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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1)[3]

2006.05.27 09:56

snakehand 조회 수:165

‘합성이나 해오지마라~!!!!’

자꾸만 메아리치는 반 아이들의 조롱. 웃음소리에 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웃기지마! 반드시 증명해 보여주마!!!!’
아까까지 산등성이에서 마지막 빛을 발하던 저녁노을도 사라진지 오래.. 이미 주위엔 짙은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7:50...]

귀신을 본 시간은 어림잡아 8시가 조금 지난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탓일까, 우진은 자꾸 긴장감으로 입술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나는..안전한 곳에 있으니까.........’

영화를 많이 봐서인지 들은 게 있어서인지 우진은 옥상에 누워 검은 포까지 덮어쓴 상태였다. 가로등도 들어오지 않는 우진의 동네라면 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이라 해도 우진이 옥상에 엎어져 있는 것을 알아챌 리가 없었다.
그래도 자꾸만 생기는 공포감을 우진은 몇 번이고 안전하다고 되새기며 쫓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나는 안전....?’

용을 쓰던 우진의 귀에 작지만 맑은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작은 편으로 봐선 멀리 있는 듯 했지만, 맑고 분명한 소리.

[딸랑.]

밤의 거리에 방울이 울리고 있었다.

[딸랑.]

아무도 없는 골목에 방울이 울리고 있었다.

[딸랑.]

소리는 점점 가까워 오고 있었다.

[........]

방울 소리가 멎었다.
다시 원래의 고요로 돌아간 골목이었지만, 우진은 차라리 계속 방울 소리가 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바로 지척까지 들려오던 방울소리.
어둠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우진은 누군가가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은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너무 밤이라 헛것을 들은 게 분명해.............’

이쯤하면 충분히 기다린 셈이다. 기간은 주말까지니 아직 기간도 넉넉한 편.
애써 무리할 필요 없다고 느낀 우진이 막 검은 포를 걷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철수할 양으로 포와 장비들을 정리하던 우진의 발 앞에 작은 금속성 소리를 내며 또르르 굴러오는 물체가 있었다.

‘뭐야....?’

살짝 발끝에 닿아 잘그락 잘그락 거리는 금속성의 물체......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방울!!!!!”

골목을 음산하게 울리던 방울 소리....... 풀어진 긴장이 머리를 채웠다.
발에 힘이 풀리고 공포가 심장을 자극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도망쳐야만 한다. 1층인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우진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뭔가가 근처에 있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본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자꾸 그런 생각이 우진의 마음을 급하게 했지만 급한 마음과는 반대로 몸은 둔하기만 했다.

[딸랑.]

허겁지겁 지붕을 기던 우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바로 뒤에 던지듯이 놓아둔 방울이.... 울리고 있었다.
우진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확인했다.
방금 전까지 우진이 있던 자리에 누군가가 서있는 모습을.
우진이 바라보는 것처럼... 그 누군가도 우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언가 말하고 있었지만, 우진은 그런 걸 일일이 들을만한 상황이 못 됐다.

‘도망쳐야해!!!!!!!!!!’

우진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자리에서 일어나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발밑도 보이지 않는 어둠……. 우진은
갑자기 발밑이 허전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뭐야... 이게?”

영준은 대답대신 발밑에 걸레처럼 나동그라져있는 천 조각을 발로 툭툭 차보였다.
천조각은 반쯤 타버리고 찢어져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원래 무슨 목적으로 쓰였었는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현수막이네.....”

소연이 천 쪼가리의 ‘경’ 자를 알아보며 말했다.
본래라면 눈앞의 10층 건물의 옥상에 자랑스럽게 ‘경축’ 이런 식으로 걸려 있어야 할 녀석이지만, 지금은 거의 형태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걸레가 되어 이렇게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소연의 시선이 원래 현수막이 걸려 있었을 법한 건물의 옥상을 향했다.
사건이 일어난 사거리에서 30미터쯤 떨어진 이 짓다만 건물.
소연과 영준은 이 건물을 꽤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은 소연과 영준이 사는 곳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지만, 우진의 동네와 가까운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우진은 학기 초부터 자신의 동네에 10층짜리 멀티플렉스 하나가 들어온다고 연신 자랑을 해대곤 했는데, 얼마나 귀가 닳도록 들었는지 처음 보는 건물임에도 소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바닥에 깔려있던 천 쪼가리가 어지러이 날려 가는 것을 본 소연은 그제야 바람이 조금 춥다 싶을 정도로 거세게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웅. 웅. 하는 소리가 소연의 귓전을 맴돌았다.
싸늘한 밤바람이 미완성의 철제와 시멘트의 골조를 두드릴 때마다 저 거대한 거인은 하나의 악기라도 된 듯이 음산하고 괴기스러운 울음을 밤하늘에 쏟아내고 있었다.

“영준아...................”

소연이 영준의 소맷자락을 애타게 잡아당겼다.
이제 진실이니 숨겨진 비밀이니 그녀에겐 큰 관심사가 되지 않았다.
이미 주변에 짙은 어둠이 깔릴 만큼 늦은 시간이었고, 더욱이 이 근방이 건축회사의 부도로 건설 중단에 이은 자살사고로 인적이 아주 뜸해졌다는 사실이 자꾸만 소연의 목덜미를 오싹오싹하게 만들었다.
거기다가 저 음산한 소리까지...................

