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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콰앙 콰앙

지상에서 약 몇백미터정도 떨어진 상공, 현재 지상에서의 공격으로 인해 함선들은 하나둘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때로는 작렬하게 폭발을, 운이 좋으면 그대로 쉬이익 추락해 그대로 바위산에 박음으로써 하나둘 눈에띄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다.
압도적인 화력차의 이유는 불의의 기습. 해가뜸과 동시에 정신이 산만한 상태에서 이제막 일어나있을거라고 생각하여 이 시간에 적은 병력으로 기습을 하려 했으나, 어찌된일인지 정보는 노출이 완전히 되버린 상태였던것이다. 적들은 이미 초장거리대공용 전차를 빽빽히 준비해서 이쪽을 향해 요격을 시작했고, 거리조차 닿지가 않으니 공격은 커녕 이렇게 가만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조차도 너무도 귀하게 느껴졌다.

"빨리 발진준비를 시키란 말이야! 이대로는 당해버린다고!"

수송선 곳곳에서는 어서 빨리 전투기들을 출동시키려하고 있지만 기습이 실패해버린 바람에 준비가 안된건 반대로 이쪽이다. 준비할 시간에 일단 화재로 인해 통행이 불능. 화재진압쪽에만해도 시간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고, 관리실쪽이라도 어떻게든 안정을 시킨뒤 게이트를 열어 출동이라도 시키려해봤지만 적의 포탄에 의해서 가루가 되어버리게 훨씬 빨랐다.

"하지만 무장조차도 되어있지 않단말입니다! 저건 출격할 수 없어요! 무엇보다도 이번 작전에 테스트용으로 가져온거란 말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운좋게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후퇴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시점에서 자신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도 되는줄 아는듯 꼭 언제나 무모하게 도전하려는 녀석들이 한두명씩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게이트를 부수고 나갈 수 있는건 저거밖에 없단말이야! 파일럿도 지금은 나혼자라고!! 어서 빨리 무장을..!!!!!"

그런 영웅행세를 하는 녀석들의 결말답게 마지막으로 남은 그 파일럿은 뒤에서부터 터져나온 거대한 빛에 휩싸인채 그렇게 다른 정비병 몇명과함께 완전히 형체가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포탄의 충격으로인해서 격납고는 완전히 엉망징창. 그보다 방금의 충격으로 인해서 뻥 구멍이 뚫려버린것이 기압의 차이로 안의 불길을 더 거세게만 만들어주고 있었고 수송선또한 영락없이 추락해서 정면에 보이는 바위산에 부닥칠 지경이었다.

"우..우..우우.."

이런 광란의 도가니 안에서도 자신의 운인지 아니면 신의 선택인지는 몰라도 살아남는 녀석이 있다면 녀석에게는 자격이라는 것이 있다는걸까?

"크윽.."

설령 그것이 쓸모없는 신참 정비병이라 할지도 말이다.

"우우. 무..무슨 일이.."

만약 처음 펜치를 들고서 처음으로 군함에 타고 그렇게 처음으로 피가 아주 철철 흘러서 자신의 몸을 온통 흠뻑 적신뒤 반쯤 잘려있는 머리하나가 바로 눈앞에 떨어져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신참병은 그저 덜덜덜덜 아래턱만을 떨면서 요란하게 진동하는 손가락을 멈추지도 못한채 초점을 흐린채로 정신도 못차리고 있었다.

쿵!

"!"

또다른 행운이었을까? 두번 일어난 우연이니 필연이라고 불러야할까? 마침 위쪽에 있던 작은 파이프하나가 그의 머리위에 정통으로 떨어졌다. 꽤나 아프기는 했지만 피가나던가 죽을 정도는 아니였으며 더군다나 그에게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를 일깨워줄정도로 딱 적당한 충격이었다.
일단은 일어선다. 떨어지는 수송선, 주변에는 자신을 제외하곤 모두 죽어버렸는지 활활 타오르는 불과 '그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숨을 헐떡이면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신참 정비병의 길앞에 놓여있는 그것. 16m정도의 크기에 지금은 충격으로 떨어진채 있지만 가슴의 해치는 바깥쪽으로 나와있는 그것, 인간형 로봇이 말이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한번 도전해보는게 좋다고 생각했을까? 신참 정비병은 천천히 로봇에게 다가가서 해치를 열곤 조종석안으로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다. 기울어져있는 것이 꽤나 불편해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평할만큼 시간이 많은것도 아니었다.

