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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인도자 Guidepost

 “왜 선생님이 떠나야만 했던 건데요?”
 시리도록 푸른 추위를 뚫고 소년의 목소리는 그렇게 외쳤다. 1년 내내, 눈에 파묻혀 있는 시드 스넷타에 숲 속에서 다시 만난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말야… 큰 잘못을 저질렀단다. 물론 그 일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이곳, 에린Erinn에 있어서는 크나큰 재앙을 불러 일으킬만한 사람을 키워버렸거든.”
 피곤을 웃음으로 가장한 아가씨의 얼굴엔, 짧지만 그녀의 인생을 따라다닐 것만 같은 자조의 웃음이 스쳤다.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소년은 궁금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 아이는, 너무 착한 아이였어. 너무 착하기에, 더욱 『동화』되기 쉬운 아이였지─. 자신의 신념을 너무 굳게 믿어서, 다른 이의 말은 잘 듣지 않는 그런 고집불통이랄까─. 그렇기에,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설사 마족Fomhor과 손을 잡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하려는 각오가 되어있던 거야. 그리고─ 정말로 그 악마에게로 가버렸어.”
 또 한 번의 피곤한 얼굴.
 소년은 그녀의 그런 얼굴이 싫었다. 그녀의 그런 표정이 싫었다.

 “선생님이 떠나실 필요는… 힘들어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그 사람들이 전부 책임을 떠넘긴 거잖아요!”
 “아니. 그렇지 않아, 피오야. 그들도 누군가가 책임을 지는 것을 원했지만, 내가 그를 키워낸 건 사실이니깐─. 나는 나의 잘못을 되돌릴 수 없어… 그렇기에,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 보려고 했단다. 그러는 과정에서, 네가 힘들 거란 생각을 하니 정말 미안하구나, 미안해…….”

 그녀는 소년이 눈치 채지 못하게 작게 울고 있었다.
  소년의 미래를 알 수 있었기에─.
 그가 걸어가야 할 미래를 보았기에──.
 
 그녀는, 그녀의 눈동자는 진심으로 소년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분명 힘든 일이 많을 거야. 네가 해결하지 못할 문제도 많겠지─.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알아 둬야해. 선이 좋은 것이고, 악이 나쁜 것이라 하는 것 따위는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일 뿐이란 것을. 중요한 건 너의 정의란다.
 네가 옳다고 믿는 것. 네가 좋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따라 행동하렴.
 진정한 정의 같은 건 없으니까, 누구나 자신의 세계世界를 옳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거니깐. 피오는, 피오의 정의대로 살아가면 되는 거란다. 하지만 우리들 마술사는 언제나 세상에 대한 리스크(위험)를 불러오니깐,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의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 모두 말이야…….”
 “선생님 말은 너무 어려워요…….”
 소년이 우물쭈물 대답하자, 그녀는 그제야 웃음 띤 얼굴로 돌아왔다.

 “후훗. 아직은 이해가 안 될지도 몰라. 아직 피오는 어리니깐, 그건 절대 창피한 것이 아니야. 하지만 피오가 조금 더 커서 어른이 되는 날에, 선생님과 함께 한 모든 기억은 네게 저절로 다가올 거야. 그러니 그날까지 오늘의 일은 절대로 잊지 말기야. 자, 약속.”
 그녀는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소년에게 내밀었다. 그것에 손가락을 내걸려는 소년의 마음에서 그녀는 작은 용기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이 언젠가 희망이 될 거란 사실까지도─.

 “이제부터 선생님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해. 전쟁이 나서 선생님의 고향도 위험하게 됐거든. 그래서 선생님은 피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려고 해. 원래는 선생님이 해야 하는 일이지만…….
 피오는 에린 곳곳을 돌아다니며 「근원」을 찾아줘. 만약, 근원을 찾게 된다면, 그를 인도해주렴. 물론 지금 당장 찾아달라는 건 아니고 급하게 찾을 필요도 없어. 피오의 인생을 낭비하게 할 순 없으니깐─.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면 이곳이 위험해지니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해. 할 수 있겠니?”
 물론이에요, 누구 제자인데요, 소년의 굳은 의지를 잠시 바라본 그녀는 소년의 이마에 짧은 입맞춤을 해주었다.

 “아, 이별 선물을 줘야지. 이것은 선생님의 고향에 있는 드베르그Dwalf들이 만든 거야. 말하자면, 마술무기Magical weapon인데 번개의 힘을 가지고 있단다. 네 마술과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거야. 그리고 이건,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널 데려다 줄 거야. 자, 이제 가렴…….”
 소년의 작은 손에 2스라 반쯤 되고, 기묘한 문양이 그려진 숏 소드Short Sword와 밀랍으로 만들어진 하얀 날개를 쥐어준 그녀에게, 소년은 작게 미소 지었다. 선생님도 잘 지내세요, 라고 조그맣게 속삭이듯이.
 ─그렇게 소년은 떠나갔다.


 부스럭. 부스럭.
 소년이 떠나가고 난, 그녀가 서 있는 하얀 숲 속에 나무 사이로 시린 눈을 헤치며 한 남자가 소란스럽게 나타났다.

 “여어─ 플라네타리움Planetarium 가동 준비가 완료 됐어.”
 남자는 천연덕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건네더니, 그대로 멀찍이 떨어져 서서 투덜댔다.

 “이 행성에도 묘족卯族이 있었나봐. 그것도 에우로파Europa보다도 훨씬 많이. 문 게이트Moon Gate가 에우로파의 수배는 되더군. 항성간관문恒星間關門―인터스텔라 게이트, 같아 보이는 게 어찌나 많던지…. 이거 며칠이나 걸려버렸네. 정말 미안하군, 네피엘Nepiel.”
 “아뇨, 덕분에 그 아이와 작별할 시간도 있었으니까요.”
 그녀는 살포시 미소 지었다.

