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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Antares[서막] - 비 속의 불꽃 06-

2006.01.21 13:57

히이로 조회 수:200

병사의 검이 그의 왼쪽 어깨를 향해 공중에서 먹이를 낚아채는 매처럼 급강하한다. 하지만 후작은 눈에 빤히 보이는 움직임이라는 의미였을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검이 내려오는 반대방향에서 자신의 검을 들어올려 상대의 공격을 쳐낸다.
동시에 몸을 회전시켜 방금 전에 생긴 반동으로 퉁겨진 검을 이용해 자신을 공격한 병사의 가슴에 한줄기 붉은 선을 그었다.

"크헉!"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 병사. 주위의 병사들이 숨이 멎은 것을 확인한 후 황급히 시신을 치운다. 주변을 감도는 정적. 이미 후작의 손에 방금 전 병사와 같이 목숨을 잃은 자는 14명에 달했다.
단순히 공적에 눈이 멀어 있지도 않은 실력을 뽐내려던 병사들의 허망한 최후를 보아서일까. 어느 누구도 선뜻 필로스 후작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자, 다음은 누구냐!"

얼굴이 땀투성이가 된 후작이 목청껏 고함을 지른다. 그 기세에 눌린 병사 몇 명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을 치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에 인상을 구긴 발사로크의 지휘관은 주변을 돌아보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저자를 상대할 병사가 아무도 없단 말인가! 이런 겁쟁이 녀석들!"

약간의 희생은 염두에 두고 있던 그였지만 14명이나, 그것도 다 늙어 가는 중년 귀족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충분히 지쳐 쓰러질 만도 했는데 필로스 후작은 오히려 반대로 기운이 넘쳐흐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후작에게 품고있던 일종의 경외감은 지휘관의 마음에서 자취를 감 춘지 오래였다. 더 이상 후작이 제멋대로 날뛰게 해서는 안된 다는 생각만이 그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아직도 제압하지 못한 건가. 병사 수도 얼마 없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건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일제히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신전의 입구에서 한 남성이 또렷한 군화소리를 내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잡혔다. 흑색의 단정한 머리카락, 시원스런 이목구비에 복장은 보통 병사나 지휘관과는 사뭇 다른 가죽으로 이루어진 레더아머와 부츠를 신고 있었다.
이런 남자의 모습을 보자마자 병사들을 이끌고 있던 지휘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헬무트! 성의 점령이 벌써 끝난 것인가?"

"아아, 자네도 알다시피 저항군이라고 해봐야 지금 신전에 있는 저자뿐이 아닌가. 보통 민간인은 백기를 내걸고 명령에 잘 따라줘서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아직 후작을 제압하지 못했나보군 자네는……."

말끝을 흐리며 검을 들고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는 후작을 바라보는 헬무트라는 이름의 남자. 두 눈이 마주친 순간 후작은 그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4명의 병사를 상대로 싸우고, 그 이전에도 수많은 전투에 참가했던 후작의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은연중에 저 남자와 싸우게 된다면 자신이 패할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필로스 후작. 여전히 후작을 똑바로 쳐다보던 남자의 말이 다시 시작되었다.

"무엇 하러 한 놈씩 나가서 죽게 하는 건가. 그냥 동시에 달려들어서 끝장내면 쫑이잖아. 안 그래?"

"하지만 병사들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줘야……."

"뭐야, 그런 것에나 연연하는 녀석들이었어? 소속만 발사로크지 머릿속에 든 건 제국의 귀족 놈들과 다를 게 없잖아."

지휘관의 말을 끊으며 언성을 높인 헬무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명백히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느낀 지휘관은 얼굴을 붉혔으나 달리 대꾸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말이 없는 지휘관을 향해,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이 손뼉을 치는 헬무트. 이윽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후작을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아, 자네 동생이 지휘한 별동대 말이야. 궤멸했다던데. 지휘관은 왼쪽 가슴에 단검을 맞아 중태고 살아 돌아온 자가 150명중에 30명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

"뭐, 뭐라고?"

"예상치 못한 적 기사단이 원군으로 등장했었나봐, 그래도 성과는 컸어. 남작 두 마리를 사살했다던데? 유감스럽게도 백작과 자작이라는 놈은 놓쳤지만."