"헤헤. 설마 정비하게된 기체를 타게될 줄은 몰랐네."

오른손으로 게기판에 있던 커다란 전원 버튼을 누르자 로봇이 기동을 시작했다.

-중추신경 연결 시스템 작동

컴퓨터, 즉 A.I.라고도 부를 수 있는것에서 녹음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앉아있던 의자에서 녹색빛이 들어오곤 의자쪽으로부터 안전장치라고 추정되는것이 내려와 상의가 입혀지듯 씌워지고 의자하위부위에 다시 연결되었다. 스포츠카의 안전보호구 같은거처럼 말이다. 그리고 웬 이상한 도넛모양같은 것이 안경처럼 껴지자 그것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카메라가 연결되었다.

"헤헤, 뭐지 이건? 조종계통은 전문이 아니니까 말야.."

-연결 완료. 증폭전투복 미착용. 커넥팅율저하 현재 67%. 에너지 충전율 76%. R-arm, R-leg 경파. 총 손상율 13%...

"시끄러워. 헤헤, 그나저나 몰래몰래 훔쳐보던게 도움은 되는구나. 쿨럭, 쿨럭."

-TR01 페시카즈 기동.

"자, 어디 살아볼까."







<아홉 수호자 이야기>-1화 검은 수호자










해가뜨기 시작할 무렵이면 해가 지는것과 같이 붉게 하늘이 물들여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매일매일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고 눈을 뜨면 어두운 천장만이 미리 반겨주었던 나날. 신생국가 '위시안드'의 하루, 오늘만은 무언가가 특별했다.

"저놈 잡아라! 저놈!!"
"거기서지 못해!!"
"어디간거야, 이녀석.."
"이 비상사태에 무슨 소란인가!"

군복을 입은 몇몇 남자들이 허둥지둥대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그들의 상사인듯한, 그것도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건장한 여성이 소리쳤다.

"대..대위님."
"아니, 그..그게.."
"이제 곧 기습작전이 시작될거란 말이다. 이 중요한 시간에 도대체 무슨 소란을 피우는건가!"
"에또..그러니까.."
"웬 수상한 녀석이 나타나서 말이죠.."
"수상한 놈?"
"네. 갑자기 튀어나와서 조사하려고 했더니, 그대로 도망쳐버렸습니다."
"검은 외투에, 검은 모자, 검은 바지. 거기다 보자마자 도망친걸로 봐서 스파이가 아닐까해서.."
"스파이? 자네들은 그런자를 눈앞에서 보고 넷인데도 놓쳤단 말인가!"
"죄..죄송합니다!"
"어찌됐든 수색을 계속하도록. 난 작전때문에 바빠서 이런 일에 신경쓸 틈이 없네."
"넵!"

허접지겁 네사람은 총을 쥔채 달려가고 여성대위는 한숨을 쉬면서 손목의 시계를 살펴보았다.

'흥, 어차피 스파이라봤자 이미 이 시간에 손을 쓰기는 늦었어. 벌써 시작되었단 말이다.'

여성이 서있던 군용건물사이의 골목길로부터 꽤나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펑펑하는 소리와 함께 떠오르고 있던 태양이 눈에 보였다. 동시에 얼마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녀의 적으로 추정되는 함선들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물론 거의 대부분이 불에타거나 추락하고 있는 상태로 말이다. 그녀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이를 몇분간 계속 지켜보았다.

"이런이런, 아무래도 기동부대는 필요가 없을것 같군. 뭐 이런 변방에 적들도 많은 병력을 투입시키진 않았을테니. 그것도 기습이니 말이야. 하아, 그냥 돌아갈까?"
"대위님! 이런데서 뭐하고 계십니까!!"
"응?"

