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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컹 철커엉 철컹 철커엉

폐기직전이다보니 가뜩이나 컸던 진동이 전투후에는 훨씬 더 커졌다. 이제는 걸어가도 꽤나 큰 진동이 일어나는게, 엔진소리도 같이 듣고있으니 마치 폭발이라도 할것 같았다. 그는 기체를 세우고 시트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하지만 기지개를 한번 크게하고 일어나서 기체 밖으로 나가려는 그의 발을 익숙한 소리하나가 멈추게 만든다.

철컥

"..."
"하아..하아.."

보조석에 앉은 그 여자였다. 숨을 헐떡이는게 안색도 별로 좋아보이지않았지만, 그녀는 똑똑히 그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거기..너. 뭐..뭐하는 놈이냐. 허억, 허억. 거기서 꼼짝말고 신분을 밝혀, 그..그렇지 않으면 쏘겠다."
"..."
"사람말이 안들려! 어서 대답해! 허억, 허억. 넌 뭐하는 놈이냐!"

씨익. 갑자기 그는 웃음을 지은채로 그녀에게 한발짝한발짝 접근해왔다.

"무..무슨 수작을 부리려는거야! 더이상 가까이 오면 쏘겠..!?!"

덥썩 그는 권총을 쥔 그녀의 손을 붙잡은채로 자신의 면상을 드리댄다. 그리고 한번더 길고 혐오스런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거. 내가 도와주도록하지."
"뭐?"

갑자기 그는 그녀가 뭐라 말할새도 없이 권총에다가 자신의 이마를 턱 붙인채, 그녀의 손가락을 이끌어 방아쇠를 당겼다. 한발의 총성만이 조용히 두사람만의 공간에 울려퍼졌고 바람은 사막의 모래를 흩날렸다.














<아홉 수호자 이야기> 2화 시작되는 계획




















"우아악!"

갑자기 큰 비명소리을 지른채 한 남자가 침대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몸은 땀으로 뒤덮힌채 숨마저 헐떡이고 있는것이 꽤나 충격이 큰 악몽을 꾸었음을 암시해주었다. 짧고 단정한 검은 머리에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그것이 꿈인줄알자 안심을 한후 눈을 지끈 감았다.

'녀석은 도대체..'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손끝이 떨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다시 악몽을 되새겨 주었다. 한 녹슬은 구식 기체와의 싸움, 해치(조종석의 문)를 열고서까지 싸운 검은 옷의 사나이, 광선검을 손으로 날이 없는 부분만을 잡아서 돌려막은 생각도 못할 전법. 모든것은 아무리봐도 있을수가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게 꿈은 아니라고 말하는듯했지만 현실로 봤을때 그런 일이 가능한것일까. 그것도 로봇을 조종해서 말이다.

달칵

"아, 일어나있었군."

복장을 봐서 장교로보이는 한 금발에 30대 후반으로보이는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몸은 괜찮은가?"
"아, 네."
"으음, 그런데 자네는 옷을 보아서 단순한 정비병인데 왜 그 기체에?"

'그 페시카즈를 말하는 건가?'

"어이, 듣고 있는건가?"
"아, 네. 그건 저희회사의 신제품이라서요."
"회사?"
"네. 전 스코티아회사에서 온 정비병입니다. 이번 작전에서 테스트용으로 뽑히게 되었지만 아시다시피 신제품인지라 정비할줄 아는 사람은 회사쪽 사람밖에 없어서요."
"흐음, 확실히 들은것도 같군."
"그런데 여기는..?"
"아 여기는 육전용전함 '아티안'이라네. 자네와 그 기체를 그곳에서 회수한 후 지금은..응?"
"!"

갑자기 전함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보통이 아닌지라 지금 들어온 장교도, 그리고 침대위의 정비병도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굴러넘어져버릴 정도였다. 장교는 즉시 주변의 통신기기같은것을 들더니 버튼을 몇개 누른후 고함을 쳤다.

"무슨 일인가!"
"저..적입니다! 지금 적군에게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뭐?! 이 지역에까지도 적이.."

대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번엔 옆에있던 벽이 크게 폭발해버린다. 남자도 장교도 그 영향력으로 이리저리 내팽겨쳐졌고 정신을 차렸을때 정비병의 눈앞에 있는건 얼굴과 팔이 없는 장교의 피범벅이된 몸뚱아리 뿐이었다.

