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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욱…」

헛구역질.
이것으로 몇번째인지 모른다.이유는 알수 없음.부엌의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시간가기만을 기다릴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헛구역질로 인하여 가만히 있을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아아, 지금은 클라우스씨도 없고……」

헛구역질을 너무 해서 그런가,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다.아무렇게나 테이블에 엎드려 눈을 감고 쉬어보지만, 이것도 전혀 소용없다.클라우스씨라도 있으면 약이라도 만들어 줄텐데…아깝다.

「이럴때는 핫쵸코라도…」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나 선반을 뒤적거렸지만, 없다.그러고보니 어제밤에 모두 마셔버렸지.사올려면 빨라도 오늘 저녁, 또는 내일 저녁이다.
…큰일이다.핫쵸코가 없다니.내 생애 유일한 낙인 핫쵸코가…

「이렇게 된 바에는!」

진통제라도 찾지 않으면 안된다.이대로라면 정말로 상태가 악화될지도 모른다.슬슬 감기기운도 있는듯 하고…

클라우스씨는 오늘도 역시 왕진갔다.가끔 가지고 오는 날짜지난 소식지를 들여다 보니, 아무레도 다른 마을은 전염병에 휩싸였나 보다.예상으로는 이 마을도 곧 덮칠거라고 하지만, 클라우스씨는 ‘엘자가 나가지만 않으면 괜찮아!’라고 말했으니까.그다지 전염병이 위험한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현재, 두통이 조금 있다는 것 뿐인가.

「몸이 요즘 많이 쇠약해졌나봐…」

아니, 원래부터 그다지 건강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렇게나 중얼거리며 선반을 뒤적거렸지만, 약 같은 물건은 나오지 않았다.그렇다면 이 집에 유일하게 있는 방, 내 방과 그사람의 방.내 방에 약이 있을리는 없고, 부엌에 약이 없다면.다음은 그사람의 방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들어가도 될까?

아직 한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그사람의 방.뭔가, 생각만 해도 약품냄새가 진동할듯한 느낌이였다.
이제까지 내방, 그리고 부엌.그리고 자칭 자신의 ‘심상세계’라고 하는 여러 풍경의 ‘옥상’을 돌아다녔다.뭐, 그 ‘심상세계’라는 곳중 건물이 무수히 서있는 마을의 한 건물 옥상이라던가,
바다 위에 떠있는 범선도 있었다.굉장히 재밌는 풍경들.이건 분명히 집안에만 5년동안 틀어박혀 있던 나에 대한 배려겠지.
하지만 배려는 배려고 이것은 이거다.슬슬 머리가 아프다.뭔가 약이라도 찾지 않으면…

이라고 생각하며, 그사람의 방문앞에 우뚝, 하고 서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잘못됬다.마음대로 그사람의 방을 들여볼수도 없는 노릇.그리고 머리가 조금 아프다는 이유로 그의 방을 마음대로 엿볼수도 없다.

「하아…」

한숨을 푸욱, 내쉬며 등을 돌렸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쿵쿵.

소리가 들린다.
등 뒤에있는 방문 너머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쿵쿵.

무슨 일일까.
방문을 돌아보자, 그 소리는 분명히 클라우스씨의 방문 저 너머에서 들리고 있었다.

틀림없다.쿵쿵거리는 소리는 저 안에서 들리고 있다.

「누구라도 있나?」

그렇게 말하며 방문의 손잡이를 잡는다.아니, 이러면 안된다.왠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이 방문을 열면, 분명히 안좋은 일이…

생각은 그렇게 하고 있었어도, 몸은 이 생각을 따라주지 않았다.



「저기, 의사양반.」
「에…네?」
「저기, 주사 놓는다며?언제 놓아줄거야?」
「죄, 죄송해요.잠시만 기달려주세요.」

왜이러는걸까.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시야가 자꾸 일그러진다.왜곡되어 비틀어지는듯한 느낌.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느낌은 분명히 신선했지만, 한 사람의 목숨을 쥐고있는 의사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일수 밖에 없었다.
눈앞에 침대에 누워있는 사내는 한쪽 팔을 걷어붙이고 내가 주사를 놓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느낌은 분명히 신선하지만, 도저히 좋은 예감은 아니다.

「젠장……」

주사기를 쥔 오른손이 무섭도록 떨리고 있었다.




끼익.
낡은 나무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안을 들어볼수 있을 정도로만 문을 연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모습은 암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이였다.하지만, ‘쿵쿵’이라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침을 삼킨다.왠지 모르게 꿀꺽, 이라는 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숨쉬는것을 느끼지 못한다.심장은 몇번이고 뛰고있다.그리고 가녀린 손은, 수도없이 떨리고 있었다.

