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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아직은 사랑하기 4초전 - 2

2006.01.28 01:48

loveyui 조회 수:138

시내 외각에 자리한 사립 시성 고등학교. 보통은 공립이니 사립이니 하는 명칭을 학교 이름 앞에 붙이거나 하진 않지만 우리 학교는 이사장의 취향으로 꼭 ‘사립’이란 이름을 붙인다. 나름대로는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것 같지만, 바보스러울 뿐이다.

음. 말했듯이. 우리 학교는 사립인데다 겨우 2년 전에 개교를 한, 상당히 새 건물이라서 시설 하나는 국내 어떤 학교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보통 사립이라면, 공립에선 교육부의 제재로 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일을 억지 쓰고 해서 진학률을 끌어올리는...그런 이미지겠지만 우리 학교는 반대로 교육부 방침을 너무 잘 따른다.

야자? 그런거 없다. 6교시 끝나면 곧바로 집에 간다. 클럽 활동에 대한 지원도 어마어마하다. 체육부만 하더라도 거대한 체육관이 두개나 있는데다 수영장도, 테니스장도, 궁도장까지도 마련되어 있다. (이정도면 휘트니스 센터라 불러도 되겠다.) 정문에선 보이지 않지만 본관 뒤쪽엔 상당한 규모의 천문대까지 있다.

...이사장이란 녀석. 얼마나 돈이 넘쳐나면 이정도으 시설을 만들 수 있는걸까.

여기까지 들으면 어지간히도 바보학교라느니, 진학률이 걱정된다는 말이 나올법도 한데, 사실 나도 그렇다. 특히 진학률에 대해서는 꽤 불안하다.

하지만 말이다. 이런 꼴이어도 사실 이 학교는 인가받은 특목고다. 분명 그렇게는 안보인다. 나도 시험쳐서 들어온거지만 (...근데 문제가 IQ테스트 같았다.) 가끔씩 모의고사를 보면 전국 절반 정도의 등수가 나오곤 한다. 그러면서도 반에서 등수를 보면 10등 내외. 총원 40명인 반에서 그정도면 못하지는 않는 수준이랄까. 이 학교가 그다지 수준 높지는 않다는 뜻이다.

뭐, 나의 위치와는 별개로 상위층은 두터운 모양이다. 각 반에서 5등 안쪽은 그야말로 괴물들이다. 그 부근에선 점수차가 너무 벌어져서...정말 괴수들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올해에야 선배들이 첫 수능을 쳤고, 곧 결과가 나올테니 진학 성적에 대한 이야기는 그때가서 또 나오겠지. 그때까진 선배들을 위해 묻어두자.

교문의 앞에는 빨간 완장을 찬, 몇 명인가의 학생들이 서 있다. 전국 공통의 학교가 공인하는 최강의 폭력서클. 그렇다. 선도부다.

그 중앙에 선, 날카로운 인상의 안경을 쓴 남자가 하나 있다. 나를 바라보고서, 곧 기분나쁜 미소를 띄우는.

“이거...연유민군. 아침부터 좌우로 꽤 보기 좋지 않은가.”

“...선배. 기분이 좋으신가보군요.”

“당연하지.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어?”

선배는 반장의 앞에 서서 허리를 90도로 굽혀가며 멋들어지게 인사했다.

“마드모아젤. 아름다운 그대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겠소?”

으...느끼할대로 느끼하다.

반장은 보고있던 단어장을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무슈, 좋은 아침이예요. 선배.”

아. 선배가 굳었다.

“...호...혹시 이 목소리는...?”

“저예요. 박세하.”

그 한마디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선배는 갑자기 상체를 앞뒤로 흔들다가 팔굽혀펴기를 서른번쯤 하더니, 그대로 물구나무서서 이쪽으로 맹렬히 달려왔다!

“서...선배...?”

이건 엑소시스트라도 불러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이. 선배는 겨우 제자세로 돌아왔다.

“...우주의 7번째 기적이다아...!”

말이 끝나자 마자 선배는 반장의 가방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실례잖아요 선배~”

...다시 한번 느꼈다. 여자가 웃는 것은 무섭다고.

“그어어...”

선배는 마치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일어나 반장의 어깨를 잡고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맔했다.

“...역시 넌 돌아와다오. 아깝긴 하지만 너에게 속아넘어갈 수많은 어린 중생들이...커억...”

...명치에 주먹이 제대로 꽂혔다. 그래도 옆에서 보면 보이지 않겠지.

