 대답은 소녀에게 분명한 뜻을 전하고 있었다.

 ‘나는…,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누구에게도 구애 받지 않게, 세계를 벗어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나의 다른 모습들은 뭐라고 대답을 했죠─?’
 후훗, 당신과 똑같은 말을, 각자의 말투로 말했어요. 정말이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당신들은─, 귀엽게 웃으며 중얼대는 그녀는 정말로 아름다워 보였다, 소년은 그렇게, 그렇게 생각했다.
 ‘당신들은 이제 자신의 뜻, 그 신념을 위해 싸우게 될 거에요. 일곱이 하나로 모여서─. 그러기위해 존재했던 다수니까요. 안 그런가요? 『일곱 시간의 수호자』’
 
 커다란 울림이 있었다. 태초로부터 전해지던 커다란 울림. 밝은 빛조차 뚫어버릴 만큼 강렬한 울림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어느새 그의 곁엔 다른 형태들이 서있었다. 서로를 관찰하듯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은,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이자, 일곱이었다.
  모두이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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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픽 연재는 시험 끝나고 가동─ 을 하기 전에, 기분도 상쾌하게 돌릴 겸, 겸사겸사 쓰던 글이 너무도 길어질 것 같아서(그리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예전에 썼던 글을 리파인해봤어요. [...]

 나름대로 오리지널 스토리 주인공 중에 한분의 비하인드 스토리.
 (사실, 지금까지 쓴 많은 잡담의 주인공들도 오리지널 스토리 주인공들이지요)

 흐음. 좋아요, 좋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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