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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아직은 사랑하기 5초전

2006.01.26 23:55

loveyui 조회 수:247

아직 사랑하기 5초전

나 연유민은 지금 고민이 있다. 중키에, 체격도 그저 그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17세의 소년. 얼굴 평범, 성격 평범인, 어디를 봐도 특징 없는 고교생일 뿐이지만, 고민이란건 그 인간이 평범한가를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어려운 과제로서 내던져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나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평범한 학생 그 자체. 시계를 보며 시간을 계산하는 것 또한 누구나 할법한 평범한 행동이다. 덤으로 지금은 7시 45분.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좋을 타임이다.

이렇게나 평범한 나에게 평범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지금의 고민거리. 어째서 평범한 인간인 내가 평범한 고민을 할 수 없는걸까.

"유우~ 또 먼저 가려고 했겠다!"

휴우...우선 한숨부터 쉬고 나서, 오늘도 비일상과 인사한다. 몇년이나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비일상이라는 재앙은 나를 괴롭힌다.

3류 연애소설이라면 그래도 변명을 하고, "참...어쩔 수 없다니까." 라든가 하는 대사와 함께 삐뚤어진 넥타이를 정리해 주는 것이 소꿉친구의 의무...이겠지만. 그런걸 기대할 수는 없겠지.

목소리의 주인공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와, 언제나와 같이 상큼하게(?) 웃으며, 나에게 래리어트를 휘둘렀다.

"커억...!"

컴퓨터로 계산이라도 한듯, 완벽하게 깔끔한 궤도로 들어온 기술 덕분에 아침부터 맑은 하늘과 인사할 수 있었다. 오늘도 안녕한가 하늘씨.

"헤헷~ 빨리 일어나야지. 조르기 들어간다~"

그 무서운 말에 거의 조건반사로 나의 몸이 일어서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도끼눈을 하고서 나를 비웃고 있는 이 소악마(小惡魔)는 유하연. 조그만 키에, 가만히 있기만 하면 귀여운 꼬마애로밖에 보이지 않는 멋진 껍데기를 갖고서도 사실은 프로레슬링 매니아로, 매일같이 나를 괴롭히는 태어날때부터의 소꿉친구다. 중학교시절부터 거의 키가 크지 않아서 아직도 자주 초등학생으로 오해받을 정도니까 대충은 알 수 있을까. 수치화 한자면 140cm근처일듯. 스리사이즈는 거론할 필요도 없다. 물론 알지도 못하지만.

어깨를 조금 넘게 기른 깔끔한 단발을 살짝 뒤로 넘기자 커다란 붉은 리본이 뒤쪽으로 매어져 있는게 보인다. 중학교때부터 한번도 바뀌지 않은 헤어스타일. 리본의 색은 가끔씩 바꾸긴 해도 전체적인 것을 바꾸지는 않는다.

"헤헷~ 유우. 오늘도 안녕해?"

"...응. 덕분에"

아침부터 기합은 제대로 들어갔으니까. 잠은 확실히 달아났다.

"자아~기뻐하시라! 이 하연님이 또 한가지 신기를 터득했다~!"

"...뭐...뭐길래...?"

기억하기로, 거의 매주 한번씩은 새로운 기술을 배워오는 녀석이다. (고등학교에 와서는 꽤 줄어서 다행이다) 어째 하나같이 위험한 기술들 뿐이고(전에 DDT를 하려는 것 만은 필사적으로 말렸다)...장담하건대 이녀석이 WWF라든가에 나간다면 분명 언더테이커 이상의 악명을 뿌릴거다. 분명 죽는 사람도 여럿 나오겠지(관중들은 외관에 속겠지만. 각본이나 맞춰 하려나...)

"힛~ 드디어 코브라 트위스트를 마스터했다~♡"

...어째서 그 대목에서 그렇게 수줍은듯한 표정을 짓는거냐

"뭐야, 그 뚱한 표정은."

"...아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도끼눈으로의 표정 변화는 순식간이다. 마치 어드벤쳐 게임에서 멀뚱히 선 캐릭터가 표정만 바꾸는듯 하다.

이번에는 밝게 웃고있다. 말 할 필요도 없이 불길하다. 무의식적으로 긴장한 나의 몸은 재빨리 달릴 준비를 한다. 아무런 모션도 없이 이어지는 동작. 이런 동작이 가능하다면 코스모 뷰티도 꿈은 아니...아. 그건 여자만인가.

음. 하여간 달렸다. 거의 넘어질듯이 필사적으로.

"앗...?! 거...거기 서!!"

미안. 난 아직 살고 싶거든.

녀석은 전속력으로 나를 쫒고 있지만 나 또한 쫒기기 경력으로만 17년. 간단히 잡히지는 않는다.

