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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렸을때 일어난 일이다

따가운 태양빛 아래에서 나는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고

그런 나를 커다란 그림자하나가 힘껏 들어올려 안았다

눈썹을 조금 떠보며 눈동자를 굴렸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내 삶의 핵심이자 결점으로 자리를 잡혀버린 그 일,

그것은 불과 10년전에 돌연히 나타난 일이다

지금도 나의 마음속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채,

설마 그 남자와 다시 갑작스럽게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죽었으니까..

처참히 그렇게 고통속에서 울부짖으며

내 손으로 죽음을 당해버렸으니까..

















<아홉 수호자 이야기>-3화 전사의 증표

















백색의 기체와 두 남녀가 이제는 절벽이 되어버린 언덕에서 서로 마주하고 선지 꽤나 시간이 흘렀다. 변화가 있는거라곤 바람에 나풀거리는 나뭇잎과 흩날려지는 흙먼지뿐, 마치 석상이라도 된듯 별다른 움직임을 몇 분째 보이지를 않으니 이를 지켜보던 위시안드의 파일럿 여성은 애가타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조금씩 살피다가 스리슬쩍 검은 코트의 남자에게 다가온 그녀는 조용히 그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저기.."
"쉿. 누군가가 있다."
"뭐?"

예상외의 답변에 여성은 바로 고개를 들어 남자와 같이 주위를 샅샅이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들리는 소리라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보이는거라곤 모래연기와 여기저기 널려있는 바위와 나무들뿐. 딱히 이상한 점을 찾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페시카즈쪽에서 먼저 소리가 터져나온다.

"거기냐!"

힘차게 몸을 돌리며 오른팔에 두개씩 달린 총 4개의 포구를 들어겨냥해 쏘자 새하얀 광선포가 터져나와서 숲하나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로인해 발생된 빛으로 똑똑히 보이는 한 검은물체, 광선포의 영향거리에서 벗어나고 있는 그 미확인 물체에게 페시카즈는 이번엔 왼손에 달린 커다란 3연장 개틀링건을 마구마구 쏘았다. 한발한발이 마치 바주카포처럼 이곳저곳을 폭파시키는게 위력은 기본적으로 다른 무기들과는 전혀 달랐다.
이제 두 남녀의 주위를 끄는것은 어딘가에서 몰래지켜보던 로봇이 아니라 바로 앞에서 온갖 난동을 부리고 있는 페시카즈. 그렇게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맞써싸웠던 그 검은 옷의 남자조차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저런 위력의 무기라니. 그것도 반동도 없이, 게다가 한손에 저렇게 큰걸 달아놓고도 자유자재로 움직인단 말인가! 이 로봇은 도대체 뭐인거야..아니. 그것을 피하는 저 로봇도 뭐인거지 도대체!'

쏠때마다 터지는 그 빛으로 인해서 겨우 형체정도만 알 수 있는 적은 아직까지도 한발도 맞지를 않고 있었다. 크게 원을 그리며 돌고있는 기체의 움직임은 이쪽에서 팔을 슬쩍움직여 겨냥하는 속도조차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긴장은 커져가는 순간, 불쑥 불청객들이 뛰쳐나왔다.

"크윽! 뭐..뭐냐?!"

배후에서 날아온 공격에 땅바닥에 털썩 쓰러진 페시카즈, 하지만 연이어 날아드는 공격에 의해 그는 계속 다시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젠장! 하나가 아니었던건가!"

다리와 어깨, 가슴등에 달린 부스터를 동시에 점화시켜서 연기를 일으켜 시야를 가림과 동시, 페시카즈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지상에서 약 200m정도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적들이 어디에 모여있는지가 확실히 보였다.

삐빅

-매그넘(Magnum) 더블 캐논 발사 준비. 에너지 차징(charging) 개시.

빨간색 버튼을 누르자 A.I.가 임무를 받아들였음을 나타냄과 동시, 등뒤에 달려있던 거대하고 긴 두 포구가 앞으로 지이잉소리를 내며 나왔다. 200m 아래로 떨어지는 곳에서 한쪽눈을 붕대로 감고 검은 코트를 입고있던 남자는 남은 눈으로 페시카즈를 바라보면서 놀람을 숨기지 못했다.

