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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Realize 외전, 속도의 차이[상]

2006.06.10 22:46

연향 조회 수:168

근래에 무척이나 쏟아지던 소나기는, 이내 힘이 다했는지 더 이상 내리지 않았고, 그에 따라 태양의 햇살은 아무런 막힘 없이, 한껏 대지로 내리쏟아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쓰레기 취급을 받았을법한, 음료수의 빈병도,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서는, 단지 하나의 보석과도 같은 광채를 발산하고 있었다.
빈병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7빛깔의 무지개처럼, 광채가 일관적이지 않고 약간씩 다르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광채들의 색조는 흡사, 하늘을 수놓는 별들을 보는것만 같았다.
바라보는, 그저 바라보기밗에 할수없는 하늘의 풍경은, 흡사 그때의 나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게, 과거에 받았던 상장 들이에요.”

아지런히, 과거의 추억에 잠기는지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영광들의 흔적을 더듬어 나갔다.
아직, 소년의 옛티가 남아있는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현실이 아닌, 과거라는 추억속으로 빠져들어간 그의 곁으로 흩날리듯,
바람이 불어오며 그의 가는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이윽고, 다시금 과거의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 그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태현의 모습을 바라보던 샤이는 입가에 슬픈듯한 미소를 머금더니,
다시금 TV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가 눈길을 돌린 TV속에서는,
너무나도 흔한...그렇지만, 너무나도 슬픈 두 친우의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함께 하기로한 두명의 친구,
그렇게, 언제까지고 깨어질것 같지 않던 약속.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같은날, 같은시각에 응시한 시험에서 합격한것은 한명의 친구,
그리고 떨어진것또한 한명의 친구.
그날 이후로, 영원할것만 같은 우정은, 산산히 부셔졌다.
수없이 만나고 헤어져도, 남는건 단지 고통과 슬픔.
성공과 실패라는 갈림길, 그 마주보는 갈림길 밖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거리는,
이미 결코 되돌릴수 없을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시작은 같았지만, 끝은 달랐던 그둘의 이야기는, 너무나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흡사했다.
샤이가 바라보던 TV를 우연치 않게 바라보게된 태현은 조그마하게 중얼거렸다.

“시작과 끝...어째서 그렇게 다른걸까요?”
“...글세, 굳이 다르다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태현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려는듯,
굳세 보이는 그의 손가락이 그의 작은 턱에 가 있었다.
턱을 살짝 괸체로 집중해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생각 이상으로 듬직스러웠다.
큼지막한 몸집에 굵은 선을 가진 스물을 갓 넘긴 청년인 그는 여전히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는 상태로, 단지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글쎄요, 구분지을 필요가 없다고 해도, 이미 결정난 결과는 결코 바뀌지 않겠죠...“

샤이는 씁쓸한 눈빛으로 생각에 잠긴듯한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가늘게 한숨을 흘렸다.
이미 태현을 안지도 10여년이 넘었지만, 이녀석은 여전히 세심하다는걸 다시한번 깨닳으면서 그는 아직 그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다.

“으음...글세, 그런 예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간만에 제호라도 부르는게 어떨까?”

굳이 이런 주제로 더 이상 예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 샤이는 리모콘을 돌리면서
억지로 쾌할하게 웃으며, 태현에게 말을 전했다.
그런 미소를 짖고 있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연약해 금새 깨어져 버릴것만 같았다.

“좋겠죠, 그녀석도...안만난지 오래됐으니까요.”
“음! 그럼 지금 당장 부르도록하자!”

전화기를 들며 조급하게 물어오는 샤이를 향해 물끄러미 시선을 던진 태현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흔드는 태현을 보며 샤이는 질렸다는듯 어깨를 으쓱 해보였지만 태현은 거기에 별로 신경을 안쓰는 듯 했다.

“아뇨, 생각해보니까 부르실필요 없어요.”

어이없게도 뭐? 라는 표정으로 두 눈을 동그렇게 뜨는 어리버리한 샤이를 바라보며
한동안 눈을 내리깔았던 갓 스물의 어린 청년인 태현은 보일듯 말듯 미소를 떠올렸다.
무슨말인지 궁금한 표정을 차마 눈동자에서 감추치 못하는 샤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태현의 입술이 다시금 움직일때에는 제법 태현답지 않게 긴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호와 저는...시간이 달라요...”



.
.
.



그래요. 나랑 같은 나이면서도 제호와 나는 시간템포가 그렇게 다를수가 없었어요.
녀석의 시간 곁으로 가면 무슨 일인지 몰라도 그렇게 시계바늘이 생기있게 착착 돌아가는 걸 느껴요.
반면 내 시계는 천천히 커다란 강물이 흐르듯 느릿느릿 흘러가곤 했었죠.

우린 친구였는데도 왜 그렇게 시간이 달랐던 건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하느님께서 태초에 주신 시간의 길이도 빠르기도 사람마다 각각 다르겠지만...
어떻게 그렇게도 우리는 서로가 달랐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아직도 이해를 못해요.

그래서 내가 삐뚫어졌는지도 몰라요.
시간이 느리게 가니까 그 오랜 시간동안, 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결국, 내 가슴속에 남은 감정은 ‘짜증’ 이라는 감정이였어요.


“태현, 매점 가지 않겠는가?”