짚차 한대가 고속으로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는 끼이이익소리를 내면서 도로에 긴 자취를 남긴채 멈춰섰다. 운전석에는 안경을 낀 한 남성군인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여어, 어쩐 일인가. 갑자기 그렇게 과속으로 날 치러오곤 말야."
"헉헉. 지..지금 이러고있을때가 아니라고요! 큰일이란 말입니다! 큰일!!"
"응? 좀 늦은걸 가지고 무슨 큰일이야?"
"헉헉. 이..일단 타세요. 지금 급하단 말입니다! 제 1 배치입니다. 긴급사태라고요!"
"긴급사태?"









"우아아아아악!!"

하늘에서 강하를, 아니 그냥 떨어지는 도중에 적의 포탄이 자신에게 직격으로 날아오는 것을 보고 신참정비병은 비명을 먼저 질렀다. 조금후 포탄은 로봇에게 보기좋게 명중되고 그 충격이 파일럿을 안고있는 콕피트에도 전해진다. 하지만 충격이 좀 전해졌을뿐, 로봇자체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파일럿자신도 약간의 흔들림만 제외하면 특별히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뭐..뭐지 이건?"

-자동방어시스템 작동완료. 테스트 1 컴플리트. 배리어(barrier)전개 성공. 피해율 2.8%

게기판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모든 의문사항의 설명과 함께 거기다 자신감까지 불어넣어주었다. 포탄에의한 충격은 고작해야 롤러코스터가 좀 흔들렸다고 생각되는 정도. 익숙해진다면야 그따위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굉장하군. 이것이 배리어..과연 그래서 실전에서의 테스트였나."

조종석옆의 서랍에서 강화멀미진정제를 한병 단숨에 들이킨후 그는 얼굴에서 땀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자신이 약간 히죽거리면서 웃고 있다는걸 깨닫고 있었다.

쿠웅. 부스터를 이용해서 저속강하를 하였지만 역시나 첫 조종경험인지 중심을 잡지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버린다. 콕피트쪽으로 직접 아까보다 더 큰 진동이 느껴지긴 했지만 역시 느껴진 정도 뿐이다. 그것뿐이었다.

"이정도 충격또한 흡수한단 말인가. 응?"

정신을 돌릴새도 없이 적의 공격은 끊이지가 않았다. 꽤나 근접하게 떨어졌는지 전차부대가 기관총과 미사일로 공격을 가해왔지만 강하할때와 마찬가지로 자동으로 배리어가 그의 로봇에게 형성되어서 모든 공격으로부터 그를 보호한다. 하지만 방어만한다고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들의 계속되는 공격에 언제까지 방어막이 버틸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무기는! 무기는 없는건가! 젠장, 무장해제시켜놓았었지. 빌어먹을! 기본무기도 없는건가! 크아악!!"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졌는지 이제는 대형미사일이 한발 그에게 날아왔다. 다행히도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 심한 충격때문인지 로봇이 이리저리 뒤집어지면서 땅에 쾅하고 박아버리니 목이 부러질것만 같았다. 어지러운 머리를 손으로 잡고 토를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있는동안, A.I.가 문제를 하나 더 알려준다.

-배리어파손. 재기불가.

"뭐..뭐라고?!"

-전방에 열원 4개 감지. 식별결과 4기 전부 인간형로봇 MH-02 세카즈.

"4기나?! 무기는! 무기는 정말로 없는거냐고!"

삐빗. 무턱대고 아무거나 마구 눌러댄 것이 도움이 되었을까? 기체상황게기판의 오른쪽에 작은 상자가 생기면서 양 다리안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가리켰다.

"이거냐!"

게기판에 손가락을 갖다대 클릭한후 로봇을 신경연결시스템으로 조종해서 오른쪽다리에 있던것을 열어재껴 잡았다. 뾰족한 작은 봉같은 것을 손에 든채 작동을 시키자 바로 끝부분이 빛을 내더니 쫘악 길어지곤 마치 검의 칼날같은 것을 형성시켰다.

"서..설마 광선검이란건가? 이..이런게 가능해?!?"

-광선검 작동완료. 테스트 2 스타트

투두두두두두 기관총소리가 그에게 망설일 시간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제 방어막은 펼칠 수가 없다. 그저 기체의 성능과 실력, 그리고 운을 믿는거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것이다.

