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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Antares[0.5막] - Follow me 02 -

2006.02.15 13:00

히이로 조회 수:202

모든 이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익시드 나이츠의 부기사단장 헤이딕 폰 서머릿. 기사단장인 하이만 드 칸타빌레보다 4살이 어린 48세의 중년. 익시드 나이츠 서열2위의 기사였다. 까만 피부에, 어디에 맞아 주저앉은 듯이 보이는 뭉툭한 코가 인상적인 남자였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자 헤이딕은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로 필립을 노려본 채 말을 시작했다.

"필립경은 분명 나인발트 기사단장인 사리크경의 대리인이오. 원칙적으로는 나인발트 기사단의 대표인 그가 참모장 자리를 맡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하지만 난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그의 실력은 검증되지 않았고 단지 '대리인'에 불과할 따름이오. 다른 기사들의 생각은 어떻소?"

그의 말에 그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필립조차도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만만해 하는 헤이딕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던 일이다 라고 생각하며 필립은 곁눈질로 자기 주변의 기사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자신과 함께 회의에 참석한 나인발트 기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헤이딕도 이런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기에 그의 연설은 더욱 격렬함을 띠기 시작했다.

"필립경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우선 내가 고의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오. 다수의 적을 소수의 인원으로 상대할 경우 그 무엇보다 지휘관 급 이상 인물들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오. 유감스럽게도 필립경은 이런 대대적인 전투경험은 전무할 것이고, 나이도 나같이 어느 정도 이 일에 몸담은 사람들이 보았을 때는 '애송이'에 불과하지.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소이다."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는 말투였다. 하지만 필립은 정중하고 예절바른 어투와는 달리 얼굴에 한껏 비웃음을 머금고 있는 헤이딕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네 녀석 따위가 그런 자리에 있게되면 우리의 위신이 서지 않는다-를 돌려서 말한 것 뿐이다.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리게 되자 필립 역시 기분이 유쾌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변함없는 특유의 무관심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그가 말했다.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헤이딕경. 그렇다면 저 대신 참모장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역량'있는 기사 한 분을 추천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필립의 말이 끝나는 순간 헤이딕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번진다. 참모장 자리는 헤이딕 자신이 앉고 싶어했던 자리. 나이와 계급을 중시하는 그로써는 당연히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라고 생각했다.
다만, 자기 입으로 자신을 추천하는 것이 창피했던 터라 대답을 못하며 연신 헛기침만 하면서 주변의 기사들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와 직위, 능력등을 고려했을 때 헤이딕경이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하오."

"옳소이다."

한 기사가 용기를 내서 그를 추천한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그 의견에 동의하는 익시드 나이츠 소속 기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시선을 움직여 그들을 관찰하는 필립. 이윽고 굳게 다물고 있던 그의 입이 열렸다.

"여러 명의 익시드 나이츠 기사들이 헤이딕경을 추천하는 걸 보니 신뢰가 가는군요. 하지만 난 이번에 처음 이곳에 온 관계로 헤이딕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오. 이분의 전공을 나에게 말해줄 수 있겠소?"

만족스럽다는 듯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기사들에게 부탁하는 필립. 긍정적인 필립의 태도에 헤이딕도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였고, 다른 기사들 역시 순순히 참모장 자리를 자신의 상관에게 넘길 것 같은 느끼자 한껏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헤이딕의 전공을 설명하는 일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익시드 소속의 기사가 맡았다.

"헤이딕 폰 서머릿 경의 공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예로부터 고위직을 지낸 분들이 많으신 유서 깊은 가문. 서머릿백작 가의 차남이십니다. 외교나 정치 방면에서 많은 업적을 남기신 선대의 조상들과 달리  헤이딕경은 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셨고, 그 결심을 행동으로 옮겨 익시드 나이츠에 입단하셨습니다. 그 후 수 십년 간의 기사생활을 하시면서 얻은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부기사단장에 임명되는 영광을 안으셨습니다. 특유의 지도력과 결단력으로 익시드 나이츠 소속 기사들의 존경을 받고 계시며 검에 대한 실력도……."

'가문을 등뒤에 업고 설치는 타입이구나 이자는.'

열심히, 자랑스러운 듯 설명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기사의 말을 뒤로한 채 필립은 속으로 생각했다. 기사는 헤이딕의 경력과 그의 배경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30년 이상 기사생활을 해온 그라면 아직도 완벽하게 종결되지 않은 룬트슈테트 전쟁을 겪었을 것이고, 분명 전공 한 두개 정도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부기사단장이라는 요직에 앉을 자격조차 없는 것. 결론은 하나 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저는 부기사단장님이신 헤이딕경이 참모장으로써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필립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기사의 일장연설이 끝을 맺었다. 그 누구도 이의와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회의 참석자의 비율을 보면 익시드 나이츠가 80, 나인발트 나이츠가 20이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헤이딕 역시 자신에 대한 소개가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에 나타난 희색을 감추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인발트 소속의 기사들은 불만스런 표정이었지만 계급 서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신예가 대부분이었기에 침묵을 지키는 상황이었다.

