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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눈이 내리는 마을

2005.12.18 13:38

G.p 조회 수:199

어째서 인지 몰라도 그날은 눈이 내렸다.

일년에 고작 한두번 눈내리고 마는 동네인 이곳이 허리까지 차오를 정도로 눈이
쌓이는 경우가 생길 줄은.

어른 들은 지금 눈을 치우며 길을 만들고 철없는 아이들은 눈이나 가지고 놀다
가 옥상에서 푹신하게 가득 쌓인 눈밭으로 뛰어 내린다.
그러다 코피가 나거나 코가 부러지고 남의집 지붕으로 뛰어들어 지붕이 뚫리는
여러가지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런거 상관 없이 또 뛰어 들기에 바쁘다.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다.
새하얀 눈에 머리가 완전히 덥혔지만 그래도 길을 만들어 가는 어른들. 그리고
그 길위에서 놀기에 정신 없는 아이들이 이상할 정도로 위화감이 느껴지는 그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체 길을 만들기만 급급했다.

"폭설이네요."
"어."

무뚝뚝한 대답에 나는 그만 얼이 빠졌지만 그들은 그런것과는 상관 없이 계속
길을 만든다.

"계속 이렇게 눈이 내리고 있는데 길을 만들어 봐야 무의미 해 보이는데."
"그렇군."
"그러지 말고 안에 들어가서 몸좀 녹였다가 눈이 그치면 하는게 어때? 이대로는
끝이 없잖아."

그들은 내말따위는 한쪽귀로 흘리는지 그저 눈을 파내기만 했다.
그들의 나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나는 화가 가서 그만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전국에 이례적인 폭설이 내리고 있는 지금….-
아침의 뉴스를 보며 귤을 까먹고 있는 나는 어제와 같은 뉴스를 그저 무표정으
로 뉴스를 응시했다. 위성 사진으로 보이는 지구 전채의 백화.
모든 지구에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
기온의 변화가 일어난것도 아니고 그저 눈이 내린다.
기온과 상관 업싱 더운 곳은 뜨거운 눈이, 차가운 곳은 추운 눈이 내리고 있다는
뉴스는 나에게 정말 충격 적이었다.

나는 잠옷 바람으로 밖으로 나가서 아직도 눈을 파고 있는 어른들에게 외쳤다.

"이봐! 세계 곳곳에 눈이 내린데! 아프리카도 호주의 사막도! 전부 내리고 있어!
말도 안되는 기상 현상이야!"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마치 뭔가 동물원의 원숭이라도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는 안내렸는가?"

뭐?!
나는 그말에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언제는 안내렸는가 라는 것은 전부터 내리고 있었다는 거다.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언제부터 이런 변화가 있었는
지 전혀 알아 차릴수 없었다.
나는 내 친구를 찾아 갔다. 그놈은 여러가지로 현명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마을
에서 문제가 생기면 모두 그에게 찾아 갔었다.

"새로운 도화지가 그려지고 있는 거야."
"그건또 무슨 뜬금 없는 소리야?"
"밖에서 온 너는 모르겠지만 곧 알게 될거야. 어른들은 지금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만들고 있는 거고 아이들은 그 어른이 만들어준 길로 앞으로 나아
가고 있는 거지."
"나아 간다해도 고작 옆에 있는 그 작은 언덕 까지밖에 안가잖아 이동네 아이들
은."

그 친구의 정말이지 뜬금없는 소리에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
다. 돌아오는 길에 오늘은 왠일인지 아이들이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지만
그것과는 별계로 어른들은 여전히 눈이나 파고 있으니 그냥 와버렸다.
몇일째 그저 눈만 파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미련스러웠다.

"눈같은건 다 내린후에 파도 되잖아."



다음날


아침이 조용 하다.
눈을 파는 그 어른들도 보이지 않고. 이시간 쯤이면 학교에 안간다고 늘어지며
한편으론 놀고 있어야할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야 포기 했나보네. 미련하게 시리."

나는 혼잣말을 중얼 거리며 마을의 슈퍼로 향했다.
하나밖에 없는 마을의 식료품 점이니 사람들이 대부분 그곳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곳에서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는 이상황을 저주했다.

어른들이 모두 그곳에서 장례식을 치루고 있었다. 상복을 입은 사람들은 한번도
본적없는 사람들이었다. 아마 친척이겠지.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 관에 들어가 깨어나지 않을 잠을 자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어재만 해도 밤중에 와서 혼자사는 나를 챙겨운 아줌마도 지금은 저 관들의 행
렬에 들어가 있다.

"아! 아저씨 오셨어요."

코뼈가 부러졌는지 코에 무언가 보정물이 달려있는 20대 중후반의 남자가 나를
맏이 한다.

"누… 누구?"

  3일전 눈에서 뛰어내리다 우리집 창고천장에 구멍낸놈과 닮은 그는 어디서 다
쳤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뛰어 내린 놈과 같이 코가 다쳐있다.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아저씨 접니다 저."

나는 그제서야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 볼수 있었다. 지금 이 장례식에 참여한 사
람들 모두 그 아이들이었다.
하나같이 전부 갑자기 모습이 변했지만 나는 알수 있는것 같았다.

"왔군 자네."

어재 그 친구다.

"잠깐 따라오겠나?"

그는 나를 이끌어 옆에 있는 언덕으로 걸어갔다. 언덕의 가장 높은곳에서 그는
나에게 마을의 모습을 보여줬다.

"도화지…."
"자네는 외부인 이니 모르겠지만 이 마을은 오레전부터 이레 왔어."
"아이들이 하루사이에 어른이 되고 어른은 그 아이들의 길을 만들어 온건가."
"그렇지."
"납득이 안가."

나의 말에 그친구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말했다.

"어른이 아이들이 갈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것은 당연해."
"그야 그렇지만 하룻사이에 모든게 변하다니."

그는 자신의 머리에 있는 모자를 벗고 자신의 얼굴을 내개 보여주었다.

"무엇이 이해되지 않는 건가? 이 세상이 변해가는 것은 당연하잖아."
"그게 너무 빠르잖아!"
"어째서?"
"뭐?"
"어째서 이게 빠르다고 생각 하는 건가 자네는? 시간의 흐름에 기준은 없어."

모자를 벗고 오렌만에 보여준 그의 얼굴은 내가 알던 그의 얼굴이 아니였다.
쭈글쭈글해진 피부와 주금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늙은이가 있었다.

"세상에 기준이란 무의미 한거야. 기준은 필요 없어. 하지만 해야 할일은 우리에
게 있어."

나는 그의 눈을 재대로 바라볼수 없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변화 시키고 살아가게 하는지 알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의 길을 만들어 주는것. 그것이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의 전부다."

나는 그날 부터 그들의 미련함을 욕한것을 후회하였다.
그들이 할수 있는 일은 적어도 지금 당장 해야 할일은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가
자신들의 장례식을 치룰수 있게 길을 만들어 주는게 전부 였다.
살날이 얼마 안남은 그들에게 그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었다. 내말대로 눈이 그
칠 시간까지 기다릴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후 그 마을을 떠났다.
그아이들은… 아니 그들은 내가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다.
무언가 잘못된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는 나는…

나의 시간이 맞는 곳을 찾아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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