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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Maid no Maiden#33 - Marvel WitchⅤ

2005.12.20 23:30

T.S Akai 조회 수:222

난 붉은 사막위에 있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폭발음과 영창소리. 수없이 울려퍼지는 인간의 비명소리는 이미 전장의 북소리나 다름없다. 이곳은 완벽한 전장. 계속되는 사막의 피바다였다.
그속에서 나는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은 이 사막에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라는 나르시즘에 빠질정도의 여유로움. 이정도의 전쟁은 그저 장난정도.
그렇기에 나는. 이 시체의 산 위에서 홀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전쟁은 종결을 알린다. 이제 곧 끝날 전쟁은 모든 나라에게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기겠지. 그것이 보통의 인간보다 더욱 더 오래 존재해온 ‘마녀’의 사고였다.

“리카.”
“응?”

리카라는 것은 가명이다.
나의 본명은 ‘발레리 툴루즈’. 그저 다른 마녀와 조금 다를뿐인 마녀이다.
가명을 붙인 것은 다름아닌 나름대로의 사생활보호. 이런 전장에서 본명을 썼다가는 살아남은후의 후일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 역시 오래 존재해온 ‘마녀’의 노하우.
그리고 그런 나를 친절하게도 가명으로 불러준 이 아이는.

“쎄실리아.”
“뭐야. 난 기꺼이 가명으로 불러줬는데. 넌 왜 본명으로 부르는거야?”
“글쎄?”

은발이…라기보다는 너무나도 새하얗게 서버린 백발. 그 백발은 너무나도 가지런하게 붉은 전장에서 하늘거리고 있었다. 붉은 전장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티없이 깨끗한 백발.

“어쨌든 전쟁도 슬슬 끝나가. 이쯤되면 우리쪽 애들 데리고 돌아가야하지 않겠어?”
“그렇군. 뒷처리는 나머지가 해줄 테니까… 우리는 어차피 죽이기만 하면 되는거야.”

뒷처리는 분명 베레니스의 후속부대가 알아서 해줄것이다. 뒷처리라 해봤자 사망자의 신원확인과 사막의 시체유기밖에 없겠지만…
돌아가자, 라고하며 전장에서 등을 돌렸을때였다.

“쎄실.”
“뭐야. 이제와서 가명으로 불러준다고 해도 칭찬안해줄거야.”
“그게아냐 바보야.”

엘 쎄실리아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무리봐도 10세 전후의 어린 소녀로밖에 보이지않는 이 소녀는 이래뵈도 역대 최고의 마녀라고 불리는 인물이였다. 마녀들 사이에서는 ‘이계마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어째서 ‘이계마녀(異界魔女)’라고 불리는지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이 세계의것이 아닌 것을 부린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제일 가능성이 높은건…수많은 전생을 거쳐오는 그 모습이 이계(異界)──Marvel──의 인물과도 같다는데에서 따온것일 것이다.
이 마녀가 얼만큼 존재해온지는 모른다. 이 마녀가 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전생을 거듭할때마다 왜 어린아이의 모습인지, 그 모습 그대로 늙지 않는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아는 것은… 그녀는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엘 쎄실리아[El Cecillia]라는 여신의 이름이라는 것.


“쎄실. 전쟁은 끝났더라도 아직 패잔병은 남은 것 같아.”
“뭐?”
“조심해. 너도 내 감은 무시 못하지?”
“그럼 아까부터 이 살기가?”

그것은 전부터 언습해오던 살기였다.
정말 바보같이 노골적인 살기를 드러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엄청 멍청한───



“꺄아아악!”

울리는 비명소리에 온몸이 긴장함과 동시에 프로답게 마나를 온몸으로 흘려보낸다. 언제라도 마법을 쓸수있게, 언제라도 저주를 구사할수 있게.
그 비명소리는 베레니스에서 끌고온 우리 부대캠프에서 들려왔다. 구성원은 전부가 마녀. 그래도 수준높은 마녀집단일텐데!!

“발레리!”
“응!”

빠르게 눈치챈 쎄실은 순식간에 내 본명을 외치며 나를 돌아보았다. 대화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하다. 갑작스레 흥분해 본명을 불러버린 쎄실은 나와함께 붉은 모래언덕을 뛰어내려 부대캠프로 달려나갔다.
역시 어린아이의 몸으로는 발걸음이 느린가. 쎄실은 슬슬 내 등 뒤로 뒤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먼저 도착한 것은 바로 나. 텐트의 천막을 걷고나서 본 안의 상태는───

“윽!”

그 어떤 전장에서도 느껴본적이 없는, 밀실에 갇힌 농후한 피냄새. 오갈데 없이 눌러붙은 흘러넘치는 피바다는... 이미 지옥이였다.

