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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1장-사망전이-(1-1)[2]

2006.05.22 02:08

울프맨 조회 수:173

“그래. 삼촌이 아니야.”
사건이 일어났던 날은 불과 일주일전....  일주일이란 시간은 눈앞에서 목격했던 충격적인 영상을 잊기엔 너무나 짧았다.
영준은 육교아래의 버스정류장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영준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냥... 걸어갈까.?’
이런 생각을 하던 영준의 눈앞에 3-3번 버스가 정차했다.
‘..........’
영준의 입이 실룩거렸다. 남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욕설이 영준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렇다. 바로 저 3-3번 버스를 평소 이용하는 33번 버스로 착각한 덕분에 이렇게 중도에서 하차, 학교 가는 다른 버스를 기다리는 어이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시간낭비, 돈낭비... 정말, 한번실수 치곤 손해가 크군...’
아무튼, 저 꼴 보기 싫은 3-3번 버스를 피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던 영준의 눈에 허겁지겁 달려오는 한 사람이 들어왔다.
무척 다급한 듯, 만면에 있는 인상을 다 쓰며 누가 봐도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전력으로 질주해 오는 여고생.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뭐야?’
갑자기 달려오던 여고생이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분명 저기 앞에 있는 3-3번 버스를 타기 위해 달린 것일 텐데, 아직 버스가 정차하고 있는데도 여고생은 허수아비처럼 앞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뭐 빠뜨렸나...?’
영준은 별 관심 없이 가방에서 MP3를 찾아보았다. 어차피 남의 일, 흥미조차 없었다.
“아. 찾았다.”
막 MP3를 찾은 영준. 동시에 날카로운 파열음이 영준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기도 전에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퍽...]
수박 깨지는 소리.....................
영준이 있는 인도로 붉은 액체가 점점이 흘러 하수구로 향했다...
부릅뜬 눈이 영준과 마주쳤다.
그러나 이내, 흰자가 돌아간다.
“헉!!!”
그 짧은 사이에 여고생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당황한 영준의 눈에 이번엔 차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운전사가 보였다.
마치 도망치려는 듯한 모습. 그러나 몇 걸음 내딛지도 못하고 운전사가 있던 자리엔 큼직한 뭔가가 가득 채워졌다.
운전사의 몸이 용수철처럼 솟구친다....
운전사를 친 컨테이너 차량은 그대로 뺑소니를 쳤다.
“........................”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본 영준, 채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또 소리가 들렸다.
아까와 같은 수박 터지는 소리...........................
영준으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한 남자가 검은 아스팔트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뭐야, 뭐야, 뭐야, 뭐야... 이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눈앞이 어지럽고, 귀가 울렸다.
비릿한 내음이 영준의 코를 가득 채워갔다.
마치 불쾌한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 때마침 당황한 탓인지 몸도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또 소리가 들려왔다.
‘넌...뭐해? 보고만 있을 거니...???? 너도 따라가. 따라가. 따라가!!!!!!!!!! 따라가아!!!!!!!!!!!!!!! 너도! 죽어버리란 말이야!!!!!!!!!!!!!!!!!!!!!!!!!!!!!!!!!‘

