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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realize 5화 - 태현의 역습 -

2006.04.07 22:37

연향 조회 수:147

realize  5화  - 태현의 역습 -



째깍 째각...
시계 돌아가는 소리 와 숨소리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정도의 적막감과 긴장감, 그런 상황속에서 태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꼭 이런 분위기에서 말해야 하나요?”

방금까지 지켜오던 진지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깨버린 태현을 칼라드를 비롯한 4명은 무형의 압박 을 가해가며 그를 노려봤다. 그들모두가 한순간에 자신을 잡아먹을 것만 같은 시선으로 노려보자 어느정도 긴장한 태현은, 그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 소원은...”

저 말뒤에 이어질 내용이 무엇일지 심히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의 태현의 뒷말을 기다렸다.

“소원은?”
“요즘 세상은 돈이면 안되는게 없습니다! 물질 만능주의! 전 돈이면 족합니다.”

태현의 말이 끝나자 칼라드를 비롯한 5명의 머릿속에는 순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들이 예상하고 있던 소원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있는 태현의 소원에, 머리가 굳어있기도 잠깐, 샤이는 애써 자신이 잘못들었다고 생각하려는듯, 재확인차 다시금 물었다.

“요컨대, 돈을좀 달라?”
“네.”

...방금까지 긴장하고 있던 자신들이 어리석게 생각될정도로 허탈하기 짝이 없는 태현의 소원에 그들은 아무말 없이 먼산을 바라봤다.

“하...하하...돈이라...돈이 좋은거긴 하지...”

샤이는 이런 엄청난 기회를 고작 재물을 얻고자 낭비해 버리는 태현이 황당한듯 소탈하게 웃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런 샤이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태현은 미심쩍은지 샤이에게 물었다.

“으음? 돈을 주시는건 곤란한건가요...? 아...!”

말을 하던 도중 자신이 망각하고 있던 무언의 사실이 떠오른 그는 ‘짝’하고 박수를 치고는 샤이를 바라봤다.

“그러고보니, 귀하들은 돈이 없으시겠군요.”

...뭔가를 오해하고 있는 태현이였지만 굳이 그걸 일일이 설명하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태현을 깨우쳐 주고 싶지는 않았는지 샤이는 부정의 뜻으로 고개를 휘젖고는 그에게 말했다.

“아니, 이 세계에서 쓰이는 돈이 없는건 사실이지만, 지금우리가 입고있는 옷에 부착되있는 장신구 하나쯤 팔아도 어느정도의 가치는 있을거야”

샤이의 말에 태현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하긴 그렇네요, 보석이라면 여기서도 통하니 말이죠, 뭐 보석이 없는데 있다고 뻥치시는건 아니실테고...그럼 이제 다음 소원을 말해도 돼죠?”

그다지 실감이 나지는 않는지 태현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런 태현의 태도에 샤이는 무표정하게 다음 소원을 말하길 촉구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런 샤이의 눈빛에 찔끔한 태현은 이윽고 다음소원을 밝히기 시작했다.

“음...두번째 소원은...”

...태현은 소원을 밝히려던 찰나 샤이를 힐끔 바라보고는 방금전과는 달리 샤이 및 4명이 아무런 긴장감 없이 가만히 앉아 자기 예기를 듣고 있는걸 보고는 그런 4명의 태도가 의심쩍은지 그를 쳐다봤다.

“으음? 왜 이번엔 긴장하지 않으세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알지, 네녀석이 빌어봐야 뭐 이상한 소원이나 빌겠지”

그렇게 생각하는게 오히려 당연한것 같은 상황이였다. 마왕이나, 하프 드래곤 을 비롯한 상위 존재들이 각자 한가지씩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는 엄청난 기회를 ‘돈이나 주세요’ 라고 하며 헛되게 날려버리는 존재가 비는 소원이래 봤자 쓰잘데기 없는 것일게 뻔할거라 예상한 그들은 여유롭게 늘어져서 태현의 말을 기다렸다.

“...뭐 상관없죠. 제 두 번째 소원은 좀 창피하지만... 제가 현재 애인이 없거든요, 보아하니 귀하들은 여자분들과 인연이 깊을것 같은데 저에게 연애하는 법좀 알려주세요.”

...방금전과 비슷한 맥락의 황당한 소원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더욱더 황당한 소원이였기에 칼라드는 짜증이 솟구쳐 오르는지 고개를 좌우로 젖고는 태현에게 물었다.

“오호 통제라! 이번것도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소원이로구만 그래, 누구에게 배우고싶은데?”

그 물음에 태현은 그들을 한번 훓어보고는 말했다.

“룬씨요.”

...태현에게 지목된 룬은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 왜 나야?”
“그거야 가장 미소년 처럼 생기셨으니 인기가 많을것 같으니 말이죠.”