"질문이 있소."

침묵을 깨트리며 필립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든 이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이제와서 질문을 하는 필립의 태도에 약간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대부분. 하지만 그는 이런 시선과 분위기를 깡그리 무시한 채 헤이딕을 추천한 기사를 향해 시선을 이동했다.

"소개는 이것이 끝인가?"

"네, 그, 그렇습니다. 나인발트 기사단장 대리님."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었는지 상대는 말을 약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미간을 살짝 찡그리는 필립의 표정. 눈치 빠른 몇몇 기사는 이런 그의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시선을 다시 헤이딕 부기사단장에게로 이동한 필립이 말문을 열었다.

"지금 이 소개가 헤이딕경의 모든 전공이라면, 단도직입적으로 밝히겠습니다. 참모장 자리를 넘겨드릴 수 없겠군요."

"…뭐라고?"

필립의 말 한마디로 회의장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당사자인 헤이딕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한동안 감정표현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몇십 초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이성적인 된 헤이딕은 노기를 띤 채 필립에게 이유를 물었다.

"필립경은 어째서 그런 발언을 하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소! 크흠!"

불쾌한 심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그가 필립을 향해 사나운 눈빛을 보냈다.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헤이딕의 시선을 받아넘긴 필립은 소가 닭을 보듯, 헤이딕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그 이유를 모르시는 겁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필립의 대답에 벌컥 화를 내는 헤이딕 부기사단장. 까만 피부 위에는 이미 이리저리 주름이 지고, 한껏 사나운 기세를 뿜고 있는 그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필립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그의 일그러진 표정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두 사람사이에서 튀어 오르는 스파크. 한참을 그렇게 마주보던 중. 필립의 먼저 시선을 이동했다. 헤이딕의 기세에 눌린 것이 아닌,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고 휙 돌아서는 그의 모습. 헤이딕은 필립의 이런 행동으로 이성적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분노한 상태였다.

"왜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저로써는 영문을 알 수 없군요. 전 부기사단장님의 말씀대로 따른 것 뿐입니다만."

"지금 날 우롱하려는 건가 필립경!"

"그렇지 않습니다만."

"이, 이놈이!!!"

당장이라도 필립에게로 달려드려는 듯한 헤이딕의 모습에 많은 기사들이 그를 막느라고 진땀을 뺀다. 하는 말마다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는 필립 덕에 마침내 헤이딕의 이성을 간신히 지탱했던 끈이 풀어져 버린 것이다.
기사들에게 막혀 움직임을 봉쇄 당한 그를 향해 필립은 비로소 '그 이유'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방금 기사가 한 설명은 익시드 나이츠 부기사단장 헤이딕경의 '전공'이 아닌 '경력과 배경'뿐이었습니다. 헤이딕경이 말씀하신 대로 이번 작전은 지휘관의 역량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헤이딕경은 제가 전투경험 등 실전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본인이 부적당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헤이딕경 역시 실전 경험은 전무하지 않습니까? 수 십년동안 기사생활을 해오신 경력만큼은 저 역시 존중합니다. 그러나, 실전 지휘 경험과 전공이 없는 헤이딕경 역시 참모장 자리에 앉기에는 자격이 부족합니다."

필립의 또렷한 말소리와 더불어 일순간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당사자인 헤이딕 역시 그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필립 자신의 고집이 아닌, 상대의 발언을 조목조목 따지고 이용해 반박한 것이었기에 어떠한 반론을 제기할 여지조차 없었던 것.
그때 익시드 나이츠 소속의 기사 하나가 크게 외쳤다.

"헤이딕경이 그런 자격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은근슬쩍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대 역시 자격이 갖춰지지 않은 것은 똑같지 않나!"

"맞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말할 생각이오 필립경?"

다시 한 번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필립은 이런 외침들에 대한 답변 대신, 천천히 목소리의 주인공에게로 걸어갔다. 상대는 필립의 이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당당하다는 듯, 팔짱을 낀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필립도 채 1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기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 있는 그를 향해 상대가 무어라고 입을 여는 순간…건틀릿을 착용한 필립의 오른 손이 그의 코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와당탕∼!!

"끄윽…커헉! 쿨럭!쿨럭! 무, 무슨짓……."

