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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miny]

아...

어디서부터 였지
지금은 조용한 병사 숙소

조그마한 우리마을에 들어온 병사가 나를 잡아가기전까지

나는 이런 딱딱한 침대와 짜증날정도로 뻥 뚤린 천막에서 자보진 않았다
푹신한 침대와 조그마한 오두막이 나의 인생의 모든 밤을 지내게 될줄 알았던 나에게
이곳은 지옥이며 지옥에서의 생활이다

전쟁
폭팔하고 죽고 죽이며 전진하고 후퇴하고 명령하며 명령 받는다
나는 누군가의 맨 위의 이익때문에 미끼로 내던져진 병사일뿐

지금은 꿈도 아닌 잠도 아닌 딱딱한 침대떄문에 눈을 감고 생각하고 있지만 해가 밝아오면 나가야한다
아니
폭팔음이 들리면 바로 일어나 뛰쳐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입구쪽에서 부터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발자국 소리는 정확히 내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곤..
딱딱한 금속의 물체가 나를 쿡쿡 찌른다

"일어나 교대시간이다."

"..."
졸린지 졸리지 않은지 모를 눈동자를 비비고는 천하장사도 못이긴다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뚜벅뚜벅 발걸음소리를 내면서 밖으로 나왔다

입구에서 총을 잡고 얼마나 지났을까.
시계를 봤을떈 아직 바꾸려면 멀었다

"부스럭"
저쪽 풀숲에서 소리가 나서 나는 화들짝 놀라 총구를 들어 그쪽으로 향하며 소리쳤다
"누구냐!.. 암호."

"두꺼비.. 두꺼비.."

....
오늘 암호가 뭐였지..
갑자기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맞다.. 오늘밤의 암호는....







[GRAY - 아시냐르.Wr]

"두꺼비 왕자님."

내 생각이 암호의 끝자락을 잡기전에 상대방이 가볍게 암호를 말한다.
이 웃긴 암호는 아마 개구리 왕자님의 패러디 일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유머를 섞어서 암호의 유출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이런식의
웃긴 암호가 매일 매일 쓰인다.
지금 암호는 65번째의 암호였다. 내가 전쟁에 강제 징집 된지
65 일이 지났다는 소리이다.
풀숲에서 나온것은 일단은 동료 중 한 명이었다.
안타깝게도 이름은 외우지 못 했다.
배속 된게 최근이기도 했고,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알아두는게 얼마나 슬픈 것 인지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아..너였냐...?"

긴장감이 풀려서 그런지 목소리에 피곤함의 미립자가 섞였다.
풀숲에서 나온 녀석은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게 해실거리는
낯으로 내앞으로 걸어왔다. 이녀석에 대한 나의 평가는 '붙임성
은 좋지만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 하지만 이런 생각에도
약간의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쟁에 어울리는 인간이 어디있을까..?'
"여어..수고."

그 녀석의 목소리가 사념에 빠진 나의 의식을 꺼내올린다. 잠시
나는 그 녀석을 냉정히 판단해보았다. 지금 시간은 세벽 1시 를
갖 넘긴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 왜 밖에 나와있는거야?"
"아..? 정찰이지.. 나 참, 별걸 묻네."
"그런가.."
"그럼. 수고, 나도 눈좀 붙혀야겠다."

나의 미심쩍은 표정을 어둠속에서도 용케 인식 했는지 급히
말을 자르고 그녀석은 숙소안으로 들어갔다. 뭐 나같은 쫄병
들이 이런것을 미심쩍어 해봤자 상부에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전달 되었다 할지라도 무시 됄테고, 무슨일 이라도 터질까...
일단은 지금의 임무에 충실하자. 나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서
총을 제대로 고쳐 잡았다. 그것이 잘못 됀 판단 임을 모른체...
아마 아직 잠에서 일다나지 못 해서 졸았던지도 몰랐다.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다가 땅이 하얀 빛으로 변했다는 사실과,
그림자가 짙어짐을 발견했다. 갑자기 머리위가 빛으로 둘러
쌓여버렸다.
나는 그것을 일출로 착각해버렸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은..
세차게 불 타오르던 하얀 빛은 머리위 상공을 날아가더니 이내
본부 건물에 갖다박혔다.