맡는 말이긴하다. 룬은 여자랑 무척이나 관계가 깊다. 단지 그 관계라는게 ‘연애’ 랑은 거리가 먼 개념지만... 룬은  ‘마왕’ 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여성 마족들을 강제로 취한거지, 태현이 꿈꾸고 있는 알콩달콩 로맨스와는 거리가 요단강 만큼이나 멀었다.
그렇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추측을 하는 태현을 보고는 샤이를 포함한 4명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하하핫...물론, 여자들과 관게가 깊긴하지 룬이...관.계.가”
룬의 연애관(?)을 알고 있는 그들로서는 태현의 그런 선택을 비웃으며 상황을 비꼬았다. 아니, 사실 태현의 선택도 틀렸다고는 할수 없었다. 드물지만(?) 힘에 굴복하는 여자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어찌됫던 태현의 선택을 받은 룬은 일행의 비웃음을 눈치채지 못한지 환하게 웃으며 자화자찬을 하기 시작했다.

“흠. 그렇긴하지! 핫핫핫...! 저녀석들은 본좌와는 달리 여자라면 쑥맥이거든! 아마 저녀석들은 여자 손목도 못잡아 봤을걸? 핫핫핫!”
“미안 하지만, 난 부인이 있었는데”

...방금전 말한 자신의 말을 정면으로 적대하는 샤이의 말에 룬은 잠시 움찔했지만 호탕하게 웃으며 구렁이 담넘어가듯 상황을 무마시키려 했다.

“아, 샤이는 제외지 물론! 하하하! 내가 잠시 깜빡했을 뿐이야, 내가 설마 샤이 자네가 왕년에 잘나갔다는걸 잊을 리가 있나? 핫핫핫!”

여담이지만 왕년에 잘나간적도 없으며, 결혼한것도 기적에 가까운 샤이를 보고 있노라면 룬의 말은 신용도가 제로에 가까웠다.

“아아...그래 연애는 저기 룬에게 열심히 강의받도록 하고, 나머지를 정해보도록하자”

의외로 순순히 인정하는 칼라드의 태도에 룬은 흡족한듯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 난장판을 바라보던 칼라드는 고개를 가로젔더니 다시금 태현에게 물었다.

“자, 일단 2가지 부탁은 접수됬고...나머지 3가지 부탁은 뭐지?”

다시금 소원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칼라드의 말에 룬과 샤이의 만담을 듣고 있던 태현은 정신을 다잡고 칼라드에게 물음에 답했다.

“음...이건, 제 개인적인 일인데...학교에서 제가 입장이 조금 난처하거든요, 뭐랄까...약자는 아니지만 강자도 아닌, 그런 중간쯤에 위치하는데...요즘 일진회라고 하는 학교 폭력 서클에서의 횡패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거든요. 번거로우시지 않다면 그걸 해결해주셨으면 하는데요...”

말을 시작할때는 크게 말했지만 말이 점점 진행되가면서 자신이 말하면서도 얼굴이 붉어지는지 태현은 말이 끝나가는 시점에서는 아예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마디로 자신을 누군가가 괴롭히니까, 그걸 좀 막아 달라...이거구만?”

간단 요약하게 정리해준 칼라드의 말에 태현은 왠지 자신이 한심해지는것 같이 느껴지는지 얼굴을 붉힌채 그의 대답에 긍정했다.

“네.”
“하아...정말 한심하구만...자신의 일은 자신이 처리하는게 당연할거라 보지만...뭐...강요할수는 없는거고...좋아! 그럼 자네를 괴롭힌다는 녀석을 늘씬하게 밟아주면 돼는건가?”

무식하기 그지없는 칼라드의 말에 그는 당황한듯이 고개를 휘휘 젖고는 그의 말에 반문했다.

“아뇨! 아뇨! 그런게 아니라...단지 저에게 피해만 오지 않게, 가벼운 경고정도만 주시면 됍니다. 무의미한 폭력은 휘두를 필요가 없죠!”
“...그러니까 그 녀석들을 데리고 차분하게 설교를 해서 새인간을 만들라 이거냐?”
“네”

...가능성 없는 말을 자신있게 권유하며 웃는 태현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칼라드는 진심으로 웃고있는 태현의 면상에다가 비전권을 냅다 꽂아버리고픈 충동이 드는걸 느꼇다.

“하아...그래...그건 그렇다치고,나머지 소원이나 들어보자...나머지 소원은 뭐냐?”

의외로 흔쾌히 수락하는 칼라드의 태도에 태현은 재빨리 다음 소원을 말하려고 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게 없는지 그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난처한듯한 웃음을 지으며 칼라드에게 말했다.

“으음...지금으로서는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는데...다음에 말하면 안될까요?”

지금은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다는 태현의 말에 칼라드는 머리가 아픈지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고는 말했다.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어차피 쓰잘데기 없는 소원일게 분명할테니...”

그런 칼라드의 말에 태현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하핫, 뭐 인생사가 다 그런게 아니겠습니까?”
“...”

...


“자아...그래서! 이제부터 저 황당한 소원을 누가 들어줄지를 정하도록 해보자!”

