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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雜談. After 49 Day

2006.01.12 15:47

Lunate_S 조회 수:210

 어둑해질 무렵, 하늘은 새까만 물감으로 칠한 듯 어둡기만 하다.

 그런 어둠에서 나는 밤을 보았다.
 그리고 밤을 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어둠이 지나가고, 들쑤시는 차가운 계절이 오면 나는 어린아이처럼 밤을 채집하러 이리저리 분주히도 돌아다녔다.

  그렇게도 바쁜 나날이었다.
 나의 호기심은 지칠 줄 모르고 여기저기로 튀어 다녔다.
 
 아마도, 그때였을까…. 아니, 확실히 그때였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는 밤처럼 어두운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어두워 밤을 가릴 것만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와 처음 만난 그때에 그는 내게 말했다.
 “당신은 아침을 닮았어요.” 라고.

 그런 소리는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나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밤 채집꾼인 걸 알게 되면, 내가 밤처럼 어두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일쑤였으니깐….

 그런 의미에서인지, 나는 그가 좋았다.
 아무런 편견 없이 나를 봐주는 그가 좋았던 것 같다.

 그와 만난지 한달쯤 되었던 날, 그는 어쩌면, 어쩌면 자신은 멀리 떠날지도 모른다고 했다. 너무도 어둡던 그가 종종 웃을 때면, 장난삼아 하는 소리일 때가 많았기에, 이번에도 역시 농담으로 넘겼다.

 농담으로 넘긴, 그런 일이 있었다.

 한 달 동안에 짧은 만남이었지만, 우린 서로를 신뢰하게 됐고, 그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트너가 되었다(밤 채집꾼에게 있어 파트너란 배우자만큼이나 소중하다).

 그는 항상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그와 난, 낮이고 밤이고 밤을 채집하러 다녔다.
   그는 밤을 정말 잘 찾는 사람이었다.
  어두운 방에 천장과 햇살 비추는 거리에 작은 그림자에서도 밤을 찾아내곤 했다.
 그렇게도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행복과는 반대로 시간이 갈수록 그는 점점 수척해져갔다. 야윈 그의 모습은 내 그림자를 보는 듯 했다. 말라비틀어진 밤은, 그렇게 낮의 그림자가 되어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던 날에, 그는 내게 말했다. 그동안 정말 즐거웠다고. 그러면서 자꾸만, 자꾸만 미안하다고 했다.


 그가 왜 미안할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로 궁금했다.
 나에게 아무도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을 무렵, 그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렇게 밤처럼 사라져버렸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떠오르는 태양조차, 밝게 빛나는 낮의 향기조차 밉게 보였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내 마음속에 얼마나 큰 구멍이지도…, 다 알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구멍은 점점 넓어져만 갔다. 그가 사라진 만큼의 구멍은, 이제는 온 지구를 덮고도 남을 만큼, 커져버렸다. 나는 밤도 찾지 못하고, 밤낮으로 헤매었다. 헤매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헤매었다.

 그렇게 헤매던 중, 그가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급한 발걸음으로 돌아간 마을엔 예전 모습 그대로의 그가 있었다.

 “다녀왔어.”
 천연덕스럽게 말을 건네는 그가 어찌나 사랑스러웠는지, 차마 표현할 수가 없다.
 그는 한참 성숙해진 모습으로 더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와 함께 예전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너무나도 행복했다.
  너무나도 행복하여 거짓같이 느껴질 정도로.

 그러던 중, 그는 밤 채집을 관둔다, 했다. 누구보다도 밤을 닮은 그가 밤 채집을 그만둔다고 했다. 어째서냐고 묻는 내게, 그는 그 일이 이제는 시시하다고 했다.

 그렇게 그와 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낮과 밤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는 듯이.

 얼마 안가서, 그는 또다시 떠난다고 했다.
 그런 그를, 그런 말을 하는 그를,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가버렸다.
 자신이 예고한대로 나를 떠나버렸다.

 그가 다시 돌아온 지 49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에 편지가 내 앞으로 한통 배달되었다.
  그가…, 그가 보낸 50일전에 유서가…….

 도무지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편지에는 단 한 줄에 ‘미안해, 그리고 보고 싶어.’ 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봉투에는 진단서 같은 종이가 들어있었다. 한눈에도 불치병임을 알게 하는 병명과 함께….

 어렸을 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그렇게 어린아이였을 때, 누군가는 말했다.
 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지상에 머물면서 가장 그리던 사람을 찾아간다고….

 그리고 나는 일생동안 울 것 같은 울음을 하루 만에 쏟아냈다.

 
 그건 아마도, 그의 진심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남자.
 그녀를 잊지 못해, 영혼이 되어서까지 찾아온 그런 남자의 진심을…….


 언젠가 있었던, 결코 공존할 수 없었던 밤과 낮의 사랑,
  이건, 그런 이야기.

──────────────────────────────────────
 흐음, 이번 글은 특이하게도 '핸드폰 소설'쯤 되겠습니다. [...] 자다가 문득 떠오른 거라, 어두워서 핸드폰에다가 썼거든요. 300%로 문자 15개 분량이군요. [...]

 사실 처음 가제는 '밤을 보다' 였습니다만, 예전에 써놓은 원래 After 49 Day의 내용과 중첩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 내용은 나중에 써먹어얍지요.

 이 제목의 원래 내용은 주인공이 유령이다, 라는 반전의 '호러'랄까요. [...] 궂이 말하면, 디 아더스나 식스 센스 스타일.

 어쩌다보니, 어쩌다보니 이런 게 되었습니다.
 내 스스로에게는 조그만 감동이 있었지만,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네효.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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