“나 놀리려는 거지? 이런 데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래......... 그냥 가자.......”

무섭기도 했지만 소연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사고가 난 지점에서 이 건설현장은 30미터나 떨어진 곳.
이곳에서 행여 누가 자살을 했다 쳐도 사거리의 사고와 일관성을 찾는 다는 것은 억지일 것이 분명했다.

“...........................”

영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야! 그냥 가자니까!!!”

그러나 영준은 마치 말 안 듣는 개구리라도 된 양. 소연의 바램과는 정반대의 행동만 취하고 있었다.
영준은 기어이 허리를 숙여 침입을 제한하는 노란테이프 라인을 넘었다.

“역시............이상해.........”

“뭐가~!?”

어쩔 수 없이 영준을 쫓아 금지라인을 넘어온 소연이 반쯤 우는 듯한 소리로 역정을 냈다.
영준은 휴대폰을 열어 소연에게 넘겼다.

“사진.....?”

소연이 받은 영준의 휴대폰 액정에 찍혀 있는 하나의 사진.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일주일전.
사고당시의 사진이었다.
조금 구형의 모델이어서 좋은 화질은 아니었지만 소연은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이상하지.........? 분명히 이 건물은 최소한 한 달 전부터 건설이 중지된 곳이야. 누가
손을 볼 이유 따위 전혀 없다고. 허물었음 허물었지.”

“그럼... 이건 어떻게 된 거야? 뭐야? 이게???”

영준이 준 휴대폰 액정의 사진에는 지금의 저 짓다만 건물이 찍혀있었다.
다만. 지금과는 확실히 달랐다.
사진의 건물은 마치 완전 철거되기 직전의 모습과 같아서 앙상한 뼈대와 절반정도의 층수만을 남기고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지금의 멀쩡한 모습을 보면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
마치 폭탄이라도 맞은 듯이 사진속의 건물은 완전히 박살이 나있었다.
날짜는 일주일 전.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영준의 사진에 의하면 이 건물은 일주일전에 박살이 났어야 했다.
소연은 다시금 건물 옥상을 올려다보며 눈을 껌뻑였다.
당연히 변한 것은 없었다.
눈을 껌뻑인다고 건물이 무너지거나 할리는 없으니까...
조금 흉물스럽긴 했지만 완공직전의 모습 그대로. 건물은 10층의 형태를 온건히 유지하고 있었다.
부도가 나 건설 중지된 건물을 누가 고쳤을 가능성은 0.
설사 누가 고쳤다 해도 일주일 만에 이렇게 멀쩡하게 복원해 놓는 일은, 소연의 상식으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소연은 다시금 등골이 오싹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소연을 두고 영준은 다시 건물 사진을 찍었다.

“이제 들어가 볼까?”

“집에?!!”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소연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그러나 영준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아니, 안에.”

“미쳤어?!!!!!!난 싫어!!!!”

소연은 기가 막혔다.
TV에서 공포영화는 물론, 장난으로라도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프로그램은 단연 사절해올 정도로 공포체험과는 담을 쌓아온 그녀였다.
여름 체험학교에서도 담력훈련 이라는 말만 들어도 있는 병 없는 병 다지어내며 언제나 빠져온 소연이었다.
그런데....... 지금 영준은 보기에도 소름이 돋는 저 폐건물로.... 그것도 이상한 사진까지 보여서 더욱 겁을 먹게 해놓고.................. 들어가자고 재촉하고 있었다.

“잠깐만이야. 그냥 볼게 있어서 그래.”

“난 갈래!!! 너 혼자 들어가!”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소연은 노란 테잎을 막 넘으려 했다.
조금 무섭긴 했지만 아직 시간은 8시가 조금 넘은 상태. 그리 크게 늦은 시간도 아니니 혼자 돌아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런 소연의 행동은 영준의 단 한마디에 좌절되고 말았다.

“가는 건 좋은데.... 이 근처 우진이 동네다.”

“그래서. 뭐.”

“귀신 나와. 우진이가 말했잖아.”

다시 소연의 등골이 오싹했다. 아침에 들은 우진의 말이 생생하게 소연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이라도 잘 귀기울여보면, 우진이가 들었다는 ‘오도독’‘오도독’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기도 했다.
그리고....... 기분 때문일까 그 소리는 소연의 귀에 점점 크고 가깝게 다가왔다.

‘!!!!!!!!!!!!!!!!!!!!!!!!!!!’

소연에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주저할 겨를도 없었다.
소연은 노란 테잎을 넘어 영준이 막 모습을 감춘 컴컴한 입구를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렸다.

“야! 같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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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즈미야 하루히에 빠져지내고 있습니다--;;
괴물애니에 괴물소설.........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늪처럼... 한발 한발 빠져들어가는게....(기말고사 기간인데--;;)
다음주엔 연구실 들어가게 되고.... 점점 소설과는....(한숨)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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