“어머나~ 그렇게 멋진 칭찬까지는 필요없는데~”

살기가 증폭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선배...죽어버릴지도...

“세하야. 태민이 너무 괴롭히진 마”

“여...연수야...나 좀 살려...쿨럭...”

숏커트의 어른스런 분위기의 미녀. 서연수 선배다. 교복 위로도 가려지지 않는 나이스 바디의 소유자. 학생회의 부회장으로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는 사람이다.

뭐, 덧붙이자면 학생회장은 저기 굴러다니는 주태민 선배다.

“어휴...아침부터 세하를 건드리다니...너도 갈때까지 간거야?”

“저...저 마스크가 나쁜거야!”

“어디대고 삿대질이예요?”

반장은 다시한번 웃으며(!) 가방으로 내리찍었다.

“음...꽤 예쁘게 꾸미고 오긴 했는데. 설마 이게 네 트라우마를 넘어설 정도로 충격이었어?”

“으~!! 한순간 넘어섰어...!”

이 사람은 묘한 방향으로 정직하다니까.

연수 선배는 반장의 손을 잡고 같이 흔들며 말했다.

“대단해 박세하. 저 태민이를 홀리다니...존경스러워.”

“뭘요~ 선배야 말로 태민 선배를 쥐고 흔드시면서.”

지금의 모습만 봐도 알겠지만, 태민 선배는 여자의 얼굴에 굉장히 약하다. (반대로 남자의 얼굴엔 가차없다.) 들리는 말로는 입학하자마자 연수 선배에게 대시해서, 그걸 재밌게 여긴 선배가 승낙한 이후로 지금까지 공인된 연수 선배의 노예가 되었다고.

겉으로 보기엔 그저 멋진 커플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태민 선배가 얼마나 부려지고 있는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학기초에, 학생회장이 부회장의 노예가 되어 있다는 걸 이상하게 여긴 1학년이 선배에게 왜 괴롭힘 당하고 잇냐고 물었더니.

“그 얼굴엔 반항할 수 없어!”

랬다던가. 그래도 싫진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란건 분명 학기 초에 있었던 그 사건일테지. 사실은 거의 가려져 있지만 학생회 임원들 중 몇 명은 알고있다.

어느날 학생회실에서 잠든 태민선배를 발견한 반장은, 곧 자정이 가깝고 해서 선배를 깨우러 갔는데, 태민선배는 잠결에 반장을 연수 선배로 착각하고 덮쳐들었다가, 하반신의 급소를 발에 채이고 창 밖으로 내던져졌던 것이다. (덧붙여 학생회실은 5층이다.)

나무가 쿠션 역할을 해 준 덕분에 죽지는(?)않았지만 전치 5주라는 중상에 사지가 모조리 부러져 무려 한달간이나 학교를 쉬어야 했다. (겉으로는 선배가 밤중에 심심해서 다이빙 한걸로 알려져 있다. 솔직히 태민 선배라면 할 것도 같다.)

그 이후로 태민 선배는 반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다. 다른 사람에겐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지는 저질스런 농담도 반장에게만은 하지 않고, 반장의 말이라면 대부분 우선적으로 따른다.

세간에서는 주인이 하나 더 생겼다고 말할 정도로, 반장은 이 안하무인인 사람을 다룰 수 있는 또 다른 한사람이다.

“어머. 슬슬 들어갈 시간이네. 올라가자.”

즐거운 아침 만담도 여기까진가. 조례 시작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다. 연수 선배 말대로 이제 교실에 갈 시간이다.

“그럼 태민아. 나중에 봐.”

“으...그래.”

태민 선배는 꽤 데미지가 있어 보이지만 뭐, 곧 회복하겠지.

교정을 가로질러 걸어가며 반장이 말을 걸었다.

“으...결국 칭찬 들은건 너에게서 뿐인가...왠지 억울해.”

“하하...상대가 태민 선배였잖아.”

게다가 그 태민 선배도 일단 동의했고.

“우으...괜찮아 아직 시작이니까. 오늘은 잔뜩 점수를 따 둬야지. 너도 잘 체크해 둬. 이 모습은 오늘 한정이니까.”

“에?...왜?”

이렇게나 좋은 바탕을 갖고서 왜 굳이 예전같은 촌스러운 스타일로 가려는 걸까.

“이대로 있으면 날파리가 잔뜩 달라붙어. 재미있긴 해도 귀찮아.”