"크윽, 젠장!!"

완전무방비상태로 그는 광선검하나만 든채 기관총을 마구 쏘아대고있는 4대의 기체들을 향해 무작정 달려들었다. 실전이 처음인, 그것도 조종조차도 처음인 고작 정비병따위가 이 총알비속에서 살아남아 적을 해치우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당장에 로봇과 함께 온몸이 뚫려버리게 될것이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조금 달랐다. 날아오는 총탄은 모조리 장갑으로 인해서 큰 효율을 보여주지 못하고있었고 거기다가 이 파일럿의 실력또한 결코 낮은 편이 아닌지, 턴이동을 하면서 최대한 적이 겨냥하기 어렵게 움직임과 동시, 지형적으로는 자신에게 유리한곳을 유지시키며 달렸다. 어느새 적들과의 거리는 단숨에 좁혀져만갔고 그의 유일한 무기인 광선검의 사정거리에 들어오게된건 정말로 순식간이었다.

촤작!

단 한번 휘두른것만으로 별다른 느낌없이 적을 둘로 나눌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적이 깨끗이 한 칼에 베어졌다는 것을 안것은 무려 네번이나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휘둘러서 네 기체 모두가 폭발하고 나서야였지만 말이다.

"!"

자신이 무엇을 한건지를 눈치챘을때 이미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도 눈치를 챈 후 였다. 떨리는 손은 어느새 죽음의 공포가 아니라 힘에 대한 자신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굉장해..굉장해, 이 기체! 굉장하다고!!"

투두두두두두 다른 곳에서 또다시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전의 솜씨를 보고 적도 긴장했는지 미사일을 단 전차도 잔뜩 이쪽을 향해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그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향해 나머지 하나의 광선검도 뽑아들었다.
양발 옆에서 보조부스터가 그리고 등뒤에서 메인부스터가 불을 내뿜으며 그의 로봇을 급속으로 전진시켜준다. 양발을 앞으로 쭉 뻗어서 균형을 잡은채 바퀴달린 발을 마치 롤러브레이드 타듯 능숙하게 조종해서 그는 적들의 배후로부터 역습을 가해왔다.

"아하하하하하!! 느려! 느리다고!! 너무도 느리단 말이야!!"

아무렇게나 팔을 휘둘러대면서 그는 포진안을 휘젓고 나가버렸지만 실제로는 모든 전차들이 모조리 다 조각조각난채 불꽃을 내면서 폭발했다.

"뭐..뭐 저런 괴물녀석이 다 있어.."

신참정비병이 조종하는 로봇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로 확대해서 이를 바라본 한 여성이 중얼거렸다. 20대 후반으로 보이고 금색 단발 머리를 한 그녀는 위시안드국 소속의 이곳 변방 기동부대 대위. 그녀가 지휘하는 소대에서는 그녀를 포함한 무려 4명이나 인간형 로봇의 파일럿이다.
인간형 로봇은 조종을 잘 할 경우 그 능률은 정말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지만, 그만큼 그정도 수준의 파일럿은 극히 드물다. 일단 조종하는 자체가 커넥팅율에따라 천지차이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권총하나 든것만도 못할수도 있다.
일반적인 평균 커넥팅율은 30%, 50%정도부터 그나마 어느정도 조종이 가능해서 주로 이정도 수준의 사람들을 각 국가마다 파일럿으로 몇명 선정해서 훈련시키는 중이다. 현재까지의 이론에 의하면 만약 커넥팅율이 90%를 넘는 인간이 나온다면, 그 인간하나로 100명이 넘는 파일럿은 채우고 남을 결과를 보여줄거라고 알려지고 있다.