“뭐지?”

뒤늦게 따라온 쎄실은 내 등뒤에서 텐트안의 관경을 보고선 진지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내게 물어봤자…알리가 없지.”
“기습인가?”
“확실하진 않지만 시체는 다수. 그리고 비명소리가 들린후 우리가 여기까지 올때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아무리 훌륭한 ‘마도사’라고 해도 순식간에 다수의 마녀를 도륙내기에는 불가. 그렇다면 범인은 아직───”

말도 다 잇기전에.

“발레리 피해!!”

등 뒤에서 울려퍼지는 찢어지는듯한 호령. 어린아이의 목소리는 내 머릿속에 똑똑히 박혔다.


휘익──!

붉은 머리카락이 몇가닥, 허공에서 춤추다가 흩날려 떨어진다. 뺨 옆으로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그것은…분명히 차가운 무언가. 말 그대로 너무나도 빠른 기습. 한숨이라도 늦었다면 내 목은 이미───

“쎄실! 등 뒤에!”

뒤의 상황을 확인하기위해 등돌려본다. 그럼과 동시에 쎄실과 나의 눈이 마주친다. 그것뿐만 아니라, 쎄실의 등 뒤에 있는 ‘그것’은───

푸욱!

‘그것’은 순식간에 쎄실의 몸을 찢어버린다.
사막은, 피로물든다.

“쎄실───!!!”

새하얀 머리카락.
곱디고운 피부가 피에 젖어 사막에 흩날려간다. 복숭아빛 살갗은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워───뭐야? 저녀석은 도대체 뭐야? 인간? 짐승? 짐승이라기보다는 너무나도 지능적으로 발달되있는 팔과 다리. 그리고 확실하게 길러져있는 검은 머리카락. 이목구비가 뚜렷한 그 얼굴은…피로 물들여져 있었다.

“카악, 카아아아아악───!!”

‘그것’은 ‘울부짖었다.’
나를 경계하는듯한 ‘그것’의 행동에는, 나 역시 경계하며 뒷걸음질 칠수밖에 없었다. 그걸로 안심한것일까, ‘그것’은 아무 천천히…쎄실의 시체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쩌어어어어어억──

숨을 삼킨다. 온몸이 떨린다. 이때가지 맛보지 못한 지옥의 공포는 바로 눈앞에 있었다. 눈앞에 있는 ‘그것’은…

쎄실의 어린 시체를 씹어먹고 있었다.


놀라움의 극치.
저것은 인간이 아니다. 인간은 저런짓을 하지 않는다. 저것은 짐승, 아아──. 미쳐버린 짐승이다.
그래. 이 사막에 살아남은자는……나밖에 없다.







공중을 날아서 온 발레리는 밤의 거리에 가뿐히 착륙한다. 신고있는 부츠의 힐은 지면에 닿자마자 기묘한 소리를내며 불꽃의 튀긴다. 왠지 정거장의 비행기를 보는듯한 느낌.
그리고 눈앞은…낯선 집 한채가 있었다.

‘완벽해. 여기야.’

발레리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드디어 찾았다. 그녀석을───, 쎄실리아를 ‘먹은’ 그녀석을!

문을 연다.
문을 열면 그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붉은 사막의 전장에서 본 그녀석을. 눈앞에서 동료를 먹어치운 그녀석을.
그리고 눈앞에 있는건───


그저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있는듯한… 남매로 보이는 두 소년과 소녀만이 있을 뿐이였다. 한가지의 모순이 있다면───

“누, 누구시죠?”

소년의 품안에 안긴 소녀는…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것.

“소년. 묻고싶은게 하나있어.”
“…예?”
“그 아이──것──는 어째서───”

말을 잇는다.

“피투성이지?”

소년의 당황한 기색은 갈데없다. 저것은…그래, 휠체어였다. 분명히 보통의 주민들은 가질수 없는 물건이지. 왜냐하면 저것은, 이 시대에는 있을수 없는 물건…… 마녀가 만들어낸 물건──아이템──이니까!

“다, 당신 누구야!”

소년은 소리친다.
품에 안긴 소녀를 더욱 더 끌어안고서 소리친다. 그래, 소년은 어느정도는 알고있었다. 진실이, 어떤지.

“소년. 다시한번 묻겠어. 그 아이──것──는 왜 피투성이지?”
“누구냐니까!”

마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말한다.