"히이이익!!"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엉금엉금 기어가자 팔에 갑자기 큰 통증이 느껴졌다. 좀전의 충격으로 인해서인지 피는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지만 근육인가 아무튼 내부를 다친듯 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점점 몸이 떨려오면서 체온이 내려감과 함께 밖에서는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포탄소리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그의 눈앞에 한 인간형로봇이 와있단 것도 말이다.
몇몇 전차들이 포격을 가해서 물러나게 했지만 곧바로 전차부대쪽을 향해서 커다란 미사일이 두세개 날아갔고 그뒤에 들린 폭발음과 함께 다시나타난 적 로봇의 그림자는 승패를 명확히 그에게 제시해주고 있었다. 한발짝 한발짝 그 쿵쿵거리는 무게소리가 그의 가슴을 더욱 죄여오는듯했고 갑자기 확하고 로봇이 얼굴을 내밀었을때 그는 공포심이 한계에 다달아 끝없이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아아아악!!"

-파일럿 구조요청시그널 확인. 테스트 4 스타트. 레이저감지센서 작동.

그가 비명을 지르자, 그곳으로부터 약 몇십m떨어진 격납고에서 신형기체 페시카즈가 갑자기 작동을 하더니 눈에서 녹색빛을 쫙 나타낸채 고개를 360도 한바퀴 빙 돌렸다. 녹색빛은 반경 약 1km내를 모두 투과해버렸고 조종석의 게기판에는 이에따라 반경 1km내의 구조와 생명체반응이 모두 기록되어 나타났다. 물론 그 정비병의 위치도 포함해서 말이다.

-파일럿의 위치 확인. 테스트 4 컴플리트. 구조요청 임무를 수행.

A.I.가 임무를 수행할것을 말하자마자 바로 페시카즈는 자신의 몸에 부착된 장비들을 모두 떼어버리곤 정비병이 있는 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전함내를 깡그리 다 부숴뚫고 지나갔다. 그렇게 부수고 부수고 지나가서 마침내 파일럿이 있는 곳까지 튀어나온 페시카즈는 정비병도 적의 인간형로봇도 놀라는 가운데 광선검을 하나 뽑아들었다.

-유해판정 물체 확인. 즉각 제거 시작.

슈아아아아앙!

멋쩍은 소리를 내며 구현화된 광선검은 그대로 대각선으로 파고들어 적을 깨끗이 갈라버렸으며 목표의 폭발에 대비, 파일럿을 감싸서 그를 보호해내는데까지도 성공했다.

"이..이게 뭐야. 부..분명히 이 기체는.."

지이이이잉

말보다 행동이 우선인것일까. 무릎을 꿇고 가슴을 살짝 내민상태에서 페시카즈는 이중으로된 해치를 상하로 열은후 그 부근의 파츠하나에서 줄사다리를 길게 아래로 내렸다. 정비병은 침을 꿀꺽 삼킨채 그 기체를 천천히 살폈다.

"나..나보고 타라는거야?"

기껏 용기를 내서 말을 건넸지만 역시나 로봇이 말을 할리가 없었다. 여전히 요동을 치는 다리는 그를 도저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있었지만 갑자기 들려온 또하나의 폭발음이 다시 그를 앞으로 떠밀어주었다.
조심조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콕피트 안으로 들어가 해치를 닫은후 중추신경연결시스템을 작동시키자 다시 방어시트와 스크린컨버터기가 그의 가슴과 눈쪽에 껴졌고 의자에선 녹색빛이 들어와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시스템이 작동해서인지 안심이 들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것이었을까. 두려움에 떨기만 했던 눈빛은 돌연 날카로워졌고, 요동을 치면서 주체를 못했던 다리와 팔도 어느새 진정이된채 가만히 있었다.

쿠웅 쿠웅 쿠르르르르 쿠르르르르르

그렇게 큰 폭발이 일어났으니 주위에서 모를리가 없었다. 금새 인간형 거대로봇 두세기와 전차부대가 다시 이쪽을 향해 들이닥치고있었고 정비병은 조심히 눈을 뜨며 기체를 조종했다.