말을 듣고 있던 후작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헬무트라는 남자가 말하는 별동대란 몰래 성을 빠져나간 클레이 백작 일행을 습격하기 위해 구성된 부대. 극비리에 이루어진 후작의 계획을 적이 눈치채고 있었다는 사실과 두 남작(작센 성에서 남작 작위를 가진 귀족은 에르드와 린스트 밖에 없었다.)을 죽였다는말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별, 별동대의 지휘관…그러니까 내 동생의 상태는 어떠한가?"

"심장을 비켜갔으니 곧 회복될 거다. 어이, 너무 걱정하지마. 치료 마법사들이 열심히 땅에다 낙서하고 주문을 지껄이고 있으니 조만간 자리에서 일어날게다. 네 동생을 그 지경으로 만든 녀석은 단검을 던진 직후에 창 8개로 관통 당해 꼬치가 되었다지 뭐냐 하하하핫!"

헬무트의 웃음에 후작의 얼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꺼내서 후작을 자극하고 있었다. 말을 하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눈이 마주쳤고, 그때마다 역겨운 미소를 머금은 그를 보며 필로스 후작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제하고 있었다.
녀석을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없애고 싶다는 생각만이 떠올랐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는 후작의 이성이 안타깝게 울부짖고 있었으나, 이미 후작은 감정에 지배당한 상태였다.

"그건 그렇고, 저 늙은이는 빨리 끝내버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텐가 킥킥킥."

손가락으로 후작을 가리키면서 노골적으로 그의 화를 돋구는 헬무트. 후작의 인내심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는지 섬뜩한 미소를 띄운 채 그의 말에 응수하기 시작했다.

"훗, 젊은 사람이 늙은이 같이 머리는 잘 굴리네. 그럼, 약해 빠졌으면 그런 방법으로라도 자신을 지키고 날 죽여야하지 않겠나 헬무트군."

한껏 미소를 지으며 동정하는 어조로 그를 자극하는 후작의 말에 헬무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그도 모르는 사이에 필로스 후작에게 강한 도발을 당한 것이다. 미묘한 그의 표정변화를 놓치지 않은 후작은 계속해서 그의 화를 돋구기 시작한다.

"뭐, 고귀하신 이 몸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자네의 마음, 다 이해할 수 있다네. 하지만 전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구만 하하핫."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이보게, 아직 영감이라 불릴 단계는 아니네. 사람의 나이하나 제대로 구분 못하는 자네를 보니 비록 적이지만 정말 측은하구먼. 전쟁터는 자네같이 나약한 인간이 있을 곳은 못되지. 이보게 지휘관, 저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기를 내 정중히 부탁하는 바일세."

후작의 능구렁이 같은 말솜씨에 헬무트는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저 세상으로 갈 적에게 이런 모욕 아닌 모욕을 받으니 참을 수가 없었던 것.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후작을 바라보는 헬무트의 얼굴표정은 성서에서나 볼 법한 지옥의 악령이 지상으로 강림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네는 비켜서, 저 놈은 내가 상대하겠어."

"자네의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알지만 자네는 군대의 지휘관이네. 레인져 때와 생각을 같이하면 안돼."

주무기로 보이는 듯한 배틀엑스를 단단히 움켜쥐는 헬무트의 모습을 보며 지휘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말렸다. 그러나 이런 충고가 현재 열이 오를 대로 오른 그의 귀에 들어올 가능성은 제로, 대신 그에게 돌아온 말은 동료로써 지휘관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심한 발언이었다.

"부모 재산 덕에 지휘관이 된 자식은 찌그러져 있어. 저 늙은이는 내 손으로 죽인다. 자꾸 지껄이면 너부터 베겠다."

"어허, 늙은이가 아니라니까. 내가 늙은이면 자네는 중년의 아저씨란 말인데."

"아가리 닥치고 넌 죽을 준비나 해!"

"입이 험하군, 요즘 젊은것들이란 쯧쯧, 아니 발사로크의 젊은이들은 다 저런 건가."

자신의 말 때문에 분노가 극에 달한 지휘관은 무시한 채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는 후작에게로 몸을 날리는 헬무트. 그러자 미소를 지으며 그의 화를 돋구던 필로스 후작의 표정이 순식간에 사신과도 같은 냉랭한 분위기를 풍기며 헬무트에게로 달려나갔다.
날카로운 금속음을 울리며 격돌하는 두 사람의 무기.