"저..저 파일럿이 혹시 소문의 그게 아닐까요? 마..만약 그렇다면 이정도의 숫자로는 상대도 안됩니다! 어..어서 증원을!!"
"시끄럽다! 그딴건 과학 좀 아는 멍청이들의 헛소문에 불과해! 그딴게 실제로 일어날리가 없지않는가. 애초에 그런 인간따윈 존재할수 조차도 없다고. 순간의 혼란으로 사기에 지장을 주지말게, 소위."
"죄..죄송합니다.."
"바보같으니. 지금부터 놈을 제거하기위한 작전을 실시한다. 잘 들어. 놈이 지금까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저 신형기체의 성능과 말도 안되는 무기때문이다. 단지 그것때문에 강한것뿐이지, 저런 분별없는 공격을 해오는걸봐서 파일럿 자체는 실전경험이 매우 부족한게 틀림없어. 교란작전2로 단숨에 제거해버린다. 알았나?"
"대..대위님!!"
"?"

놀랄 수도 없었다. 그렇게 멀리서 떨어져있던 기체가 어느샌가 그쪽에서의 전투를 끝내고 이쪽으로 와버린것이다. 총을 꺼내들어 겨냥할 시간보다 녀석의 광선검에 의해서 하나둘 두조각 나는 시간이 더 빨랐다. 물론 이쪽은 네명이나 되니까 총탄 몇발정도는 아무리 빠르다해도 맞힐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녀석의 장갑에는 그런건 무용지물이었다.
처음엔 모두들 뒤로 한두걸음 물러가며 견제해 싸웠지만 벌써 로봇만 셋이나 격추되어버렸고 전차쪽도 얼마남지가 않았다. 것보다 다른 부대들이 이 한녀석에게 묵사발나는것을 지켜도보았으니 자기들의 운명또한 갸늠하기가 어렵진않았다. 결국 모두들 방향을 바꾸어서 앞다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사..사람 살려!"
"바보들! 도망가지마! 모두들 포지션을 유지하라고! 으으..쓸모없는것들.."

투두두두두두 열혈적인 여성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대위로써의 책임감때문이었을까. 양 팔에 달린 총구를 그 신형로봇에게 겨눈채 그녀는 소리를 지르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우랴아아아아아앗!!"

하지만 역시 성능면에서부터 압도적으로 차이가 난것 같았다. 게다가 적은 이번 실전으로부터 꽤나 실력을 올렸는지 능숙하게 그녀의 주변을 빙 돌면서 공격을 피했고 동시에 그녀를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몸을 돌리면서 총구를 계속 갖다대려했지만 우습게도 이쪽이 몸돌리는 속도가 저쪽이 이쪽 주위를 도는 속도보다 훨씬 더 느린것만이 판명이 났다. 그녀의 안색은 창백해지고 눈의 흰자위또한 급속도로 커졌다.

"마..말도 안돼. 어째서..어째서!"

촤작!

"!"

총구가 달린 양손이 아래로부터 치솟은 광선검에 팔꿈치부분까지 잘려나가버린다. 비틀비틀거리며 뒤로 주춤거리는 그녀의 기체, 파란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적의 신형은 양손에든 두 광선검을 그대로 그녀의 조종석을 향해 찔렀다.

"으아악!"

투콱. 광선검은 얼굴 아래부분을 향해 찔러넣어졌고 그녀의 기체는 움직임이 멈추어졌다. 이윽고 신형기체가 광선검을 뽑아내자 힘없이 로봇은 무릎부터 땅에 닿으면서 쓰러지고 신형 기체는 그것을 무시한채 돌아서 가버린다. 그리고 동시에 위사안드소속의 여성대위가 조종했던 기체는 그대로 지지직거리며 엔진과열인듯 큰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상관도 하지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신참 정비병의 로봇, 그는 게기판에서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글이 떠있음을 눈치채고 눈여겨 읽어보았다.

"미확인 반응? 바로 소멸? 흐음, 오류라도 난건가? 뭐어 어쨋든 지금은 그런거에 신경쓸때가 아니라고."

그는 조종관을 꽈악 잡았다.

"이것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어.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성공할 수 있다고!"

아군을 향해서 고속으로 이동을 시키는 신참 정비원, 아니 이제는 무지막지한 괴물을 탄 파일럿이 되어버린 정비원. 그의 기체가 먼지를 뿜으며 지켜가는 것을 뒤에서 한 남자는 입을 굳게 다문채 지켜보고 있었다.
검은 코트에, 검은 바지, 거기다 챙이 달린 검은 모자를 쓴채 검은 긴 머리와 함께 오른쪽 눈은 붕대인지뭔지 모를것으로 감아져있는 남자, 그리고 그의 옆에는 위시안드 소속으로 조금전까지 그 폭발했던 기체에 타고있던 대위가 쓰러진채 고통을 조금씩 호소하고 있었다.