“영준아!!”
“어... 어..!”
“이번엔 계단에서 굴러보려고???”
소연이 계단 밑을 가리키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위험..했네.....’
영준은 한숨을 내쉬며, 계단 밑을 내려보았다. 어림잡아 3~40개의 계단... 구르면 육교에서 바로 떨어지는 것 보단 덜하다곤 해도, 결코 멀쩡하리란 장담은 할 수 없는 높이였다.
‘앞으론.. 생각도 적당히...’
혼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영준은 육교 계단에 발을 내딛었다.
“근데 괜찮아...?”
“뭐가?”
“직접 봤다며.... 눈앞에서 사람이 3명이나 죽었는데.... 역시 충격이 너무 큰거 아니니??”
“누가 3명이래..??”
영준이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 아까 점심때....”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몰라?”
“거짓말 한거야?”
“당연하지.”
하긴, 영준이 사람 숫자 정도를 몰라서 헷갈려할 리가 없다. 생각이 너무 깊을 때가 많아서 오히려 탈이라면 탈이었지.... 소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내려가는 영준의 어깨에 찰싹 달라붙었다.
“근데 왜 거짓말 한거야?”
“.......애들은 몰라도 돼.”
“너 계단에서 구르는 실험도 해볼래???”
갑자기 영준이 걸음을 멈춘 바람에 그의 어깨에 거의 기대다시피한 소연의 턱이 딱 소리를 내버렸다.
“아!! 어!! 어에우 어 에아아!!(야! 너 혀 깨물 뻔했잖아!!!!)”
“이런.... 아프겠군.. 원래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계단 난간을 두 손으로 꽉 쥐어 보이며 영준이 능글능글하게 미소 지었다.
저래선 밀어봐야 소용도 없을 것. 아무리 영준이 체력 꽝. 운동신경 꽝. 생긴 것만 남자. 라는 녀석이어도, 역시 여자인 소연이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절대로 안 가르쳐 줄 생각이군......’
얼얼한 턱을 문지르며 소연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좀 치사하긴 하지만 마지막 방법이 남아있으니까..... 이거라면 제 아무리 영준이라도 어쩔 수 없을 터!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내든 소연. 그리고 그 컬러링을 알아들은 영준의 눈빛이 당혹감에 휩싸였다.
“너!!!!!!!!!!!!!!!!!!!!! 치사하게!!!!!!!!!!!!!!!”
계단 난간을 꽉 움켜진 한손을 두고 나머지 한손으로 소연에게서 휴대폰을 뺏으려는 영준.
그러나,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 쪽이 훨씬 빨랐다.
“으앙!!!!!!!!!!!!!!!! 진아!!!!!!!!!!!! 영준이가. 영준이 가아..............”
“가르쳐 줄게!!!!! 치사하게! 진짜!!!!!!!!!!!”
‘효과 100%!!!’
눈물을 닦으며 소연은 속으로 승리의 함성을 외쳤다.
“아~ 아무 일도 아냐~ 영준이가 넘어 졌어~ 그럼 끊어~”
‘사악한 계집!’
조금만 불리하면 자기 남자친구를 이용하는 간악함에 영준은 치를 떨었다.
“자. 이제 약속을 지켜.”
“........................”
영준은 말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솔직히, 소연이 무슨 수를 쓴다 해도 절대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지만, 영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연아...........”
영준의 목소리는 다시 원래의 감정 없는 톤으로 돌아와 있었다.
“잘들어..................”
소연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영준이 아이들에게도, 가장 친한 친구중 하나인 자신에게도 가르쳐주려 하지 않은 비밀이었다.
영준이 그토록 감추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도 컸지만, 그걸 억지로 꺼내버린 것이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소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절대로... 누구한테도 말하지 마.”
“응. 약속할게.”
“그리고....”
“응.”
대답하던 소연은 손에 느껴진 따스한 감촉에 살짝 놀랐다.
어느새 영준의 손이 소연의 손을 꽉 감싸 쥐고 있었다.
“절대 놓으면 안돼!”


‘합성이나 해오지마라~!!!!’
자꾸만 메아리치는 반 아이들의 조롱. 웃음소리에 우진은 이를 악물었다.
‘웃기지마! 반드시 증명해 보여주마!!!!’
아까까지 산등성이에서 마지막 빛을 발하던 저녁노을도 사라진지 오래.. 이미 주위엔 짙은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7:50...]
귀신을 본 시간은 어림잡아 8시가 조금 지난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탓일까, 우진은 자꾸 긴장감으로 입술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나는..안전한 곳에 있으니까.........’
영화를 많이 봐서인지 들은 게 있어서인지 우진은 옥상에 누워 검은 포까지 덮어쓴 상태였다. 가로등도 들어오지 않는 우진의 동네라면 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이라 해도 우진이 옥상에 엎어져 있는 것을 알아챌 리가 없었다.
그래도 자꾸만 생기는 공포감을 우진은 몇 번이고 안전하다고 되새기며 쫓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나는 안전....?’
용을 쓰던 우진의 귀에 작지만 맑은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작은 편으로 봐선 멀리 있는 듯 했지만, 맑고 분명한 소리.
[딸랑.]
밤의 거리에 방울이 울리고 있었다.
[딸랑.]
아무도 없는 골목에 방울이 울리고 있었다.
[딸랑.]
소리는 점점 가까워 오고 있었다.
[........]
방울 소리가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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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루나테님 히이로님 혈랑님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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