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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키다리 오빠 - 우산

2005.04.30 18:33

T.S Akai 조회 수:185













안녕하세요.
저는 우산이라고 합니다.아니,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말아주세요.이레뵈도 생긴거는 평범한 우산이에요.[땀땀땀]
말하는게 우산이 평범한 우산이냐구요?그러니까 말했잖아요.'생긴거'는 평범한 우산이라고.뭐,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어떻게 말을 할수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걱정말아요.지금부터 제가 말을 거는 사람들은 당신들이지,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이 사람들에게는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답니다.제 목소리는 오로지 당신들에게만 들리지요.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이 이야기는 약 3년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눈을 떴을때에는 이미 상자 안에 수많은 다른 우산들과 함께 팔리기를 기다리며 누워있었답니다.주위를 둘러보니, 시내였어요.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내.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도로의 한복판, 저를 팔려고 가지고 온 할아버지는 조용히 앉아있기만 하였습니다.

할아버지는 굉장히 좋은 분인것 같아요.비도 오지 않는데 우산을 팔러나온 할아버지는 손님이 없어도 싱글 벙글 하고 웃으며 시내의 거리를 내다보고 계셨죠.그런건 조용히 중얼거리셨어요.


「오겠군...」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하늘 저 멀리 새카맣고 커다란 구름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건, 역시 그것일까요?



툭.

하고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역시, 새카만 구름은 머리위를 뒤덮었고, 조그만한 물방울을 서서히 떨구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이건 시작일뿐, 이내 물방울은 굵은 빗방울이 되어 대지를 적셔가고 있었습니다.시내의 사람들이 뛰어갑니다.빗방울로 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그와 그녀들은 뛰고, 빗방울을 피할곳을 찾습니다.그리고 몇몇의 지갑이 두둑한 사람들은 우산을 찾겠지요.

그 우산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는 할아버지가 파는 우산을 사러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만, 왠지 그와 그녀들은 저를 집어가지 않았지요.

하나, 둘.
우산들이 팔려 나갑니다.그 상황에서도 할아버지는 언제나 미소를 잊지 않고 묵묵히 비가오는 시내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비는 전번보다 훨씬 더 굵어졌고, 검은 먹구름은 하늘은 완전히 뒤덮어 버렸습니다.그런 와중에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웃고 있었습니다.슬슬 다른 우산들은 모두 팔려나갔고, 저는 옛날 구식 우산이나 디자인이 안좋은 우산들과 함께 있게 되었지요.

이레뵈도 3단 우산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동안, 할아버지는 저를 들어올리시고는 활짝, 하늘을 향해 제 어깨를 펴 주셨습니다.제 어깨에 수많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제 손잡이에는 할아버지의 쭈글쭈글한 손길이 닿아 있었습니다.
조금은 추웠습니다.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아보는 비처럼, 떨어지는 여름비는 굉장히 차가웠습니다.

그렇게 온몸을 부르르 떨고있을때, 그사람들이 왔습니다.


「와아, 비 많이 온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을때, 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확실히, 그곳에는 소녀가 있었습니다.이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검은 세라복은 소매가 짧아 확실히 하복처럼 보였고, 빗방울에 젖은 흑발인 머리카락은 짧게 밑으로 삐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하얀 피부는 정말로 빗방울이 흐르기에는 딱 기분좋은 피부로써, 너무나도 청순해 보였습니다.


「으음...」


조그만한 신음소리가 들린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소녀와는 대비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그 역시 교복의 하복을 입고 있었으며, 안경에는 수많은 빗방울들이 맺혀져 있었습니다.여기저기 다 젖어버린 소년은 조심히 말했습니다.


「우산 하나만 주세요.」


소년의 말투는 굉장히 성의 없었습니다.하지만 왠지 이 상황을 즐기는듯 해 보였습니다.그의 눈동자는 굉장히 즐거워 보였습니다.감정이 얼굴에 잘 표현되지 않는듯한 성격인것 같지만, 그 눈동자는 진실이였습니다.
소년의 말에 할아버지는 그저 웃으면서 소년을 올려다 보고 있을 뿐이였습니다.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빗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을 깬건 할아버지였습니다.