「여, 여기까지만…」

달콤한 냄새가 풍겼다.머릿속에 안개가 낀것 같은 느낌, 판단력이 흐려지고.눈은 멍하니 그 어둠만을 보고 있었다.심장은 전보다 더 날뛰고 있었고, 목구멍에서 흘러 나오는 숨소리는 더욱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어둠이 나를 유혹한다.그리고 손끝이 문틈을 잡고, 방문을 완전히 열었을 때.

그곳에는 환하게 비치는 빛이, 내 시선을 덮쳤다.




「다녀왔어.」

현관문을 열엉 젖히고 부엌을 둘러보았다.아무도 없는 부엌, 방에서 자고있나…라고 생각하며 한걸음 내디뎠을 때, 집안에 알수없는 냄새를 발견했다.

「마리.」
-무슨일이신지, 클라우스.
「집안의 정보가 바뀐 것 같은데.무슨일 있어?」
-그건, 아무레도 엘자라는 여자아이가 당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그런 것 같군요.
「뭣?」

내 귀를 의심했다.녀석이 내 방에 들어갔다니.그곳은 엘자가 들어갈만한 곳이 아니다.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보통의 인간이라면 들어가도 괜찮지만, ‘엘자’라는 도망자가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다.특히, 5년을 더 이 집안에서만 생활한 엘자라며는…

「마리!」
-네.
「엘자가 저 문을 통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할수 있겠어?」
-아무레도, 전(前)발렌타인 공작의 성으로 간 것 같습니다.지금은 샤니백작의 소유로 되어 있지만 말이죠.
「역시…」
-알고있었군요, 당신도.
「그래.엘자가 발렌타인성의 딸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이걸로 확실해졌어.」
-그래서, 가실건가여?클라우스?

의료기구를 담은 가방을 테이블에 놓고서 새하얀 의사가운의 옷매무새를 다시 잡는다.그리고 집의 정령을 향해 말한다.

「이대로는 엘자가 위험해.발렌타인성은 수도인 ‘쟌’과 너무 가까이 있어.이러다간 엘자가 국왕에게 붙잡혀!」
-아뇨,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클라우스.

정령은 말했다.

-그녀는 이미 붙잡혔거든요.





「아, 으…」

아직도 눈이 부시다.이곳은 어디일까?아무리 생각해봐도 손으로 느껴지는 이 감촉은 잔디 위라는 것을 알수있다.
빛을 너무많이 봐버렸어, 머리가 전보다는 훨씬 아파오는 것 같다.
여긴 어디일까, 분명히 집 밖이라는 것을 알수있다.이 손에 만져지는 잔디만으로도 확실해.

클라우스씨는 어디있는 것일까.

「아아…」

조금씩 시야가 되돌아온다.
아무레도 지금은 밤인듯한 느낌.해가 져버려, 어둡다는것이 확실하다.아직 확실히 돌아오지 못한 시야로 주위를 둘러보자, 눈 앞에는…낯익은 커다란 성벽이 있었다.

「성벽…」

그곳은.
발렌타인의 성이였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조용히, 10년을 함께했던 성벽을 쓰다듬는다.
나는 어떻게 이곳에 왔을까.난 분명히 그사람의 방문을 열고, 눈부셔서 눈을 감은 뒤였다.그리고 정신을 잃었고, 일어나 보니 이곳이였다.
어떻게 된것일까.

이것이 마법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하지만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이런것이 마법이라니.아무리 마법으로 만들어진 집이라고 해도, 이렇게 위험한 방이라니…역시, 그사람.부주의한건 여전하다.(나도 마찬가지지만)

성벽을 따라 걷는다.
이곳이 5년동안 그렇게 그리던 바깥세상.그리고, 재회한 세상이 나의 고향.

「보고싶었어, 쭈욱…」

조용히, 성벽에 어깨를 기댄다.하지만 성벽은 그사람의 품과는 달리 굉장히 차가웠다.어렸을때는 그렇게 포근했던 이 벽이…

「거기, 누구냐!?」
「윽…」

생각치 못했다.이렇게 커다란 성이라면, 누군가가 다시 매매해버릴 것을.지금 이 성의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성의 이름은 현재 발렌타인 성이 아니다.다른 누군가의, 성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쓸쓸해졌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횃불을 든 한 경비병과 딱 마주쳐 버렸다.

「어라?어린애잖아?너 요 밑애 마을에 있는 애냐?」
「아, 아뇨.저기……」

변명이 생각안난다.뭐라고 해야할까?이럴때는 그렇다고 해야하나?그렇게 경비병을 눈치를 보며 변명거리를 생각하고 있을 때, 경비병의 등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이내 그 검은 그림자는 경비병의 팔을 구속하고 단검을 들어 그의 목에 대었다.

「움직이면 벤다.소리도 지르지마!」

그사람.
새하얀 의사가운을 입고있는 클라우스씨였다.

「다, 당신!!」
「엘자 이 바보!」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그는 내게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분노’를 보였다.