철컹 쉬잉

왼쪽허벅지파츠가 밖으로 열리면서 나머지 하나의 광선검이 손에 쥐어쥐곤 구현화되었다. 다시한번 이 두개의 비현실적인 무기를 든채 그는 주위를 탐색하기 시작한다.

"A-17-F, B-32-G 그리고 후방에선 전차부대가 불규칙적으로 돌격중. 좋아, 어디한번 해볼까?"

적들의 위치를 확인한후 그는 조종관을 움직여서 기체의 몸을 돌린후 날아올랐다. 갑자기 나타난 시퍼렇고 회색빛 물체에 적들은 당황해하였지만 그에게 있어선 적의 화력또한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었다.
그는 페시카즈의 보조부스터와 몸놀림을 이용해서 급히 다연장 미사일 런쳐를 가지고있는 한 전차의 부근에 강하, 아니 우습게도 착지하는 법을 전혀 모르는지라 그대로 땅에 쳐박혔다.

"크윽! 이..이런..욱!"

일단은 미리 예상했는지 안전하게 광선검을 땅에다 먼저 박는대는 성공했지만 적에게 틈을 내주지 않는것은 실패했는지 전차위에 달린 런쳐가 이쪽을 겨냥하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파바바바바바바박!

곧이여 약 12연발의 미사일들이 그를 향해 발사되었고 급히 다시 일어선 페시카즈는 그 전차를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며 회피를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땅에 꽃아진 두 광선검을 들더니 한발 날아오는 미사일을 날 옆부분으로 쳐서 밀어내어 보인다.
방향이 바뀐 미사일하나는 곧이어 멀리서 다가오던 아군 기체를 향해서 겨냥되었고 아무것도 모르던 인간형 로봇은 그대로 상체에 맞아서 펑하고 흔적도 없이 터져버린다.
페시카즈의 고개가 폭발난 곳을 향했고 안에서 파일럿은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 지에 대해 감탄을 했다.

"이..이럴수가. 저..정말로 한건가? 이 내가?"

-데이터 응용프로그램 실행완료. 테스트 5 스타트 앤드 컴플리트.

"데이터 응용? 과연..그 폐기기체인가. 응? 하..하지만 난 이걸 어떻게 알고 있었던거지? 아니야, 아니야. 그래. 그건 아무래도 좋아. 어쨋건 발견된 사실은 하나!"

푸슈우우우웅

그는 자신을 향해 공격했던 전차의 위로 광선검을 치켜들고 뛰어오른후 수직낙하를 하였다.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점이다!"

파직! 양손에 든 광선검은 냉혹하게도 목표를 엑스(X)자로 갈라버린후 전차는 페시카즈가 대피하자마자 바로 엔진과열인지 뭔지모를 이유와 함께 폭발하였다. 목표의 제거를 확인한후 정비병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자 이에따라 고글같이 껴진 스크린컨버터기도 그의 시각에 맞춰 영상을 내보낸다.
총 시야에 들어온 전차는 약 9대정도, 그것도 반이상은 미사일 런쳐를 탑재한채로 말이다. 그는 미소를 크고 길게 지어보였고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는 전차 한대를 향해 곧장 달려갔다. 기겁을 먹고 적은 빠르게 그의 유일한 무장으로 응사하지만 그것은 정비병이 바라던 바였다. 양 광선검으로 그는 각도와 속도를 빠른 시간안에 측정을 한후 다시 아까전처럼 칼날의 옆부분으로 미사일의 방향을 비껴냈다.

쾅!

아니 비껴내지 못한채 정확하게 전 미사일을 모조리 명중당했다.

"으아아아아악!!"

미사일이 소형이고 배리어가 복구되어있던지라 피해도 크게 줄여서 몇 십미터정도 날아간것에 그쳤지만 더 큰 문제가 하나 또 발생하였다.

"과..광선검이.."

지이이이잉 지직지직 파슉!

-에너지 잔량 제로(zero). 무기 재가동 불가. 에너지 충전 필요.

"뭐..뭐라고?!?"