빠악∼!!

"우……우……."

"필립경! 이게 무슨 짓이오!"

갑자기 얼굴을 가격 당한 바람에 바닥에 쓰러진 기사는 곧이어 필립의 부츠에 가슴을 차이고는 쥐 죽은 듯 쓰러져 있었다.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의식은 있었지만 비명을 내지를 수도 없을 정도의 큰 고통이 그를 엄습하고 있었기 때문. 이제 주변은 익시드 나이츠와 나인발트 나이츠 간에 살기가 감도는 상황까지 가고 있었다. 이미 성질 급한 몇몇 기사는 칼자루에 손을 가져간 상황.

"나는 나인발트 나이츠의 총 지휘관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 감히 한낱 기사 따위에게 경어가 아닌 그런 무례한 발언을 듣다니. 내게 하대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분은 익시드 나이츠 기사단장님, 부기사단장님, 그 외 고위 간부들뿐이다. 나인발트 나이츠는 물론 자신의 상관까지 능멸한 네놈을 여기서 죽여 본보기를 보여야 마땅하지만 인정을 베풀어 이 정도에서 끝내마. 썩 꺼지거라!!"

언제라도 칼부림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상황을 날려버린 건 다름 아닌 필립의 호통이었다. 단순히 나인발트 나이츠 만이 아닌, 익시드 나이츠의 위신까지 들먹이며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현재의 상황을 완화시킨 것이다.
동료의 부축을 받아 질질 끌려나가는 기사의 몰골을 보며 그는 말을 계속 이어나간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들이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겠소이다. 나 필립은 실전경험은 물론 지휘경험까지 있소. 이미 '작센 방어전'이라고 역사책에 기록될 이 전투에서 나는 아버지의 부하로써 소수의 병사를 거느리고 공성전을 벌였소. 단순히 한번이 아닌 2달 여 동안 여러 전투를 겪었고, 꽤 많은 수의 적을 베었소이다. 내가 이곳에 기사단장 대리로 파견된 이유가 이것이오. 사리크경께서는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인원을 막아야 했던 작센 방어전의 경험자인 나의 능력을 높이사서 이곳으로 파견하셨소. 단순히 경험만이 아닌 실력까지 검증할 자신이 있소이다! 나인발트 나이츠 제1중대장 겸 기사단장 대리. 서열4위 필립 폰 에르네오는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소. 이의가 있다면 말해보시오!"

"……………………."

필립의 일장연설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 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그토록 참모장 자리를 탐냈던 헤이딕마저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참모장 자리는 암묵적인 동의로 필립이 맡게 되었다.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                    *                    *



"이제 좋던 시절은 다 지나갔네 휴우……."

"네르바경. 너무 심란해하지 말라고. 대신 이번 전투가 끝나면 황도로 복귀하잖아."

말고삐를 잡은 채 한숨을 푹 쉬는 네르바의 모습. 이런 그녀의 모습이 재미있는 한편 약간 안쓰러웠는지 옆에 있던 동료가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별다른 위로가 되지 못했는지 여전히 울상인 얼굴표정이다. 자신의 상황을 체념하는 듯, 신경질적으로 은은한 금빛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입술을 삐쭉 내미는 네르바.

"그건 그렇고 필립 이 잡놈은 어디로 사라졌길래 그때 이후 통 모습을 볼 수 없네."

이런 그녀의 독백을 들었는지 그녀의 옆에서 말을 몰던 동료기사가 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에게 묻는다. 익시드 나이츠 내에서 아름다운 외모로 젊은 남자기사들의 동경인 네르바가 어떤 사내이름을 부르며 그리워한다는 것은 상당한 특종거리였던 것.

"필립이라니? 남자이름이잖아. 무슨 관계야? 그때 이후 통 모습을 볼 수 없다니? 설마……."

호들갑을 떨며 열심히 추측성 멘트와 질문을 던지는 그를 보다 못한 네르바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차고 있던 검을 검 집채로 움켜잡고는 그대로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우악!"

"쓸데없이 목소리 높이지 마라. 죽는다."

"이, 이미 주변 녀석들은 네르바경만 보고 있잖아. 방금 후려친 소리 때문에…내 탓이 아니라고."

"이제 말대답까지 꼬박꼬박하는구나. 그래, 필립이라는 놈 대신에 네가 먼저 좀 맞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인정 사정없이 헬름을 착용한 동료의 머리를 후려치는 네르바. 그녀의 이런 행동으로 주변의 시선은 모두 그녀에게 고정되어 버렸다. 둔탁한 금속음과 이어지는 한 남성의 처절한 비명이 번갈아 1분 가량 울려 퍼지다가 곧 잠잠해진다.
그녀에게 폭행을 당한 동료는 말안장에 엎어져서 신음소리를 내뱉고 있었고 가해자인 네르바는 그쪽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허리춤에 검을 묶고 있었다.