그녀석은 학생 주제에 말투가 참 고상하기 짝이 없었어요.
음...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사극 말투라고 할까? 그래요, 그게 좋겠네요.
마치 사극에서 나오는것 같은 말투를 사용하는 녀석이였어요 그녀석은

“거절 하겠습니다.”
“훗, 필부의 만용인가 학생이라면 응당 매점에 가는것이 옳다. 자아 따라오도록”

어이없는 이론과, 도저히 상식과 부합돼지 않는 논리였지요. 하지만 그녀석은 그런건 덮어두더라도 결정적으로 생기가 넘치는 녀석이였어요. 결코 그녀석이 하는 행동이 옳다고 생각돼지는 않았지만...그렇다고는 해도 그녀석과 함께 있으면 즐거웠지요.

“후...밥먹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생각하시는겁니까?”
“흥, 어리석기 짝이없구나 자라나는 청소년은 열심히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언제나, 그녀석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서는 결국은 매점으로 달려가는 제 모습과
저를 끌고 질주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바람이였지요.
언제나 그녀석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거웠지요.
같이 웃고, 즐기며 떠드는 시간 하나 하나가 저에겐 소중한 추억이고, 즐거움이었어요.
그렇지만 그녀석은 그야말로 열풍 질풍이였고,
그에 비해 저는 언제나 느긋하고 천천하게 생활했죠.
그것이, 결정적으로 그녀석과 저의 차이였어요.
하찮은 문제라고도 할수 있지만, 이일 뿐만아니라 무슨 일이든 그녀석과 저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항상 다툼이 끊이지 않았어요.
우리는 왜 이렇게 다를까. 우리는 왜 이렇게 맞지 않을까.

누가 옳고 그른지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니, 저나 제호나 둘다 분명 옳은걸꺼에요.
질풍이 필요할때가 있는 반면, 미풍이 필요할때도 있으니까요.
저와 제호는 그렇게 빠름과 느림, 두가지의 의미로 나눠서 행동했죠.

어딘가에 외출할때면 항상 그녀석은 먼저 나가서 줄을 잡고는 했고, 저는 뒤에서 끙끙대며 짐을 챙겨서 뒤늦게 도착하곤했죠.
그때마다 미안하다면서 씨익웃는 그녀석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녀석과 함께 지낸지 얼마지나지 않아서 그녀석과 저는 잠시 이별을 하게됐죠.
제가 외국에 다녀오게 됐어요.
아버지가 일하고 계신 GSB라는 단체에서, 뭔가 일이 생겼다고 1~2년정도 잠시 외국에 나가게 됐어요. 물론, 저는 마땅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선뜻 승낙하고 같이 나가게 됐죠.
그리고, 그녀석과 마지막으로 같은 학교에 등교하는날 그녀석은 여태까지 보아왔던 미소중에서 최고의 미소를 지으며 저를 반겨주었어요.

“친우여, 지금이 달려나갈때라면, 어디든 네녀석이 원하는 곳으로 달려나가라, 그리고 후일 나와 같은 선상에서 달리도록 하자.”

그땐 그저 웃고 넘어갔던 말이지만, 외국에 가서...생활을 해보면서 그녀석이 해준 말이 너무나 큰 위안이 됐어요. 말도 통하지 않고, 저랑 사고 방식도 다른 사람들...그들과 생활해가면서 전 제가 원하던 발전이 아닌, 퇴보를 하는걸 느낄수 있었어요. 제호랑 같이 지낼때는 분명...언제까지고 달려나갈것만 같은 발전이였는데 말이죠.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태현은 아무말없이 다시금 TV로 눈을 돌렸다. 샤이가 생각하기에 샤이는 분명 아주 명석한 아이였다. 그렇지만 제호가 관련된 일에서 만큼은 언제나 약해지고, 기대게 돼는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분명 제호의 존재는 태현에게 있어서 플러스로 작용하는게 분명했다.
제호는 분명 태현과 다른 시간. 다른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난 아이었고.
다른 운명이라는 것은 분명 샤이의 눈에는 인간적인 면에서 매력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저 녀석에게 있어선 단지 시련, 그뿐이였다.

“태현 너는...”
“아뇨, 괜찮아요. 더 이상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애초에 저는 제호의 뒤에서, 천천히 전진하는게 옳은 길이였을꺼에요.
그러니까...전 제호를 만나지 않을꺼에요, 그녀석이 저를 먼저 찾아주기 전에는...

“...녀석은 너를 반드시 찾을거다. 내가 보장하마.”
“보장이라...후...감사해요 샤이씨.”

하지만...그말을 믿을수는 없어요.
저는 그녀석의 가장 소중한...가장 소중한 것을 부셔버렸으니까요...

말을 꺼내며 머뭇거리는 듯 조용한 아침과도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태현의 모습에서는 낙심한 표정도 그렇다고 기대하는 표정도 없었다.
단지, 언제고 닥쳐올 시간을 기다릴뿐...그외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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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는 삭제 입니다. 이것은 외전이지요.
15화가 새로 업로드 되기 전에 땜빵용으로 사용될[...]

그 대회에 낸다는 단편으로 쓸 예정입니다.
물론, 리얼라이즈는 개그물입니다. 그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아, 단편이니 만큼 분위기를 다르게 쓰다보니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적과 수정, 태클을 받을 준비는 만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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