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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雜談. Trenail

2006.04.25 09:41

Lunate_S 조회 수:156

  뽀얀 어둠이 구름을 잡아먹어, 유난히도 어두운 그런 하루였습니다. 그런 하루 속에 나는 그를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그를 보았습니다. 마음속에 어두컴컴한 심연이 존재하는 그를 보았습니다. 그는 어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은──.


 그를 하루도 빠짐없이 보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가 이곳에 처음 온 후로, 그는 항상 같은 길로 귀가를 했기에, 나는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나를 정말로 의식했는지, 그것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를 항상 주시하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그가 없는 지금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항상 밤늦게까지 혼자 남아있었습니다. 어째서 그가 혼자 남아있었는지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남보다 아침 일찍 왔고, 밤늦게 귀가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나날이 어두워져갔습니다. 그리 크지 않던 어둠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다란 어둠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두워진 까닭을 나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런 어둠 속에서도, 그런 피곤함 속에서도, 그는 굉장히 즐거워보였습니다. 정말로 즐거워보였습니다. 그렇기에, 그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는 항상 혼자 다녔고, 홀로 도취되어 걷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어둠은 자라났습니다.


 내가 있는 곳은, 굉장히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었습니다. 어째서인지,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존재해있던 나로서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빛이 멎어지는 밤이 오면, 나는 즐겨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노래를 사람들은 굉장히 꺼려했습니다. 살을 에는 바람과 함께, 나의 노래는 사람들의 뼛속마저 얼려버렸습니다. 그것 또한, 나의 이해를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이해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습니다. 말하자면─ 나는 굉장히 ‘특별’했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 사람은, 내게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너는 굉장히 특별한 아이야, 라고 그녀가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던 그녀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봐왔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턱이 갸름하고 미소가 예쁜 소녀의 마음은─ 굉장히 너저분하고, 헝클어져있었습니다. 인상이 험하고, 내 주변에서 큰소리로 고함치는 무례한 사람은─ 자포자기한 마음을 허탈한 웃음으로 감추고 있었습니다. 항상 콧대를 세우고 다니는, 눈동자가 매서운 청년은─ 깨끗한 척, 지저분한 마음을 속이고 있었습니다.
 맹세컨대, 그녀만큼 예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본 순간부터, 그는 달랐습니다. 그는 흡사, 그녀와 같았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가, 그녀와 닮았는지는 지금의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나는 알고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그의 눈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으스스해 보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빠져버릴 것 같은 그 눈망울이 그녀와 같았습니다. 우울한 어둠 속에 피는 작은 얼음꽃 같았습니다. 차가워서, 지나치게 차가워서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는, 그런 얼음꽃 말입니다.
 그렇기에, 악마 같은 마음은, 어느 샌가, 나에게 들어왔습니다.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이미 놓쳤기에, 나는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허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허상을 보게 되고 말았습니다. 내면속의 달라붙은 그림자 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는 그림자 말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원했습니다. 표현한 적은 없지만, 그의 어둠은, 그의 마음은 언제나 그것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허상을 보고 싶어 했었습니다. 마침 내게는, 적당한 허상이 있었습니다. 결코 크지 않지만, 작지도 않은 그런 허상이었습니다. 나는 그를 소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허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달빛조차 비추지 않는 암흑천지의 밤이었습니다. 그림자를 밟았는지, 자신이 그림자 위에 속해있는지 조차 구분할 수 없고, 캄캄해서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는 그에게 허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나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많고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너무도 많은 시간이 나를 스쳤지만,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째서 시간이 움직이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이 봄이라 부르는 것이 왔었습니다.
 그를 시작으로, 나는 많은 사람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피하고 싶은 그림자를,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를 제외하고는 정말 재미없는 나날이었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 허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내가 기억하기에, 그의 허상은 불투명한 움직임이었습니다. 도대체 움직이는 허상이 어째서 그림자가 되었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한순간─ 싸늘하게 춤을 췄고, 그대로 그는 내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는 나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시간과는 별개로, 나는 한 사람을 주목했습니다. 그 사람은, 나의 만족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나의 『그녀』와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흡사, 예전에 그처럼 말입니다.
 그는 과거의 그처럼, 항상 피곤한 어둠을 끌고 다녔습니다. 그 피곤한 어둠이, 그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역시─ 나는 그의 눈에 끌린 것이었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눈을 정말로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허상은 어떨까, 나는 정말로 궁금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밤 실행으로 옮길 것입니다.

 시간이 되었고, 나는 그에게 허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몸을 움찔하면서, 조금 빨리 걸었습니다.
 그의 허상은 천천히 그의 뒤를 따라 걸었습니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그는 잠시 멈칫했지만, 다시 똑바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의 허상 또한, 천천히 그의 뒤를 따라 똑바로 걸었습니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걸음을 잠시 멈춘 그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는 갑자기 다시 앞을 보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허상은 그것을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탁. 탁. 탁.
 탁. 탁. 탁.