「여깄다.」


즐거운듯한 말투로.
할아버지는 제 손잡이를 들고있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예...?」

「너희들한테는 이게 제일 잘 어울려.공짜로 주는거니 그냥 가져가.」

「예?아, 아니.그래도...」

「괜찮아.」


할아버지는 쭈글쭈글 해져버린 손으로 소년의 손을 잡고서는, 제 손잡이를 소년의 손에 꼭 쥐어주셨습니다.곁에 있는 소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두사람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따뜻한 손이 제 손잡이에 닿았습니다.
비는 아직도 오고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말투로 말하는 소년.
그리고 소년과 소녀는 제 어깨 아래로 나란히 걷길 시작했습니다.할아버지의 모습이 멀어집니다.할아버지는 천천히 손을 흔들어, 우리를 떠나 보내고 있었습니다.그런데, 그 주름살 진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왠지 나를 보고있다는것 같은 느낌은 기분탓일까요?

전 그렇게.

이 두사람의 비를 막아주게 되었습니다.






「자.」


소녀의 집 앞인듯한 곳에서 소년은 저를 다시 접고서는 소녀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아무레도 소년이 소녀의 집까지 바레다준 것이겠지요.


「응?왜?」


소녀가 대답했습니다.


「너 해.」


그 대답역시 굉장히 성의없어 보였지만,
나름대로의 배려가 깃들여져 보였습니다.
소년은 말을 이었습니다.


「나보단 네가 더 잘 어울려.」


어디선가 들은듯한 그 대사는 소녀가 저를 받기에는 충분했고, 소녀는 수줍은듯한 목소리로 '고마워'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소년의 손에서 떠나 소녀의 손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요 3년동안 소녀는 저를 굉장히 잘해주었습니다.
비가오면 언제나 저를 쓰고갔고, 소년과의 데이트 날에도 언제나 둘이서 함께 저를 써주었지요.제 어깨사 몇번이고 젖어도, 전 행복했어요.제가 비를 막아줄수 있는 이 두사람은, 정말로 아름다워 보이는.정말로 행복한 두사람이였으니까.



하지만.



「우리 헤어지자.」


그곳은 카페였습니다.소녀는 아직 펴지않은 저를 두손으로 꼬옥 쥐고 있었습니다.소녀의 눈동자는 자신이 없어 보였습니다.왠지 슬퍼보였습니다.그녀의 집에 있자면,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도 몇번 보기도 했지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이런모습을 보이는건 왠지 처음인듯 보였습니다.

그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뭐라고 말했지만, 제 귀에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알수 있습니다.그것이 굉장히 놀라운 말이라는것을.그것은 굉장히 갑작스러운 말이라는 것을.소년의 얼굴은 일체의 변화도 없었습니다.그저 그렇다는 듯이, 소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난 알수 있습니다.
그는 지금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엄청나게 놀라 있다는 것을.소녀가 뭐라고 말했을때, 그의 눈동자는 흠칫, 하고 놀랐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부정하는듯 보였지만, 이내 납득해 버린듯.소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의 카운터로 걸어가며 말했습니다.


「아아, 그래?」


그 목소리는.
정말로 메말라 있었습니다.

딸랑 딸랑.

카페의 입구에 달린 종소리가 울리고, 소년은 카페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은 비가 오고 있을텐데....





소녀는 울것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참고 있었습니다.

왜일까요?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슬프게 한건가요?


전 알수없습니다.
그녀가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니까, 전 알수 없습니다.하지만 저 역시, 이런 현실이 밉습니다.울것같은 그녀.이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니까.이건 꿈이 아니니까...




딸랑 딸랑.

소녀 역시 카페를 나섰습니다.밖은 무수히 많은 빗줄기가 내려오고 있었습니다.그때와도 같은 빗줄기가.하지만, 그때보다 더욱 더 차가운 빗줄기가.무수히, 무수한 빗방울이.

소녀는 천천히 저를 폈습니다.

그러고는 걸었습니다.


소녀는 뭐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슬픈듯이, 뭐라고 자꾸 중얼거렸습니다.



소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고있습니다.



그녀가 슬퍼하고 있다는것을.

그녀가 울고있다는것을.



하지만 전 할수 없습니다.

전 평범한 우산이니까요.


그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를 막아줄뿐.



이 어깨는.




그녀의 마음속에 흐르는 빗줄기를 막아줄수가 없습니다.









3년이란 것은 그렇게 짧은 시간이 아닐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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