약 20m전방에 코너. 거리는 감각적으로 가늠하고서, 도약했다. 그리고, 벽을 타고 달린다. 이거라면 코너에서도 감속없이 달릴 수 있다. 새하얀 벽에는 나의 신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니 용서해 주세요 집주인씨.

"서라아앗!!"

헉!...따...따라잡혔다...?!

코너의 바깥쪽으로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다음순간, 그 모습은 잔상으로 사라지고 어느샌가 내 팔을 잡아채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헉...!:::"

놀라는 것과 동시에 나와 하연의 다리가 서로 엉켰다.

"우아앗!"

"꺄...!"

당연하게도 우리들은 넘어졌다. 아래쪽에 깔린 나는 폐를 울리는 둔탁한 충격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일단 말해두는데

"크...아프잖아..."

그렇다. 상당히. 그것도 많이.

"헤헷. 도망가려 했던 벌이야"

...그런식으로 태연히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지금 우리의 자세는 꽤 난처한 상태다.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덮쳐진듯한 자세...랄까. 아침부터 길바닥에서 교복 입고 하기에는 부적절하기 짝이없다.

...뭐. 불건전하다기보다, 정리하자면 엄청 쪽팔린다는거다.

"...무거워, 일어나"

하연의 이마에 하나의 핏줄이 선명하게 솟았다...위험하다.

"응? 뭐라고 했어?"

억지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녀는 내 볼을 양 옆으로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그런 있을 수 없는 말을 하는건 이 입이야?"

"아...아하...!(아...아파...!)"

다행히 오래지 않아 질렸는지 하연은 일어서 주었다. 부디 누군가가 보지 않았기를 빌자.

"우...지루해. 이제 학교가자."

...그냥 어린애다. 이녀석은

나도 언제까지 바닥에 누워있을 수는 없으니 슬슬 몸을 일으켰다. 후두부엔 아직 데미지가 남아있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도 아니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매일같이 있는 일이니까.

...그렇다. 문제는 그거겠지.

"응? 유우. 빨리 안와?"

하연은 부드럽게 반바퀴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알아. 간다구..."

옷을 일단 털고 가방을 고쳐맨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가능한 자연스럽게.

"버스 놓치면 지각이야"

그새 또 도끼눈으로 변신

"훗. 놓칠까봐서"

"오~ 여유만만~"

그러면서 상체를 앞으로 내밀어보이는 하연을, 나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어 떼어냈다.

"그럼...이제야 제대로 된 등교구나"

"헤헷~ 재미있지 않아?"

그야말로 어린애같은 순진한 미소를 띄우는 하연. 나도 마주보고 한번 씨익 웃어준다. (씨익 하고 말이다).

그리고 달렸다.

"아...! 가...같이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차가운 공기. 한 해의 끝을 알리는 겨울의 바람.

뒤를 쫒아오는 하연을 확인하고서 하늘은 본다. 조각구름이 흘러가고 있는 깨끗한 청(靑).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서 고민거리로 인상 찌푸리고 있으면 안되겠지.

지금의 이 답답함은...멈추지 않는 가슴의 두근거림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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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에 글 쓰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이 글은 廣末凉子씨의 MajiでKoiする5秒前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난 소재를 바탕으로 쓰고 있습니다.

원래 제목은 '정말로 사랑하기~'지만, '아직은~'이란 느낌이 더 좋아서 제목은 조금 처리했습니다.(이것도 Ajik은 Sarang하기 5초전이라거나 해도 좋을지 몰라요...조금 보기는 안좋군요.)

분량은 txt기준으로 약 250kb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고, 지금 쓰는 속도로 봐서는 내년 내내 써도 수능 전까지 다 쓸 수 있을까 싶네요...(Feel받으면 쭉쭉 나가지만서도)

저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실험적인 글이 되겠습니다. 1인칭의 시점에서 타인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는지, 주인공의 감정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여러가지 사건으로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묘사라거나 대사라거나... 어설픈건 어쩔 수 없네요...

p.s.지금은 5초전, 일단 프롤로그입니다.
     1장은 4초전. 2장은 3초전...이런 식으로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재미있는걸 잔뜩 써먹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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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노나메에 연재시 달았던 후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이입니다.

노나메에서 쥐슬씨에게 소개받고 왔습니다.

드하시절부터 카루나씨의 글을 읽어온 녀석이라(제 캐릭터도 하나 등장합니다. 카루나씨 고마워요~) 아시는 분도 있을듯 하네요.

이 글에 대한 설명은 위의 후기에 있습니다.

이 글은 매주 2편씩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재분은 노나메에 있고, 여기는 접속할때마다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모자란 글솜씨에 난데없이 나타나 조금 부담스럽긴 하네요.

앞으로 자주 와서 글 쓰도록 하죠

비평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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