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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투구벌레 - 1 (비평을 부탁드립니다.)

2005.01.18 08:15

도마뱀 조회 수:249


아직 1 편 밖에 쓰지 못했지만, 어색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십시요. 부탁드립니다.

1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눈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있던 12월의 끝자락에서, 멀리서 보기에도 낡아빠진 코드를 걸친 사람이 오후부터 교문 앞에 서있었다. 스토커다, 정신병자다. 하며 친구들이 수군댔지만, 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하교할 시간이 되도 그가 사라지지 않자 조금 무서워져서, 보통은 혼자 하교하지만 오늘만은 친구들과 같이 가기로 했다. 선생님이나 수위들은 뭘 하는 도대체 뭘 하는 건지.
2.
'오랜만이다'
그가 갑자기 코트라도 열어제칠까 친구 두 명과 고개를 푹 숙이고 교문을 지나치는데, 비껴나갈 틈도 없이 나를 향해서 그의 인사가 날아왔다. 친구들은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더 당황해서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입을 조금 열고 하얀 입김을 내쉬는 그의 얼굴을 보자, 예기치 못한 반가움과 어색함이 동시에 떠올랐다.
3.
난 나중에 설명하겠다며 친구들을 먼저 돌려보내고, 그의 손목을 잡아끌어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다. 여전히 그는 걸음이 느렸고, 잡은 손목에선 나약함이 느껴졌다. 중학교 졸업 직전에 본 살짝 굽은 허리와 움츠려진 어깨, 엉망으로 헝클어진 긴 머리도, 창백한 피부도 여전했다.
4.
그는 별종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친구에게 학교에 이상한 애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자세와 말투가 이상한 아이'라고 떠돌던 소문이 한 학기가 지나도 가라않을 생각을 하지 않자, 나도 궁금함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층도 다르고 그 때의 담임 선생님은 종례도 느려서, 일 학년이 끝나기 전까진 절대로 만나지 못할 것 같아, 점심시간을 틈타 친구와 그를 '구경'하기로 했다. 구경이란 말이 통할 정도로, 학교 내에서 그는 특이한 존재로 통했다.
처음 봤을 때도 머리는 길었다. 눈 아래에 깔린 그림자도 여전했고, 무엇보다 특이했던 건 자세였다. 도를 넘어서 나태하고, 왜소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들어내는, 깡마른 체구를 더욱 작게 만드는 자세를 그는 바꾸지 않았다. 선생님들도 몇 번 주의를 준 모양이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자기 자신만의 균형. 타인의 눈에는 한없이 불안하고 나약하지만, 분명 그에게만은 그 어떤 자세보다 안정되고 평안한 자세다. 그를 처음 본 순간, 머릿속에서 퍼져 오르듯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난 틈이 날 때마다 그를 보러 갔다. 처음엔 친구와 함께 갔지만, 나중엔 친구가 거절하면 언제든 혼자 갈 수 있었다.
처음엔 기괴한 조각상을 구경하는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의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그런 나 자신이 약간 의외였다고 생각하지만, 부정하진 않았다.
5
그리고 이 학기 중반 무렵, '이상한 애'에게 고백한 여학생이 나타났다는 건 교내 전체에 엄청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고집스럽게 중학교 주제에 사회문제 따위만을 다루던 교내 학생 신문의 귀퉁이에도 실릴 정도였으니까, 그게 얼마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내 참, 내가 좋아서 고백했는데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했지만, 솔직히 말해 나 자신도 조금 놀랐다.
6
고백을 받은 그의 표정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놀랐다거나, 의외라는 표정도 아니고, 한쪽 눈을 찌푸린 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건 도대체 뭘까, 이게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라는 표정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이미 관찰 대에 올라간 곤충이었을지도 모른다.