확실히 그토록 무식한 무기인만큼 단점또한 톡톡히 가지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고작해야 로봇팔에 3배정도밖에 길어보이지 않는 손잡이 하나에 그런 거대한 크기의 검, 약 10m의 검을 구현시킨것만도 비현실적인만큼 이런면은 꽤나 현실적이다는 것을 보여준단 것일까? 그는 일단 혹시나하고 허벅지의 파트에 다시 끼워넣었지만 역시나 상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보존 에너지 잔량 제로(zero). 무기 충전 불가. 에너지 충전 필요.

"비..빌어먹을!! 하..하필이면 왜 이런때냐고!! 우..우욱!!"

갑자기 배에서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이빨을 깨물며 고통을 참아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복통의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어..어째서지? 내부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외부에 문제가 있는거다. 하지만 왜?! 방금전의 충격은 제대로 흡수되서 이정도의 상처는 될 수 없어! 왜..!?!'

전쟁중에 느긋하게 딴생각에 몰입해있으니 아까전 전차하나가 정비병을 보고 끝장난것처럼 적들도 당연히 이것을 보고 공격을 안할리가 없었다. 수많은 소형 미사일들이 그를 향해 퍼부어졌고 페시카즈는 양팔로 콕피트와 헤드파트만을 방어한채 한걸음한걸음 밀려지고 있다가 이젠 비디오를 반복으로 보는듯 또 똑같이 굴러넘어진다. 그또한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집중적으로 한번에 공격을 받은지라 충격이 장난이 아닐텐데 로봇을 탄채로 큰 언덕에서 데구르 굴러가니 이또한 미칠지경이 아닐리가 없다. 한번더 쾅하고 기체전체가 땅에 박은뒤 멈추자, 그의 입에서 토와함께 찢어진 입술에서 피가 같이 터져나왔다.

"우우..우욱.."

보조서랍을 열어서 억지로 멀미정신진정제 및 강화제등등을 마구 집어삼켰고 급하게 게기판만을 페이퍼타워로 닦아냈다. 파일럿의 경우, 로봇을 조종하다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극심하기때문에 언제나 이같이 의료장비와 기타장비가 서랍에 준비되어있다. 참고로 히터까지 달려있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그만큼 파일럿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최고의 기대를 하고 있지만 최고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인 것이다.
이번엔 목부분에 강한 통증이 느껴진다. 정말인지 만약 이 안전시트가 아니었다면 분명히 부러져버렸을 것이다. 숨을 어느정도 크게 들이내쉰후 시선을 정면에 고정시켜서 기체를 일으키려할때 그의 시야에 문제가 또하나 들어온다.
아까전 복부부분의 통증, 그 이유가 확실하게 스크린에 흐릿하지만 반사되어서 그에게 가리켜주고 있었다. 복부가 칼로 배인듯 길게 베여져있는 것을 말이다. 그제야 처음 전함에서 장교와 함께 있을때의 사고가 떠올랐고 자신이 치료한 직후였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마취가 당시에 완전히 풀리지 않았던터라 상처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젠장! 이래서 군의 의료기술따위는..큭!"

화내봤자 별 수가 있을리 없다. 급히 붕대와 약을 꺼내서 대강 응급처치를한후 파워조종관과 부스터조종관을 동시에 당긴후 신경으로 로봇을 조종하여 박힌 땅에서 빠져나와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제 2라운드의 속행을 의미했다. 18m정도의 기체가 그것도 부스터로 굉음을 내면서 일어서니 아무리 주변 지형이 엉망이라 탐색이 힘들다 할지라도 못 찾을리가 없었다. 연달아서 날아드는 미사일은 자비심따위는 보이지 않은채 그의 주변에 무차별적으로 떨어졌고 이는 가뜩이나 부상당한 그에게 더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일단 여기라도 최소한 벗어나자고 생각하며 탄막이 제일 적은 곳으로 도망치니 큰 바위옆에 숨어있던 적 로봇의 펀치가 그의 기체, 페시카즈의 헤드에 작렬한다. 물론 조종석은 가슴쪽에 있기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하지만 카메라는 헤드에 달려있기때문에 그 흔들림이 스크린컨버터기에 그대로 반영되자 마치 자기자신이 맞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한 어지러움에 그는 제대로된 조종이 불가능했고 이에 페시카즈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뭐야. 직접적인 공격은 배리어가 안통하는거야?!?"