"뭐..뭐냐 저건!"

-에너지 차징 완료. 발사 준비 완료. 목표 조준 완료.

"발사!!"

조종관에 달린 버튼을 힘껏 누르자 긴 포구에서 더 크고 강력한 빛이 터져나왔다. 쫘자자작 가는길은 바위건 뭐건 장애물은 가리지 않고 날아간 광선포는 그대로 지상마저 가르면서 부근에 있던 목표 5기중 도망치지 못한 3기의 기체를 순식간에 완전히 소멸시켜버렸다. 마치 큰 폭탄이라도 떨어진듯 지형조차 변형이 되는게 지상의 상황은 엉망징창, 매그넘 캐논포가 지나간 자리는 정말로 깨끗이 사라져있었고 그 주변은 영향력으로 인한 연기나 충격파나 장난이 아니었다.
눈을 꽉 감으며 팔로 머리를 감싼채 쑤그려있던 짧은 금발머리의 위시안드국 여성대위는 이제 끝났나하고 눈을떠서 올려보니 자신은 어느새 그 정체불명의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에게 감싸여있었다.

"아.."
"몸은 괜찮나 보군. 그보다.."

스윽 그는 머리에 쓴 검은 모자 아래로 흘러내리는 피를 숨긴채 몸을 일으켰다.

"너는 누구냐."

그들에게서 약 몇m 떨어진 지점의 흙먼지가 바람에 의해서 사라지자 커다란 검은 목도리와 긴 금발에 매서운 눈매를 지닌 여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팔이 없는 검은색 옷에 검붉은 바지를 입고 터벅터벅 걸어오는것이 마치 지옥에서 둘을 맞이하러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 10발짝 정도 떨어진정도에서 멈췄을까? 남자는 여성대위를 자리에서 물러가게 만들고 자신에게 용무가 있는듯 보이는 그 긴 금발의 또다른 여성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피식 이에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페시카즈의 '먹이'가 될만하군. 어때? 얌전히 따라온다면 심하게 대하진 않겠어."
"헛소리 집어..!?!"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바로 코앞으로 적은 들이닥쳤다.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피한뒤 오른손으로 팔목을 잡고 왼손으로 주먹을 날리자 반대로 이번엔 여성쪽이 똑같은 수로 피한후 잡는다. 그렇게 서로 양손에 힘을 준채로 몸을 부르르 떨면서 어느샌가 힘겨루기가 시작이 되었다.

"헤에, 왼손쪽이 약하네."
"큭!"

우득 여성은 그의 왼손팔목을 꺾어올린후 그대로 자신도 몸을 돌려서 위로 치켜들은 남성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다 내려쳐 관절을 공격했다.

"크윽!"

연이어서 틈을 주지않고 이번엔 그의 팔을 꽉잡아서 그의 몸을 내던졌다. 상공으로 뛰어진게 행운이었을까, 남자는 자세를 잡아서 무릎을 꿇고 안정적이게 착지하는데 성공했다. 스륵 그는 고개를 들었다.

"너의 약점은 원근감과 오른쪽 시야가 떨어진다는거지."
"!"

적은 이미 그것마저 계산한후 붕대가 감겨진 눈을 이용해서 교묘하게 위치를 숨기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으나 당연한듯 몸을 숙이며 적은 간단하게 피했다. 하지만 이번엔 공격은 하지않고 그의 주위를 한바퀴 씽돌더니 휘릭 자리에서 회피한후 양손을 착 치켜들었다.

"크아아아악!!"

갑자기 온몸이 가는 실같은 것으로 인해서 죄여져오는 남자. 빠드득 빠드득 뼈가 부러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고통은 점점 커져만 갔고 그런 모습에 옆에서 파일럿복을 입은 여성대위처럼 기겁을하며 놀라는게 정상일텐데 정작 장본인은 계속 손가락들을 움직이며 전혀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이상하군. 어째서 잘리질 않는거지?"
"크으으윽!!"
"옷조차도 베지못하는걸로 봐서 강화된건가? 흐음, 팔다리 하나 자르는건 무리려나.."
"그만둬!!"
"?"

