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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2)

2006.05.27 10:00

snakehand 조회 수:149

1-2. 조우.

“싫어……. 이런 건 정말 싫단 말야.............”

투덜거리면서도 소연은 회전문의 유리를 힘껏 밀었다.
회전문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쇠를 긁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버벅 거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를 막으며 질겁할 끔찍한 소리가 폐건물을 울렸다.
거기다, 머리위로 오래된 녹과 같은 무언가가 자꾸 툭툭 떨어지는 느낌에 소연은 더욱 온힘을 다해 뻑뻑한 회전문을 밀었다.

“들어와 버렸어.......”

소연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의 먼지를 털어내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폐건물 안은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우선 1층 천정이 없었다.
소연이 있는 회전문에서부터 1층 홀 절반정도가 아무것도 없이 4층까지 뻥 뚫린 모습이었다.
그리고 대형철조 골격이 고드름처럼 4층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는데 3층 난간에 다다를 만큼 크고 길었다.
아마도 대형 샹들리에를 만들려다 중단되어 남은 폐물임에 분명했다.
그 외에도 1층 홀 중앙엔 지름이 10m는 될 듯한 인공분수대와 석조물이 있었고, 그 분수대 양편으로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대형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만약 완공되었다면 상당히 화려했을 법한 모습........
그러나 회사가 망하고 건축이 중지된 지금. 이 버려진 장식들은 오히려 음울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기분 나뻐.............”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살피던 소연은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영준이 없었다.
처음엔 그다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워낙 호기심이 왕성한 녀석인 지라, 소연을 잊어버리고 위층으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소풍을 가도 없어졌다 하면 소풍코스와는 전혀 별개의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곤 했으니까........

“잡히면 죽었어.”

소연은 중얼거리며 1층 로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조금은 1층 어딘가에 있었으면 하는 묘한 불안감이 있어서인지, 소연은 1층 구석구석을 확인하고 영준이 없다는 걸 확신한 후에야 계단을 향했다.
2층으로 올라온 소연은 단번에 영준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층부터는 상설매장이 들어설 예정이었는지, 별다른 구조물 없이 텅 빈 광장과 같아서 아무리 어두워도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금세 알 수 있었던 것이었다.

“뭐야...... 벌써 3층까지 올라갔나?”

소연은 점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전신을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3층으로 올라간 것이 확실하다고 스스로를 위로 했지만, 소연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건물로 들어올 그 짧은 시간에 3층까지 올라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아니야. 3층밖에 없어. 3층에 있을 거야........”

소연은 다시 머리를 크게 흔들며 억지를 부렸다.
확실히, 1층에도 2층에도 없으면 남은 것은 3층뿐이다. 그 범위 밖의 일은 소연의 상식에서 용납할 수도, 허용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3층에도 없으면.... 가버릴 꺼야. 가버릴 거라고!”

스스로 맹세라도 하듯, 소연은 무책임한 영준을 속으로 몇 십번이고 저주하며 2층 홀로 들어섰다.
2층에서 3층으로 가는 방법은 단하나. 바로 2층 구석에 있는 비상계단 이었다.
1층의 큰 계단은 상드리에 때문에 3층까지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애초부터 제외.
침묵과 고요에 잠들어 있는 폐건물을 울리는 것은 소연의 타박거리는 발걸음 소리뿐.
소연은 자신의 발소리만 들린 다는 것이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했다.
그리고 어둠속을 더듬으며 2층 구석 까지 온 소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문손잡이를 힘껏 잡았다.
지금까지의 공포. 분노. 짜증. 기타 여러 가지 감정을 담아 소연은 있는 힘껏 손잡이를 돌렸다.

“이. 영. 준. 넌 죽었어!”

[덜컥.]

이 소리.
소연에겐 심장이 멎는 듯한 소리.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영준이 장난 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손에 묻어오는 차가운 손잡이의 감촉. 그리고 먼지의 느낌...........
방금 전에 누군가가 잡았다면 먼지를 만진 듯한 이런 텁텁한 기분 따윈 거의 느껴지지 않았으리라........
고로. 문은 애초부터 잠겨 있었다.
그리고. 영준은 3층에 올라가지 않았다.
1층에도 2층에도 3층에도 없는 영준............
소연은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사실 회전문을 열고 들어설 때부터 조금씩 그랬던 것이, 이젠.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여...영준아.........영준아...... 어딨어! 장난치지 말고 나와!!! 제발!!!!”

마지막 발악.
모든 것이 영준의 마지막 장난이길 간절히 바라며 소연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금세라도 영준이 나타나 ‘울보네!’라고 외쳐주길 바라며.................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웅웅 거리는 메아리조차 될 수 없는 건물의 진동뿐이었다.
.........아니, 한 가지 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결코 두 번 듣고 싶지 않았던 소리가 들렸다.
소름이 돋을 만큼 끔찍하고 전신의 털이 오싹할 만큼 기분 나쁜 소리.
바로 회전문이 돌아가고 있었다.

“영준?!”

하지만 이번만큼은 소연에게 너무나 반가운 소리였다.
1층이나 2층에도 3층에도 없으면 지하가 있지 않았는가!
지하에 있던 영준이 소연을 기다리다 못해 밖으로 나가는 것이 분명했고, 지금의 회전문 소리가 바로 그 증거!!

“영준아! 같이 가!!!”

소연은 힘을 내어 1층 계단을 향해 달렸다.
지금 놓치면 절대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만 엄습해 왔다.

[끼이익]

회전문 소리가 한 번 더 들렸을 때 까지만 해도 소연은 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영준이 내 목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왔구나 하는 기대감뿐이었다.

[끼이익]

...... 이건 뭔가 달랐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끼기긱. 끼이익]

회전문은 계속. 계속. 계속.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소연은 굳은 듯이 멈춰 섰다.
다시 다리가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면 반갑기라도 하겠지만, 사람의 말소리나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을 돌던 회전문 소리가 멈추고, 또 소리가 들렸다.

-귀신 나와. 우진이가 말했잖아-

밖에서 기분 탓으로만 생각했던 소리.
환청으로만 여겼던 소리.

[오도독.]

이번엔 똑똑히. 1층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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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면 연재가 어려워질듯 하여--; 1-2편을 미리올립니다.
환타지의 탈을 쓰고 호러물이 되어가는 느낌이--;(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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