7
그는 그런 표정을 짓다가, 앞에서 초조해 하고 있는 나도, 주위에서 놀라고 있는 클레스 메이트들도 신경도 쓰지 않고 한 오분 정도 생각하는 듯 하더니, '뭐,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바로 그 말이 처음으로 내게 다가온 그의 목소리였다. 소문대로의, 무뚝뚝하고 대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 속의 책을 읽는 말투. 견고하고 의심할 수 없는 말투였다.
8
결국, 우리는 그렇게 사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언제나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나와, 그때까지 나라는 존재를 몰랐던 그가 연인이 되었다. 같은 학년만이 아니라, 전교 전체가 떠들썩했다. 몇몇 선생님은 수업 중 나에게 그게 사실인지를 물어보기까지 했다.
9
본의는 아니지만 전교에 공개적으로 연인이 된 덕에, 나는 쉬는 시간마다 당당히 그를 찾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애들이나 상급생이 복도에서 '또 애인 만나러 가나봐?'라며 아는 체 하는 일이 잦아서 얼마간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놀림이나 따돌림 같은 것이 아니라, 나도 그와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별종과 사귀는 별종. 그렇다고 멀리하거나 뒤에서 수군거리는 일 같은 것 없었다. 아주 대놓고, '어떻게 그런 애랑 사귈 수 있냐?'라고 묻거나 그에 대해서 잡다한 것을 물어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와 사귀는 동안, 난 위생장갑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맨손으로 잡기는 싫으니까, 장갑을 끼고 '징그러운 것'을 만진다. 그것이 그들의 태도 같았다.
10
그리고 이 학년이 끝나갈 무렵, 그가 사라졌다.
그만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의 집도, 부모도, 전부 사라졌다. 선생님들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 했다. 전학 같은 것도 아니고, 그의 모든 것이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그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나조차도 그의 가족관계 같은 것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리고 그는 졸업식에 얼굴을 내비쳤다. 그 사이에 키가 조금 컸고, 머리가 약간 더 길어진 것을 빼면 변한 것은 없었다. 졸업생들은 웅성댔고, 선생님들도 놀란 눈치였다. 학비는 연락이 닿은 먼 친척이 매 학기 내 주었고, 성적은 말도 할 수 없었지만 중학교는 어떻게 졸업 할 수 있었던 듯 했다.
말도 없이 사라진 남자 친구와의 일년만의 재회였지만, 그를 찾아다니며 말만 애인이지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던 난, 그저 처음처럼 그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고, 졸업식은 그 어느 때보다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쓸쓸하게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이 년이 지나간 지금, 그가 돌아온 것이다.
11
'내가 물어볼 게 많다는 건 알지?'
공원 의자에 소복이 쌓인 눈을 털어 내며, 내가 말했다. 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의자에 앉자 엉덩이가 너무 시려, 몸이 부르르 떨렸다. 동복이라고 해도, 교복 치마는 너무 얇다.
그는 앉지 않고 날 바라보고 있다. 이 년 사이에 많이 어른스러워졌다는 느낌으로 그는 키가 훤칠하게 커져있었다. 반면, 그 외에 바뀐 점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우선, 왜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거야? 아무 말도 없이.'
그는 여전히 말 없이 나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표정도, 코트 주머니에 쑤셔 넣은 손도, 일정한 간격으로 내쉬어지는 입김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만은 슬퍼져 있다.
'부모가……'
그가 말끝을 흐렸다. 뭐라고 웅얼거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입도 움직이지 않는 건지, 고개를 숙인 그의 입은 목도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이 멀리 전근이라도 가신 거야?'
하도 답답해서, 내가 물었다.
'죽었다'
그가 고개를 들며 내 뱉은 것은, 무겁고 축축하게 젖은 슬픔이었다. 여전히 그의 말은 응축되고 딱딱했지만, 그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나는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의 눈꺼풀이 조금씩 젖어 가는 것만을 보고 있어야 했다.