마지못해 옆에서 두려움에 떨던 대위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들어 그 여성에게 겨눴다.

"어서 그 사람을 놔줘! 그렇지않으면 쏘겠어!"

표정하나 바꾸지않고 고개만을 돌린뒤 그 검은 목도리를 두른 여성은 이에 한쪽손을 그녀에게 향하더니 중얼거렸다.

"쏘겠다가 아니라 쐈어야했어."
"!"

틱. 툭. 푸슈슉.

조용하게 날아든 실은 단번에 자기 주인에게 총을 겨눈 여성의 양 손을 잘라버렸고 그녀는 팔에서 피가 기압으로 치솟을때까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양팔을 가슴안으로 들이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 하지만 우연인지 결국 그녀의 눈에도 보이고 말았다. 이번에는 실이 자신의 목을 감기 거의 직전이란 상태를 말이다. 실에 온몸이 묶인 상태에서 남자는 다리를 살짝 굽힌후 온힘을 다해 몸을 뒤로 날렸다.

'정신이 쏠린 지금밖에 기회가 없어!'

"!"

남자의 몸을 휘감은 실이 팽팽해지면서 동시에 검은 목도리를 두른 여성을 팔부터 그가 있는 방향으로 확 잡아당겼다. 약간 느슨해진 틈을 타서 그는 다리를 움직여 안정하게 착지한후 곧바로 이쪽으로 공중에 띄워진채 무방비상태로 끌려진 긴 금발의 여성에게 온몸을 날린다.
몸이 맞부딯치는 소리와함께 남자는 적을 날림과 동시 자신도 땅바닥에 턱하고 쓰러졌다. 고개를 돌려서 위시안드국의 여성을 바라보자 양 손의 고통과 방금전 목에 휘감긴 실로 패닉상태에 빠져 멍한 상태였지만 그 가느다란 무기의 움직임은 확실하게 멈춰진 상태였다. 한마디로 자신의 몸을 휘감은 것또한 멈췄다는 사실! 그는 힘을 꽉주어서 그 이상한 실을 풀어버린후 곧바로 일어서고 있는 여성에게 달려들어 양 손을 잡았다.

"이..이게!"
"역시 이 손가락에 낀 고리들로 신경연결을 통해서 조종하는거였군."
"떠..떨어져!"

발로 배를 퍽하고 힘껏 찬후 무기에다가 정신을 집중시켜서 움직이려했지만 파지직거리기만할뿐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봐도 자신의 무기는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보였다. 숨을 거칠게 쉬면서 남자는 붕대에 감겨지지않은 한쪽눈을 긴챙이 달린 검은 모자 아래에서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서로가 컨트롤하려고하면 서로의 명령이 상쇄되는 결과가 나오는거지."
"너..너어!"
"그리고.."

쉬리리리릭 어느샌가 그 가느다란 무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재빨리 여성의 몸을 휘감았다. 자신의 무기에 자신이 휘감겨버리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몸에 힘을 주어 빠져나오려했지만 역부족인듯했다.

"서로가 상쇄된다하지만 만약 힘의 차이가 틀리다면 강한쪽의 명령을 듣게되버리는거지."
"이..이녀석.."
"자 말해라. 네놈들 이 금속을 어떻게 손에 넣은거지? 아는건 전부 불어!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
"... 어떻게 아는거지?"
"뭐?"
"이것은 보통사람에겐 실로만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테트론'이란걸 너는 어떻게 알아낸거지?"
"호오, 너희는 그렇게 부르는건가? 테트론이라.."
"그것의 이름을 모르다니..넌 산속에서만 살았다는거냐? 아니, 어찌되었던간에 넌 이 금속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녀석인것같군. 과연 페시카즈의 먹이로 선정될만하군."
"잡담은 그만하고 어서 불어!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구속된 상태에서도 태연히 미소를 지은것답게 검은 목도리를 두른 여성뒤에서 커다란 기체하나가 불쑥 튀어나오곤 단검을 남자를 향해 내리쳤다.

