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연재 For the throne-1화 '안개 속 만남'

2006.02.13 09:36

므흣★ 조회 수:218

'For the throne'

잔잔한 어둠이 드리워진 2월의 새벽.
안개 낀 골목길로 자전거를 탄 소년이 들어섰다.
소년의 자전거는 조그마한 불빛을 내뿜으며 달리다 어느 집 대문 앞에 이르러 멈춰 섰다.
자전거 뒤에 가지런히 묶인 신문지 한 부를 말아 대문 사이로 밀어 넣은 소년은 조용히 자전거를 옆에 세워 둔 채 한참이나 그 집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가에 비친 한 소녀의 모습.

그녀가 이곳으로 이사 온지는 한 3 달쯤 되었을 것이다.
유달리 첫눈이 일찍 내린 그날….
소년은 처음 그녀를 본 그때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3개월 전 신문 배달을 처음 시작했을 때가 바로 그 날이었으니까.
여기저기 헤매다 마지막에 들린 그곳 창가에서 소년은 소녀의 잔영이 사라지도록 그곳에 계속 서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먼저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은 채 그렇게 3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찌르르릉!!~.

시끄럽게 울리는 탁상시계와 함께 부스스한 머리의 소녀가 벌떡 일어났다.
파란색 물방울무늬의 잠옷을 걸친 소녀의 양볼은 옅은 홍조를 띤 것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다.
아무렇게나 뻗친 머리를 쓰다듬던 그녀는 부스스한 눈으로 다시 자리에 누워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따가운 햇살이 소녀의 얼굴을 비추었고 그제서야 소녀는 슬며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각이다~!!”

헐레벌떡 일어나 아무렇게나 뻗친 머리카락을 대충 빗질한 그녀는 옷장에 걸린 교복을 서둘러 입기 시작했다.
하얀색 와이셔츠에 갈색 재킷과 적갈색 겉옷을 입은 그녀는 파란색 물방울 바지를 벗지도 않은 채 검은색 체크무늬 치마를 껴입고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거리는 이미 아침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했다.
간간히 뛰어가는 학생들도 보였지만 교복이 다른 학교 것만 같았다.

“우쒸~, 입학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한참을 뛰어가던 그녀는 손목시계를 쳐다봤지만 시계바늘은 어느새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어~. 아침부터 고생이구만 물방울 아가씨.”

“헤에?!”

어느새 다가왔는지 그녀 옆에는 자신과 같은 차림에 안에 잠옷대신 검은색 체육복 바지를 입은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꼬마 아가씨, 어서타라구.”

“끼약!!~”

대답할 겨를도 없이 손목을 낚아챈 소녀는 그녀를 자전거 짐칸에 얹어(?) 버렸다.
순간 그 소녀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는 것만 같았던 건 그녀만의 착각이었을까? 두 소녀를 태운 자전거 체인은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촤아악!!~,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정경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귓가를 스치는 바람을 느꼈다.

“학교 다와 가니까 꽉 붙들어 매.”

잠시 후 눈을 뜬 그녀는 또다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순식간에 붕 떠버린 자전거는 닫히기 시작한 철제 덧문을 뛰어넘어 버린 것이었다.
일류 레이서들이 드리프트 할 때나 날법한 자전거 바퀴자국이 새겨지며 자전거는 학교 정문을 빠르게 지나 본관을 향해 내닫고 있었다.

“최시연!! 거기서지 못해!~”

일찌감치 멀어져버린 정문 근처에서 지각생들을 잡는 체육선생님의 외침이 들려오고 있었다.
끼이익~.
자전거가 섬과 동시에 시연은 고개를 젖혔다.

“내 이름은 시연이야. 3-A반 최시연. 네 이름은 뭐니?”

“네?! 2학년 한소라 입니다.”

잔뜩 군기가 잡혀버린 시연은 짐칸(?)에서 내리며 인사를 했다.

“내일은 급행열차 타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나중에 야채빵 사주기다.”