 어둠을 걷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를 느끼기 위해서, 누구라도 좋았습니다. 나의 소중을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희생시켜도 좋았습니다.
 그는 허상 속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듯, 다시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허상 속엔, 진실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 같았습니다. 그림자의 세계 속엔, 무엇이든지 존재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이상하게 느끼지 못하도록 꾸며낼 수가 있었습니다.

 부우우우웅.
 도로에 자동차가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후우….’
 한숨을 내뱉는 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안도의 한숨으로 보이는 그것에, 왠지 기뻐서,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리고는 순조로운 그림자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는 그것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텅.’
 이제 그는 내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내가 그에게 직접 영향을 펼칠 수 있는 거리에, 그는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덜컹.’
 그의 손이 나를 만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반대로 내가 그에게 간섭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 나 왔어!’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허공 속에서 한 사람을 불렀습니다.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지만, 그가 일상적으로, 그리고 비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아채고 말았습니다.

 ‘쾅!’
 드디어 그는 내게 매달렸습니다.

 ‘케…, 케켁.’
 그의 타이가 나의 허상에 걸렸습니다. 그의 목은 살며시 조여들었습니다. 너무 어두운 새벽이었습니다. 앞이 컴컴해서 보이질 않는 새벽에, 그의 목은 살며시 조여들었습니다.

 ‘켁…, 크겍, 케… 케켁.’
 그는 온몸을 바둥거렸습니다. 무슨 일인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의 목은 조여들고 있었습니다. 숨이 막히는지 그는 공기 빠진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정말로 궁금했습니다. 드디어, 그는 나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 아. 아…….







 "꺄악…!!!"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질 않은 봄의 초입에, 마음을 깨뜨리는 비명이 울렸다. 한 소녀가 아스팔트 언덕길에 기겁한 채, 뒷걸음치며,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지목하고 소리쳤다.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소리의 방향으로 뛰어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았다. 소녀의 손가락의 연상선상의 서있는, 부셔진 그것을 보았다.

 푸드득. 커다란 소음이 아침의 자연을 깨우고, 새는 하늘로 날아갔다. '당산나무'라고 불리는 나무의 가지에는 사람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흡사, 원래 있었던 것처럼─.
 시체의 목은 기괴하게 꺾여져 있었다. 거인의 강한 손아귀에 목이 움켜져서, 억지로 꺾이고 있는 것 같았다. 시체의 목에 메어져, 그를 죽음에 이끈 도구 또한,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나는 ‘억지스러운’ 도구였다. 나무줄기로 감싸져 있는 시체의 목에, 끝이 뾰족한 나뭇가지를 찔러 넣어 고정시키고 있었다. 목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본래는 갈색이었을 나뭇가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학교 측에서 급히 위원회를 소집했다. 교사들은 말이 없었다. ‘자살자가 또 나왔습니다.’ 침묵이 흐른 뒤, 조용히 누군가 손을 들었다. ‘나무를 잘라야 합니다. 아니 아예 태워버려야 합니다.’ 무언의 동의가 흘렀다. 조용히, 조용히 그러한 분위기는 그들을 압도해갔다.


 위이이잉…!!
 기계음이 울었습니다. 큰 소음이 주변을 흔들었습니다. 나의 이해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허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림자의 세계 속에, 얼굴을 맞대고 비웃고 있었습니다. 나를 죽이고 싶어 하지만, 죽일 수가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하아─. 탈코도 안하고, 탈코도 안하고, 탈코도 안하고오──.
            대충 쓰고, 대충 쓰고, 대충 쓰고오──.

 그저 안구에 쓰나미가 나오는 글이군요. [...]
 이것의 간결한 계획은 '雜談. 11시'의 반대 시야의 대한 설명이지요.
  말하자면, 나무의 시선.
 (사실 이렇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하아)

 베르나르님의 소설 나무에 '말없는 친구'를 보고 구상한 내용이었을 거라 생각되긴 하지만─ 하악, 하악. 역시 공포가 좋아, 호러가 좋아─! 하는 바람에, 이상해지고만 내용.

 하아, 솔직히 급한 마음에 썼다고 볼 수 있어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남들은 저만치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라서, 정말 나쁜 마음먹고 굳은 뇌로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 애당초 계획하고는 너무 틀어지고 말았군요. 무엇에 대해 쓸까─ 하고 고민하다, 예전 설정을 뒤지다 보니, 이런 게 있기에, 무심코 써버리고 말았습니다아아. (혼내주세요, 이 녀석)

 그래도 이번 글에 시도한 효과라면, '완벽히 보이게만 하는 과거형 말투'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무슨 헛소리인지─. 하암. [...]
 대충 이해해주시길 빌겠습니다아.

 P.S : 시체의 대한 묘사를 더 하고 나니, '저걸 자살자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만 드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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