콰직!

실이건 뭐건 두 남녀의 사이는 단숨에 단검으로 절단되어버렸고 동시에 박힌칼이 땅에서 드드득거리며 달려드는 충격으로 인해 남자도, 그리고 이제는 양 손이 잘린채 패닉상태에 빠진 위시안드국 여성대위도 사이좋게 절벽에서 떨어져나갔다. 천천히 비디오 테이프를 감는것처럼 시야가 느릿느릿해지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공기와 이제 곧 땅에 처박힐거란것을 알려주는 공포심뿐. 그 상황속에서 남자는 결국 무언가를 결심한채 위시안드의 여성을 향해 쭉 날아갔다.





















"크윽! 빌어먹을!!"

4기나 되는 기체는 기습용으로 만들어진 소형기체들이었다. 크기는 약 4m정도로 조종방식은 콕피트 자체가 사람모양처럼 되어있어서 그대로 해치만 내리면 온몸에 링같은 것들이 연결이되는데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이것들이 움직여서 그대로 로봇에게 움직임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조종석자체가 고정되어있기에 텅빈공간에서 움직이는게 아니라 느낌상은 마치 갑옷을 입은것과 거의 동일하다. 크기가 4m가 넘게된것도 파일럿이 움직여야할만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니까 말이다. 이것들은 자체부스터만으로도 약 10여m는 넘게 날 수 있기에 주로 기습용으로 사용이되었다. 실제로 페시카즈타입의 인간형 기체는 무게나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날 수 있는건 불가능하다. 이 페시카즈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녀석들..뭐가 이렇게 빠른거지? 전혀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 게다가 연계또한 너무..큭!!"

방심하는 순간 오른쪽 어깨파트가 신체결합형 기체의 전용무기인 카트로에의해 공격당했다. 양손에 달린 이 무기는 원래는 팔에 장착되어있는 6개의 칼날로써 공격시에는 이것들이 앞으로 뒤집어져서 나온후 팔과함께 전체가 회전함으로써 공격하는 무기이다. 주로 최접근전이나 기습을 하는데 사용하다보니 문같은 장애물을 부수거나 공격하는데 사용하기 위해서 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페시카즈타입의 대형기체에게는 이 무기는 그다지 효율성을 보여줄수가 없는게 사실, 장갑자체가 너무나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페시카즈는 이때까지 한번도 나온적이 없는 최신형 로봇, 그 자체가 공중비행도 어느정도 가능하고 배리어에다 주포급 무기까지 달려있으니 장갑또한 만만치 않게 강한 최고의 로봇이다. 그런데 그런 로봇에게 그들의 카트로의 공격이 아무리 약한 부분만을 노린다지만 지금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비병은 이리저리 연계에의해 손을 쓰지 못하면서도 그들의 무기를 자세히 관찰하였다.

'뭐..뭐냐 저 이상한 전기파장같은건..그러고보니..페시카즈의 배리어와 비슷한 파장이잖아!'

카트로의 주위를 맴도는 이상한 자기장, 그것은 페시카즈가 배리어를 사용했을때 나온 자기장과 거의 동일해보였다.

'그렇구나! 이 방어력을 이용해서 무작정 공격하는것인가..잠깐!! 이 기술은 아직 우리 회사에서도 처음으로 알고있는데..젠장! 어쨋든 싸울뿐이야!!'

등에 새로 장착된 거대한 파츠의 일부분이 열리더니 소형유도미사일들이 수도없이 발사되었다. 페시카즈를 제외한 다른 열원들을 향해서 미사일들을 수도없이 날아갔고 적들은 이에 멈춰서서 페시카즈와 똑같이 배리어를 사용해 막아냈다. 가뜩이나 소형이라서였는지 큰 효율성을 내지 못하고 모래연기로 시야만 가리게 만든 결과, 하지만 그 모래연기는 적에게도 앞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고 배리어를 사용하려고 멈춰서느라 그 위치를 똑똑히 기억한 정비병은 그대로 그곳에다가 오른팔의 광선포를 겨눠쏘았다.