느긋하게 이것저것 생긴 수많은 의문들을 풀 시간따윈 처음부터, 아니 전쟁에 들어선 순간부터 주어지지 않았다. 그것을 할 자격이 있다면 살아날 자신이 있거나 아니면 죽을 자신이 있는 녀석뿐일 것이다. 넘어진 페시카즈를 향해서 위시안드국의 기체는 거대한 로봇용 기관총을 턱 힘차게 내려겨눈채 방아쇠를 당겼다.

"젠장!"

오른발로 패달을 밟고 신경으로 로봇을 컨트롤해서 양 다리에 달린 보조부스터의 엔진을 점화시키자 터져나온 불꽃은 등에달린 메인부스터와 함께 누운상태의 페시카즈를 재빨리 그 자리에서 이탈시켜줌과 함께 적의 기체에게는 고온의 불꽃으로 공격을 가해주었다. 갑자기 불길이 자신앞에 확 치솟는다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최소한 양손으로 얼굴이라도 가릴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스템으로 신경이 연결된 로봇에게도 그대로 미쳐서 총구는 하늘을 향하게 되었고 탄환은 구름만을 휘갈기는 결과를 나았다.
페시카즈의 헤드를 최대한 가슴팍에 붙여서 작전의 성공에 정비병은 안심했지만 그는 잊고 있었다. 인간형 로봇은 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땅에서 거의 착 달라붙은 상태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듯 미끄러져 내려가고있는것으로 보이던 페시카즈의 머리를, 그 진로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인간형로봇이 축구공을 차듯 상체를 발로 힘껏 찼다.

쾅!

점화된 부스터는 방금전의 충격으로인해 파일럿의 신경컨트롤에서 벗어나자마자 바로 힘없이 꺼져버렸고 기체또한 바보같이 허공에 뜬채 수직으로 땅바닥에 다시 떨어졌다. 로봇전체가 진동을 일시에 하는게 정말로 미칠것 같았다.

-배리어 작동중. 충격 흡수 40%. 에너지 잔량 14%.

"빌어먹을. 이런 충격엔 또 작동하는거야? 그보다 앞으로 방어막 에너지도 얼마 안 남았다는거잖아!"

급박한 상황에 또다시 미사일들이 그에게 맹렬히 날아들어서 더욱더 압박을 가하는데 한 몫을 한다. 여기저기 불꽃을 내며 터지는 미사일들, 그리고 잇달아 들어오는 A.I.의 냉정한 보고.

-배리어 작동중. 충격흡수 80%. 에너지 잔량 8%. 배리어 속행 지장.

"알아! 나도 안다고! 그치만 뭘 어쩌라는거야! 무기는..크윽! 무기는 정말로 없는거냐!"

삐빗. 갑자기 게기판에서 광선검때와 마찬가지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당시에 큰 도움을 주었던 소리를 잊을리가 없는게 당연한지 그는 곧바로 기체상황게기판을 향해 고개를 돌렸으나 아무것도 표시되어있지가 않았다. 신호가 들려온것은 예상외로 레이더쪽이었다. 이곳으로부터 약 20여km 떨어진곳을 가리키는 발신점, 컴퓨터가 알려주는 데이터론 도저히 감조차도 안 잡히는 이상한 파츠였지만 확실한 것 한가지는 지난번처럼 반드시 그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래저래 위험한건 마찬가지라고! 위치는..저쪽인가!"

철컥 콰앙! 보조부스터가 전부 열리곤 메인부스터와 함께 모두 점화되었다. 놀랍게도 그런 거구의 기계는 하늘에 떠올라선 전속력으로 어디론가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에게 한시의 휴식도 없이 맹렬히 공격을 가하던 적들도 이번만큼은 입을 떡 벌린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저게 뭐야.."
"마..말도안돼. 로봇이 하늘을 난다고?!?"
"저..저정도 스피드로 날아갈 수 있단말인가. 고작 저정도 크기의 부스터로 말이야?!?"
"에에잇! 모두들 뭘 꾸물거리고있나! 지금이 감탄할 상황인가! 어서 당장 녀석을 쫓아!!"

말로는 잘했지만 실제로 이 지휘관조차 현재의 상황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는 이마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레이더로 페시카즈를 바라보며 혼자서 중얼거린다.

