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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雜談. 테라스

2005.10.24 19:04

Lunate_S 조회 수:285

 모두가 바보라고 부르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가 정말로 바보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모든 사물을 파악하는데 남들보다 뒤떨어지고 느린 이 사내에게 모두들 바보라고 불러다. 물론 정말 어리 숙한 면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언제부터 이 마을에서 살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을 노인들의 따르면 그는 처음부터 이 마을에 살고 있던 건 아니라고 했다. 외부에서 온 이방인이었지만 원래 마을 사람인 듯 그 마을에서 그는 계속 살고 있었다.

 그는 수도에서 떨어져 나온 한 노귀족의 저택에서 정원사로 일했다. 그는 사람들과 거의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전부 벙어리인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몇몇 아이들이 그가 꽃과 나무에게 무언가 말하는 장면을 보았고, 그 얘기를 들은 마을 아이들의 부모들은 그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고, 그를 나병癩病든 사람 대하듯 아이들을 가르쳤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어기고 그를 몰래 지켜보다가 어른들에게 혼쭐이 나곤 했다. 그는 마을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는 계속하여 꽃과 나무와 그리고 동물과 대화했고, 밤이면 밖으로 나가서 무언가를 캐오곤 했다.
 하루하루가 천천히 지나갔다. 하루가 천천히 흘러도, 시간이란 빠르게 흐르는 법. 시간이 흘러 정원의 주인인 귀족마저 그를 의식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는 처음부터 마을에 없었던 듯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아무도 그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고, 사라진 뒤에도 사람들은 그가 사라졌는지조차 몰랐다. 그래도 그가 사라졌다는 것을 눈치 챈 사람들은 그가 떠난 것에 더러는 안도감을 느낀 듯 했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정원의 주인은 이미 여러 번 바뀌었고, 마을엔 예전에 살던 사람들이 조금,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 때, 바보는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가 나타는 것을 알아챈 마을 사람 누구도 그가 과거 어른들이 이야기하던 그 바보가 아니라 그의 손자 아니면 증손자뻘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진짜고 가짜고를 떠나서 그는 주인이 바뀐 정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가 다시 정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말을 할줄 모른다는 것을, 더 정확히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군다나 밤마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목격한 마을 주민은 한두 명이 아니었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엔 의심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의심스런 나날이 계속되자 주민들의 투덜거림이 많아졌고, 성격이 불같은 사람들은 그를 찾아가서 그가 뭘 하는지 직접 확인하자고 소리쳤다. 결국 그의 정체를 알아보자며 사람들은 그의 거처로 찾아갔다. 그는 자신이 잡히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마을 사람들에게 잡혔다. 사람들을 그를 광장에 있는 과거에 바보를 기억하는 마을 노인에게 데려갔다. 노인은 ‘이자는 예전에 그야!’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마음속에 두려움이 번져 그를 놓아주었다.
 하지만 그 후, 두려움은 점차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고 그것은 사람들의 불만으로 표출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마법사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고, 그를 화형에 처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그를 화형에 처해 죽이자고 결정이 된 날, 마을 사람들은 그의 거처로 몰려갔다. 하지만 그의 거처에는 그가 없었고, 두려움에 노예가 되어 광포해진 마을 사람들은 그의 거처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 때, 그가 집으로 들어왔고 분노한 사람들에 의해 그는 사지가 뜯겨지고 찢겼다. 제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그에게서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고 악마에게 피를, 영혼을 빨린 것이라며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무언가가 굴러 나왔고, 그것은 머리였다. 모두가 흠칫 놀라고 있을 때, 그의 머리로 보이는 그것이 입을 열었다.
 ‘형태가 없는 형상은 언제나 경외에 대상이기에 믿어지지만, 형태가 있는 형상은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기에 찢기고 죽임을 당한다네.’

 갑작스런 그의 소름끼치는…, 그리고 마음속의 퍼져가는 아름다운 선율에 사람들은 적잖이 당황했고, 오싹하면서 소름끼쳐하고 있을 때,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인형은 인형人形이기에 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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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엔딩의 대한 설명.

 ‘형태가 없는 형상은 언제나 경외에 대상이기에 믿어지지만, 형태가 있는 형상은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기에 찢기고 죽임을 당한다네.’

 여기서 형태가 없는 형상은 악마나 신과 같은 어떠한 정신적인 절대적 존재들이기 때문에, 경외의 대상.
 반면, 형태가 있다고 하는 형상은 인간을 포함한 존재하고 보이는 모든 생명체. 그렇기에 서로 두려워하고 죽이는 대상.
 마지막의 그가 말하는 '인형은 인형人形이기에 죽지 않아.’의 뜻은 말 그대로 생명체가 아니면서 '존재'하는,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형태가 없는 형상이면서, 형태가 있는 형상처럼 존재하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정이랄까요.

 사실 엔딩엔 두 가지 모드가 있었습니다만, 이쪽이 더 내 취향인지라…. *-_-*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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