날파리라니...역시 잔인한 반장.

그때 갑자기 팔이 무거워졌다.

“얼레? ...이녀석.”

버스에서 내리고부터 줄곧 비틀거리더니, 결국 내 팔을 잡고서 다시 잠들어버린듯한 하연. 어떻게 하는건지, 자면서도 다리는 움직이고 있다.

“후훗. 역시 하연이는 귀엽다니까. 그래도 이렇게 걸어가는건 하연이나 너나 불편하지 않아?”

반장의 말대로 확실히 불편하다. 나도 어깨가 아프고, 이렇게 졸아서는 하연도 오히려 더 피곤해질 뿐이다. 일단은 깨우도록 하자.

“일어나 유하연. 걸으면서 잠들지 마.”

나는 하연의 앞머리를 세게 문질러 헝클었다.

“우으...”

부스스한 모습 완성. 하연은 힘들게 눈을 뜨고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으...나빠. 왜 머리를 헝클고 그래...”

“넌 이렇게까지 안하면 안 일어 나잖아.”

“하하. 역시 소꿉친구구나?”

옆에서 반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뭐...이녀석 잠버릇 고약한건 유명하니까.”

그렇다곤 해도 나와 하연이네 가족과...중학교 동창들 중 일부만 아는 일이겠지. 나도 10년 전까지는 하연과 같이 자기도 했었고...당할대로 당했지.

...정작 하연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머리가 커버린 지금은 못할 짓이다.

“헤에...하연이 너 어느정도길래?”

“아냐! 내가 얼마나 얌전히 자는데...”

“좀 있다 수학여행 가면 또 유명해지겠지...”

지금이야 같은 중학교에서 올라온건 나와 하연뿐이니, 그 악명을 알 사람도 없다.

“으...그...그대는 애들이...”

“흐음. 나도 그대해 봐야겠네~ 내년엔 꼭 하연이랑 같은 반이 돼야겠다~”

“큭큭. 볼만할거야.”

“유우!”

...참.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끄아악...!”

...깜빡했다. 하연이라는 괴수를 너무 우습게 봤다.

...분명 반칙기일테지만, 하연은 신발 끝으로 나의 정강이뼈를 찼던 것이다. 여긴 힘이고 뭐고 필요없이 그냥 아픈데니까.

“유우는 정말 최저야!”

“그...그만...”

마구 가방을 휘둘러대는 하연 앞에서, 나는 다리가 아파 일어나 막지도 못하고 그저 맞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거 꽤 아프다. 말려줬으면 하는 반장은 오히려 옆에서 웃으며 몇 대 보태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교정에서. 나는 종이 울릴때까지 맞고있었다.

...쪽팔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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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약속을 지켰네요. 사실 써 둔건 있었지만 타이핑하기가 워낙 귀찮아서리...

지금은 4초전 세번째 파트와 네번째 파트의 중간 부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찌된건지 갈수록 길어져서 타이핑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슬픔입니다...


아침부터 즐거운 난투극입니다. 주인공은 결국 맞고 있지만...

정강이뼈는 군대 용어로 이른바 조인트라고 하는... 맞으면 엄청 아픈 곳입니다. 여자애들은 곧잘 이런델 차곤 하죠... 효과가 좋긴 하지만. 정말 아픕니다요...


그리고 사립 시성 고등학교라고 하는, 이 불가사의 한 학교.

돈이 어디에서 떨어지는건지 시설 하나는 정말 걸작입니다.

본편에서도 적었듯이, 체육관이 두개에다가 천문대까지 갖춘, 학교로선 꿈의 시설을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겠죠.

이건 저의 다른쪽 글에 등장하는 학교인데요, 특목고라기보다 특수 성질 고등학교라는 느낌입니다.

주인공이 말했듯이 IQ테스트 같은 입학시험은, 그 목적이 따로 있는거죠.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그런건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이건 그저 연애물이니까요...


새로 등장한 2학년->3학년인 주태민과 서연수. 둘다 무적캐릭터라는 분위기죠. 그만큼 겉돌고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고, 비슷한 부류끼리만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만큼 서로의 연대감은 강하지만요.

이후에도 꽤 비중있게 나올겁니다. 반장과의 만담은 즐겁게 할 수 있을테니 스스로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째 하연의 비중이 약한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아직 초반이니까 괜찮겠죠 뭐~~...

그럼 또 다음주에 4초전 3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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