투아아아앙!

순식간에 주변 연기를 다 날려버린 이 무기는 목표를 양 다리부분만을 제외하곤 완전히 없애버리는데 성공했다. 이 기세를 타서 멈춰서있는 다른 로봇을 향해 마찬가지로 겨누고 그는 버튼을 눌렀다.

-에너지 잔량 부족. 소형 매그넘 캐논포 사용 불가.

"뭐?! 또 에너지냐! 젠장!! 개틀링건도 탄환이 나갔는데.."

불만을 품어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적들은 이미 방금전의 공격을 보고 이번엔 포메이션을 바꿔서 그에게 좀더 접근하면서 바위 주변을 이리저리 숨으며 나타났다가 사라졌다하면서 그에게 기관총을 난사했다. 뒤로 도망가려면 뒤에서, 옆으로 가려면 옆에서, 그렇게 그를 봉쇄시키면서 서서히 포메이션은 더더욱 좁혀지는게 배리어도 없으니 이대로라면 아무리 무기가 기관총이라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게다가 벌써 꽤나 좁혀졌는듯 다시 그 이상한 카트로의 공격이 또 시작되었다.

"젠장! 새 장갑이라고해도 무적은 아니니..크윽!"

헤드파트에 충격이 오자 또다시 스크린이 흔들리는게 장난이 아니었다. 이제 적들의 공격은 헤드쪽을 향해서 집중이 되었다. 아무래도 도저히 장갑을 뚫기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바꾼것 같은게 지금으로써도 그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비병에게는 꽤나 고난이었다.

'잠깐. 머리만을 이렇게 노린다는건..다른 쪽의 피해는 거의없었다는 것인가? 그러고보면 이 기체는 일반기체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기체. 놈들의 공격도 따지고보면 그 이상한 카트로가 아니면 효율성이 없는거였어..나만 모르고 있었던거야!'

머리를 감싸던 손을 내리고 그는 부동자세로 선채 천천히 생각했다.

'노릴 곳은 무조건 머리. 적들은 3기. 3연타로 계속온다. 아무리해도 피할 수가 없다면..'

까강! 생각을 하던 순간 적의 공격은 그대로 들어왔다. 그는 맞은 즉시 고개를 들어 반대쪽을 향해 돌렸다.

'첫번째 공격은 허용시키고 두번째 녀석을 잡는다!'

운이 좋아서인지 공중에 떠있는 적이 곧바로 시야에 잡혔다. 양 다리아래쪽 파트가 열린 자리로부터 그는 일렉트릭나이프를 집어들고 신체결합형기체를 향해 찔러넣었다.

"공중에서라면 자유롭지 못하겠지!"

콰직!

불과 4m정도밖에 되지 않는 기체이기 때문에 그 방어력은 정말로 약한것이 이렇게나 간단히 꿰뚫릴 정도이다. 그대로 칼날에 꽃혀진채로 일렉트릭나이프의 날들이 지이잉거리며 돌아가고 약 몇초후, 기체는 펑하는 소리를 내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진동으로인해서 떨림을 느끼는 정비병, 그러나 페시카즈 자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가까이서 폭발했는데도 발하나 꿈쩍안하다니..과연 최고의 기체야! 다른 기체와는 차원이 틀려!!"

쉬이이잉

병력의 반이나 잃어버렸으니 적들도 흥분을 한듯 이제는 양손에다가 이상한 파장의 카트로를 치켜든채 맹렬히 달려들었다. 입술을 양끝까지 치켜올린채 눈을 크게 뜨면서 웃는 정비병, 그에게 이젠 더이상 두려움따위는 없었고 자신도 모르는 살육의 기쁨만이 남아있었다.
머리양옆부근의 가슴파트가 위로 열리면서 나온 기관포는 일부러 적들의 진로앞에 쏘아진다. 현재 이부근은 흙과 모래가 가득한 상황, 그렇게 쏘대면서 목표를 향해 총구가 올려지니니 순식간에 진형은 흐뜨러져지고 황급히 서로가 있던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교신을 취하려 했지만 페시카즈는 이미 그 수를 읽었냔듯 등뒤에서 소리없이 그림자처럼 나타나선 배후에서부터 콕피트를 일렉트릭나이프로 또다시 꿰뚫었다.