“그럼 내입으로 말할까?”
“그, 그만──”
“몸이 피투성이가 됐다는 것은 누군가를 죽였다거나, 죽임 당했다는 증거야. 그렇지? 하지만 그 소녀는 죽지 않았어. 죽은 기색이 없거든? 죽었다고 해도 제일 유력한 용의자 후보인 너──소년──에게는 흉기따윈 없어. 그러니까 나온 결론은───”
“시끄러워!”

히스테릭한 목소리.

“그 소녀는,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이야.”

알고있어.
소년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것은 입밖으로 그렇게 잘 나오지 않았다. 사랑하는 소녀를… 살인자로 몰고싶지는 않아!

“아니야!”
“현실도피는 거기까지야. 그 소녀를 나에게 넘겨 소년.”
“아니라니까! 안느는 절대로 사람따윈 죽이지 않아!”
“그래?”

발레리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

“그렇다면 그 어설픈 현실도피로…이것도 막아보시지.”

마녀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튕겨짐과 동시에 마녀의 주위에는 세덩어리의 불꽃이 일렁거린다. 그리고 이내 그 불꽃은.

“대기, 사격──”

붉은 마녀는.
그녀만의 영창을 읊조린다.

“격멸(擊滅)!”

세덩어리의 불꽃은 동시에 소년을 향해 날아간다. 소년은 도망치지 못한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휠체어는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은, 날지도 못하고 타 죽을뿐───

“안돼, 안돼!!”

소년의 절규는 한 방을 뒤덮는다.
하지만, 불타버린것은 소년이 아니였다.


“──안느!”

품에안겨있던 소녀는…짐승과같이 폴짝 뛰어올라 세덩어리의 불꽃을 모두 막아냈다. 아니, 막아낸것이지…데미지는 확실하다.

“안느, 안느!”
“끄으……”

그 신음소리는.
그때와도 같은 신음소리였다.

“물러서, 소년. 그녀석은 인간이 아니야.”
“안돼! 안느를 놔줘, 제발. 안느는 아무 잘못도 없어!”
“죽이는게 잘못이야. 그리고, 그 시체를 먹는것도 잘못이야.”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게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이였다. 하지만, 그도 충분히는 알고있었겠지. 소녀가…사람을 죽이는것도 모자라 그 시체를 먹어치운다는 것 정도는.

“ ‘인육을 먹는 마녀’, ‘프릴리 노인빌’. 그때 확실히 죽였을텐데…이렇게 살아있는 것을 보면 분명 그때 쎄실을 먹어치워서 ‘무한전생’의 방법을 알아냈나 보군.”

소녀의 몸이 조금씩 일어난다. 그 살기는 그때의 전쟁과도 같다. 온몸이 떨리는듯한 살기. 하지만, 그정도로 겁먹지는 않는다!

“죽기전, 어느 어린 소녀에게 저주를 건 뒤 자신의 본체가 파괴되면 저주를 건 소녀에게 자신의 영혼을 이식하게 만드는 주술이로군. 그 주술은 네것이 아니야. 네가 그때 먹은 쎄실의 주술이였지!”

아까의 마법을 재시전.
다섯개가 된 불덩어리는 이젠 완벽히 눈앞의 ‘마녀’를 죽이길 위해 달린다!

“네녀석은, 이 세계에 존재할 필요가 없어!”

불꽃이 달린다.
녀석은 피하겠지. 하지만 녀석이 피하게되면 등 뒤에있는 소년에게 피해가 가게된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수 없어. 이것은 전쟁, 누군가가 휘말려 죽는다해도 불평하나 할 수 없는 전장이란 말이야!!

콰앙-!!

“캬아아아아악──!”

인간의것이 아닌 비명소리가 온 방안에 울려퍼진다. 녀석은 피할거라고 생각했다. 재빠른 몸을 이용해, 느리게 다가오는 불꽃을 피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피하지 않았다. 그저, 정면에 서서 등 뒤의 소년을 지키려 했다.

“뭐, 뭐──”

붉음 마녀는 당황했다.

“피하지 않다니…”

계산밖이라는것일까.
붉은 마녀는 아무말없이 적을 노려봤다.

“뭐야. 왜 피하지않는거야!”

의미도 없을텐데, 대답도 돌아오지 않을텐데…그녀는 소리쳤다.

“왜 이제와서 인간따위를 감싸는거야? 우리가 하는건 전쟁이라고! 전쟁을 우습게 보는거야? 쎄실을 먹어치우고 수많은 내 부하들까지 죽인 주제에…이제와서!”
“발레리.”

붉은 마녀의 목소리는.
한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묻혔다.

“전쟁은 끝났어. 그리고 여긴 그때의 전장이 아니야. 거기다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

“난 아직 살아있어.”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로텐부르크의 메이드복을 입은 쎄실은,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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