"풋내기로군. 기체의 성능으로인해선지 자기자신의 숨겨진 재능이 깨어난것 같지만, 로봇과 싸우는 방법을 전혀 몰라. 뭐, 그 점이 너에게는 이점이 된것 같군."
"으으. 어..어떻게 내가.."
"적이 콕피트 위를 노려준 덕분에, 거기다 마무리를 짓지도 않고 그냥 가버린 덕분에, 그런 단 몇초안에 너를 구해냈다고하면 믿을텐가?"
"으으.."

그는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무..무슨 짓을.."
"역시..그저 금발에 조금 비슷할뿐이었군."
"뭐어..?"

그는 일어서곤 모자를 제대로 눌러썼다. 그것에 호흡을 맞추듯 비틀거리면서 그녀도 또한 일어섰다. 이빨을 꽉 다물어 고통을 참으면서 그녀는 몇발짝 걸어가지만 곧바로 다리가 몸을 지탱하지 못한채 그만 넘어져버리고 만다.

"으으.."

손을 조금씩 움직여서 다시 몸을 약간 일으키지만 곧 다시 쓰러지고 만다. 걸어가는것을 포기한듯 그녀는 이젠 땅에서 기어가기 시작했다.

"위시안드를..위시안드를 위해서..위시안드를.."
"..."
"위시안드를..!!"

바위에 걸터 앉아서 남자는 모래를 뒤집어쓴채 어기적어기적 기어가고 있는 여성 대위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한숨을 한번 쉰후 그는 다시 모자를 제대로 눌러썼다.






챵 챵 챵 챵

양손에 든 광선검은 한치의 망설임없이 종이를 자르는 것처럼 쉽게 기계들을 조각조각내버렸다. 성능면에서도, 실력면에서도, 그리고 이미 웬만한 무기들은 적의 함대에게 소진했기때문에 화력면에서조차 위시안드국 병사들은 밀리고 있었다. 얻은 정보대로 상공에 있는 적에게 총공격을 가하고 있는 도중, 뒤에서 역습을 당한다면 어느 누구나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알고보니 어디론가로 잘못떨어진 기체 한대. 그런 시시한 일에 신경을 쓸만큼 지휘관이란 직위는 한가한 것이 아니다. 뭐 결과적으로 이런 점이 그에게는 큰 이득이 되었지만 말이다.

"어서..어서 본대와 합류를 해야..!?!"

급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서 기체를 세운채 눈앞을 똑바로 보았다. 진로상에 아무것도 없어야 정상인데 지금 그로부터 거리 약 10km 떨어진 곳에 웬 다 낡아빠진 기체 하나가 서있다. 최대한 조심히, 그리고 적의 군대에게서 떨어져 왔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레이더는 아직도 적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

갑자기 적의 기체가 조금씩 덜커덕거리면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레이더에서도 적을 포착했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는 자기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것을 느꼈다.

"기..기동하지 않고 있었던건가. 내가 여기로 올 줄알고 쭉 기다리고 있었단 말야?!?"

"무장은 오른손에 달린 기관포뿐인가. 성능이 이정도라니..확실히 폐기직전 기체답군."

어디서 구했는지 다 낡아서 녹마저 슬고 있는 기체에 탄채 그 검은 옷의 사나이는 조종석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뒤의 보조석에다가는 그 여성 대위를 앉혀두고 말이다. 버튼을 몇개 더 누르자 의자에서 빛이 나오면서 신형기체때와 마찬가지로 안전장치와 영상컨버터기가 그에게 씌워졌다.

"시스템은 중추신경연결형이라. 좋았어. 자, 오라고. 풋내기 파일럿."

"우랴아아아아앗!"