-쿠고고고과....

폭음과 함께 붉은 폭염에 버섯모양으로 피어오르며 돌풍이 엄습한다.
동시에 귀를 찢을 듣한 사이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BLACK - -G.p-]

싸이렌이 울려퍼지는 곳에 달려간 나는 그곳의 처참한 광경에 눈을 때지 못했다.
찢어진 살결에 흐날리는 핏자국 죽은자의 눈은 감지 못한체 나를 바라본다.
검개 타버린 그들의 유채속에 아직은 피를 흘리고 있는 시체.
폭팔로 생긴 먼지와 연기는 아직도 내 시아를 가리고 있다.

"으…으웩…."

오바이트 해버렸다.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이런 지저분한 짓을 해버리 다니.
그렇지만 이 정도라면 정말 토할수 밖에 없을 지도.

"…누구?"

그리고 그 폭팔의 지점 한가운 곳에 그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흐이이히히."

천진 난만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웃으면서 시체를 깔아 앉고 있던 그 녀석은 내 쪽으로 다가오면서
내 눈을 바라본다.

"저런 봐 버렸네…."

뭘까. 머리속에서는 별별 생각이 다 난다.
외계인? 특수 병기? 악마? 천사? 초능력자?

어렸을때 본 만화나 공상 잡지들이 머리속을 빙빙 돈다.

"히히…."

그 녀석이 보인다. 먼지와 연기가 사라지고 그녀석의 얼굴이 똑똑히 보인다.
아직은 7살 정도 밖에 안되보이는 아이가 그 중앙에 있었다.
사체의 중앙에서 그 아이가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 연기를 허공으로 뿜어 댄다.

"죽어… 아니면 내가 죽여 줄까?"

그 아이의 한마디에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PURPLE - Notorious G]

시야가 굳는다.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는다.
도망쳐야 하는데 도망칠수 없다.
뭐라고 하는데 들을수도 없다.

살려달라고, 이 '죽는다'는 느낌이 없어질 때까지 빌어야 할 텐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성이, 조각나버릴것만 같다.

무서워서,

여기 있으면 분명히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무섭다 무섭다 무서워서.

본부를 부쉈다. 사람을 죽였다. 응? 저녀석

아까 그녀석이잖아.
이전까지 얘기했는데. 죽었나? 죽었어. 아냐.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거야.
뭐야 저녀석. 웃고있어. 기분나쁘잖아. 아니아니 농담이야 나는
신경쓰지 말고 계속 그녀석 시체위에서 놀아도 돼. 응?

뭐라는거야 저녀석 뭐라고한거야 죽어라니 죽을수있을리가없잖아 제정신이아냐
오. 오지마 오지말라구 내말이 안들려? 너... 손이 빨개 빨가다구 그런손으로
어딜오는거야 오지마 오지말라구 그손치워 토할것같잖...아니아니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촥.

웃는다. 역시나 천진 난만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웃는다.
어이없다. 상황과 인물의 불일치에 너무나도 어의가 없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본부기지를, 눈 깜짝할 사이에 초토화 시킨 '그 녀석의 손'. 그것이 지금은,

나의 배 속에 있다.

손은, 피가 묻어있지 않다.
붉지도 않다.
그것은 이미, 아까 본듯한 흰 빛을,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어라...... 비명을 질러야 할텐데 나오지 않는다.
단지, 내 뱃속에 손을 집어넣은 녀석을, 본다.

웃는다. 역시나 웃고있다. 역시또 천진한 얼굴로.

그제서야, 비명이 나온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젖어 있다.

손이 젖어있다. 다리가 젖어있다. 몸이 젖어있다. 사타구니도 젖었다. 손가락 마디마디 전부 젖어있다.
어라?...이거... 피가, 아냐...

그리고, 단지 웃고만 있던 그 녀석이, 이제와서 무언가 말했다.























"쑈하지 말고 그만 일어나지?"






















나는 그렇게 딱딱한 침대 속에서, 흠뻑 젖은체로, 절대로 기분좋을리 없는 아침을 맞았다.


sketchbook5, 스케치북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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