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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Maid no Maiden#02 - Sin of Valentine

2005.01.24 04:29

T.S Akai 조회 수:195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저, 눈앞의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소녀’를 쫓고있을 뿐이다.거지를 질책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뛰쳐나옴과 동시의 놀람의 비명도.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것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시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코앞에 그 ‘금발’이 보이자, 그녀의 어깨를 잡아 ‘잠시 기달려’ 라는 말을 하려는 손은 그저 허공만을 갈랐다.

쿠당.

무언가와 부딪혔다.
난 넘어지지 않았어도 눈앞의 사람은 넘어진 것 같은 느낌.넘어진 쪽을 내려다보니 이 역시 귀족 아가씨 같은 느낌이다.잘 차려입은 드레스는 시내의 흝탕물에 젖고서 불쾌하다는듯한 표정을 짓는 아가씨──, 그리고.

“크으, 아-, 죄송합니…”
“이자식이!!”

사죄의 말도 끝나지 않은채 아가씨의 호위로 보이는 불량배(대머리고 험상궂어서 아무리 봐도 깡패로밖에 안보인다)에 의해 멱살을 쥐어잡힌다.하지만 그 멱살은 이내.

“그만 두세요.”

──라는.
그 목소리에 놓아졌다.

“쳇, 아가씨!이 거지녀석이 무례없이!”
“시끄럽습니다.한눈을 판 제 잘못도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그쪽분은 괜찮으신가요?”

라며 이쪽을 돌아보았을 때.
묶어 올린 ‘금발’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녀가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분명히, 그리운 그 얼굴이…

“에, 엘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분명히 엘자다.엘자 드 발렌타인.그 얼굴을 잊을수 있을리가 없다.그 목소리를 잊을수 있을리가.
하지만…

그녀는 엘자가 아니다.
내 사랑하는 여동생은 내 손으로 직접 죽였기에.

“아, 아니.죄송합니다, 아가씨.제가 사람을 착각했나 보군요.아아, 그리고 드레스의 세탁비는 어찌 변상해 드려야 할지…보시다 시피 하루하루 살아가는것도 힘든 거지다 보니…”
“세탁비는 괜찮습니다.가까운곳에 마차가 있으니.그리고 제 성도 조금만 가면 있습니다.”

아무리 똑 같은 얼굴과 목소리를 가졌다고 해도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올리는 없을것이다.
분명히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거나 하겠지──, 라고 생각했을 때.그 목소리는.

“발렌타인 성의 공주님이 이곳에는 무슨 일이레…”

분명히 내 정신을 확 깨어주는데에 충분했다.
시장 상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발렌타인…”

조용히 읊조렸다.
그리고 물었다.

“엘자 드 발렌타인…?”
“맞습니다만, 무례하군요.숙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그 목소리는 묘하게 차분했다.
하지만 나는.

“──살아있었구나…”

차분히 있을수 없다.

“나야, 네 오빠라고 엘자!네 오빠 베냐민!베냐민 드 발렌타인!아버지의 이름은 크리스티앙 드 발렌타인이고 어렸을 때부터 여기서 살았잖아!?”

덮수룩한 내 ‘금발’을 보여주며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는.

“다른거는 모르겠군요.분명히 선친께서의 성함은 크리스티앙 드 발렌타인입니다만, 제게 남자형제가 있다는 소리는 못들었습니다.”

라는 말은.
분명히 내 뒤통수를 때리기에는 충분했다.

“그럴리가 없어…엘자!네 오빠 베냐민이야!설마, 그때 그 사건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건…”
“아가씨가 모르겠다잖아?”

어느센가 아가씨를 대변해서 나타난 아까의 불량배는, 어느세 아가씨 앞에서 볼품없는 거지를 지키고 있었다.

“한번만 더 씨불딱 거리면 지하감옥에 썩어 문드러질때까지 가두어 놓을 테니 알아.알겠어?”
“엘자!정말로 날 모르는거야?”
“이자식이!”

내 뺨에 묵직한 남자의 주먹이 작렬한다.
욱씬욱씬 거리는 느낌은 주체할수 없어.분명히 피가 나는 중이겠지.

“한번만 더 씨불딱 거리면 죽인다고 했지!?”
“………”
“베언트, 슬슬 시끄러워 집니다.이만 가도록 하죠.”