소라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시연은 3학년 교실이 있는 건물로 사라져버렸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소라는 눈앞에 펼쳐진 학교의 정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 베드로 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한 울타리 안에 있는 40년 전통의 가톨릭학교다.
S대라든지 G대 Y대등 여러 학교의 수석을 따낸 학생들은 거의 다 이 학교의 출신들이었다.
학교는 산등성을 깎아서 만들었는데 주위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연 친화적으로 만들어졌다.
덕분에 고등학교 건물은 중학교 건물들 보다 상당히 높은 고지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본관은 2곳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1학년과 2학년들이 지낼 교실과 특별활동교실 등이 있는 건물과 3학년교실과 3학년 기숙사 등이 있는 건물이 있다.
별관 1층에는 검도관이 2층에는 도서관 겸 컴퓨터 학습실이 있었는데, 도서관은 방과후 숙제를 하는 곳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고등학교 또한 중학교와 건물구조는 똑같았다.
다만 다른 점은 중학교는 남녀공학이지만 고등학교는 울타리를 경계로 남자고등학교와 여자고등학교로 나뉜다는 점이다.
물론 가톨릭학교답게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에 성당도 자리 잡고 있었다.
소라가 다닐 건물은 본관 3층, 2학년 C반이었다.
이 학교는 특이하게도 성적별로 반을 나누었는데 A, B, C 세반을 두어 상위 30등을 A반 그 밑을 B반 나머지 학생은 C반이 되었고 반은 한 학년이 바뀔 때마다 재배속 되었기에 큰 변동은 없었다.
처음 전학 온 학생은 여지없이 C반에 소속 받게 되었기에 소라도 C반에 소속되어있었다.
소라는 좌우로 늘어서 있는 1층 특별활동교실들을 흘깃하며 중앙계단을 올라갔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는 것으로 보아 지하에도 활동할 공간이 있는 듯 했지만 둘러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3층에는 2학년 교실들이 늘어서 있었고, 화장실을 경계로 그 옆에는 교무실과 2-C반이 떨어져 있었다.

“후, 드디어 시작이구나. 아자 아자! 파이팅!”

기합을 잔뜩 넣은 소라는 교무실문을 열자마자 양복차림의 사내와 부딪쳐 버렸다.

“아콩~.”

그대로 뒤로 넘어져버린 소라는 눈앞에 뻗어 나온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소라는 또다시 비명을 지를 뻔했다.
선생님은 소위 말하는 얼짱이었던 것이다.

“귀여운 악마가 한명 더 추가되었구나.”
그러더니 출석부에 적힌 ‘한소라’라는 이름 옆에 하트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었다.

“어?”

소라가 의아한 듯 쳐다보자 선생님은 싱긋 웃으며 소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생님의 키는 180정도여서 아직 155정도 밖에 안 되는 소라는 마치 어린아이의 모습 같았다.

“이건 귀여운 짓 했을 때 마다 붙이는 거란다. 후후후.”

왠지 그가 웃으면 뒤에 비치는 조명에 꽃무늬 배경이 보이는 것만 같은 기분은 뭘까?

“내 이름은 설공찬이라고 한단다, 2-C반 담임이지. 공선생님이라고 불러줘~♡”

왠지 알 수 없는 My face에 휩쓸려버린 소라는 공선생님과 함께 2-C반 교실에 들어섰다.
왁자지껄한 교실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 철부지 중2의 모습이었다.
3학년이 되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아! 시연선배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것도 아닐 것 같다.
잠시뒤 기침 소리와 함께 칠판 앞에 선 공선생님은 소라의 손목을 잡았다.

“드디어 본부에서 지원 병력을 보냈다. 이름은 한소라. 목표는?!”

“우주정복!!”

이구동성이 되어 울려 퍼진 외침을 듣고 가만히 서있던 소라는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앞으로 지낼 학교생활이 걱정되는 것은 왜일까? 한숨부터 내쉬는 소라의 어깨는 왠지 무거워졌다.

(2)
소라의 자리는 창가 맨 앞줄로 배정받았다.
키가 작다보니 그런 것도 있었지만 얼마 전에 그 자리에 있던 학생이 전학을 가버린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소라는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며 텅 빈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동장 너머 보이는 성당을 보며 저기도 한번쯤 가봐야겠다는 생각하는 소라였다.
조용히 창가를 내다보는 소라와 달리 교실 안은 다시 난장판으로 변해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방송스피커에서 간단한 아침조례가 나왔고, 곧 1교시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흠.”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공선생님의 간단한 종례 후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선 소라는 오늘 새롭게 받은 책들을 끈으로 매듭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교실 안에는 소라와 몇 명의 학생만이 남아있었지만 그 애들도 무슨 일이 바쁜 듯 서둘러 밖으로 나가버리고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한 소년만이 남아있었다.

“저기….”

“응?”

시연은 낑낑거리며 10권이나 되는 책들을 5권씩 양손에 쥐고 교실 문을 나서고 있었지만 어느새 다가온 소년은 소라의 책들을 나눠 들며 말했다.

“무겁지? 내가 들어다 줄께. 내 이름은 김채원이라고 해. 소라라고 했지?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응….”

적막한 교실의 차가움이 그들을 엄습했지만 왠지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소라의 첫 등교일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