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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몽환록].현세의 장.0(-사냥-)

2006.05.15 21:33

울프맨 조회 수:160

0. 사냥

밤은 언제나 소년에겐 특별했다.
먼이국의 낯선타인은, 소년이 깊은 밤중에 인기척을 내어도 말 한마디 없다.
자는가 하지만, 방문 사이로 비치는 어른거리는 불빛과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가 그런
소년의 생각을 부정해주었다.
무신경. 무관심.
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소년의 입가엔 희미하게 미소가 감돈다.
같이 한집을 쓰는 사이가 이정도이니 밖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누구도 관계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모처럼 우울했던 날들의 기분을 털어낼듯한 묘한 기대감...
마치 선물상자를 여는듯한 가슴떨리는 기분으로 소년은 문을 연다.
삐걱이는 나무문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니 다른 더 큰소리에 묻혀 문의 소리는 죽어버렸다.
어둠의 대지를 더욱 슾하고 어둡게 만드는 찬찬히 내리는 밤의 비.
보이지 않는 앞을 응시하던 소년은 습기로 가득찬 공기의 한자락을 깊게 들이마셨다.
머리를 지나 가슴, 이윽고 전신.. 곳곳에 숨어있는 집안의 탁하고 더웠던 기운들이 시원하게 걷히는 듯 했다.
"좋은 날씨다.........."
그것이 마치 준비운동인 양, 소년은 지체없이 어둠속에 몸을 던진다.
'!'
짜릿, 할정도로 차가운 빗줄기에 소년은 잠시 몸을 움찔한다.
역시 비가 따뜻할리는 없는것...소년은 혼자 미소를 지어보이며, 젖는 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고인물들에 파문을 일으키고, 그때마다 차가운 침입자들은 소년의 몸을 조금씩 적셔갔다.
더해가는 오한, 엄습하는 추위......... 그리고 그런만큼 느껴지는 하나의 확신이 있었다.
'오늘은 만날수 있어!!!'
사람을 만나기에 좋은날이란 것이 있듯이, 세상모든것엔 만나기 좋은날과 조건이 있는 법이었다.

바로 오늘처럼...........

찰박찰박 내딛는 발소리에 맞춰 소년의 감정은 리듬을 실은듯 요동을 쳤다.
갖가지 상념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아직 자정도 되지 않은 밤이건만, 거리는 어둡다. 흔한 가로등 하나 없는 거리.
그만큼 문명의 혜택이 덜한곳.
소년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곳 또한 그러했으니까....
그리고 그런곳엔 언제나 있는 것이었다.
지금 소년의 눈앞에 꿈틀거리고 있는 저것처럼...
저것의 명칭은 부르는 곳마다 달랐다.
전해져오는 모습도 다르다.
그러나 존재는 하나, 인간이라면 두려워 하는것, 빛을 꺼리고 음지를 지향하는 자들.... 소년, 자신을 한번 잡아먹을 뻔한 존재...
오늘은 정말 좋은날임에 틀림없다.
주룩주룩 내리는 밤비덕에 녀석은 소년이 지척까지 다가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으적. 으적. 하고 게걸스럽게 무언가를 먹어치우는 소리가 비의 장막 사이로 들릴만큼 요란스럽다.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소년의 눈에 녀석의 식사거리가 훤하게 들어온다.
다행히 사람이 아니다.
도덕적관념따위가 아니다. 비슷한 환경, 비슷한 경험이 있던 소년은 그런 광경을 한번더 보고 견딜 정신력이 없었다.
아마 지금까지의 고양된 감정은 잊고 도망쳤으리라...
그리고 그의 도주를 눈치챈 녀석은 식사거리를 소년으로 결정할 것이고, 아직 어린 소년은 목숨을 잃을 터, 녀석의 입안에 우물거리는 것이 사람이 아닌것은 정말 다행한일이 아닐수 없었다.

어둠이 지배한 거리.

모두가 잠든 거리에 살아움직이는 것은 단 둘뿐이었다.
다른것은 없었다.
다른누군가는 필요조차 없었다.
아주 예전부터 혼자였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둘만으로 충분하다.
소년은 녀석이 식사를 거의 마무리지어 갈때쯤, 바지춤에 꽂아놓은 묵직하고 딱딱한 무언가를 느꼈다.
바닥에 무수히 그려지던 동심원들이 하나둘 줄어들고, 온세상을 간간히 덮고있던 소리의 장막도 걷혀간다.
비가 그쳐감은... 만남의 종언.
이제 끝날시간이 된것이다.
바지춤에서 뽑아낸 주방용과도의 날이 차가운 빛을 발했다.
동시에, 식사를 막 끝낸 녀석이 소년의 흔적을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다.
피와 살덩이로 얼룩진 추악한 얼굴. 자세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이 보이지 않는 탓에 공포도 없다. 추하다는 막연한 증오만 더해갈뿐..
소년을 바라보는 녀석의 붉게 충혈된 안광이 그에게 아주 익숙한 하나의 얼굴과 겹쳐진다.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괴물. 피에 젖은 악귀.... 귀신의 얼굴.. 귀신의 탈..
그것은 소년이 가장증오하는 인물의 형상이었다.
급소나, 약점따위 어린소년이 알턱이 없었다.
그저 소년은 닮은형상의 녀석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대로, 항상머릿속으로 수도없이 그려왔던대로 행할 뿐이었다.

빗소리 마저 잦아들어 고요하기만 해야할 밤의 대기를 고통에 가득찬 울부짖음이 짖찢는다..
듣는이의 오금을 저리게하고 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고통에 가득찬 비명.
그것의 주인은 소년이 아닌... 악귀의 것이었다.
상대를 태워버릴듯 사납게 타오르던 안광도 이미 옛날의 일이 되었다.
눈이 있을법한 자리엔 붉은 피분수가 솟구치고 있었다.
히죽하고 소년은 기분좋게 미소 짓는다.
그저 평소 상상만 해오던 억압된 감정일 뿐이었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자 이룰 수있었다.
자꾸만 할수 있다는 묘한 확신이 소년을 자극시켰고, 그 확신은 현실이 되었다.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악귀는 더이상 공포도, 증오의 대상도 될수 없었다.
그건 태어나서 처음으로 손애넣은 좋은 장난감.
마치 장난감을 분해했다 조립하는양, 악귀는 하나하나 해체되고 있었다.
물론. 조립되진 않았다.
상대는 도망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밤은 이미 소년의 영역이었고, 소년은 다른 이는 필요로 하지 않았다.
때문에 악귀의 처절한 비명은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었다.
소년이 원하는 것은 바로 자신과 악귀뿐...
때문에 악귀는 소년이 그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그의 앞을 벗어날 수 없었다.
뛰고, 달리고, 기어도 그는 언제나 소년의 앞이었으니까....
달빛에 소년의 이빨이 하얗게 빛난다.
미소를 잃은 얼굴에 웃음이 감돈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도 이밤의 거리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치 차갑게 식은 소년의 몸을 덥혀주듯, 따스하고 아늑한 빗줄기....
두 볼과 목덜미가 붉게 물든다.
소년은 분수같은 악귀의 핏줄기 속에서 미소 짓는다.
10세. 기륭이 처음으로 사냥을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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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0-
많이 부족하지만, 충고, 조언, 비판, 칭찬, 악담,(어이--;) 전부 다 받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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