「그 문을 왜 열었어!?」
「아니, 그게…저기…」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자, 그의 품안에서 바둥거리는 경비병, 이내 곧 그 두꺼운 팔꿈치로 클라우스씨를 밀쳐내고선 칼을 뽑는다.

「너, 너는 뭐냐!?」
「젠장, 귀찮아 졌군…」

그는 단검을 품안에 다시 집어넣고서는, 두 팔의 소매를 걷어 붙혔다.그리고서는 아무런 무기도 없는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그사람.도대체 무슨 생각일까?적어도 단검 정도는 가지고 있는게 몸을 편할텐데?

「그, 그만둬요 클라우스!!당신이 다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내 목소리는 소용없이 무시당했다.맹수같이 검을 들고 달려가는 경비병, 하지만 저 바보 같은 남자는 저 칼을 든 맹수를 맨손으로 상대하려 한다.저 미련한 남자가!

「………」
「이야아아아아아-!!!」

커다란 검을 내려치려는 경비병, 하지만.그사람은 뭐라고 조용히 중얼거린후, 걷어붙힌 오른손을 들어 경비병의 이마를 짚는다.
그러자, 경비병을 힘없이 쓰러진다.

「아…」
「수면주문.이걸로 이 남자는 행동 불능이야.」

그렇게 말하며, 걷어붙힌 소매를 다시 내린다.

「그러고보니, 당신.」

묻는걸 깜빡했다.

「이곳은 어디죠?정말로 발렌타인성이 맞나요?」
「발렌타인성이 맞아.정보상으로 지금은 샤니백작의 소유에 있는듯 하지만.」

조용히 밤의 성벽을 올려다본다.그리고 또 다른 의문점을 제기했다.

「난, 여기에 어떻게 온거죠…?」
「여기는…」

그가 말했다.

「네가 가장 가고싶은 곳이야.」

그 말을 이해하는데 수초가 지났을 때.너무나도 쉽게 납득해버렸다.이사람의 마법 같은 집에 5년동안 있으면서 가장 가고싶었던 장소가 이곳, 발렌타인의 성…

「그 방은, 엘자 네가 열었던 방문의 방은 인간이 가장 가고싶은 곳으로 보내주는 워프포탈 같은 곳이야.그래, 인간의 소망을 순위 메겨지는 것 같아 불쾌하긴 하지만, 어쩔수 없는거지.그렇지 않으면 워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니까.」

그는 말을 이었다.

「이곳은 엘자가 5년동안 그리고 그리던 발렌타인의 성.그리고, 도망자 엘자 드 발렌타인이 다시는 와서는 안되는 곳.」

그 말에 움찔, 하고 놀라버렸다.역시, 들켰다.내가 발렌타인의 이름을 가진 것을.언젠가는 들킬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들키다니…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다.

「엘자, 빨리 돌아가자.목격자가 있을지도 몰라.아직 우리가 사는 마을과 수도는 꽤나 멀리있으니까.지금 가서 짐챙기고 도망치면 베레니스 왕국으로 충분히 도망칠수 있을지도──」

그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때, 등 뒤에서 알수없는 소리가 들려왔다.이것은, 말발굽 소리와 마차 바퀴소리?누군가가 확실히 오고있다.

「숨어, 엘자!」
「이런 너른 초원에 숨을곳 따윈 없다구요!」
「알았으니까 엎드려!」

그렇게 말하며 클라우스씨는 내 어깨를 잡고서는 함께 풀숲 위에 엎드려 누웠다.차가운 풀이 칼날이 되어 살을 긁었지만, 이런것 따위로 일일히 불쾌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장마법을 썼어.그렇게 쉽게는 못찾을거야.」

바로 옆에 내 목을 감싸며 업드려 있는 그가 말했다.
이럴때는 정말로 마법이 편리하구나…새삼 느껴버린듯한 느낌이 들었다.

달려오던 마차는 이내 곧 아무렇게나 잠들어있는 경비병을 발견했고, 마차를 이끌던 마부가 조용히 내려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무엇이냐?」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샤니백작의 성벽 경비병이 졸고 있군요.」

마차 안에 타고있는 남자가 묻자, 마부는 이내 곧 그렇게 대답했다.

「폐하, 이 경비병은 어떻게 할까요?」
「놔두거라.깨어날때가 되면 깨어나겠지.」

폐하?
폐하라면…국왕?샤를로트?샤를로트 11세?아니, 5년전에는 확실히 프랑크 왕국은 샤를로트 11세가 통치했지만, 얼마전의 소식지를 통하여 왕위계승이 바뀌어, 현재는 그의 아들인 샤를로트 12세가 왕국을 통치한다는 소식을 들은적이 있다.그리고, 샤를로트 12세.어릴적 오빠와 나의 소꿉친구, 샤를이라고 불렀던 남자.
그남자는 지금 국왕[King Hades]이 되어 내 눈앞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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