"네르바경. 그러지 말고 좀 알려줘."

"내가 왜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해야하지?"

"네르바경은 우리 익시드 나이츠의 여왕. 마스코트잖아. 자넬 동경하는 팬들도 많은데 그들이 잘못 오해하면 그 필립이라는 남자는 반쯤 죽을 걸?"

"호호호호, 여왕이라니. 난 결혼도 안했다고."

"익시드 나이츠의 여왕처럼 빛나는 존재라는 뜻일 뿐이야. 네르바경이 싫다고 하면…공주님이라 불러줄 각오는 모두가 되어있어."

"호호호호∼!"

끈질긴 동료들의 질문+아부성 멘트에 넘어간 그녀는 핀잔을 주면서도 싫지는 않은지 연신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확실히 그들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적어도 네르바의 머릿속에 밖혀 있는 필립에 대한 기억은 한마디로 '얼굴 좀 반반하게 생긴 찌질이'였으니…….
자신의 팬클럽(익시드 나이츠 혈기왕성한 젊은 기사 일동)이 그에게 해를 가한다면 반쯤 죽는 정도가 아닌 일로 끝날 가능성도 풍부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네르바는 귀찮기는 했지만 필립의 안전(?)을 위해 간략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소꿉친구…라기 보다는 몸종이었다 고나 할까? 아버지(클레이 백작)의 상관인 그 녀석의 아버지(필로스 후작)와 친분이 있어서 알게 되었는데 사내 녀석이 겁쟁이에다 소심하기까지 해서 애들 전부한테 놀림거리였어. 검술도 나한테 이긴 적이 한 번도 없는 약골인데 나인발트 기사단의 일원으로 여기 왔더라고. 일단 아는 사이니까 여기까지 와서 괴롭힘 당하는 것 좀 막아주려고 했는데 통 모습이 처음 이곳에서 본 이후 보이지 않아서 그런 거야. 이제 알겠는가?"

"와하하하핫! 재미있는 친구네."

"그런 약골이 어떻게 나인발트 기사단에 들어갔데냐 하하!"

"지 아버지 배경으로 들어갔겠지 별 수 있겠냐? 큭큭."

"그런 녀석은 보나마나 뻔하지."

네르바의 이야기가 끝나자 주변 기사들의 웃음으로 그녀 주위는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중에는 필립은 물론 그의 아버지 필로스 후작에 관한 험담까지 들어있자, 같이 웃던 네르바도 서서히 기분이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막상 타인이 필립을 깔보니까 어느새 불편한 마음이 생겨났고 항상 자신에게 자상하고 모범적이며, 전장에서는 용맹하기까지 했던 고인. 필로스 후작을 깎아 내리는 발언까지 듣게 되자 순간적으로 울컥한 네르바는 그들을 향해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만해! 그 녀석의 아버지는 너희들도 잘 아는 작센 성의 필로스 후작님 이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말만 듣고 고인과 지인에 대해 험담을 한다면 나와 목숨을 걸고 결투할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거야! 용서하지 않을 테니!"

그녀의 말 한마디에 일순간 조용해지는 기사들. 룬트슈테트 전투상 가장 치열한 접전으로 기록되는 3개의 전투 중 두 번째로 유명한 것이 '작센 방어전'이다. 소수의 병력과 민간인 및 귀족들을 탈출시키고 장렬히 전사한 후작의 명성은 올바른 귀족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었고 심지어 적국인 발사로크에서까지 그를 기리는 행사를 매년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런 귀족들의 우상인 그를 험담했으니 그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이렇게 반 장난으로 시작된 그들의 대화는 해소할 수 없는 어색함만을 남기고 끝나버리고 말았다. 한편…….

"필립경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젠장, 갑자기 귀가 너무 가려워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못한 채 연신 말 위에서 귀를 후비는 필립이었다.






동시 연재 사이트




소설 커뮤니티 꿈꾸는 사람들 www.thedreams.wo.to   필명- 히이로



애니메이션 및 동인의 저택 노나메  www.no-name.wo.ro    필명- 히이로



조아라     www.ujoa.com          필명- 데스데모네                                
조아라 작가의 뜰           http://yard.joara.com/tktlsdlfu -설정 및 세계관 수록..


소설 커뮤니티 마루닷컴    http://maru.ibbun.com 필명- 히이로







재수학원 개강 하루를 앞두고 일단 써논건 올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올리고 사라집니다 헛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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