12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어색한 바람을 맞으며 서있었다. 도로엔 쉴새없이 차가 움직이고, 집에 돌아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지만, 우리만은 그렇게 긴 시간을 말 없이 흘려보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같은 생각은 이미 떠올릴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아는 위로의 말로는 그를 도울 수 없다는 걸 느꼈다. 삼 년 전 그때 안 것, 나는 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조차 없었던 것. 그리고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그의 목 울대가 울렁거렸다.
그는 딱딱하다. 얇은 살을 밀어낼 듯 뼈는 드러나 있고, 언제나 불쾌한 자세로 굳어있다. 그가 내뱉는 말은 하나 같이 상대의 답변을 기대하는 말이 아니다.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는, 아니, 대화가 아닌 말을 한다. 대화는 자기 자신 속에서, 그리고 뱉어내는 것은 종결된 대화의 답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강하지 않다.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를 몇 십 분이나 바라보다 결국은 지나쳐 가기도 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자기 속에만 그것을 담고 오랜 시간 삭혀 없앤다. 대화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것도 혼자서 종결지어버리는 그는 절대로 강할 수 없다. 그냥 무엇이든 말하면 될 것을, 그는 언제나 그렇게 혼자서 모든 것을 견뎌내려 하기에, 그는 결코 강해질 수 없다. 사람은 상처를 입고, 또 그것을 견뎌내고 일어섬으로서 강해진다. 하지만 그는 상처를 입고 쓰러질 뿐,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나약하고 가녀린 그는 홀로는 절대로 일어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뒤에서 받쳐주려는 사람을, 나를 외면하고, 그는 언제나 홀로 쓰러져갔다.
그의 실종으로 그것을 깨닫게 되어, 나는 졸업식에서 그에게 말을 거는 것을 포기했던 것이다. 그의 건조함과 딱딱함은 내가 안을 수 있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사라진 이유가 무엇이건, 내가 손을 뻗칠 수 없는 것을 알았기에.
13
그는 말을 잇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이 근처로 이사했다'라고만 말하곤,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옆에서 지탱해 주고 싶을 정도로 왜소한 뒷모습조차도.
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그의 팔짱을 꼈다. 그의 낡은 코트의 보풀이 푹신하게 느껴졌다.
그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우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14
도착한 곳은 같은 모양의 빌라가 몇 개인가 모여있는 곳이었다. 삼 층 정도로 되어있고, 빨간색 벽돌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매우 작아 보였다. 혼자살기에 딱 좋아 보이는 정도의 크기여서 인지, 묘한 외로움이 풍겨오는 것 같았다.
15
집 안은 어두웠다. 슬금슬금 저녁이 얼굴을 내밀 시간인데, 완전히 밤처럼 느껴진다. 반지하인 대다, 삼 분의 일 정도만 머리를 내밀고 있는 창문마저 커튼을 쳐놓았다.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시간감각을 잃지 않을까 할 정도다.
방은 하나. 부엌이 있고, 그 뒤로 방이라고는 부르기 힘든 공간에 책꽂이와 작은 냉장고가 있다. 하나 뿐인 방은 비교적 넓어서, 침대 하나와 TV를 올릴 서랍장 정도는 들어가 있었다. 다만, 서랍장의 서랍은 침대 때문에 아예 열 수 없게 되어있다.
그와 난 침대에 앉았다. 침대말고는 딱히 앉을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혼자 쓰는 침대치곤 조금 넓은 침대였다.
어두운 회색의 두터운 침대시트가 먹구름 같았다. 굉장히 푹신해서, 구름에 앉는다면 정말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다.
'말해줄 것이 많다.'
그가 갑자기 말했다.
공원에서의 대화가 수 십 분이 지나서야 다시 이어졌다.
말 없이 걷는 동안, 그는 또 자기 속에서 혼자 말을 정리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조금 화가 났다.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16
'옛날 얘기부터 시작해야겠지.