"이제 너 하나만 남았다!!"

두려움은 열광으로, 공포는 쾌락으로 승화된듯한 미치광이의 모습을 조종석에서 마음껏 드러낸채 정비병은 힘껏 패달을 밟아 마지막으로 남은 기체를 향해 일렉트릭나이프를 들이대며 돌격했다. 가만히 멈춰서서 이쪽은 아예 바라보지도 않은채 헤드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있는 적, 승리의 확신은 점점 짙어져만갔고 눈을 번뜩이며 그는 그대로 일렉트릭나이프를 크게 휘둘렀다.

까아아앙!

예상외로 힘껏 휘두른 칼날은 땅으로 처박힌채 적은 여전히 태연한 자세로 두발을 땅에 붙인채 서있었다. 일렉트릭나이프가 날아오는 순간, 카트로의 파워를 최대로 올린 적은 그대로 자신의 상체에 칼날이 왔을때 그 날의 옆면을 있는 힘껏 세게내리쳐 힘의 방향만을 바꾸어버린것이다. 땅에서 얼른 칼을 꺼내 뒤로 살짝 물러서 경계를 하는 페시카즈, 진한 갈색의 신체결합형기체는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몇년동안 고심하여 만든 기체답군. 설마 이정도의 힘을 발휘하다니말이야."

"응?"

상대방은 외부로 음성을 내면서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콕피안에서 정비병은 가만히 잠시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기체의 힘에 이끌려 주제파악을 못하다니, 파일럿은 풋내기로군!"

"큭! 뭐야?!"

"너 같은 놈이 어떻게 페시카즈에 타게 된지는 모르지만 이 내가 거기서 직접 끌어내주도록하지. 그건 너같은 놈이 타라고 만든 기체가 아니란말이야."

"이..이.."

치솟고있던 자신감을 완전히 짓밟으려는 발언에 정비병은 이성을 잃고 외부음성발신버튼을 누른후 고함을 지르며 적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네깟놈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거냐!!"
"호오, 무모한 도전을 하는건가?"

쿵 쿵 쿵 쿵

무거운 다리를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일렉트릭나이프를 이리저리 마구 휘둘렀다. 적의 위세에 눌려 페이스에 휘둘린듯 뒤로 도망치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허리를 숙였다 몸을 돌렸다하면서 능숙히 모든 공격을 피해내는 갈색의 신체결합형기체, 자꾸만 맞히지를 못하자 짜증이난 페시카즈가 찌르기로 바꾼뒤 한번 크게 다시 힘을 주어 휘두르자 적은 공중으로 기다렸다는듯 뛰어오르곤 그대로 페시카즈의 팔을 탄뒤 콕피트를 향해 온몸을 날렸다.

콰앙!

일반적으론 십중팔구 4m짜리의 기체가 개박살이 나겠지만 적은 어느샌가 온몸에 페시카즈와 똑같은 배리어를 두로고 있는 상태였다. 제대로 당하고만 정비병은 어질어질한 머리에 정신을 잡질 못했고 그에비해서 적은 배리어가 충격도 흡수했다는듯 별다른 이상없이 지상으로 내려온후 다시금 위로 튀어올라서 페시카즈의 콕피트에 한번더 배리어를 둘러싼채 몸을 갖다박았다. 두번이나 연속으로 그토록 강하게 조종석쪽을 공격당하니 파일럿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떨어지는 접속율로인해서 거대한 기체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땅바닥에 철퍼덕 쓰러진다.
페시카즈로부터 멀리 이탈하면서 이번엔 양손에 기관총을 빼들어서 공격을 가하는 갈색의 소형기체, 가뜩이나 그동안의 데미지가 심했는지 페시카즈의 장갑여기저기가 찌그러져만갔고 특히 왼쪽어깨갑옷은 아예 거의 파괴된듯보였다.

