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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2)[2]

2006.05.31 01:36

울프맨 조회 수:180

밖에서 기분 탓으로만 생각했던 소리.
환청으로만 여겼던 소리.

[오도독.]

이번엔 똑똑히. 1층에서 들려왔다.
소연은 2층 계단에 주저앉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도저히 소리를 확인할 엄두가 나질 않는 것 이었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는 것이.... 아까 3층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는 단단히 잠겨 있지 않았던가!
결국. 밑으로 내려갈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소연에겐 계단 구석에 웅크려 있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아니,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밑에 있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2층으로 올라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계속해서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온갖 공포와 최악의 상상을 물리치려 애쓰며, 소연은 간절하게 기도 했다.
한동안 기도 하던 소연은 기도 덕분에 마음을 가라앉힌 듯,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주고 있었다.

‘…….역시……. 환청인가 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잖아......? 문은 분명히 바람 때문에 돌아갔을 거야……. 맞아.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 “

단단히 마음을 다잡은 소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간에서 고개만 내밀어 1층을 조심스럽게 살폈지만, 역시나. 1층은 텅 비어있었다.

‘뭐야..... 진짜 아무것도 없잖아.....?’

어둑어둑 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 어둠에 눈이 익은지라, 사물의 유무는 어느 정도 분간할 수 있었다.
1층은 처음 왔던 그대로, 아무론 변화도 없었다.
완전히 안심한 소연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간은 이제 늦은 시간. 시간을 확인하려고 꺼낸 소연의 휴대전화가 때맞춰 울리기 시작했다.
바로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는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전화..
평소라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전화일 테지만, 지금만큼은 소연에게 구세주와 같았다.

“엄마!!!!”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소연은 눈물을 닦았다.
이제 살았다 싶어서인지, 긴장이 풀리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여기... 학교 앞 사거리.... 공사건물이야.. 응.. 빨리 와!”

전화를 끊은 소연은 다시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제 아빠가 차를 몰고 금방 오실 것이고, 조금 야단은 맞겠지만,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있다.
더 이상 무서울 것도 걱정거리도 아무 것도 없었다. 다, 전부 잘 해결됐으니까.

[오도독.]

‘.........!’

[...오독..]

“아니야....”

[도독. 도독..]

분명히. 1층엔 아무 것도 없었다.

[오독. 오독. 오도도도도독!]

그러나 소리만큼은 맹렬하게 들리고 있었다.
마치, ‘찾았다!’라고 외치는 것만 같은, 온 건물을 울리는 기괴한 뼛소리.
겁에 질린 소연은 곧 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1층에서 찾지 못한 건 당연한 것이었다.
.....벽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만큼 많은 수의 무언가가 벽에 매달려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들의 모습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개미 군단을 연상케 했다.
4층 천장까지 잇닿은 거대한 벽면이 파도가 쓸리듯 검은 물결을 이루어 1층으로 몰려 내려왔다.
외형은 분명한 사람의 그것.
하지만, 소연이 아는 그 어떤 사람의 모양도.. 네발로 기면서 두 눈에서 핏빛과 같은 붉은 안광을 내뿜지는 않았다.

“엄마................살려줘!!!!!”

미친 듯이 계단을 타올라오는 녀석들을 보며 소연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런 무방비의 소연을 향해 ‘그것’들의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이 날아들려는 찰나.
시간이 멈춘 듯, 갑자기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것’들이 바로 앞의 소연을 짓찢는 것은 너무나도 손쉬운 일.
하지만, 할 수 없었다.
‘그것’들의 무수한 숫자를 압도하고도 남을 ‘강기(剛氣)’가 홀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

소연은 감은 두 눈을 살며시 떴다.
바로 앞까지 올라온 녀석들은 이제 소연은 안중에도 없는 듯, 소연의 옆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2층홀.
그리고 그곳엔 소년이 서있었다.
소년의 체격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건물을 가득채운 어둠의 물결이 당장이라도 부숴버릴 듯.
어리고 여려보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천적을 맞댄 먹잇감 마냥. 동요하고 있었다.

“나가라.”

짧은 한마디.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듣는 모든 것들에게 얼음장처럼 차갑고 섬뜩한 살기를 느끼게 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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