"도대체 저건 뭐란 말인가. 저정도의 장갑과 성능, 도대체 전쟁은 무엇을 만들고있는거지?"

"조금..앞으로 조금 남았다."

파랗고 회색빛을 띄는 신형 테스트용 기체 페시카즈안에서 정비병이 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갑자기 의자 뒷부분에서 빨간불이 강하게 들어고 모니터에는 '위험'이라고 써있는 글자가 크게 나타난다. 그리고 수초도 지나지않아서 그의 기체에 포탄이 날아들어 폭발해버렸다. 초장거리용 캐논을 탑재한 전차부대가 투입된 것이었다. 부스터부근을 당한 페시카즈는 뿌연 연기로 자취를 남기면서 그대로 추락한다.

"으아아아아아악!!"

날개가 꺾인 새와같이 거꾸로 떨어진 페시카즈는 한 망가진 함선을 향해 들이박았다.

콰직 콰직 콰직 콰직 쾅 쾅

수겹의 장갑을 뚫고서 페시카즈는 드디어 땅을향해 몸을 날렸고 배리어가 작동을 하긴했지만 역시나 전해진 충격은 미칠지경이었다. 배에서 터져나온 피는 이미 붕대의 원색조차도 의심하게 만들어 버렸고 이마에서도 피가 더 흘러내리는게 벌써 죽어버린것도 같았다.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굴만을 겨우 든채 그는 입을 뻐끔뻐끔거렸다.

'이..이제 끝인가. 그래, 끝이구나. 그래..끝..이야. 죽으면 어떻게 되는걸까? 영혼이란게 있는걸까? 아아 몸이 차가워진다. 차가워진다. 차가워..차가워..진다.'

포기를 갈망하는 그의 얼굴에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린다. 그는 턱을 덜덜거리며 흐느꼈다.

'차갑다고..차갑다고! 난..난 아직 죽기 싫단말야!! 누가 도와줘! 제발 도와달라고..도와줘어어어!!'

삐비비비비비비빗

게기판에서 다시 요란하게 그 포인트에 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거리는 전방 약 100m! 그의 눈에도 정말로 거짓말같이 그렇게 찾아해매던 파츠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본순간, 갑자기 빛을 내기까지 시작하더니 그의 기체를 향해 슈웅하고 날아들었다.

'뭐..뭐지 이건..?'

철컹 철컹 철컹 철컹

파츠들은 열렸다 닫혔다하면서 페시카즈에게 입혀졌고 페시카즈또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빛은 전함너머까지 온 적군이 다 알아챌수있을도로 강력하게 퍼져나갔다. 그렇게 퍼지고 또 퍼져났다. 아무도 이 빛의 결과를 모른채로 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것일까. 모래연기가 휘날리는 언덕위의 한 폐기기체 안에서 위시안드소속의 여성대위는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한채로 땀을 뻘뻘흘리고 있었다. 동그랗게 커진 눈동자에 입술까지 부르르 떨고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공포에 사로잡혀있다는것을 증명해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서 햇빛을 가린채로 떡하니 버텨서있는 한 남자. 그의 한손은 여성이 쥐고있는 총의 손잡이를 잡고있었으며 다른 한손은 방아쇠앞에 놓여진 그녀의 손가락을 당겨준채로 유지되고있었다. 총구를 여전히 그의 이마에 딱 부착된채로 화약연기를 내면서 말이다.

"아..아아.."
"왜 그런가. 신기한가? 아니면 실제론 죽기를 바랬던건가?"
"어..어떻게.."
"가능성이야 여러가지가 있지. 뭐 어쨋든 이걸로 확실해진게 하나있다. 네놈도 역시 사람한번 눈앞에서 죽여본적없는 풋내기란게 말이다."
"뭐?!"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양손을 권총에서 떼어낸후 몸을 돌렸다. 몸이 잔뜩 흥분된 상태에서 그녀는 권총을 다시 겨누며 정지할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완전히 그녀를 무시한채 조종석밖으로 뛰어내려버렸다.

"자..잠깐!!"

갑자기 나타난 광경에 정신이 번쩍뜨인 여성대위. 급히 달려서 콕피트(조종석)밖으로 고개를 내밀어보니 그곳에 있는건 온몸이 아작난 신체가 아니라 오른쪽눈은 붕대로 감은채로 멀쩡히 서있는 검은 옷의 사내였다.

