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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2)[4]

2006.06.13 20:33

울프맨 조회 수:134

[오도독]
예의 기괴한 뼛소리를 내며 ‘그것’들 중의 하나가 슬그머니 앞으로 다가섰다.
-괴물 같은 놈.........-
놀랍게도 그것의 입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의 입은 있는 대로 뭉그러져 형태조차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입술을 달싹거리며 똑똑히 말하고 있었다.
- 네놈.... 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이번엔 또 다른 녀석이 일어나 물었다.
이번에 일어난 녀석의 외형은 남자의 모습이어서 인지, 나오는 음성 또한 텁텁했다.
그리고, 두 번째 녀석까지 연이어 말하는 것을 본 소년은 입가에 차가운 조소를 머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사교들도 많이 쇠약해졌구나.”
-우리를 모욕하지 마라!!!!!!!-
분노에 찬 수십의 음성이 폐건물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 목소리는 수많은 짐승들이 한데 어우러져 울부짖는 것처럼 듣기 끔찍한 소리였지만, 소년은 그 소리의 근원이 단 하나라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조차 억제하지 못하고, 흥분과 살의를 보이는 너같은 하급술사를 보내는 것이 바로 그 증거가 아니겠느냐.”
소년은 품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검날의 피를 닦아 내었다.
“꺼져라. 너 따위에게 쓰기엔 이 ‘은아’의 날이 아깝다.”
-네놈!!! 이름이 뭐냐!!!-
상대는 당장이라도 소년을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그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울분에 찬 목소리에 배어나오고 있었다.
소년은 무척이나 검을 아끼는 듯, 회전문 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에 비추며 찬찬히 검날을 살폈다.
어디 이가 빠진 곳은 없는지, 때가 잘 닦이지 않았는지를 한동안 관찰하던 소년은 찬찬히 입을 열었다.
“...........잘 듣거라..........”
소연은 그 이후를 듣지 못했다.
분명. 소년은 입을 움직이긴 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 끔찍한 괴물들도 천천히 회전문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살았어.................’
마지막 한 마리까지 나가는 모습을 본 소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소년은 몸을 돌려 천천히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백옥과도 같은 흰 소년의 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종전의 검무의 흔적. 순백의 비단 도포마저 적시지 못한 괴물들의 체액이 소년의 뺨에 튀어 붉게 물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빼들었다.
평소에 쓰지도 않으면서 항상 갖고 다닌다고 놀림 받는 물건. 즉 한시라도 몸에서 떨어져 본적이 없는 소연의 보물 1호였지만, 이때만큼은 잊었다.
“..........................”
갑작스러운 소연의 행동에 동상과도 같은 소년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년은 손을 내밀어 손수건대신 검집을 받아들었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마라.”
차가운 목소리.
그리고 주인을 닮은 그의 애병 역시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자신의 보금자리에 몸을 맡겼다.
“쓰..... 쓸데없지 않아!!”
‘!’
“물론... 누군지도 모르고... 수상한건 마찬가지지만... 날 구해줬잖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야!!!”
“......이번엔....”
소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오기가 발동한 소연이 다짜고짜 힘차게 앞으로 걸어와 뺨을 닦아낸 것이었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거리.
소연은 놓치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얼음이 잠시 녹아 안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듯, 소년의 눈동자에 잠깐 말할 수없을 만큼 슬픈 기색이 맴도는 모습을.............
“그만.”
소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고마울 필요도 없어.”
처음 소년을 보았을 때만큼. 아니, 그 이상의 강맹한 강기가 소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번에. 이번에 없앨 차례는................”
소년은 그 뒷말을 잇지 않았다.
잇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소연은 왠지 아까만큼 무섭지 않았다.
소년이 손을 뻗는 것을 끝으로 소연은 더 이상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뭘 어떻게 했다고?”