갑작스런 칼라드의 말에 그를 제외한 4명은 널부러져있다가 다시금 그를 쳐다봤다.
갑작스런 시선의 집중에 칼라드는 헛기침을 짖고는 말을 이었다.

“흠! 집중해보라고...일단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이상 제대로 들어줘야 할거아니야? 세계 정복 같은 터무니 없는 소원도 아니고 저런 황당한 소원 정도는 충분히 제대로 들어줄 능력도 있고 말이야.”

그런 칼라드의 말에 그들도 긍정하는지 별다른 말 없이 이어질 칼라드의 말을 기다렸다.
그런 4명을 쳐다보던 칼라드는 잠시 시간이 지난뒤 입을 열었다.

“음, 그럼 정해보도록 하자고! 일단 연애법 강의는 연애박사 룬 씨께서 맡아주시기로 했고...”

아부라는게 여실히 들어나는 칼라드의 말에도 룬은 적지 않게 기쁜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 물론이지!”

그런 룬을 한심하다는듯이 지켜보던 칼라드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나머지 3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두번째로 저녀석에게 보석 몇 개 쥐어줄 사람?”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샤이를 비롯한 3명은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칼라드를 외면했다.
사실,돈이 없는건 아니였지만 굳이 자신의 돈을 쥐어주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그들은 서로에게 역할을 떠밀기 바빳다.

“페이닐르, 네녀석 저번에 나한테 보석 자랑하던걸 잊지는 않았겠지?”
“...동감이다.”

자신들의 보석을 주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는듯 샤이와 라그니스는 눈빛으로 서로 합심한뒤 페이닐르로 몰아가며 그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아앗! 아닙니다! 아니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보석은 양만 많을 뿐이지 그다지 질이 높지 않은 보석 들입니다! 오히려 샤이씨의 보석은 양이면 양 질이면 질 모두 훌륭한 보석들이지요!”

이런 상황에도 존댓말을 잃지 않는 페이닐르에 태도에 존경심을 보낼만도 했지만 그들은 이미 그런 사소한 사항에는 신경쓰지 않은채 서로 삿대질을 해가며 물주 역할을 남에게 미루기 바빳다.

“닥쳐! 보석은 내 몸의 일부이자 내 인생의 전부다.”
“이익! 그런 억지가 어딨어요!”

고작 돈 때문에 내분을 일으키며 싸우고 있는 둘을 보자 한심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했지만, 그것도 잠깐 싸움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칼라드는 빽 소리를 지르며 그들의 주위를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아아악! 시끄러! 차라리 내가 주마! 내가 주면 될거 아니야!”

그런 칼라드의 비명에 그들은 순간적으로 싸움을 멈추고는 서로 바라보며 씨익 웃고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좋지요, 칼라드씨 희생을 자처하시다니...”
“음...고마울 다름이다.”
“저로서도 불만은 없습니다.”

...순간 성급한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칼라드는 방금전의 난장판을 다시 보느니 자신이 보석 몇 개 잃고 말겠다는 심정에 짜증스런 말투로 말하긴 했지만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젠장! 설마 노린건 아니겠지? 젠장! 뭐...어쨌든 보석은 내가 내어 주도록하고...그럼 마지막으로 저녀석 괴롭히는 녀석 을 데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강의해줄녀석은 누구냐? 물론, 폭력은 안된다.”

왠지 비꼬는듯한 칼라드의 말이였지만 자신들이 지은 죄가 있었기에 그들은 멋쩍게 웃으며 서로에게 물었다.

“...저는 곤란한데요. 설교한다는 사람이 존댓말을 쓰면 이상할뿐더러, 얕보이지 않겠습니까?”

페이닐르의 말에 샤이와 라그니스는 마땅히 변명할 말이 없는지 페이닐르의 말을 인정했다.
그 뒤 샤이는 라그니스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나직히 말했다.

“라그니스 녀석은 말투가 적으니 곤란하고...후, 남은건 나뿐인가”

...자신이 제일 귀찮은 일을 맡게 된것 같다고 생각한 샤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태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노려봤다.

“하...하하”

분명 자신들이 소원을 빌라고 했으면서 자신을 노려보는 샤이의 모습에 태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누가 어느역활을 맡을지 어느정도 일단락 지어지자 칼라드는 샤이를 비롯한 4명을 바라보며 유쾌한듯한 말투로 말했다.

“음...이제 기본적인 상황은 모두 정리한건가...그럼, 급한 불부터 끄고보자고”

갑작스레, 말을 끝낸뒤 자신을 노려보는 칼라드의 시선에 태현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뭐...할말이 남으신건가요...?”

태현의 질문에 칼라드는 실로 유쾌한지 방금전까지 띄고있던 미소와는 또다른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답해줬다.

“훗, 그다지 큰일은 아니고, 밥이나좀 줬으면 해서”

...그날 태현의 한달치 생활비는 모조리 아스트랄의 세계로 산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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