구경꾼인 사람들이 우리 주위를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베언트일까, 남자는 예를 갖추고서 금발의 아가씨와 함께 시장의 인파를 뚫고 지나갔다.
폭력을 쓴 남자가 사라지고 볼품없는 거지가 남자, 흥미거리가 없어진 사람들은 이내 곧 자신의 갈길을 걸어갔고, 어느센가 나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원래의 시장길로 변했다.
딱 하나만 빼면.

“이런!리코스트씨!소란이 있길레 와봤더니…”

눈 앞에 있는건 아름다운 미인, 레아·슈나이더씨였다.그녀는 어디선가 꺼낸 손수건으로 그 남자에게 맞은 뺨을 천천히 닦아주고 있었다.

“무슨일이에요?”
“별일 아니에요.아, 그리고 이름은 그냥 민이라고 불러요.어머니도 제가 어릴땐 그렇게 불렀거든요.”
“아, 저도 그냥 레아라 불러도 되요.그러고 보니, 컸을때는 어머니가 풀네임으로 부르셨나 보죠?”

상처를 닦아주는 그녀의 물음에.
난 잠시 대답을 지체할 수밖에 없었다.

“아, 미안해요.안좋은 기억이라도…”
“어머니는 제가 크기 전에 돌아가셨어요.”

내손으로 말이죠, 라는 말은 물론.하고싶지도 않다.

“어쨌든 초라한 모습이네요.근처에 제 별장이 있는데, 그쪽에서 하룻밤이라도 묵으시는건?”

어디서 나타났을까.웨이브진 금발의 미녀.막셀 폰 로텐부르크씨는 앉아서 레아씨의 병간호를 받고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아아, 그 눈은 분명히 귀족 아가씨의 눈이였다.

“사양하겠습니다.보기에는 로텐부르크 아가씨와 레아씨 말고는 베레니스 왕국에서 오신분이 없는듯 한데, 마드모아젤만 있는 별장에 가는 취미는 없다구요.”
“민씨.아가씨가 별장에 초대한다는건 그만큼 민씨에게 호감이 있다는 뜻이에요.관심이 있는 상대와 함께있고 싶은건 인간의 본능이겠죠?거기다가 너무 사양하는것도 실례에요.”
“아…”

솔직히 말하자면 그 언변에 놀랐다랄까나.
분명히 그녀는 오피스 레이디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 내면에 이런 능력이 있었다니…

“하지만, 그래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금발의 아가씨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가 안간다면 강제로라도 끌고가겠다는데요?그래도 안되면 납치해서 지하감옥에 가둬놓고 죽을때까지 노래만 하게 놔둔다고 하는 것 같군요.”
“아, 그, 그런가요…”

웃으면서 그런 말까지 하는 그녀에게 또다시 놀랄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렇게 되서인가.난 로텐부르크의 별장에 끌려가다 시피 초대받았다.





“아가씨, 아까 그 거지.아는 녀석입니까?”
“아뇨, 절대로 모르는 사람입니다.”

베언트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의외였다.그 인간이 아직도 이런 골목길에서 나뒹굴고 있다니.

어머니를 죽이고 나까지 죽이려고 했던 그 살인마가, 아직도 이 거리에 있다니.불쾌해서 견디지 못하는건 어쩔수 없다.

“무슨일인가요 아가씨?표정이 무섭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의 말에 다시 생각을 가다듬는다.
내가 그사람을 모를리 없다.이미, 방금 그와 대치했을때도 난 금방 알수 있었다.그런 금발은, 이 아델라이드 대륙에는 지금 딱 한사람 밖에 없으니까…

내 유일한 혈족, 그리고 나를 죽일려고 했고 어머니를 죽인 원수.베냐민 드 발렌타인.

아니, 그에게 발렌타인의 이름을 주는 것 조차 불쾌하다.같은피가 흐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밤에는 꿈을 꿀때마다 그때의 꿈을 꾸고, 언제나 악몽이 괴롭힌다.

그남자가 내인생을 모두 망쳐놓았어.

그래, 그남자가.
작위를 버리고 도망을 다니는 그 거지녀석이.

난 다르다.
당신 같은 불쾌한 인간이랑은 달라.

난 반드시.

당신에게 천벌을 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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