수진은 기가 막혔다.
“절수(切手)를 사용했습니다.”
마치 떳떳하다고 주장하는 듯한 당당한 태도. 기륭의 어조는 기복 없이 평이 하기만 했다.
앞을 보다가 옆을 보다가를 번갈아 하는 수진.
조금 우스꽝스런 모습이긴 했지만, 운전을 하면서 옆의 녀석을 신경 써야 하니 수진으로선 어쩔 수 없는 모습이었다.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잖아~~~~!”
“작전시간에 30분 늦었습니다.”
“.................그건..........”
꿀먹은 벙어리가 된 수진에게 기륭이 일침을 가한다.
“피해자가 더 생길 뻔 했습니다.”
‘도대체 귀염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꼬맹이라니까............’
라고 들릴 듯 말 듯 투덜거린 수진은 곁눈질로 기륭의 눈치를 살폈다.
대체 이 로봇 같은 소년은 분명히 들었을 험담에도(수진의 짐작으로) 안색하나 변함없이 하고 싶은 말만 녹음기처럼 내뱉고 있는 것이......... 수진은 영 애착이 가질 않았다.
“그래도..... 여자애한테 기억지운다고 절수를 쓰는 건 심하잖아............. 머리를 이렇게 한손으로 움켜잡고 용을 썼을 거 아냐~.”
수진은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갈퀴를 만들어 보이며 얼굴을 찡그렸다.
새로 온 동료가 곱상한 소년이라는 점과 전투능력이 발군이라는 점은 만족스러웠지만, 이 녀석은 적당한 선이라는 것을 몰랐다. 특히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다는 점은 수진으로서는 질색인 면이었다.
“어쨌든.... 나는 상황을 못 봐서 잘 모르거든……. 네 생각은 어때?”
“................일단.”
진지한 대화가 시작되자 기륭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졌다.
“한번 조우한 상대의 능력으로 짐작했을 때, 지금 벌어지는 사태는 결코 녀석의 힘 하나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분명 같이 활동하는 적이 있는 것으로 짐작해서 방류했습니다만... 힘의 차이를 깨달았으니 당분간 표면상의 활동은 없을 겁니다.”
“그렇단 얘기는......................”
“더 강한 동료를 데리고 올 때까진 조용하겠죠.”
수진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동안 세계도처에서 은밀한 싸움이 벌어지고는 있었지만, 아직 아시아. 특히 한국은 주전장에서 제외되어 왔기에 자신과 같은 비전투원들이 소수 배치되어 정보의 경유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더.....강한 능력자라고..............’
자꾸만 머리를 엄습해오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떨쳐버리며 수진은 운전에 집중했다.
“참! 근데 어떡할 거야?”
“?”
“뒤에 애들..........”
뒷좌석에 탄 아이들... 영준과 소연은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아무래도....... 감시가 필요하겠지?”
“........................”
“저 남자애는 일주일전 사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야. 그리고 저 여자애도..... 절수를 시전 했다지만, 너도 알지? 도룡씨가 한말?”
기륭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인간의 뇌는 불안정하여, 그 약함은 모래성과 같고 정교함은 세상에 견줄 대가 없다. 고로 비전 ‘절수’는 미완의 단계이므로 스승의 명으로 그 사용을 금한다.”
“그러니까 책임져~.”
수진은 왠지 모르게 기륭의 저 불안한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조금이긴 하지만, 감정이 드러난 표정.
스승이자 숙부인 도룡은 기륭이 유일하게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존재였으니, 표정에 드러날 정도로 꺼려하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고자질은 안 해. 대신, 니가 감시해.”
“싫습니다.”
“..................이른다.......?”
“...................”
기륭은 억지로 약을 삼키는 양, 있는 대로 미간에 힘을 주었지만 얼마안가 깊은 한숨을 토해내었다.
수진은 그런 기륭의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에게 전혀 자학적인 취미는 없었지만, 거의 반응이 없는 아이니 이런 식의 반응도 수진에겐 매우 반가운 모습이었다.
“표정 좋아~~~~.”
상반된 표정을 짓는 두사람.
기륭의 항복을 받아낸 수진은 의기양양하게 엑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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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말고사와 레폿의 콤비네이션으로 부득이하게 늦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다음부터 1-3장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왠지 로그인이 잘 되지 않아 guest인 상태에서 글을 써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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