사 년 전 네가 나에게 고백했을 때, 솔직히 말해선, 굉장히 못 미더웠다. 처음 보는 여자가 대뜸 나타나서는, 앞뒤 없이 좋아한다고 말하다니, 내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었고, 네가 나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를 것은 당연했기에,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나에게 접근한 것이 아닐까 했다. 그 시절에 사귀었던 다른 녀석들처럼, 외계인을 만나는 기분을 즐기려던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아아, 그 정적의 오 분이 떠올랐다. 그 때 나를 보던 그의 표정도 생각났다. 그런 마음이 그런 표정으로 드러났던 거구나. 기분이 나쁘진 않다. 아니, 나도 얼마간은 그와 같은 취급을 당했기에, 조금,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난 오래지 않아 나에 대한 네 흥미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다른 녀석들과 다른 점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 떨어지는 인간이었으니까.'
그 말이 맞다. 그는 공부도 보통 수준이었고, 몸도 약했으니까. 성격도 활발하기는커녕 음험하다고 할까, 다른 아이들에겐 그다지 호감 가는 타입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나에겐 마음에 들었다. 나만이 좋아할 수 있는, 나에게 맞추어진 사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넌 계속 나를 찾아와 주더군. 조금 늦었지만, 왜 날 좋아하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
난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예를 들만한 것을 생각했다. 나도 명확하게 말할 만큼 간단한 감정이 아니었으니까.
조금 생각을 하고,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만약에 어떤 밴드가 있는데, 나만 그 밴드의 노래를 좋아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그것도 노래냐면서 비웃는데도, 나만 좋아하는 거지.'
그의 표정이 조금 이상해졌다.
'그래서?'
재촉하듯, 그가 말했다.
'그럴 때 말야,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이런 느낌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지 않은 체 그렇게 말하자, 그는 정말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할 때 그는 이런 표정이 된다. 눈가를 찌푸리고, 이상하다는 듯 문제가 되는 것을 바라본다. 난 그것이 꽤 재미있다.
'그, 이런 느낌이란 건, 뭐지?'
결국 답을 찾지 못한 그가 질문을 했다. 난 통쾌함을 느꼈다. 모래성에 터널을 뚫어, 서로 손을 맞잡은 느낌. 강한 연결 감이 느껴진다.
'나만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느낌'
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날 안았다.
18
차갑고 마른 그의 손이 내 가슴에 얹혀진다. 애무라기엔 너무나도 조잡하고 투박한 손놀림. 딱딱한 손가락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져온다.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느낌. 차가운 철 장이 조여오는 듯한 감촉. 먹구름의 시트는 그에 대비되어 한없는 푸근함을 느끼게 한다. 구름과 철 장의 한 가운데서, 무한한 이질감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난 그 어지러움 속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체 그의 냉기만을 받아내며, 힘이 빠진 그가 나에게로 안기는 것만을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그는 내 위로 가라앉듯 안겼고, 그 제서야 난 나만의 쾌락을 느낄 준비를 했다.
그를 내 옆으로 뉘이고, 고양이를 감싸안듯 그를 안는다. 그는 잠들어가고, 난 그런 그의 숨결을 느끼며, 살며시 눈을 감고, 잠들기 직전의 나른함으로 동화를 기다린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와 나의 체온이 같아진다. 상극의 온도의 물이 합쳐질 때처럼, 여름의 메마른 땅으로 향하는 빗방울 한 가운데의 미온으로, 그와 나는 동화되어 간다.
물조차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딱딱하지만, 그 속은 너무도 나약해서 함부로 문을 열 수 없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그의 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익혔다.
키스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섹스로도 충족시킬 순 없는 불 일치감. 오직 나신으로서의 영원할 듯한 포옹만이 나와 그를 하나로 만들 수 있다.

수년만에 느끼는 감각에 눈가가 젖어오는 것을 느끼며, 그의 옅은 숨과 심장의 움직임을 나에게 맞추며, 그렇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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