"마..말도 안돼. 이 높이에서.."

씨익 여유로운 웃음마저 보여준채 그는 바람에 펄럭이는 코트를 한번 멋지게 돌린후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총구를 겨눠서 위협도하고 뭐라고 막 소리도치고, 그리고 견제사격까지도 몇번 하였지만 저쪽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묵묵히 발걸음만을 옮기는것이 모두 헛수고였다. 이윽고 그녀는 갑자기 뭔가 무서운 결심을 선듯 침을 꿀꺽 한번 삼킨후 아래를 향해 허리를 살짝숙였다. 그리고 무슨 자신이 있었을까? 그녀는 눈을 꼭 감더니 이내 지상에서 약 16m나 되는 지점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떨어뜨린다.
갑자기 나타난 시끄러운 소리로 자극된 고막이 결국 사나이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고 돌아간 고개는 곧바로 떨어지는 추락물을 포착하게되자 그의 다리를 달리게 만들었다. 모래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간 그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후 날아가는 지점에 있던 구식기체의 파츠하나를 다시 차서 몸을 아래로 최대한 완만한 각도로 급속강하시킴과 동시, 그녀를 낚아채고는 허리를 숙여 중심을 잡아 땅에다 발을 다시 꽉 붙여 강한 마찰자국을 길게 만들며 멈춰섰다.
어안이벙벙하게 그녀는 눈을 감았다떳다하다가 수초가 지난후에야 자신이 낮선남자에게 안겨있다는걸 깨닫자 비명을 한번 지르면서 남자의 품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름과 호흡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졌다는걸알자 그에게 마구 소리를 지른다.

"가..갑자기 무슨 짓을..!"
"..."
"으..으으 아..아무튼!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아무래도 꼭 들어야겠어."

당황하며 행동이 바뀐것은 여자만이 아니었다. 한쪽눈에 붕대를 감은 사내또한 자신의 양 손을 바라본채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녀와 자신을 번갈아 살펴보고 있었다.

'어째서지. 어째서 나는 이 여자를 두번씩이나 도와준거지? 게다가 이 느낌..지금도 정신을 계속 자극하는 이 또렷한 느낌. 설마..이 여자..'

위시안드소속의 여성대위를 향해 남자는 시선을 팍 고정시킨후 날카롭게 그녀에게 질문을 건네려했다.

"어이, 너."
"응? 뭐야. 이제야 얘기할 마음이 생긴거야?"
"너 혹시..!!"

불행의 기운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지 갑자기 몇줄기의 빛줄기가 둘의 근처를 슈샤샥 지나갔다. 그리고 지면의 빛줄기가 지나간 자리가 크게 폭발하면서 무너져내렸고 여성이 서있던 곳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절벽이 된 언덕아래로 한쪽눈에 붕대를 감은채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남자를 똑바로 바라본채 그녀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얼굴에서 눈동자는 점점더 커지고 있었고 입또한 벌어지고 있었다. 두려움에 질린 그녀는 갑자기 냅다 소리쳤다.

"어서 구해달란말이야!!"
"!"

불현듯 남자는 곧장 여성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더니 그녀와 마찬가지로 절벽아래를 향해 뛰어내렸다. 머리를 지면으로 향하고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자 그녀가 있는 곳에 쉽게 다다를 수 있었다. 오른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서 자신의 몸에 붙이고 거꾸로 유지된 몸을 다시 180도 돌려 머리를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나머지 왼손으로 쇠사슬고리들이 연결된 웬 칼날 하나를 꺼내든채 그는 생각했다.

'최대한 중력을 덜 받기 위해선 한 이정도 각도면 되는건가..젠장. 한쪽눈인지라 원근감이 떨어지는군.'

어깨를 기준으로 약 30도를 내린 지점을향해 그는 힘껏 칼날을 던져서 절벽의 한부분에 꽃아넣었다. 그리고 그 칼날에 연결되있는 쇠사슬들을 왼손으로 꽈악 잡자 칼날이 박힌부분을 중심으로 둘은 포물선을 크게 그리며 움직이게 되었다.

"크으으윽!!"