양다리와 등에 붙어있는 부스터가 굉장한 가속력을 그 정비병의 기체에게 부여해준다. 그대로 광선검을 크게 휘둘러 적을 베려했지만 아무리 속도가 빠를지언정 그런 단순한 움직임에 당할정도로 적은 약하지 않았다. 슬쩍 허리를 숙여서 광선검을 피한후 돌진해오는 파랗고 회색빛의 기체를 왼쪽으로 돌면서 회피했다. 오른손의 기관포를 적의 헤드쪽에 겨눈채로 말이다.

"그깟것에 당할것 같으냐!"

살짝 점프한상태에서 등에 달린 커다란 부스터탱크의 우현쪽 하나를 점화시키자 그 상태로 바로 방향이 180도 돌려졌다.

"아닛!"
"하아아아앗!"

총을 쏘기는 커녕 오히려 그는 기체의 카메라가 달려있는 헤드 파트마저 반으로 갈라진채 잃고 말았다. 일단은 견제사격을 하면서 뒤로 물러섰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칫! 방심했어!"

그가 끼고있던 영상컨버터기는 방금전의 공격으로 인해서 밖의 상황과는 완전히 단절, 그는 이빨을 꽉 깨문뒤 오른손으로 게기판위의 어떤 버튼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위이잉 거리면서 구식기체의 가슴판이 열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안에있던 파일럿과 뒤의 보조석에 앉아있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정비병은 신형 기체의 콕피트안에서 카메라로 이것을 보고는 놀라중얼거렸다.

"저..저상태로 싸울생각인가.."

폐기직전의 기체가 왼손으로 재빨리 탄창을 갈아끼우고나서 오른손의 기관포로 적의 헤드쪽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적은 자신의 기체를 이제 대강 파악을 한듯 그정도 무기에는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않았고 방향또한 일직선상으로 달려들곤 양팔을 어지럽게 휘저으며 어느새 광선검으로 또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요리조리 폐기된 기체라고는 믿기지 못할 움직임으로 슬쩍슬쩍 간발의 차이로 그는 날카로운 칼날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피해냈다. 요리조리 피하면서 도망다니다가 어느 순간, 그는 바위하나가 광선검에의해 깨끗이 잘리는 것을 보자 무언가를 깨달았다.

'저건 열전도 형식이 아니라 최소형의 물질로 칼날을 최대한 날카롭게 만든거였군. 좋아!'

스윽 그는 기체를 멈춰세우자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뒤에서 나타난 신형기체가 오른손과 왼손에 든 광선검으로 기세좋게 그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나 구식기체는 그것의 뒤쪽날을 손으로 잡고선 방향만을 돌려 다른 광선검을 자신이 잡아낸 것으로 막아내는것을 보여주었다. 실로 짧은 시간안에 일어난 놀라운 움직임이었다.

"이..이럴수가.."

"날에만 닿지않는다면 문제는 없다."

순간의 방심은 곧바로 모든 일의 실패로 이어진다. 멍하니 선상태로 완전히 무방비가 되버린 이런 좋은 순간을, 그런 말도안되는 기술까지 보여준 파일럿이 가만히 놔둘리가 없었다. 곧바로 기관포팔을 머리쪽에다 겨눠서 탄환을 아낌없이 퍼붓자 신형기체의 가슴장갑이 촤자작하면서 금이 쫙나더니 깨져버렸다.

"아닛?!"
"장갑이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그렇게나 많은 총탄을 맞은채 멀쩡할리가 없지!"
"크윽!"

부스터를 이용해서 급속도로 후진하자 적의 손에 잡혀있던 무기또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충격으로인해 잠시 헛점이 늘어나게된 적을 향해 달려든 정비병파일럿은 기관포가 달린 손을 샤샥 두번 잘라버렸다. 잘려진 두 파츠는 공중에서 맴돌았고 이중하나를 구식기체는 오른손으로 잡은후 뾰족하게된 부분을 앞세워서 신형로봇의 머리를 향해 박아넣었다.

콰직!!

메인카메라가 달린 얼굴이 조각조각 빠개지면서 구식기체의 다 망가진 팔파트가 꽃혀졌다. 그가 끼고있던 스크린컨버터에서 영상만이 팍 꺼지자, 순식간에 나타난 암흑이 그에게 일시적인 공포를 가져다주었다. 공포에 휩싸여 그는 비명을 지르면서 무기를 마구 휘둘렀다.

