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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雜談. 하늘

2005.10.15 23:22

Lunate_S 조회 수:336

 그곳은 잊혀진 섬, 잊혀진 자들의 섬. 그들은 잊혀진 자.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라곤 잊혀졌다는 증표. 지도에는 없는 곳. 거대한 세상의 끝에 존재하지만 존재감 없는 곳. 푸르름 가득한 바다의 검은색 이명耳鳴. 빛은 있지만 태양이 뜨지 않는 곳.
 섬은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잊혀진 그들에게 존재하다란 말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흡사, 어두운 심연 속에서 빛을 갈망하며 길을 찾는 사람처럼.
 어두운 그늘에서 그들은 존재하는가.

 빛과 어둠의 부조리가 스쳐 지나던 어느 날, 소녀는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듯이 존재하고 있었다. 소녀는 섬을 보았다. 그리고 불러 보았다. 소리의 파동이 미세한 울림을 만들며 점차 나아가 그들에게 닫았다. 섬들. 그들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 때, 소녀는 이미 빙긋이 웃으며 말을 걸고 있었다.
 “안녕. 너희들 이름이 뭐니?”
 “…우리에게 남겨진 이름 같은 건 없어. 우리는 누군가에게…, 아니… 모두에게 잊혀져버린 섬…일 뿐인걸. 설사 우리가 잊혀지지 않았다 해도 불릴 이름 같은 건 없어졌어.” 섬은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후에 소녀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고민하는 듯 보이는 소녀의 얼굴도 잠시, 그녀는 하늘과 섬을 번갈아 보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무언가를 창조創造하는 듯한, 마술적인 힘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갑자기 침묵이 깨졌다.
 “모든 이름. 그러니까, 말에는 힘이 있지. …내가 보기에 너희들이 잊혀진 건 그 때문이 아닌가 싶어. 불릴 이름이 없어져서, 없어졌기에 너희는 힘을 잃고, 그 ‘없어졌다’란 말은 힘이 생겨 너희를 옭아매고 있는 것 같아. 한마디로…… 잊혀진 거지. 그래도 자신이 잊혀졌다는 건 과거엔 잊혀지지 않았단 것이고 이름도 있었다는 거잖아? 하지만 이미 과거에 시간으로 남아있을 뿐이고…, 그런 지금의 너희들에겐 이름이란 건 남지 않았지.”
 섬은 정곡을 찔린 듯, 힘들게 미소 지었다. 우울하면서도 피곤해 보이는 자신들의 미소로 인해 그들은 점차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소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너희에게, 설사 그것이 과거였든 간에, 한줄기의 믿음이란 것은 존재하고 있니?”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그들의 가슴을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섬은 작지만 용기 있게, 그리고 뚜렷하게 대답했다.
 “……분명… 우리에게 믿음이란 건 남아있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자신의 의지意志를 잃고 싶지 않아. 자신에 대한 귀중한 의지 말이야. 그리고… 그렇기에, 포기하곤 싶지 않아.”

 그 순간…, 소녀는 그 대답을 기다린 듯 대답했다.
 “…저기, 이름은 없지만… 긍지 있는, 마음속 불꽃을 태우고 있는 섬아. 내가 너희를 불러 봐도 되겠니?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이름으로.” 상쾌한 연풍軟風이 일어나 섬을 스치고 지나는 듯 했다. 그들의 피로한 웃음을 날려버리는 듯 했다.
 
 섬은 아주 잠시 망설였지만 곧 대답했다.
 “당신…. 당신의 이름은…?”
 소녀는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그리곤 대답했다.
 “내 이름은 시엘Ciel. 시엘 이라고 해.”
 
 그들에게… 그들을 위해, 위에 펼쳐진 창공, 하늘Ciel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소녀는 모두에게 어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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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이곳저곳에 끄적이는 단편 시리즈랄까…. 말 그대로 무의미한 잡담을 중얼거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새로운 곳에 올릴 때마다 리파인 되어지는 이상한 녀석들입니다아──.

 뭐, 저기 나오는 시엘 군은 월희의 시에루가 아니란 점을 명시하는 바………. [퍽!]

 써놓은 것도 별로 없는데다가, 학업도 겹치고, 추가타로 팬 픽까지 쓰는 처지라(지금은 중단이지만), 가끔씩 휙 던지고 사라져야겠습니다. [...]

 P.S : 보편적인 단어임에도 한자를 옆에 붙여 논 것은 그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나 또는, 무언가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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