낙하속도가 줄어듬에 따라 그에따른 영향력이 왼쪽팔에도 큰 부담을 주었고 그 증거로 포물선의 최하점을 지나서 위로 올라가려하는 순간 근육이 터진듯 왼팔에서 피가 팍하고 튀어나오더니 여성의 얼굴에 튀었다. 하지만 남자는 이것을 무시한듯 왼손의 힘은 전혀 빠지지않았고 어느정도 다다랐을때 손을 놓자 둘은 가속력을 그대로 이어받아 날아가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절벽에 박힌 쇠사슬줄은 그대로 계속 빙글빙글 원을 돌면서 칼날을 묶다가 이내 픽하고 떨어진다. 여성은 칼날이 떨어져보이지 않게될때까지도 지면에 부딯친 소리조차 들리지 않자 침을 꿀꺽 삼켰고 한편으론 땀을 닦던중 묻어있던 피를 보고 남자의 왼팔을 되새기게 되었다.

"괘..괜찮아?"
"크큭, 난 보통 인간이 아니라고. 이정도 쯤이야.."
"무..무슨 말이야. 어서 치료를.."
"그보다 네 걱정이나 하는게 좋을껄."
"뭐? 무슨.."

오른손으로 왼팔을 꽉 누른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남자를 따라 그녀도 같이 고개를 돌리자, 그 방향에선 완전히 새로운듯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나 틀림없는 그때 그 신형기체, 페시카즈가 혼자서 떡하니 버텨서있었다. 검은 옷의 사내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얼굴에서 땀이 흐르는걸 느꼈다.

"헤에, 아무래도 조금은 근성있는 녀석인거 같군. 크큭. 이곳에서의 내 힘은 고작이정도라..이거 어쩌면 위험하겠는걸."

"역시 아까 그 녀석이구나. 지금바로 빚을 갚아주마!"

조종석에서 정비병 파일럿이 눈을 부릅뜬채 외쳤다. 상처는 어느새인가 잘 치료가된듯 표정에선 전혀 불편하단 기색이 없어보였고 반면에 저쪽에선 여성은 검은 옷의 남자를 부축한채 두려움에 입술을 부르르 떨었고 남자는 오른손으로 왼팔을 감싼채로 선채 페시카즈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셋은 알고나 있었을까?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려하는 광경은 멀리, 아주 저 멀리 떨어진 어느 바위위에서 한 여자가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는 망원경을 들고있던 손을 내린뒤 허리에 달린 무전기를 빼들곤 중얼거렸다.

"여기는 T3. 작전의 에러를 연락."
"여기는 J3. 상황의 설명을 요구한다."

무전기에서 들려온 중년의 남성 목소리. 이에 바위위에 서있는 그 여인, 큰 키에 긴 금발머리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씨익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무전기에다 입을대고 소곤거렸다.

"페시카즈가 먹이를 찾았음. 테스트 7을 실행중인것을 확인. 한번 더 반복한다. 페시카즈가 먹이를 찾아냈음."











과거 전쟁이 있었다.

크나큰 전쟁으로 사람들은 죽어갔고 이에 전쟁을 없애기위해 일어선 전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흐르고 흘러서 인간은 또다시 욕망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다.

이것은 그 전쟁에 관한 이야기.

권력을 남용하고 계급제마저 만들어 사람들을 주무르려한 타비스의 횡포에 일어선 전사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 전쟁속에서 멸망해버린 국가 위시안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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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모르겠지만 설정을 받으려 합니다. 규칙은 슬픈 운명의 전사들때와 같습니다. 로봇물이던 뭐던 관계없이 마법이 나와도 되고 로봇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싸우는 초인이 나와도 됩니다. 단 100% 받아지는건 아니고 내용에따라 제가 약간 수정을 할 예정입니다. 한 두세개 정도 받으면 좋겠군요. 제가 써다라고 부탁한 분께선 꼭 써주시길~

이름-
나이/키/성별-
외모-
성격-
소속(현재 국가는 두개 있으며 안쓰셔도 됩니다)-
스토리(기재하고 싶은분)-
로봇이름, 특징 및 능력-
기타-

추신 : 히이로님 정말로 오랜만입니다~반가워요~
추신 2 : 그림님의 행방을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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