"흐음, 소형배리어론 연속두번이 한계인가보군."
"크아아악!"

총에서 탄환이 전부 떨어지자 적은 바로 바위산뒤쪽 어딘가로 숨어들어 탄창을 갈면서 기체의 상태를 다시 점검했고 페시카즈는 팔을 부르르 떨면서 일어났다. 숨을 헐떡거리며 정비병은 이빨을 꽉 깨물며 인상을 찌푸린다. 파워조종관을 밀면서 패달을 밟아 페시카즈를 고속으로 움직여서 어느틈엔가 재장전을 한후 동태를 살피려하고있는 적의 앞에 우뚝 멈춰섰다.

"아닛?!"
"이야아아아앗!!"

덩치를 밀어붙여 일렉트릭나이프를 하늘 높이 치켜든후 적을 향해 내려치는 페시카즈, 소형기체는 재빨리 반응하여 다행히 회피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가 있던 자리에서 바위는 반으로 쩍 갈라진채 완전박살난 상태. 신체결합형기체의 파일럿은 씨익 웃음을 지으며 로봇을 근처에 세우곤 페시카즈를 바라본다.

"어쩌면 조금은 재밌는 싸움이 될지는 모르겠군."
"재미? 니놈에겐 재미일진 몰라도 나에겐 지옥이라고!"
"하하하하. 그래, 어디한번 와봐라!"

일렉트릭나이프를 양손에 하나씩 꽉 잡은채 페시카즈는 팔을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면서 소형기체를 향해 달려들었고, 적기체의 파일럿은 조종석안에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어느새 이곳에 둘만의 전장이 형성되었고 생사의 결투가 시작되었지만, 아무도 기억을 못한것일까? 전쟁이란건 나라와 나라의 싸움, 이 전쟁은 타비스와 위시안드국간의 싸움이었다는걸 말이다. 둘의 전장을 향해서 정체모를 군대가 하나 다가오고 있다는걸 말이다.














몸을 바싹 붙인뒤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해서 아까전 그 짧은 금발에 파일럿복을 입은 위시안드의 여성을 구해냈던것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다시 품으로 들였다. 양팔의 끝에선 여전히 손대신 피가 조금씩 나오는게 상태가 전혀 좋아보이지 않았고 지금 이 높이에서 땅에 떨어진다면 무조건 기다리는 건 죽음뿐. 위치도 원래는 언덕이었던지라 아까처럼 갈고리를 박을만한 곳은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위를 보고 있자니 둘이 있었던 그 절벽위에서 방금 습격을 해온 새로운 기체와 함께 검은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바람에 긴 금발을 함께 휘날린채 시뻘건 팔없는 상의와 검붉은 바지를 입은 여성이 씨익 웃으며 바라보는게 시야에 들어왔다. 최악의 최악의 상황에서 한쪽눈을 붕대로 감은 남자는 오른팔로는 위시안드의 파일럿을 품에 안은채, 왼팔로는 검은 챙이달린 모자가 날아가지 않게 잡은채로 눈을 한번 감은뒤 다시 떳다.

"이 여자를 구하려한건 이번것도 포함시키자면 벌써 다섯번째, 이제 믿어볼 수 밖에 없다."

둘과 함께 박살이 나서 떨어지고있던 바위중 몇몇은 벌써 땅에 박으며 큰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만약 파편인 나에게도 전사로써의 자격이 있다면..그 수호의 임무가 있다면 그 증거가 언제나 나와 함께 하고 있을터."

상공에서 그는 모자를 벗어서 날려버린뒤 자신의 오른쪽 눈을 감고있던 붕대를 풀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모습을 드러내야 할때! 지켜보고있다면 나의 부름을 받으라! 내가 바로 청련에게 선택된 진실한 마지막 전사! 전사의 파편이다!!"