'힘이 대단하군…내가 밀린다.'

속으로 생각을 하던 후작은 시간이 갈수록 그의 검이 밀리자 재빨리 힘을 빼며 헬무트의 빈틈을 향해 롱소드를 찔러 넣었다. 이런 후작의 검을 재빨리 피한 후 다시 한 번 전력을 다해 배틀엑스를 휘두르는 헬무트의 양손. 그러나 후작 역시 그의 검으로 상대의 공격을 상쇄시킨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뒤로 떨어지는 두 사람. 초반의 공격으로 상대의 실력을 대강 짐작한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노려본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늙은이………제법이다.'

'풍기는 분위기에 비해 실력은 한참 아래다. 승산이 있어!'

긴장감으로 뻣뻣해진 헬무트와는 달리, 후작의 얼굴에 옅지만 승리의 미소가 눈 주름을 타고 번지기 시작했다.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적극적으로 선제 공격을 가하는 필로스 후작. 맹렬하지만 정확한 그의 검에 헬무트는 하늘을 찌르던 자신감대신 사색이 된 표정으로 후작의 검을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두 남작과 희생당한 병사들을 그따위로 모욕하다니,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으…으아아아악!"

강한 분노가 뒤섞인 후작의 기합소리와 두려움에 가득 찬 헬무트의 비명이 신전 내부를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동시에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반 토막이 나버린 헬무트의 배틀엑스가 육중한 음색을 울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웅∼!

"으…으으으……."

반 토막이 나버린 무기를 들고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떠는 헬무트를 향해 무기를 들고 다가서는 후작. 그 기세에 압도되어 주변에 있는 발사로크 군의 병사들은 미동도 하지 못한 채 멍청히 두 사람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한순간에 헬무트의 숨통을 끊으려는 듯, 천천히 검을 양손으로 들어올리는 후작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사라져라."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메마른 목소리. 더불어 온 힘이 실린 후작의 검이 헬무트를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는 그의 모습에서 방금 전까지 내뿜던 오만하다고까지 느껴지던 자신감과 패기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만이 덩그러이 놓여져 있었다.
그렇게 후작의 검 끝이 그의 헬무트의 살갗을 파고 들어가려는 찰나, 알 수 없는 목소리가 후작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이겨야 원, 가급적이면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건만……. 제대로 된 놈들이 하나도 없군, 내가 잠시 도와줘야겠어.-

"누, 누구냐!"

-내 목소릴 기억 못하다니 쯧쯧, 유감이구나 필로스 폰 에르네오. 굳이 나를 알려고 할 필요는 없어. 알아봤자 네 놈의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이미 결정되어버렸으니까. 후후훗-

후작의 동작이 헬무트의 살을 파고들어 가기 직전. 석상처럼 굳은 상태로 멈추어 버리고 말았다. 순간적인 몸의 변화에 당황한 필로스 후작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몸은 손가락 하나, 심지어는 혀조차도 딱딱하게 마비된 상태였다.

-약효를 잘 받았군, 죽지는 않았지만 지금 네 몸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혈액의 움직임까지 멈추어 버렸을 테니. 패럴라이즈(석화) 시약의 효과가 인간을 상대로는 끝내주는 군. 그럼 나머지를 발동시켜볼까?-

후작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의문의 목소리가 울려 펴지더니 곧바로 후작이 서 있던 바닥 주위로 둥그런 원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밝은 빛을 내며 서서히 새겨지는 원 내부의 기하학적인 도형과 알 수 없는 문자들, 갈수록 둥근 원을 중심으로 생전 처음 보는 문양의 진이 형성되고 있었다. 몸이 굳어버린 채 속수무책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이상한 현상을 바라보는 후작에게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낄낄낄, 20년 전 내 말을 따랐으면 이렇게 허망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일도, 성을 빼앗기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 모든 것은 네 놈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운명. 이 바르키엘님의 뜻을 거스른 다는 것의 대가는 죽어서도 벗어날 수 없다는 고통뿐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가급적이면 네 놈의 아들도 끝장내 버리고 싶었지만…저 멍청한 놈들이 정보까지 흘렸는데 작전을 실패하는군. 네 아들의 일은 다음기회로 미루겠다 낄낄낄 크하하핫!-

섬뜩한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후작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반 토막난 배틀엑스를 쥐고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헬무트의 살고자 하는 집념이 담긴 눈빛이었다.