 “…그런데, ‘폭풍을 부르는 자Storm Bringer’를 그 꼬맹이한테 준 거야…?”
 “이젠 전 쓸 수 없는 물건이니까요. 다시 제 주인을 찾아간 거랄까요. 다만, 걱정인 건─ 마검魔劍의 주인이라는 운명을 지닌 피오가 무사히 폭풍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더니, 피엘도 처음엔 그랬다는 거 몰라? 아하하─!”
 “장난치지 마세요!”

 간단한 농을 던지며 피엘의 얼굴을 풀어주던 남자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그런데 이곳에서의 문제는 전부 해결된 건가─?”
 “아뇨… 그 반대로, 시작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그 아이가 근원을 찾아낸다면 분명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아이의 미래가 안쓰럽긴 하지만─, 그 아이는 인도자Guidepost니까요.”
 “그거 다행이군. 그럼… 우리도 출발할까?”
 머리를 한번 끄덕인 그녀는 그와 함께 숲 속으로 향했다.
 시드 스넷타의 차가운 눈발이 그들의 등 뒤에 휘날렸다. 그들의 짧은 대화 또한, 흩날리는 눈결에 그렇게 사라졌다.


 ─『동화』 ; 쉐도우(그림자)의 적합함. 변질이나 광신이 아닌, 동화로서, 강제 각성의 형태를 취한다. 동화된 자는 자이고트(적합자) 계열의 쉐도우가 된다.
 ─리스크(위험) ; 세계적 한계=마법이 아닌, 개인적 한계=마술의 피드백. 리스크의 종류는 다양하며, 심할 경우 본인에게 「형태」로 구현되어 돌아온다. 마법의 경우, 세계 그 자체의 힘을 이용함으로 인해, 세계적 제한을 넘어갈 수가 없기에 리스크를 불러오지 않는다.
 ── 리스크=「형태」 ; 가장 불확실한 리스크의 유형. 마술사들 사이에서 '타락'으로 불리며, 형태를 취한 마술사는 마족이 되거나 슬라임slime이 된다.
 ──슬라임slime ; 부정형의 괴물. 통칭 마그나 인류 체내에 섞여있는 구성 요소가 마술적 리스크에 의해 서로를 잡아먹고, 그에 따라 붕괴하여 생겨난다.
 ─드베르그Dwalf=Dvergr ; 마그나 태양계Magna System의 속해있는 행성, 에우로파Europa의 원주민alien. 에우로파로 이주한 인류가 처음 이들과 교신에 성공했을 때, 과거 레코드의 환상 정보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기에, 이러한 종족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외모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이 훌륭한 대장장이이며, 에우로파의 위성 속성이 담긴 레가시를 창조해냈다.
 ─마술무기Magical weapon ; 레가시 중, 마술이나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 무기.
 ─플라네타리움Planetarium (항성간관문恒星間關門―인터스텔라 게이트) ; 발동 방법을 아는 사람은 현재 전무. 무슨 용도로 사용되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 게이트로, 기본적으로 플라네타리움은 문 게이트의 모양을 취하고 있다. 묘족이 만들었다고 한다.
 ─묘족卯族 ; 마그나 태양계Magna System의 속해있는 행성들, 그 중에서도 백색 위성에 원주민alien. 에이레(에린)식으로 봤을 때, 위성 '라데카'에 서식하고 있던 원주민alien. 머리에 두개의 토끼 귀를 가지고 있기에 '묘족'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고 한다. 대단히 몸놀림이 빠르며, 고도의 레가시를 이룩했다고 한다.
 ─에우로파Europa ; 마그나 태양계Magna System의 속해있는 2번째 행성으로, 항성계 내에 인류가 생존 가능한 네 개의 행성 중, 지구와 가장 같은 조건을 갖춘 행성. 14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
 ─‘폭풍을 부르는 자Storm Bringer’ ; 마검魔劍. 원형 레가시, ELA 지정 번호 λ00=0224. LP는 템페스트(폭풍의 권능)=눈보라Snow Storm, 폭풍우Rain Storm. 독특한 문양(우레)이 그려진 숏소드. 길이는 38리그Lig. 폭풍의 마녀 '네피엘' 소유.
 ──리그Lig ; 에일리흐 왕국, 공식 길이의 단위. 약 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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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은, 정말로 제 세계와 동화되어 버린 마비노기의 세계랄까요. [...]
 (마비노기의 느낌 따위, 이미 없어요, 라는 소릴 듣고 좌절중)

 음음, 아오 건담과 시키의 만남 같은 분위기 나지 않나요? [응?]

 P.S : 나의 세계가 많이 등장할 때는, '주석의 수'가 굉장히 많아져서 곤란하군요. 근데, 설정같은 게 아닌데도, 다 까발리는 느낌. [...]
 P.S2 : 시드 스넷타 스펠링 아시는 분, 제보 좀. [...] (예전에 알았는데, 실수로 지웠다가 다시 쓰니깐 없어졌더군요. [...])


 ─본 글은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의 관한 팬픽 소설입니다. 마비노기 서드 제너레이션까지의 '대단한 네타'가 포함되어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마비노기를 플레이하고 계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의 세계가 섞여버린 글이기 때문에 별로 상관은 없습니다. 거기다가, 카테고리를 나누자면, 「판타지」가 아니라 「SF」에 가깝다고 할 수 있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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