"으아아아악! 으아악! 으아아아아악!!"

하지만 카메라로 보였을때도 맞출 수 없었던 적의 움직임을 지금 상태에서 따라간다는것은 완벽히 무리였다. 오히려 그 와중에 그는 무기하나마저 적에게 어처구니없게 덥썩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남은 한쪽 팔로 광선검을 쥔채 구식기체는 우왕좌왕 발악을 하고 있는 적의 신형기체에다가 있는 힘껏 그 무기를 휘두른다.

파지지지지지지직!

갑자기 그가 내리친 광선검과 장갑이 맞닿는 부분에서 강한 자기장이 발생한다. 광선검은 흐릿흐릿하게 변하는듯했고 적의 장갑에 데미지는 주었지만 그 피해는 고작 빠지직 금이간 정도로 도저히 방금전까지의 그 무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약화된 위력이었다.

"큭. 안티빔장갑이란건가?!"

뒤로 크게 물러선 상태에서 다시 공격을 가하려고 자세를 잡은 그에게 이번엔 다른곳에서 방해꾼들이 나타난다. 멀리서 날아온 미사일이 그의 주변에 몇개 떨어져서 폭발하고 곧이어 전차부대가 포탄을 토해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한번두번 계속 연달아오는 공격에 그는 이윽고 단념해버린채 조종관을 밀고 당겨서 기체를 180도 돌린후 전속력으로 그 지역을 이탈하기 시작한다. 눈은 초점을 잃은채로 입은 멍하게 벌린채로 신형기체의 조종석에서 신참정비병은 이제 막 작동시킨 보조카메라로 그 광경을 본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도대체..뭐지? 도대체 뭐인거냐고..도대체 놈은..놈은 뭐인거냐고.."

움직일 힘은 여전히 없으면서도 그의 다리만은 공포로인해서 조금씩조금씩 후들거리고 있었다.







철컹 철커엉 철컹 철커엉

폐기직전이다보니 가뜩이나 컸던 진동이 전투후에는 훨씬 더 커졌다. 이제는 걸어가도 꽤나 큰 진동이 일어나는게, 엔진소리도 같이 듣고있으니 마치 폭발이라도 할것 같았다. 그는 기체를 세우고 시트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리고 기지개를 한번 풀고 일어나서 기체 밖으로 나가려는 그의 발을 익숙한 소리하나가 멈추게 만든다.

철컥

"..."
"하아..하아.."

보조석에 앉은 그 여자였다. 숨을 헐떡이면서 안좋아보이는 안색으로, 그녀는 그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거기..너. 뭐..뭐하는 놈이냐. 허억, 허억. 거기서 꼼짝말고 신분을 밝혀, 그..그렇지 않으면 쏘겠다."
"..."
"사람말이 안들려! 어서 대답해! 허억, 허억. 넌 뭐하는 놈이냐!"

씨익. 갑자기 그는 웃음을 지은채로 그녀에게 한발짝한발짝 접근해왔다.

"무..무슨 수작을 부리려는거야! 더이상 가까이 오면 쏘겠..!?!"

덥썩 그는 권총을 쥔 그녀의 손을 붙잡은채로 자신의 면상을 드리댔다.

"그거. 내가 도와주도록하지."
"뭐?"

스윽 갑자기 그는 그녀의 권총에다가 자신의 이마를 턱 붙였다. 그리고 그녀가 뭐라 말할새도없이, 그는 그녀의 손가락을 이끌어 방아쇠를 당겼다. 한발의 총성이 조용히 두사람이 있던 장소에 울려퍼졌고 바람은 조용히 사막의 모래를 흩날렸다.











과거 전사들이 있었다.

각기 긍지와 자신들의 나라를 위해 싸웠던 전사들이 있었다.

전쟁을 없애기 위해 싸웠던 그들..허나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또하나의 커다른 전쟁이 일어났다.

부패해지고 타락해진 제국 타비스에서 나온 신생국가 위시안드.

이것은 그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타비스의 횡포로 인해 나온 나라의 이야기.

그리고 그 전쟁속에서 멸망해버린 나라, 위시안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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