풀어헤친 붕대안에 오른쪽 눈이 어떤 형상으로 있는지 혹은 큰 상처로 없는지는 보이지가 않았지만 무언가 붉은 빛이 살짝 빛났던것만은 틀림이 없는것 같았다. 그의 말의 끝남과 그 빛의 등장과 동시, 일직선아래로 지상에서 숲이 드드득거리며 무너지는가 싶더니 무언가 한 기체가 고속으로 둘을 향해서 날아왔다.
헤드파트는 다 망가진게 한쪽 눈에는 보호유리도 없이 동그란 카메라가 괴물의 눈인양 붉은 빛을 내고 있었고 왼팔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연결부위의 톱니바퀴들만 위이잉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장갑은 여기저기 금이가고 깨져있는게 거의 반파수준이었고 철들은 녹슬은듯 변색이된 상태, 그런 고물이나 다름 없어보이는 기체는 양 다리와 한쪽 어깨, 그리고 메인 부스터를 이용해 날아올라서 두 남녀를 손에 붙잡았다. 남자는 어느새 다시 붕대로 오른쪽 눈을 가리고 모자를 눌러쓴채 기쁜듯 웃으며 말했다.

"후후훗. 엘시스인가. 정말 오랜만이로군. 그렇다는 것은 이제 모든게 증명이 되었고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하나군."

"뭐..뭐야 저 기체는?! 저런 기체..마스터한테서도 한번도 들은적이 없다고!"

갑자기 들어온 훼방꾼에 의해서 절벽위의 여성또한 냉정심을 잃고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상하게 생긴 기체의 손위에서 해치를 열은후 남자는 안으로 들어가선 여성을 보조조종석에 앉히고 자신도 주조종석에 앉은채 안전장치를 내리고 스크린컨버터기같은걸 꼈다.

"정신융합상태 이상없음. 에너지 12.7%. 손상율 52.9%. 자아 오랜만에 한번 날뛰어 볼까, 엘시스?"

부스터를 더욱 가속시켜서 로봇을 위로 치솟게하였다. 아직도 상공에선 몇몇 돌조각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여유있게 스리슬쩍 전부 피한후 금새 남자가 엘시스라고 부른 기체는 다시 절벽위로 올라와서 그 검은 목도리를 두른 여성에게서 100m정도 떨어진 부근에 착지했다.

"무..무인로봇이었단 말인가?! 도..도대체 네놈의 정체는 뭐냐!! 뭐하는 놈이냐!!"

땀을 이마에서 한방울 떨어뜨리며 잔뜩 흥분한듯한 모습을 보이는 긴 금발의 여성, 남자는 조종석에서 씨익 미소를 지은채 외부음성버튼을 누른후 그녀에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청련에게 선택된 전사의 파편,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도구다."













오랜옛날부터 끊이지 않던 전쟁과 이기적인 이상속에서도

언제나 당연 그 반대로 진실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그런 혼란시기의 전쟁을 담은 한 이야기,

서로의 정의를 위해서 끝까지 싸워온 나라들의 이야기,

그리고..결국 그 전쟁속에서 멸망해버린 나라, 위시안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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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쓰느라 결국 다시한번 맞춤법이나 문장연결 검사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뭐 어색한게 한두번도 아니니 그냥 넘어가주시길~_~

아 그리고 설정에 대해서 아는분들외의 분들께 말씀드리는 겁니다만..여러분이 주신 설정은 수정이 될수가 있습니다.

예를들어서 'A라는 여성과 서로 사귀고 좋아한다'라는게 있으면 현재는 좋아하나 나중에 쓰면서 제가 원수로 만들수도 있고 현재는 원수사이이나 나중에 좋아하게 만들수도 있습니다. 바꿔주지 말아줬음하거나 수정하고 싶은게 있으시면 미리 말씀해주세요~또한 여러분이 주신 캐릭터들은 언제죽을지 모르는 위험도 가지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p.s. : 히이로님께 질문. 6연장 핸드캐논의 경우, 한 팔자체가 6연장 캐논인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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