써걱∼!

경쾌한, 그러나 보는 이의 마음을 공포로 몰아넣고도 남을 살이 잘리는 음색이 신전 내부를 울린다. 후작의 목이 몸통에서 분리되어 땅바닥을 구르는 순간, 그의 주변을 채우고 있던 마법진이 눈부신 빛을 발하면서 주변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빛에 휩싸이고 말았다.
모든 병사들이 눈을 감은 사이. 거칠게 날개 짓 하는 소리와 더불어 어디서 나타났는지 송아지 만한 크기의 날개를 가진 짐승이 거구인 후작의 몸통을 낚아 챈 상태로 신전을 빠져나가 하늘로 솟구쳤다.

"으윽……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시간이 흐른 후 주변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발사로크 군 지휘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갑옷에 소변을 본 채로 기절한 헬무트와 보통의 대리석 바닥으로 다시 돌아간 마법진이 그려졌던 자리, 초라하게 남아있는 필로스 후작의……피가 응고된 채 딱딱히 굳어있는 수급 뿐 이었다.

메이나 3237년, 사로크 247년.
황제의 나라 바르디아 제국과 공화국 발사로크의 치열했던 룬드슈테트 대전은 제국의 작센 성 함락을 마지막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                    *                    *



필립이 작센 성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발사로크 공화국의 깃발이 성벽에서 바람에 날리고 있던 때…후작이 전사한지 4시간 후의 일이었다.

"……아버지……미첼 형……."

서늘한 밤 공기가 그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 주고 지나갔다. 하지만 필립의 얼굴에서는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갑작스런 결과는 아니었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오늘에 있을 일을 대비해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해 온 필립이었다.
하지만 막상, 상상 속에서나 일어났던 일이 눈앞에 닥치자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거칠게 요동치며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으흑…으흑……으아아아아아아! 제기랄! 흑흑……."

끊임없이 흘러내리던 눈물이 어느 순간 폭풍우로 변해, 비참하게 울부짖으며 그의 뺨에 눈물 비를 내리고 있었다.

"필립……."

여전히 울고있는 필립을 향해 눈물이 가득 고인 두 눈을 닦아내며 네르바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사리크는 말없이 그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그가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 작센 성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만 울어……."

"끄윽…흑……."

네르바는 필립에게로 조용히 다가가 살며시 그를 끌어안고 등을 다독여주기 시작했다. 자신의 눈물을 그녀의 갑옷에 묻히기 싫었는지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눈물을 참았지만 그럴 때마다 흘러나오는 음색은 비통함만을 더욱 가중시켰다. 어느새 네르바는 물론 나인발트 기사단장 사리크까지 숨죽여 울고 있었다.

"필립, 이제부터…네가 너의 아버지가 되어주마…자, 돌아가자꾸나."

"………."

부드러운 어조로 그를 다독이는 기사단장의 말에 필립은 침묵으로 긍정을 표시하고 천천히 백작과 피난민들이 있을 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선두에는 기사단장이, 후방에는 네르바가 말을 몰려 천천히 그와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뚝…뚝…후둑…….

쌀쌀한 바람과 함께 차가운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물과 눈물로 얼굴이 범벅진 필립을 향해 기사단장은 조용히 자신의 망토를 풀어 그의 얼굴에 덮어주었다.

'필로스…그대가 생전 그렇게 싫어하던 비가 내리고 있소. 이번 전쟁은 발사로크의 승리…제국에 있어선 말 그대로 폭우가 내리는 암울한 상황이구려…그대가 목숨을 걸고 살려낸 저 작은 불씨를……내가 반드시 커대한 불길로 만들어 내리다! 편히 쉬시오, 항상 당신의 아들을 보살펴주길 바라겠소 필로스 후작.'



메이나 3237년, 사로크 247년 작센 성 정복을 분수령으로 크로노아 대륙의 바르디아 제국과 발사로크 공화국의 룬드슈테트 전쟁은 소규모 국지전을 제외하고는 소강 상태로 들어간다. 발사로크는 이번 전쟁으로 2배이 상의 영토를 확보, 강대국으로써의 교두보를 마련하였으며 바르디아 제국은 이전에 비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로부터 15년 후…….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 갈 무렵, 역사의 톱니바퀴는 다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Antares[서막] - 비속의 불꽃 06(서막 종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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